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10)
110. 계획 수정.
쏴아아아! 투두툭! 툭!
대수림에 쏟아지던 빗줄기가 거짓말처럼 그쳤다.
거대한 싱크홀 위쪽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작업을 시작해라!]철컥! 위이이이잉!
촤르르르르!
위에선 흙을 퍼 올리는 거대 마석 기중기들이 쉴새 없이 돌아가고, 아래에선 작업용 마장기와 수레가 쉴새 없이 흙을 나르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고, 내부는 더위에 습기까지 더해져 공기가 끈적끈적하고 후덥지근했다.
위잉! 철컥! 치이익!
“쓰벌! 더워서 못 해 먹겠네.”
비숍급 마장기 기사 한 명이 해치를 열었다.
철컥! 치이익!
그러자 다른 마장기 기사들 역시 참지 못하고 해치를 열었다.
“하아! 더워 뒈지겠네.”
“대체 우리가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 해?”
“그걸 몰라서 물어? 발굴이 끝나야지.”
“젠장!”
네 기사는 참지 못하고, 해치를 열었는데 한 기사는 묵묵히 입구 주변을 살필 뿐이었다.
“뭐야? 우리 마키아스 알브레 대령님께서는 참을 만한가 봐?”
“무슨 소리야 마키아스 소령님이지. 2계급 강등된 거 몰라서 그래?”
“아차! 죄송합니다. 마키아스 소령님. 아! 아니지 내가 중령이니까, 말을 놔야지. 아니 그런가? 마키아스 소령?”
기사들의 비아냥에도 마키아스 소령은 묵묵히 마장기에 앉아 입구를 지켰다.
“저 새끼가 대답이 없네.”
“놔둬! 마장기 천재께서는 우리와 종이 다르다고.”
“사관학교 최연소 입학에 최연소 수석 졸업이라는 말은 나도 들었어. 지금은 대수림까지 쫓겨나 이곳에 있으니, 우리와 다른 게 뭔데?”
“하긴, 우리보다 계급도 낮고 더 낮은 등급의 마장기를 타잖아. 인생사 참 알 수 없는 일이야. 하늘의 별도 떨어뜨린다는 알브레 가문이 저리될 줄이야. 쯧쯧.”
“그러게 씨발! 누가 반란을 일으키래? 어디 루이스 황자님과 황제 폐하를 시해하려고 하더니······.”
기사들이 일제히 마키아스 소령이 탄 나이트급 마장기를 노려봤다.
“루이스 황자님은 왜 저런 녀석을 살려줬는지 몰라?”
“그러니까 나 같으면 확 목을 쳤을 건데!”
마키아스의 마장기가 고개를 휙 돌렸다.
“어쭈 뭐야? 하극상이라도 벌이려고?”
[주변 순찰을 돌고 오겠습니다.]기이잉! 쿵! 쿵!
마키아스의 나이트급 마장기가 발굴지 안쪽으로 움직였다.
그러자 기사들이 다시 뒷담화를 계속했다.
알브레 가문은 황태자와 결탁해 황제를 시해하려는 반역죄를 저질렀고 루이스 사황자에 의해 저지됐다고 공표됐다.
그 결과 황궁과 군대에 있던 알브레 가문의 사내들은 모두 교수형에 처했고, 알브레 가문은 숙청됐다.
하지만 마키아스 알브레는 2계급 강등되고 목숨은 구해졌다.
그가 죽지 않은 것은 이유는 루이스 사황자가 그의 타고난 마나량과 싱크로율, 뛰어난 마장기 전투 기술을 아까워했기 때문이었다.
루이스 황자와 마키아스는 사관학교 동기였고, 마키아스는 9살에 입학하자마자 폰급 마장기에 탔으며, 졸업했을 땐 룩급 마장기에 탔다.
그리고 24살에 가디언 제국 최연소 대령이 됐고, 20살에 벌써 룩급 오리지널 마장기에 탈 정도로 천재였다.
‘제길, 그렇게 조심하라고 말씀드렸건만······.’
마키아스 소령은 이를 악물었다.
자기 아버지는 세무관으로 지방이나 영지에서 올라오는 세금을 관리하는 사람이었고, 반란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내무대신이었고, 삼촌은 황궁 경비대장이었으며 사촌 누이는 황태자비였다. 그 외에 알브레 가문의 친인척이 황궁의 주요 요직을 차지하고 있었기에 가문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듯했다.
하지만 자기가 있던 군대에서는 아니었다.
루이스 사황자는 군 지휘부와 마장기 기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고, 자신이 있는 서부 전선에서도 황태자보다 루이스 사황자를 더 인정하고 인기가 있었다.
그랬기에 화를 당하기 전에 은퇴하고 지방으로 내려가라고 아버지께 조언했다.
