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03)
103. 드라우켄.
[멈춰! 가까이 가지 마라!]하지만 아직이었다.
내가 명령하자, 달려들던 기간트들이 얼음처럼 멈춰 섰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드라우켄이 몸을 일으켰다.
‘제길! 조금 얕았나!’
놈의 눈은 시뻘겋게 충혈됐고, 몸은 피범벅이었으며, 사나운 이빨을 드러낸 상태였다.
[포위하고 달려들지 마라!]드라우켄이 내뿜는 입김이 빗줄기 사이에 보였다.
놈은 지쳤다.
나도 아래로 내려갔다.
기이잉! 쿵!
“크릉!”
놈이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노려봤다.
자신을 상처입혔으니, 얼마나 달려들고 싶을까?
하지만 놈은 내게 덤비지 않았다.
“크앙!”
팟! 다다닥!
놈은 가장 작은 블리언의 기간트를 향해 달렸다.
블리언의 나이트급 기간트가 방패를 세우고 놈을 막아섰다.
7미터의 기간트론 높이가 20미터에 달하는 괴수를 막을 수 없다.
하지만!
쿵! 쿵!
좌우에서 바드와 워버린이 방패를 함께 세워서 막았다.
놈도 피하기엔 늦었다고 판단했는지 그대로 돌진했다.
콰아앙!
[크윽!] [커헉!]3대의 기간트를 기어이 뚫고 놈이 달렸다.
하지만 쓰러지면서 바드가 놈의 앞다리에 검을 찔렀다.
[쫓지 마라!]명령을 내리고 쓰러진 바드의 기간트를 향해 손을 뻗었다.
바드의 비숍급 기간트가 내 기간트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바드, 고생했다.] [휴! 무슨 망치에 얻어맞은 느낌입니다.]그때 폴린 소령의 도움으로 일어선 블리언이 말했다.
[대장님, 지금이 기회입니다. 놈을 쫓죠!]난 고개를 흔들었다.
[공을 세우고 싶으냐? 그렇다면 말리지 않겠다.]네 눈엔 보인다.
아직도 공을 세우기 위해 혈안인 녀석이.
저러다가 일찍 뒈지는 거지.
[죄송합니다. 제가 성급했습니다.]블리언의 기간트가 뒤로 물러섰다.
아주 바보는 아니군.
서두르다가 암 드로운과 거신 기사들도 당했다.
지금 놈의 부상은 그때와 거의 흡사하다.
그 말은 아직 암 드로운을 죽일 정도의 힘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노련한 사냥꾼은 상처 입은 짐승을 잡을 때 서둘지 않는다.
난 놈이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었다.
[가자! 이쪽이다!]거센 빗속에도 우리의 추격은 계속된다.
***
다시 하루가 흘렀지만, 놈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이젠 비가 멈췄기에 드라우켄이 흘린 피는 고스란히 흔적을 남겼다.
[대장, 여깁니다!]A등급 괴수인 악토리움이 죽어 있었다.
놈은 곰처럼 생겼고 몸을 세우면 20미터에 달하는 괴수였다.
악토리움은 워낙 뼈가 단단해 기간트 무기를 만들 때 가장 선호하는 놈이었다.
하지만 지금 팔 하나가 잘렸고, 목을 뜯긴 상처와 심장이 뻥 뚫린 치명상을 당해 죽었다.
아마도 상처 입은 드라우켄을 보고 겁 없이 달려든 것 같았다.
역시 드라우켄은 아직 힘이 남았다.
난 악토리움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다.
‘그래도 챙길 건 챙겨야지.’
부아악!
죽은 악토리움의 배를 찢고, 최고급 마석을 꺼냈다.
[콜벳, 잘 챙겨라!] [네네!]콜벳 소령이 마석을 가방에 챙겼다.
[자! 다시 출발한다.]드라우켄의 움직임이 현저하게 느려졌다.
그러다 놈이 멈췄다.
