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1)
11. 아지트.
“드워프 난민을 맡겨달라니?”
탁!
윌리엄 사령관이 자기 무릎을 쳤다.
“아! 자네가 그 이계 난민들을 챙긴다는 말은 들었네. 그들을 직접 살루스 전진 기지로 데려다주려는 거군.”
“그건 아닙니다.”
“아니야?”
“드워프 난민들을 이곳 헬다임에 데리고 있고 싶습니다.”
“뭐? 이곳에?”
윌리엄 사령관이 의문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을 어디에 쓰려는 건가?”
“드워프들의 언어를 배우고 싶습니다.”
“언어 학자도 아닌데 자네가 왜?”
“앞으로 장벽 너머에 이계 난민들은 더 늘어나지 않겠습니까? 그럼 분쟁이 생길 수 있고, 장벽 사령부에도 난민들의 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할 겁니다. 제가 그 일을 맡고 싶습니다.”
“허허! 자네답게 정말 기특한 생각을 했군.”
윌리엄 사령관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드워프 한 명 정도는 내가 빼줄 수 있지.”
“모두 제가 데리고 있으면 안 되겠습니까?”
“일곱 명, 모두?”
사령관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실은 그들의 처지가 딱해서 그렇습니다. 마치 얼마 전의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에 걸립니다.”
“자네 모습이라니?”
“이미 아시겠지만, 전 사생아에 반쪽짜리 귀족이고, 마나도 다루지 못해 가문에서 버려진 처지입니다. 그리고 후계에서도 완전히 밀리며 암살 위협에 어쩔 수 없이 군대에 자원입대한 겁니다.”
사령관도 이미 내 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사실대로 말했다.
“열차에서 제 목에 난 상처가 뭔지 물으셨죠? 그땐 대답하지 못했지만 이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전 버려진 제 처지를 비관해 목을 매 자살하려고 했고, 실패했습니다. 그 때문에 정보국 본부에서 쫓겨나 헬다임 지부로 온 것입니다.”
“그래, 그건 나도 짐작했지······.”
“지금 드워프들의 처지가 꼭 저와 같습니다. 자신들의 세상은 망하고 기껏 도망쳐왔는데, 인간들에게 잡혀 토굴에 갇히는 신세가 됐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 겨우 구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자신들을 가둔 인간들에게 다시 보낸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슬쩍 사령관의 눈치를 살피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전 운이 좋아 헬다임으로 가는 열차에서 윌리엄 사령관님을 만나 수사관으로 재능도 찾았고, 뛰어난 정보원도 생겼습니다. 지금 드워프들에겐 사령관님이 제게 해주셨던 것처럼 따스한 배려가 필요하고, 그걸 제가 하고 싶습니다.”
“어허! 이거 참! 그래서 드워프들을 살뜰히 챙겼구먼.”
“헬다임 도심지에 살 생각은 없습니다. 헬다임에서 남서쪽으로 50분 정도 떨어진 곳에 큰 바위산이 있습니다. 그 산 앞에 낡고 오래된 목장이 하나 있습니다. 주변에 인적도 없고, 매우 조용한 곳입니다. 그곳을 매입해 쥐죽은 듯이 살겠습니다. 물론 드워프의 언어도 진짜로 배우겠습니다.”
“이미 살 곳까지 알아봤군.”
“죄송합니다. 그들의 처지가 하도 딱해서······.”
윌리엄 사령관이 엠버 중령을 쳐다봤다.
“일곱 정도면 괜찮겠지?”
“네. 이계 난민들의 존재를 아는 것은 살루스 왕국뿐입니다. 자신들의 잘못이니, 어디서 떠들진 못할 겁니다.”
대답하는 엠버 중령의 눈가가 촉촉해져 있었다.
뭐지? 냉혈한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런 일엔 감수성이 풍부한가?
잠시 고민하던 윌리엄 사령관이 입을 열었다.
“좋아! 자네에게 드워프 난민들을 모두 맡기지. 하지만 명심하게! 그들은 전적으로 자네의 책임이네. 이곳 헬다임을 떠났다가 잡히면, 그땐 나도 자넬 도와주지 못해.”
