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08)
108. 선택과 집중.
파지지직!
기간트의 손바닥에서 붉은 마법진이 번쩍였다.
[플레임 더스트!]팟! 파파파파파팟!
포위하고 있는 괴수들을 향해 불꽃이 날아갔다.
일부러 손바닥을 움직이며 불꽃을 넓게 퍼트리며 쏘았다.
펑! 퍼퍼퍼퍼퍼펑!
십여 개의 불꽃이 사방에 터지며 화염이 치솟고, 곳곳에서 자욱한 연기가 뿜어졌다.
[공격하라! 무조건 뚫어라!]나와 선발대 기사들은 괴수를 향해 돌진했다.
사실 나 혼자라면, 얼마든지 손쉽게 빠져나갈 수 있었다.
비공정도 있었고, S등급 괴수인형과 마법인형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들을 이대로 죽게 버려둘 순 없었다.
난 지금 아베르크 제국의 군복을 입고 있었으니까!
‘그림자 투영!’
S급 헌터가 되며 생긴 인형술사 고유 스킬을 발동시켰다.
[그림자 투영(lv.1) – 운명의 실타래 범위 안에 있는 마법인형의 신체 능력을 투영해 사용한다. (사용시간 100초, 쿨타임 100분)] [선택된 마법인형 – 괴조(lv.8) 꼭두각시]갑자기 달리는 내 기간트가 느려졌다.
그리고 주변 세상이 느리게 흐르기 시작했다.
앞을 막고 있는 괴수들이 커다란 이빨과 발톱을 세우고 달려오는 모습이 꼭 슬로비디오에 걸린 것처럼 느껴진다.
아니! 이건 괴조 꼭두각시의 시야와 동체 시력, 반응속도 등의 신체 능력이 내게 투영됐음이다!
한 마디로 주변이 느려진 것이 아니라 내 눈과 반응속도가 빨라졌음이다.
곧바로 또 다른 마법진을 활성화했다.
파지직!
그리고 전방의 지면을 향해 마법을 발동했다.
[어스 웨이브!]쾅! 콰콰콰콰쾅!
땅에 큰 충격파가 쏘아졌다.
괴수들 사이로 군데군데 연기가 뿜어지고, 땅이 크게 일렁였다.
그러자 괴수들이 중심을 잃고 우르르 넘어지는 모습이 느리게 보였다.
난 검을 들고 달려가 넘어진 괴수들을 거침없이 찔렀다.
푸욱! 푸욱! 촤아악!
내 눈과 반응속도가 좋아졌지만, 기간트의 동작까지 빨리진 것은 아니라 조금 답답했다.
신체와 마나 운용이 지금 내 눈과 뇌의 지시사항을 따라가지 못함이다.
“꾸엑!”
“크악!”
검에 찔린 괴수 두 마리가 괴성을 질렀다.
하지만 내 검은 이미 다른 목표를 향해 찔러진다.
푸욱! 촤아악!
한 괴수의 목을 찌르고, 다른 괴수의 허리를 베고 지나갔다.
그렇게 10분 같은 100초가 흐르자, 나 혼자 30미터나 전진하며 괴수 이십여 마리를 쓰러트렸다.
내 활약을 본 선발대 기사들이 멈칫한 상태였다.
[멍청히 서 있지 말고, 괴수는 모조리 죽여라!] [가자!] [죽여라!]그제야 선발대 기사들이 내 뒤를 따르며 괴수를 향해 거침없이 검을 찔렀다.
난 다시 어스 웨이브 대지 마법을 써서 내 앞에 괴수들을 넘어트리고 전진했고, 부하들은 내 뒤를 따라 쓰러진 괴수를 공격했다.
푹! 푸푹!
[앞으로 전진! 길을 뚫어라!] [괴수 새끼들! 뒈져버려!]선발대가 닥치는 대로 베고, 찌르고 또 찌르자 드디어 괴수들의 포위망을 뚫었다.
[뚫렸다!] [이쪽이다! 서둘러라!]그러자 기간트들이 우리 뒤를 따라왔다.
[선발대는 놈들을 막고 길목을 지켜라!] [달려라! 어서 균열로 들어가!]우리가 뚫은 길을 따라 기간트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다들 이게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알기에 필사적으로 달렸다.
곧 2군단의 기간트가 차례로 차원 균열로 들어가고, 뒤를 이어 1군단도 균열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꾸엑?”
“꾸르르르!”
괴수들은 추격하다가 차원 균열 근처에 도달하면 머뭇거리며 다가오지 않았다.
그 틈에 우리가 괴수를 공격했고, 기간트들은 계속해서 차원 균열을 넘어 대수림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과정에서 죽는 기사들도 있었다.