하지만 1년, 2년 계속 미루더니 결국, 이 사달이 났다.
그때 지방으로 갔으면 최소한 교수형은 면했을 것이다.
‘이제 내 인생도 여기까지군.’
가문은 숙청됐고, 자신은 겨우 목숨을 구했지만, 제국의 오지도 아니고 아예 대수림으로 왔다.
게다가 이곳은 전진 기지도 아니고, 이름 모를 발굴지였다.
사실 이곳에 도착하기 전까진 이런 발굴지가 있는지도 몰랐다.
그러니 이제 다시 제국으로 돌아가긴 틀렸고, 대수림을 전전하다가 인생은 끝날 것이다.
“하아! 저 비아냥만 없어도 살만할 텐데······.”
가장 괴로운 것은 함께 근무하는 기사들의 계속되는 인신공격이었다.
그것도 자신은 하지도 않은 반역 죄 때문에…
마키아스 소령은 주변을 순찰하고 왔지만, 일행들은 아직도 자신의 욕을 하고 있었기에 합류하지 못하고, 입구에 서 있었다.
콰쾅! 콰아아앙!
“이게 무슨 소리야?”
“어서 마장기에 타라!”
기사들이 마장기에 올라탔다.
마키아스도 서둘러 기사들 옆으로 이동했다.
[동굴 입구 쪽이다!] [서둘러라!]다섯 기의 마장기가 곧바로 반대편으로 향했다.
이 입구는 작업자와 마장기가 발굴지 입구로 쉽게 진입하기 위해 뚫어 놓은 동굴이었다.
지휘관인 샤크 중령이 어두컴컴한 동굴을 향해 불빛을 비췄다.
[대체 무슨 일이지?] [입구에 마장기가 30대나 있는데 무슨 일이 있겠습니까.] [혹시! 아베르크 제국 놈들이 쳐들어온 거 아냐?] [에이, 저놈들의 발굴지와 전진 기지 입구는 다크엘프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놈들의 은신술은 믿을 만하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마도 동굴 한쪽이 무너지는 소리였을 겁니다. 곧 작업반이 출동하겠죠.] [그렇겠지.]다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샤크 중령과 기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뭔가 온다!]마키아스 소령이 소리쳤다.
그러자 마장기들이 일제히 무기를 뽑아 들었다.
마키아스가 재수 없는 인간이긴 하지만 실력은 최고였기에 그의 말을 무시할 순 없었다.
그리고!
기이잉! 쿵! 쿵! 쿵!
[기, 기간트다!]동굴에서 오리지널 나이트급 기간트 한 기와 네 기의 기간트가 달려왔다.
[공격해라!] [막아라!]***
우린 괴조인형을 타고 저들의 발굴지 상공에 도착했다.
폭우가 쏟아진다.
하늘이 날 돕는 건가?
이 정도 폭우면 밤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마나를 눈으로 뿜어냈다.
‘안드레아스, 우리 원정대의 전멸을 완전히 기정사실로 했네.’
발굴지를 지키는 병력이 많진 않았다.
하긴 그 정도 괴수 군단이 공격했다면, 개미 새끼 하나 살아남지 못한 것이 정상이겠지.
놈이 얼마나 치밀했냐면, 우리 측 진영으로는 척후병이나 감시병을 전혀 보내지 않았다. 오로지 채굴 작업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윌리엄 사령관도 방심한 것이다.
‘마장기 7대라······.’
발굴지 입구 주변을 순찰하는 마장기들이 보였다.
가벼운 준비 운동으론 적절했다.
근처에 괴조인형을 착륙시켰다.
그리고 인형의 집을 열었다.
쿠쿵!
드라우켄이 무려 6대의 기간트를 등에 올리고, 양 앞발 겨드랑이에 기간트를 2대씩 끼고 모습을 드러냈다.
총 10대의 기간트를 한 번에 꺼낼 수 있는 드라우켄!
전투 외에도 쓸모가 많은 녀석이다.
“모두 기간트에 올라타라!”
척! 처처척!
내 꼭두각시들이 기간트에 올라탔다.
“타일러님, 저도 출전을 허락해 주세요.”
에테나가 간절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녀도 이젠 나설 때가 됐다.
킹콩인형이 나이트급 오리지널 기간트 로렐라이와 내 나이트급 오리지널 마장기를 꺼냈다.
전에 내가 탔던 비숍급 오리지널 기간트는 가디언 제국에 알려졌을 수도 있으니, 아직 저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오리지널 마장기를 꺼낸 것이다.
“에테나, 조심해!”
“네!”
에테나가 날 향해 경례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지금 의욕이 너무 앞서 있어 살짝 걱정됐다.
이번 전투엔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됐지만, 그녀는 기사로 기간트에 타고 나와 함께 싸우고 싶어 했다.