“네! 그건 잘 알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벌떡 일어서 고개를 숙였다.
드워프들을 얻었다.
어찌 보면 이게 진정한 포상이었다.
드워프들의 말처럼 그들이 괴수 부산물을 가공할 수만 있다면, 기간트를 직접 만드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물론 준비할 것이 많긴 하지만, 다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다.
“이제 새로운 임무를 말해주지.”
윌리엄 사령관의 말에 몸이 잔뜩 긴장했다.
사령관은 30분이나 이번 임무를 설명했다.
이야기를 다 듣자 부담감이 몰려왔다.
“이 정보가 사실이라면 엄청난 일이네요. 이런 큰일을 제가 할 수 있을까요?”
“물론이네. 자넬 너무 과소평가하지 말게. 알다시피 날 죽이려는 놈들의 배후를 알아내기 위해 100여 명의 수사팀을 꾸렸네. 하지만 범인을 알아낸 것은 자네 혼자야. 그것도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지. 더는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 그리고 클린드 지부장의 강력한 요청도 있었고.”
“지부장님이요?”
아무래도 임무를 거부할 순 없을 것 같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어차피 드워프들 때문이라도 대수림에 갈 일이 있었다.
단지 시기가 좀 많이 빨라졌을 뿐······.
***
평지 가운데 우뚝 솟은 바위산.
높이는 200여 미터로 높진 않지만, 산 대부분이 바위로 되어 있어 웅장한 느낌이 들었다.
그 앞에 목장이 있었다.
“워어!”
마차에서 내린 드워프 원로 자모크가 물었다.
“타일러여! 여긴 어딘가?”
“집. 나, 드워프 집.”
단답형으로 어눌하게 대답했다.
이미 드워프 언어를 100% 이해하고 구사할 수 있었지만, 배우는 척을 하며 그들의 경계심을 누그러트렸다.
또 그들에게 지난 열흘 동안 먹을 것과 마실 것, 입을 것을 직접 가져다주고 친밀감을 쌓았기에 나를 대함에 적개심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곳은 여느 말 목장처럼 울타리가 쳐져 있었고, 말은 겨우 5마리.
그리고 목장 가운데 낡고 허름한 2층짜리 집이 있었다.
무려 300골드나 주고 산 집과 목장이었다.
바가지를 썼지만, 급하게 매입하다 보니 흥정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도 이 세상에 마련한 내 첫 번째 집이었기에 기분은 좋았다.
“왕자여! 정말 우릴 장벽 밖으로 데려가지 않았다.”
“타일러가 드워프에게 약속을 지켰다.”
드워프들은 내게 고마운 표정을 지었다.
“여기, 자유! 저기, 아냐!”
울타리 바깥을 가리키고 손으로 엑스 표시를 했다.
그렇게 손짓·발짓까지 동원해 설명하자, 그들도 내 말을 알아들었다.
“타일러여! 걱정하지 마라. 어차피 우린 갈 곳이 없다.”
난 드워프들에게 마차의 짐을 꺼내라고 시켰고, 글러드 왕자를 따로 불렀다.
“드워프, 집 고쳐.”
“알았다. 타일러여!”
왕자는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장벽 너머로 돌아가지 않아 다행이긴 하지만, 아직 완벽한 자유는 아니었고, 살루스 전진 기지에 200명이나 되는 드워프 난민들이 있었기에 걱정이 많아 보였다.
난 바닥에 나뭇가지로 헬다임 장벽을 그리고 드워프들을 그렸다.
“타일러, 드워프 온다.”
“뭐라고?”
“살루스 드워프 많아. 집, 커야 한다.”
글러드 왕자의 눈동자가 똥그래졌다.
“타일러여! 그러니까 살루스 기지의 드워프 형제들을 이곳에 데려온다는 말인가?”
“타일러, 드워프 모두 온다! 반드시.”
난 주먹을 쥐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품에서 종이를 몇 장 꺼내 글러드 왕자에게 보여줬다.
“이, 이건!”
내가 그린 건 일종의 비밀 아지트 설계도였다.
집 지하를 뚫어서 바위산으로 연결한 통로를 만든다.