펠릭스 중령이 말했다.
[대장, 여기 핏자국이 있습니다.]나뭇잎 위에 핏자국이 선명했다.
놈과의 거리는 500미터.
[여기서 대기한다.]비가 그쳤기에 이젠 놈도 우리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놈은 지금 거신목 뒤에서 숨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난 그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더는 마나를 눈에 뿜어내지 않아도 됐다.
녀석의 가슴을 찔렀을 때, 운명의 실타래를 연결했으니까.
‘일부러 흔적을 남겨 우리를 유인하는군.’
놈은 반나절이나 숨어 우릴 기다렸다.
그러다 더는 참을 수 없었는지, 밤이 되자 우리 쪽으로 은밀히 다가오고 있었다.
[놈이 온다! 전투를 준비해라!]놈도 이젠 한계라는 것이 느껴졌다.
도망칠 기력이 있었다면, 도망쳤지 우리를 공격하는 무리수를 두진 않았을 거다.
이제 사냥의 끝이 보인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라!]척척척!
놈이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가끔 거신목 사이에 놈의 붉은 두 눈과 거대한 실루엣이 보였다.
상처 입은 짐승은 더 사나운 법.
다들 잔뜩 긴장했다.
놈이 조금씩 거리를 좁힌다.
시간은 놈의 편이 아니다.
그러니 반드시 먼저 달려들 것이다.
“크앙!”
다다닥!
[콜벳 쪽이다!] [막아라!]콜벳 쪽으로 기간트가 모였다.
콰앙!
놈의 돌진에 콜벳과 펠릭스의 기간트가 뒤로 밀리며 쓰러졌다.
[죽어!]푹!
워버린 소령의 비숍급 기간트가 놈의 왼쪽 앞다리를 찔렀다.
“쿠아아!”
부웅! 퍼억!
놈이 휘두른 오른쪽 앞발에 비숍급 기간트가 뒤로 날아 떨어졌다.
쿠웅!
충격이 크겠지만, 그를 챙길 여유는 없었다.
뒤로 돌아 놈의 뒷다리를 검으로 그었다.
촤악!
“끼이아!”
드라우켄이 몸을 돌리며 어깨에 뿔을 휘둘렀다.
난 뒤로 물러섰다.
부웅! 콰앙!
[으헉!]치이이익! 쿵!
하지만 내 옆쪽에 있던 폴린 소령의 기간트가 맞고, 10미터나 밀려나 거신목 뿌리에 부딪혔다.
[죽어!]쿵쿵쿵! 파악!
블리언의 나이트급 기간트가 몸을 날리며 놈의 엉덩이를 찔렀다.
부앙! 퍼억!
놈이 휘두른 뒷다리에 맞고 나이트급 기간트가 뒤로 날아갔다.
“크아아아!”
쾅! 콰앙!
놈이 거칠게 몸을 휘두르자, 다른 기간트들도 힘없이 튕겨 쓰러졌다.
이게 치명상을 입은 괴수의 위력인가!
놈은 아직도 힘이 넘쳤다.
쿠쿠쿵! 촤악!
“끼아!”
놈의 뒷다리를 공격했다.
조금 전에 내가 공격했던 그 자리였다.
놈의 기동력을 줄였다.
“크앙!”
파파팟!
놈이 몸을 돌려 어둠 속으로 도망쳤다.
쓰러진 기간트들이 힘겹게 일어났다.
[놈은 내가 쫓겠다!]야간 시야라면 나도 자신 있었다.
난 놈의 뒤를 쫓았다.
물론 혼자는 아니었다.
‘모두 기간트를 꺼내라!’
토우인형과 킹콩인형, 괴조인형이 인형의 집에서 기간트를 꺼냈다.
그리고 내 자동인형들이 기간트에 타고 함께 뒤를 쫓는다.
‘인정사정 보지 말고 공격해!’
[네! 주군!]기이잉! 쿵쿵쿵!
촤악!