[기사회생(lv.10) 스킬을 사용합니다.] [허수아비(lv.1) 마법인형을 만들었습니다.]전생보다 몇 배나 빨리 S급 헌터가 됐지만, 상황은 전생과 똑같았다.
죽어가는 동료들과 내 마법인형이 되는 동료들.
마음은 씁쓸했지만, 상심하거나 공황에 빠지진 않았다.
지금은 그저 최대한 많은 기사를 구하는 데만 집중했다.
[하악! 하악! 타일러 준장님, 고생하셨습니다.]엠버 대령이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자네도 고생했네. 어서 들어가게.] [네!]그나마 2군단은 1군단보다 피해가 크지 않아 보였다.
그래도 절반은 귀환했으니까.
엠버 대령의 기간트 베가스도 균열 안으로 들어갔다.
기이잉! 쿵! 쿵!
아바돈이 무릎을 꿇었다.
[크윽! 우리가 마지막이네!]매러덕 소장의 오리지널 기간트도 차원 균열 앞에 도착했다.
그의 옆에는 겨우 십여 기의 기간트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1군의 피해가 너무 컸다.
“그어어어어!”
대군주들이 우리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이놈들도 차원 균열론 다가오지 못했다.
[지독한 놈들! 이쪽으론 이제 오줌도 싸지 않을 테다!]매러덕의 아바돈이 일어서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곤 조금 전까지 싸웠던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기간트들이 괴수들에게 철저히 유린당하고 있었다.
이미 운명의 실이 끊어진 기사들이라 우리가 할 일은 없었다.
[타일러 참모, 우린 최선을 다했소. 그만, 들어갑시다.]아바돈이 주먹으로 내 기간트 크리드의 어깨를 한번 툭 치더니, 1군의 기간트들과 균열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도 모두 철수한다!] [네! 대장.]선발대의 기간트들도 모두 균열 안으로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머리 위에 비공정도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이곳 차원에 살아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끄아아아!”
그 순간 SS급 거신 괴수가 날 향해 뭐라고 소리를 질렀다.
제국의 위대한 열두 기사는 사라지고, 끔찍한 거신 괴수의 모습만 남아 있었다.
고개를 흔들며 손가락 욕을 하고, 차원 균열로 들어갔다.
***
“152기라고?”
피해 상황을 보고 받은 윌리엄 사령관은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멍청하긴! 모든 것이 내 책임이네. 괴수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괴수를 이용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다니.”
윌리엄 사령관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자책하고 있었다.
그는 아마도 안드레아스가 처음부터 괴수의 정보도 그냥 알려줬고, 비행석이나 캐고 돌아가자는 말을 믿은 것 같았다. 그리고 지난 3개월 동안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자, 방심하고 있었다.
그래도 내게 아침마다 가디언 제국과 연합군 진영을 돌아보라고 지시한 것이 있었기에 그나마 이 정도 피해로 끝낼 수 있었다.
“하아! 내가 어리석었어······.”
윌리엄 사령관이 심란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사령관, 너무 상심하지 마십시오. 여기 있는 우리 누구라도 그런 끔찍한 생각은 하지 못했을 겁니다.”
“맞습니다. 이번 일은 우리의 예상 범위를 벗어난 것입니다.”
가장 큰 피해를 본 1군 대장인 알레스 준장이 말했다.
“그래도 우린 비행석을 지켰습니다. 그러니 너무 자책하진 마십시오.”
다니엘 참모장이 위로의 말을 했지만, 분위기는 나아지지 않았다.
기간트 기사들이 괴수를 끝까지 막고, 병사들이 있는 힘을 다해 비행석이 들어있는 마차를 옮겼다.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원정대는 비행석을 모두 지킬 수 있었다.
피해 상황은 이랬다.
1군은 73기, 2군은 49기, 3군은 12기, 4군은 18기.
이번 엘프 차원에서만 152기의 기간트가 파괴됐다.
그리고 앞서 대수림에서 드라우켄의 공격과 괴수의 공격에 파괴된 것까지 합하면 거의 절반인 200기 가까운 기간트를 잃었다.
병사는 300여 명이나 전사했고, 부상병은 그보다 배나 많았다.
기간트 수준만 따졌을 때, 제국은 2개 군단을 잃은 수준이었고, 이번 원정의 피해로 아베르크 제국은 전체 기간트 전력의 1/10이 줄었다.
물론 지방 영지군의 기간트가 더 있었지만, 그들은 정규군도 아니었고 기간트도 오래된 구형이 많았기에 큰 전력은 되지 못했다.
가뜩이나 기간트 숫자가 가디언 제국보다 적은 상황에서 이건 상당한 타격이었다.
