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13)
113. 거인 갑옷.
마키아스에게 운명의 실을 연결하고, 텐트에서 쉴 수 있게 배려해 줬다.
사흘 정도 굶겼더니, 식사도 잘하고 피곤했는지 잠이 들었다.
“어때?”
“확실히 거짓 맹세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루이스 황자를 말할 때 싫은 내색이 분명했습니다.”
“하긴, 나 같아도 아버지와 가문의 사내들을 다 죽이고 계급까지 강등시켰는데, 목숨을 살려줬다고 고마워하진 않을 것 같네.”
“그런데 이런 연극은 왜 하신 겁니까?”
“마키아스의 상황이야 전향할 만하지만, 평생을 가디언 제국에 살던 사람이잖아.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으로 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게다가 난 그가 평생을 싸운 아베르크 제국의 귀족이고. 하지만 이곳에 생명의 은인이 한 명쯤 있으면 어색하고 공허한 마음도 덜하지 않겠어?”
이제야 뭔가 이해가 되는지 에테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키아스는 에테나가 자기 목숨을 구했다고 생각할 거고, 에테나를 많이 의지할 거야.”
“그럼 제가 옆에서 영주님 칭찬을 하면 되나요?”
“하하!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돼. 평소와 똑같이 대하면 된다.”
에테나가 피식 웃었다.
“맞아요. 타일러 영주님과 함께 있다 보면, 누구나 영주님의 매력에 빠져들 겁니다. 그리고 부하들을 많이 위해주시잖아요.”
나도 피식 웃었다.
마키아스와 대화 전에 에테나와 말을 맞췄다.
에테나는 사람 표정이나 몸짓을 보고 감정과 진실, 거짓을 알아보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었다.
이번에도 그 능력을 조금 이용했다.
그리고 전향할 의지가 확실히 보이면 은혜를 입히라는 말도 해줬다.
이건 일종의 보험 같은 거다.
물론 내 자동인형으로 만들면 배신이나 변절할 리가 없다.
신체 능력이나 마나도 그대로 남아 있다.
하지만 마키아스의 탁월한 전투 센스는 다시 찾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건 신체 능력이라고 보기보단 그의 감각이나 깨달음이니까.
그리고 내 기사회생 성공률은 90%.
만에 하나 10%의 실패에 걸리면 얼마나 아깝겠는가.
난 인재가 필요했다.
난 조금 전에 차원 마법진이 있는 회당에 가봤다.
하지만 아무런 흔적이 없었다.
아무래도 암 드로운과 알리스 엘가 마법사는 다른 차원에서 돌아오지 않은 것 같았다.
일찍 오거나 늦게 오거나 돌아오면 회당에 흔적을 남기라고 했다. 하지만 전과 다름없었다.
순간 차원 마법진을 이용해 암 드로운과 마법사를 찾으러 가야 하나 고민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곳에 할 일이 있었다.
당장 비밀 임무도 그렇고, 곧 벌어진 전쟁까지.
이건 아베르크 제국의 전쟁이지만, 내 전쟁이기도 했다.
저들의 침략을 막고 빅엿을 먹일 때까진.
그저 내 거신인형인 암 드로운이 무사하길 빌었다.
***
난 이데아 제국의 황궁으로 향했다.
이곳에 오래 머물 순 없었다.
작업 상황도 확인하고,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아이템도 찾고.
이게 진짜 마지막 파밍이었다.
“충! 어서 오십시오.”
기사의 안내를 받아 황궁 입구까지 이동했다.
“와! 이건 뭐라 표현할 말이 없군.”
“저도 볼 때마다 놀라곤 합니다.”
“안내해줘서 고맙네. 이제부턴 내가 천천히 둘러보지.”
“아직 불안전한 곳이 많습니다. 조심하시길.”
난 거대한 황궁을 다시 쳐다봤다.
눈앞에 에베레스트산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높다란 성벽과 뾰족한 첨탑이 벽에 박혀 있는 느낌이었다.
한 방향으로 황궁을 뚫고 들어가기 힘들었는지, 성벽 위쪽으로도 발굴 작업이 진행 중이고, 첨탑의 입구나 창문으로도 진입한 흔적이 많았다. 말이 창문이지 인간이 보기엔 커다란 통로니까.
한쪽으로 이동해 눈에 마나를 뿜어냈다.
시안 황자의 예측대로 아직 발굴하지 않은 거신 갑옷이 눈에 들어왔다. 금속 갑옷에도 미량의 마석이 포함되어 있었기에 살짝 반짝이긴 했지만, 괴수 부산물로 만든 갑옷은 확실히 반짝임이 컸다.