“끼이아아!”
웨슬리가 탄 룩급 기간트가 옆에서 달려들어 놈의 배를 검으로 그었다.
내 자동인형들은 두려움이 없다.
그래서 겁 없이 놈을 공격했다.
콰직!
드라우켄이 웨슬리의 룩급 기간트 머리를 물더니 완전히 뜯어버렸다.
하지만 괜찮다.
웨슬리를 인형의 집에 넣었다.
또 다른 룩급 기간트 2대가 방패를 들고 앞에서 돌진했다.
“크아앙!”
놈은 앞발을 휘둘렀다.
콰쾅!
기간트들이 크게 휘청이긴 했지만, 쓰러지지 않았다.
놈도 많이 지쳤다.
퍼어엉! 화르륵!
“끼이이이이이!”
화염 마법진을 발동해 놈의 등에 화염 폭발을 일으켰다.
그 순간 비숍급 기간트 둘이 좌우에서 창을 찔렀다.
다다닥! 푹! 푹!
“끼아아!”
놈의 비명이 대수림을 울렸다.
‘괴조! 머리를 공격해!’
쉐에에엑! 파앗!
괴조인형이 날아가 놈의 얼굴을 발톱으로 할퀴고 지나갔다.
얼굴과 눈에 상처 입은 드라우켄이 고통 속에 발버둥 쳤다.
그리곤 거신목 위로 뛰어들더니, 힘겹게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도망치려는 것이다.
“우어어어!”
킹콩인형이 거신목 위에서 놈을 향해 뛰어내렸다.
부웅! 콰앙!
“쿠엑!”
쿠우웅!
두 손을 모아 머리를 때리자, 놈이 추락했다.
떨어진 충격에 놈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모두 한꺼번에 공격해!’
“크앙!”
“끼이이아!”
표범인형이 달려들어 놈의 꼬리를 물어뜯었다.
킹콩인형이 놈의 머리에 매달려 주먹으로 마구 때렸다.
괴조인형이 날개를 펄럭이며 두 발톱으로 놈의 목을 움켜잡았다.
기간트들이 사방에서 달려들어 드라우켄의 다리과 몸통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쿠웅!
놈이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지독한 놈! 아직도 살아있다니!’
운명의 실이 아직도 놈이 살아있음을 말해준다.
나도 달렸다.
막타는 내 것이다!
놈의 등에 올라탔다.
그리고 목을 향해 검을 찔렀다.
[좀 죽어라!]파악!
칼끝이 놈의 가죽과 살을 뚫고, 목뼈를 으스러트렸다.
“꿰이엑!”
괴이한 울음을 울더니!
쿵! 털썩!
놈의 머리가 땅에 처박혔고, 그 순간 운명의 실이 검은색으로 변했다.
됐다!
[인형에게 기사회생(lv.5) 스킬을 사용했습니다.]과연 결과는?
마음을 조리며 지켜봤다.
[허수아비(lv.1) 마법인형을 만들었습니다.]순간 긴장감이 풀리며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갔다.
괴수의 기사회생 성공률은 지독하게 낮았지만, 이런 중요한 때에 내게 행운을 베풀어줬다.
드디어 암 드로운의 원수를 갚았다.
그리고 S등급 괴수가 내 마법인형이 됐다.
[기사회생 스킬 레벨이 올랐습니다.] [기사회생(lv.5) -> 기사회생(lv.6)] [레벨(lv.55)이 올랐습니다.] [레벨(lv.56)이 올랐습니다.] [레벨(lv.57)이 올랐습니다.] [레벨(lv.58)이 올랐습니다.] [레벨(lv.59)이 올랐습니다.]반가운 알람과 메시지!
레벨이 다섯 계단이나 성큼 올라갔다.
이제 2레벨만 오르면 나도 S급 헌터!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운명의 실타래가 부족했기에 당장 드라우켄을 꼭두각시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망은 하지 않았다.