괴수인형들은 다시 인형의 집에 넣었다.
드라우켄이나 괴조인형은 기간트나 마장기를 공격하면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것이 많았기에 내보내지 않았다.
이건 마장기를 챙길 기회였으니까.
[모두 가자!] [가자!]나를 빼고 모두 첫 집단 전투였다.
에테나도 10명의 꼭두각시도.
곧 비를 피해 거신목 아래에 모여 있는 7대의 마장기를 발견했다.
해치를 열고 담배를 피우는 놈도 있었고, 아예 마장기 밑에 앉아서 비를 피하는 놈도 있었다.
난 에테나를 보고 끝쪽에 경계를 서는 마장기를 가리켰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옆쪽으로 은밀히 이동했다.
이번 싸움은 에테나와 꼭두각시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그녀가 잘할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난 뒤에서 꼭두각시들을 조종했다.
쏴아아아아!
기이잉! 쿠쿠쿵!
에테나의 나이트급 기간트 로렐라이가 빗속을 뚫고 달렸다.
[응?]끝에 있던 마장기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마장기가 검을 들어 보지만 이미 늦었다.
쉐엑! 콰앙!
로렐라이의 단검이 나이트급 마장기의 안면을 뚫었다.
마장기는 시야를 잃었다.
하지만 로렐라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로렐라이는 몸을 숙이며 검을 피하곤 곧바로 해치를 향해 검을 찔렀다.
콰앙!
하나가 당하자, 그제야 옆에 있던 기사가 소리쳤다.
[저, 적이다!]마장기들이 무기를 뽑았고, 내 꼭두각시들이 조종하는 기간트들이 달려들었다.
챙! 채채챙!
콰앙! 쿠웅!
“크악!”
[이 비겁한 아베르크 놈들!] [놈들을 죽여라!]마장기 기사들이 싸우면서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내 꼭두각시들은 말을 하지 못했기에 조용했다.
[크윽! 적들이 너무 많다!] [알리바 대위! 본대에 알려라!] [네!]나이트급 마장기 한 대가 전장을 빠져나가려 했다.
‘너희가 막아!’
하지만 아직 투입하지 않은 2대의 비숍급 기간트를 움직여 막았다.
그리고 두 기간트가 협공해 순식간에 적 마장기를 제압했다.
쿠웅!
다른 마장기들도 오래 버티지 못했다.
[크악!] [비겁한 새끼들······!]‘비겁? 지금 내게 비겁하다는 건가?’
난 지금 아주 정정당당하게 싸우고 있는 거다.
괴수인형도 쓰지 않았으니까!
쿠웅!
마지막으로 비숍급 마장기가 힘없이 쓰러졌다.
자기보다 큰 마장기를 쓰러트린 에테나의 기간트가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휴우! 실전은 조금 어렵네요.] [처음치고는 너무 잘했어!]에테나가 탄 로렐라이는 한 손에 검을 다른 손엔 단검을 들었다.
그녀는 두 개의 무기를 사용하길 원했고, 또 능숙하게 사용했다.
‘저 정도면 비숍급 오리지널 기간트에 타도되겠어!’
로렐라이의 움직임이 매우 매끄럽고, 공격할 때는 매처럼 빠르고 날카로웠다.
[자! 주변을 정리해!]괴수인형을 다시 꺼내 주변을 정리했다.
그렇게 1기의 멀쩡한 마장기와 부서진 6기의 마장기를 손에 넣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일뿐이었다.
우린 그 길로 저들의 발굴지 입구로 향했다.
***
난 마나를 뿜어내며 저들의 병력 규모를 살폈다.
생각보다 적은 33기의 마장기가 동굴 입구 진지에 주둔하고 있었다.
보초를 서고 순찰하는 마장기는 총 18대. 그중에 한 대는 비숍급 오리지널 마장기였다.
그리고 나머지 15대는 동굴 입구와 동쪽 진영에 세워져 있었다.
병력은 300명 정도로 크게 신경 쓸 수준은 아니었다.
이 정도 병력 규모면 계획을 수정해야겠다.
처음 계획은 저들의 발굴 현장을 타격하고 빠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이곳의 적들을 모두 처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오호! 거신 갑옷이 있네!’
감사하게도 2개나.
두 대의 마차에 꼭꼭 숨겨 뒀지만 내 눈을 속일 순 없었다.
아마도 다음 보급팀이 올 때, 그들에게 딸려 보내겠지.
가디언 제국은 우리처럼 하수도가 아닌 메인 도로를 뚫고 황궁으로 접근하고 있었기에 거신 갑옷을 발견할 확률은 우리보다 훨씬 높은 편이었다.
저 2개의 거신 갑옷도 운 좋게 발견했겠지만, 이제 내 것이었다.
길게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모두 쓸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