여기선 더 챙길 것이 없겠어.
작업에 동원된 인력만 수백 명이 넘고, 작업용 기간트와 발굴 장비가 수십 대가 넘었다.
그래서 황궁을 나와 들어왔던 곳으로 다시 나갔다.
내성의 정원이었던 곳을 지나 외성문까지 나왔다.
거신의 황궁이었던 만큼 그 크기가 상상을 초월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하수도.
내 파밍은 역시 이곳부터 시작이었다.
난 메인 하수도부터 자세히 살폈다.
‘아무래도 이쪽은 귀족 저택 구역은 아닌 거 같아.’
외성 부근이라 귀족 저택이 많을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좁은 하수도로 천천히 이동했다.
워낙 거미줄같이 연결된 곳이라 길을 잃을 수도 있었기에 군데군데 마석 조각을 뿌리며 이동했다.
돌아올 때 주우면 되니까.
또 안전한 파밍을 위해 거신 마력 반지도 내가 차고 있었다.
마나가 많아야 계속 마나를 눈으로 뿜어낼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찾아 헤맬 때였다.
‘오! 뭔가 있다!’
역시 두드리면 열리고, 찾으면 찾을 것이라!
그것도 상당히 밝은 빛이었다.
난 괴수인형들의 도움을 받아 하수도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발견했다.
거신 작업 공방을!
넓은 공방엔 작업했던 흔적이 있었다.
거대한 공구도 있었고, 부서지고, 미처 완성되지 못한 거신 갑옷도 있었고, 각종 거신 무기도 있었다.
아쉽게도 마법진이 새겨진 상태는 아니었기에 쓸모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곳은 1차로 갑옷이나 무기를 만들고, 마법진은 다른 곳에서 새기는 것 같았다.
하지만 밑에서 봤을 때 분명 마나가 반짝였으니, 뭔가 있는 건 분명했다.
다시 마나를 눈에 보내고 반짝이는 빛을 따라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그리고!
“허! 이건 너무 크잖아!”
높이가 25미터나 되는 거대 거신 갑옷과 장비들이 세워져 있었다.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긴 했지만, 내부에 마법진도 새겨져 있었고 괴수 부산물로 만들었기에 거신 갑옷은 분명했다.
그러니까 거신들 사이에도 거인이 있었나?
거대한 갑옷과 장갑엔 날카로운 것에 긁힌 흔적도 있었고, 이빨에 물린 자국도 있었다.
이건 격렬하게 괴수와 싸운 흔적이었고, 이곳 대장간에서 1차로 갑옷을 수리하려 했던 것 같았다.
그러다 화산이 터졌고.
이건 나중에 알리사 엘가에게 물어봐야겠다.
그 거신 마법사는 그 시대 사람이니, 뭔가 알고 있을 것이다.
‘이 거대한 갑옷을 기간트로 만들 수 있을까?’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곳곳에 구멍이 뚫려 마법진이 훼손되긴 했지만, 다른 오리지널 기간트와 비교하며 작업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정 힘들다면 수도에서 유학 중인 우리 천재 앨리슨에게 부탁해도 되고.
물론 제작하는 데만 엄청난 괴수 부산물과 마석이 들어갈 거고, 이걸 움직이기 위해선 상당한 숫자의 마석 배터리가 필요하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걸 조종하려면 엄청난 마나량을 보유한 기사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 정도 많은 마나를 가진 기사가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니 힘들게 만들어 봤자, 사용할 수 없었다.
그때 강렬한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잠깐! 암 드로운이라면······.’
이건 시도할 만해!
일단 챙기자!
난 드라우켄을 꺼내, 거대 거신 갑옷을 인형의 집에 넣었다.
그리고 베이스캠프로 돌아갔다.
***
이데아 제국 수도 황궁에서 거신 갑옷 5개를 추가로 발굴했다.
난 그렇게 40개의 거신 갑옷과 장비를 내 인형의 집에 챙겼다. 함께 발견된 무기도.
내가 거신 갑옷을 감쪽같이 수납한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시안 황자와 발굴 작업 책임자인 파이컬 대령, 외부 경비 책임자인 로제 중령뿐이었다.
하지만 괴수인형은 보여주지 않았다.
나 혼자 있을 때 작업했으니까.
그들은 내가 고대 거신들의 마법을 사용했거나 전설로만 내려오는 아공간 가방이라도 가지고 있다고 추측하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있는지는 나도 모르지만, 마법 반지가 있고 차원 마법진이 있는걸 보면, 그런 마법 아이템이 있을 수도 있다.