하지만 벌어진 기간트 격차를 단기간에 줄일 기회는 아직 있었다.
내가 나섰다.
“여기서 더 지체할 순 없습니다. 식량이나 물자도 부족하고, 이곳은 적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카야킨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타일러 참모 말이 맞네. 우선 병력을 다시 재배치하고, 바로 출발하지.”
우린 다음 날 카야킨 전진 기지 방향으로 출발했다.
***
난 길잡이를 계속했고, 선발대를 맡고 있었다.
돌아가는 길에도 괴수는 계속 나왔고, 누군가는 처리해야 했으니까.
본대엔 부상병도 많고 사기가 바닥이었기에 선발대 기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열심히 괴수를 잡았다.
그랬기에 실력도 마나도 전부 한 단계씩 성장해 있었다.
늦은 밤.
오늘은 잠이 오지 않았다.
아니 지난 3개월간 매일 잠이 오지 않았다.
잠이 들더라도 뒤척이는 날이 많았다.
사실 이번 원정이 내게는 큰 성공이었다.
아베르크 제국은 큰 손실을 봤지만, 난 오히려 엄청난 전력을 얻었다.
S등급 괴수 드라우켄을 마법인형으로 만들었고, S등급 거신 괴수도 허수아비로 만들었으니까.
게다가 상당한 양의 비행석과 30명이나 되는 마나인형까지 얻었다.
하지만 이 답답함은 무어란 말인가?
인간에 대한 실망감 때문인가?
아니면 평소 알고 지내던 기사들이 죽어서 그런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친분이 있는 루이스 황자와 이제 생사를 걸고 싸워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가?
고구마를 100개쯤 먹은 듯한 이 답답함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내가 큰 걸 바란 게 아니었는데······.’
그냥 적당히 돈도 벌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계 난민들도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영지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었다.
이상향까진 아니지만, 영지민들이 먹고살 만한 영지의 영주란 소리는 듣고 싶었다.
그것이 전생에 20년간 인형술사 헌터로 수없이 괴수와 싸우다가 죽었고, 이 세상에 다시 살아난 보상이자, 이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난 어떻게 하면 가디언 제국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간절히 복수를 원하는 것이다.
가디언 제국의 다음 행보는 안 봐도 알 것 같았다.
비행석으로 비공정을 만들고, 마장기를 잔뜩 생산해 아베르크 제국의 국경을 넘겠지.
이미 전세는 기울어졌다고 판단할 것이다.
비행석을 캐러 간 원정대가 전멸했다고 믿고 있을 테니까.
그러니 그 점을 역 이용한다면, 반격의 기회는 반드시 올 것이다.
‘그럼 꼭두각시 마법인형을 늘리길 잘한 거겠지?’
인형의 집을 열었다.
기간트를 타고 훈련이 한창인 꼭두각시들이 보였다.
이번에 추가한 꼭두각시는 모두 10명.
그들은 모두 이번에 전사했다가 내 마법인형이 된 1군단의 기사들이었다.
지난 3개월간 훈련했기에 벌써 기간트에 타고 전투를 벌일 정도까지 성장했다.
이제 난 20기의 기간트를 동시에 운용할 수 있었고, 그중의 10기는 자동인형들이었기에 여러 작전을 펼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인형의 집 한쪽에 허수아비 마법인형이 20명이나 더 있었다. 이들 역시 1군단의 기사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을 꼭두각시로 만들 순 없었다.
남은 운명의 실타래가 이젠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여유는 좀 있었지만, 언제 어떻게 쓰일 지 몰랐기에 남겨둬야 했다.
사실 처음엔 S급 거신 괴수를 꼭두각시로 만들까도 고민했었다.
하지만 거신 괴수는 앞으로 가디언 제국과 전투에 활용하기 힘들었다.
‘그래 기간트 전력을 늘린 건 잘한 거 같아!’
이 10명의 꼭두각시를 계속 굴리다 보면, 자동인형으로 올라갈 것이고, 그럼 비공정을 이용한 작전과 내 인형의 집을 이용한 작전까지 쓸 수 있어, 내 전략 전술이 많아진다.
그걸 십분 발휘해야 가디언 제국과 전쟁에서 우리가 이길 수 있었다.
그리고 내겐 이미 S급 괴수인형 드라우켄이 있으니, 정말 위급하면 녀석을 쓸 생각이었다.
지금 드라우켄(lv.6)은 기간트 20대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녀석이 10레벨까지 올라 본래 능력을 발휘하면 얼마나 강해질지 벌써 기대된다.
다시 억지로 잠을 청했다.
아직 카야킨 전진 기지까진 먼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