그리고 바위산 안에 드워프가 살 마을을 만든다.
‘드워프니까. 이정도는 할 수 있겠지?’
“타일러여! 그래서 마차에 공구와 목재를 잔뜩 실어온 건가!”
고작 이층집을 수리하기엔 너무 많은 양이다.
석재는 바위산을 깎아 쓰면 되고.
부족한 나무는 지천에 있었다.
그것이 내가 이곳에 아지트를 만들려는 이유였다.
그런데 내 설계도를 본 글러드의 표정은 심각해 보였다.
“대체 왜? 우리에게 이런 호의를 보이는가?”
그는 왕자답게 의심부터 하는 것 같았다.
“나! 타일러, 드워프 친구! 친구 서로 도와.”
내 말을 들은 글러드 왕자가 눈물을 글썽였다.
“타일러여! 고맙다! 나 토그족 왕자 글러드는 선조들 앞에 맹세한다. 우린 이제 형제다!”
글러드 왕자는 눈물까지 흘리며 내 손을 꼭 잡았고, 짐을 내리던 드워프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토그는 드워프들이 섬기는 도구의 신이고, 이들은 토그를 섬기는 드워프족.
주로 중요한 맹세를 할 때, 상징적으로 내세우는 신이기도 했다.
난 왕자와 드워프들을 향해 씨익 웃어줬다.
그래 지금은 내가 너희를 도와줄게.
‘나중에 기간트나 만들어줘!’
제국엔 100여 개나 되는 크고 작은 영지가 있었다.
이 영지들이 전부 기간트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황실과 대영지를 포함해 기간트 생산이 가능한 곳은 단 다섯 군데뿐이었다.
괴수 부산물과 마석 배터리가 필요했기에 기간트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었지만, 담합이라도 했는지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었다.
그랬기에 일반 영지들은 대수림의 괴수를 직접 잡아, 부산물과 마석을 생산지에 넘겼다.
그럼 원재룟값은 절약할 수 있었으니까.
이런 실정이니, 드워프들이 작업용 기간트라도 만들 수 있다면 초대박이었다.
이건 일종의 장기 투자였다.
그리고 드워프들과 내 처지가 정말 똑같았기에 마음이 쓰인 것도 사실이었다.
내가 사는 차원도 망했고, 드워프가 사는 차원도 망했다.
우리 모두 이 세계에선 이방인.
서로 돕고 살아야지.
그렇게 비밀 아지트 건설을 드워프들에게 맡기고, 난 비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헬다임으로 돌아갔다.
***
[아베르크 제국 헬다임 관문]이른 아침.
룩급 기간트 2대와 비숍급 기간트 7대, 나이트급 기간트 12대, 폰급 기간트 28대가 장벽 관문 앞에 섰다.
그 뒤로는 수십 대의 마차와 20대의 작업용 기간트, 할버드 병 500명, 궁수 300명, 기간트 정비병 300여 명이 줄지어 서 있었다.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기간트와 행렬을 보니, 나도 모르게 입이 떡 벌어졌다.
“꼭 어디 전쟁하러 가는 것 같군요.”
옆에 있던 엠버 중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말이 맞아. 전쟁터로 가는 거지. 이 세상에서 가장 치열한 전쟁터!”
시작부터 겁주기 있기 없기?
전생에 20년이나 지겹게 싸웠기에 괴수와 전투는 익숙했다.
다만 아직 내가 싸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에 긴장감이 몰려왔다.
지금 장벽 앞에 모여 있는 무리는 제국의 가장 큰 전진 기지인 카야킨 요새로 향하는 행렬이었다.
5개의 영지 사냥팀이 함께했고, 카야킨 요새 수비대와 교대를 위해 가는 병력과 보급 물자도 있었다.
난 명목상 신임 장벽 사령관의 명령으로 전진 기지의 실태를 조사하는 조사관으로 파견 가는 것이다.
“글래디스 하사가 옆에 있겠지만, 그래도 모르니 항상 조심하게.”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드워프들을 잘 챙겨 주십시오.”