S급 헌터가 되면 운명의 실타래도 배 이상 늘어날 테니까.
그리고 그 고지가 멀지 않았다.
‘모두 주변을 정리해!’
부서진 기간트와 자동인형, 괴수인형들을 모두 인형의 집에 넣었다.
그리고 마나를 뿜어내는 눈으로 내게 다가오는 움직임을 확인했다.
난 일부러 드라우켄을 인형의 집에 넣지 않았다.
[세상에! 대, 대장님!] [헉! 대장님이 하얀 악마를 잡았다!]뒤따라온 기사들이 경악했다.
[나 혼자 한 것이 아니다! 너희가 도왔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다들 고생했다.]힘들게 여기까지 온 부하들에게 격려의 말도 잊지 않았다.
[우리가 재앙급 괴수를 잡았다!] [와아아아!] [타일러 대장님 만세!] [와아아아!]다들 장갑이 부서지고 깨진 기간트들이지만, 이 정도는 정비사들이 고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기이잉! 쿵! 쿵!
블리언의 나이트급 기간트가 검을 들고 드라우켄에게 향했다.
[블리언, 뭐 하는 거지?] [마석을 채취해야죠!] [이미 확인했다. 마석은 없었다.] [아!]블리언과 기사들이 아쉬움의 탄성을 질렀다.
[자! 서둘러 귀환한다.] [네? 재앙급 괴수인데 그냥 놓고 가나요?] [마석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 저 큰 것을 끌고 갈 힘은 없다. 돌아갈 기운은 남겨둬야지.] [그럼 발톱이라도 하나 챙기겠습니다.]그건 말리지 않았다.
전리품을 챙기고 싶은 건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였지만, 하나만 허락했다.
이젠 드라우켄은 내 마법인형이니까.
블리언의 나이트급 기간트가 10분이나 걸려 드라우켄의 뒷발에서 발톱을 하나를 힘겹게 뽑았다.
[으헉! 방금 놈이 움직였습니다!]블리언이 기겁하며 뒤로 물러섰다.
[기분 탓이다! 서둘러라! 본진으로 돌아간다.]나도 살짝 놀랐다.
방금 드라우켄 허수아비가 진짜로 움직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뭐지? 정말 기분 탓인가?’
우린 본진으로 향했다.
드라우켄과 500여 미터 정도 떨어지자, 인형의 집에 넣었다.
***
이틀 후 원정대 본진엔 엄청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우리가 하얀 악마를 잡았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다들 믿지 못하는 눈치였지만, 블리언이 챙겨온 성인 키만 한 드라우켄의 발톱을 보고 다들 경악했고, 믿지 않을 수 없었다.
결정적으로 놈이 다시 나타나지 않았으니까.
우린 다시 엘프 차원 균열을 향해 전진했다.
가면서 A등급 괴조 무리와 조우했다.
하지만 워낙 기간트 숫자가 많았기에 괴조들도 무리하게 덤비진 못했다.
그런데도 야간에 괴조의 기습으로 기간트 4대와 병사 몇 명이 희생됐다. 하지만 우리의 전진을 막을 순 없었다.
블랙힐 전진 기지를 출발한 지 넉 달 보름 만에 엘프 차원에 도착했고, 다시 일주일을 행군해 드디어 저 멀리 비행석 광산이 눈앞에 보였다.
[정지!]내가 멈춰서자, 선발대가 멈췄고 뒤를 따르는 본대도 차례로 멈췄다.
부사령관인 매러덕 소장의 기간트가 달려왔다.
[타일러 준장, 왜 멈춘 거지?] [누군가 이쪽으로 다가옵니다.] [뭐?]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두 무리가 곧장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하나는 가디언 제국의 마장기였고, 다른 하나는 탈로스와 글론 연합의 타이탄이었다.
‘역시, 놈들이 먼저 도착했네.’
[저놈들이 왜 오는 거지?] [먼저 왔다고 텃세를 부리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