“그건 걱정하지 말게. 자네 말대로 자주 찾아가 식량과 물자를 전달하지. 그리고 드워프들은 지금 자네와 장벽을 나가는 것으로 서류처리를 할 테니까, 살루스 놈들을 걱정할 필요는 없네.”
“감사합니다.”
내가 대수림에 가 있는 동안 엠버 중령이 드워프들을 챙겨 주기로 했기에 마음이 놓였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마중 나온 엠버 중령과 헤어지고, 글래디스와 마차에 올라탔다.
잠시 후.
새로 임명된 관문 책임자인 알렉킨 대령이 소리쳤다.
“마석 배터리를 장착하라!”
“마석 배터리 장착!”
기이잉! 쿵! 철컥!
쿵! 철컥!
작업용 기간트들이 관문 앞에 있는 구멍에 30여 개의 마석 배터리를 꽂았다.
“제1 관문을 열어라!”
“제1 관문을 열어라!”
높이 30미터, 넓이 40미터의 거대한 문이 푸른 빛에 휩싸이며 번쩍거렸다.
그러더니 천천히 위로 올라간다.
드르르르르!
“오!”
무게가 수백 톤도 더 나갈 것 같은데!
저게 올라가네.
“어떤 원리로 이 관문을 움직이는 것인지 학자들도 정확히 모른다고 합니다. 그래도 300여 년 전 마석 산업혁명 당시 빌헬름 뢰트켄께서 마석 배터리를 이용해 관문에 동력을 전달하는 방법을 알아내어 지금 우리가 대수림으로 갈 수 있는 겁니다.”
“아! 그 기간트를 처음 만들었다는 마법사 말이군.”
“맞습니다. 대륙 최고의 대마법사이자, 역대 가장 존경받은 대석학이시죠. 그분 덕분에 우리 아베르크 제국의 기간트가 지금까지도 대륙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는 겁니다.”
내가 모르는 것이 많다는 걸 아는 글래디스가 옆에서 친절하게 설명을 해줬다.
쿵! 쿵! 쿵!
관문이 열리자, 기간트들이 먼저 들어갔다.
우리 마차가 관문 밑을 지날 때였다.
와! 문 두께가 10미터는 되겠어!
그리고 관문 바닥에 뭔가 알 수 없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새로운 언어를 탐지했습니다.] [분석을 시작합니다.] [언어 분석 진행률······ 0.1%] [언어 분석 진행률······ 0.2%] [언어 분석 진행률······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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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디스, 저건 어떤 언어지?”
옆 창문으로 고개를 내민 글래디스가 위를 쳐다봤다.
“고대 거신들의 언어입니다.”
“거신의 언어? 뭐라고 적혀 있는 거야?”
“네?”
글래디스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그걸 어떻게 압니까? 기간트 공학자도 아니고······.”
그녀가 말하길 고대 거신의 언어를 아는 사람은 극소수라고 했다. 그리고 접하기도 매우 어렵다고 했다.
그 이유는 거신의 언어는 고대 거신 마법과 관련이 있고, 기간트 제작에 필수였기에 기밀 사항이었다.
아베르크 제국뿐만 아니라 다른 제국이나 왕국도 권력가들이 거신 자료와 고대 유적을 독점하고 있었고, 절대 외부에 노출하지 않는다고 했다.
‘거신의 언어만 알아도 이 세계에서 떵떵거리며 살 수 있겠구나!’
아니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고.
그래도 기간트 제작에 필수라고 하니, 무조건 배워야 했다.
상태창이 드워프의 언어는 듣자마자 금방 분석했는데, 거신들의 언어는 시간이 제법 걸릴 것 같았다.
상태창아!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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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분석 진행률······ 1.3%] [언어 분석 진행률······ 1.4%] [정보 부족으로 언어 분석이 중지됩니다.]‘뭐?’
[언어 분석을 계속 진행하기 위해선 추가 표본이 필요합니다.]아쉽게도 1.4%에서 멈췄다.
하지만 샘플만 더 있다면 거신의 언어도 충분히 해석할 수 있다는 말.
‘그럼 이번 임무를 맡은 건 행운이네!’
윌리엄 사령관이 받은 정보가 사실이라면 고대 거신들의 언어를 원 없이 볼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