“에테나는 마키아스와 난민 기지로 가서 드워프들과 오크들을 데리고 영지로 가서 기다려! 일을 마치면 그쪽으로 갈 테니까.”
“정말 혼자 괜찮으시겠어요?”
“혼자?”
“아니, 제가 옆에서 도와드려야 하는데······.”
에테나는 입술을 내밀고 있는 것이 나와 같이 가고 싶은가보다.
나는 슬쩍 마키아스를 가리켰다.
내게 충성을 맹세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100% 믿을 순 없었다.
그제야 에테나도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혼자 간다고 하자, 마키아스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무런 장비도 없이 그냥 맨몸으로 대수림으로 가신다는 말씀입니까?”
난 마키아스를 피식 보며 웃어줬다.
“나와 함께 있다 보면, 종종 불가능한 일을 목격하게 될 거야.”
난 대수림으로 향했다.
그리고 괴조인형을 타고 곧장 난민 기지로 날아갔다.
비밀 임무도 임무지만, 나도 전쟁을 준비해야 했으니까.
***
[난민 전진 기지]“오오! 타일러가 왔다!”
“타일러여! 어서 오게!”
라스칼과 드워프들이 날 반갑게 맞이했다.
그들의 가족과 친지, 동족을 구했으니, 내가 얼마나 이뻐 보일까?
헬카인족 족장인 하버가 소리쳤다.
“타일러여! 비공정에 대포 장착이 끝났다! 그리고 우리가 매일 같이 훈련하고 있다.”
펑! 퍼퍼펑!
헬카인족 드워프 포병대가 나를 위해 비공정에서 대포를 쏘는 시범을 보여줬다.
비공정 한 척에 총 12개의 대포를 장착했기에 하늘에선 우리가 유리했다.
“좋아! 아주 좋아!”
“쿠오크! 타일러여! 오크도 준비됐다!”
“쿠오크! 쿠오크!”
쿵쿵쿵쿵!
오크 족장 쿠훌린이 오크 해병대 100명을 이끌고 왔다.
2미터의 오크가 3미터의 강습 갑옷을 입고 있었다.
갑옷보다는 기간트에 가까운 모양이었다.
실제로 드워프가 작은 기간트처럼 설계했다고 했다.
“오! 갑옷 멋진데!”
“쿠오크! 드워프 형제들이 만들어줬다!”
그들은 모두 비행석이 함유된 갑옷을 입고 있었다.
3미터로 커진 이유는 방어력을 강화하기 위해 장갑을 두껍게 만들고 강도를 높이다 보니, 지금의 모양이 됐다고 했다.
이 갑옷은 괴수 부산물로 만들어져 있었고, 원래 갑옷 무게가 1톤에 육박했다.
하지만 비행석을 함유해 최대한 무게를 줄여 현재는 50kg까지 낮췄다.
사실 50kg도 엄청나게 무거운 편이었지만, 오크들의 힘과 근력으론 충분히 감당할 만했다.
물론 인간이 입기는 불가능했지만.
“쿠오크! 타일러여! 강습 시범 보이겠다.”
“아니! 그건 나중에. 지금은 내가 급하게 할 일이 있어. 에테나가 오면 함께 영지로 가서 준비하고 있어. 곧 활약할 날이 올 거야.”
“쿠오크! 알았다! 오크 이제 강하다!”
“쿠오크! 쿠오크!”
오크들의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듯했다.
나도 어서 그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난 우선 드워프 비공정 다섯 대를 모두 인형의 집에 넣었다.
이 큰 비공정을 장벽 밖으로 가져갈 수 있는 것은 나밖에 없었기에 내가 와야 했다.
그리고.
“호르갈이여! 카자론이여! 추가로 비공정을 더 만들어야 한다.”
“몇 대나 필요한가? 타일러여!”
“숫자보단 괴수 부산물을 이용해 아주 단단하고 큰 비공정을 만들어 줘야 한다. 시간은 오래 걸려도 상관없다.”
“타일러여! 하지만 비행석이 아주 많이 필요할 거다! 괴수 부산물은 매우 무거우니까.”
“그건 걱정하지 마. 아주 많이 구해왔으니까.”
난 이번엔 확보한 비행석 절반을 두 족장에게 맡겼다.
스바르족은 재료를 만들거나 금속 제련을 매우 잘하는 종족이었고, 스켈야스족은 기간트를 만들 정도로 손재주가 좋은 드워프들이었다.
두 드워프 일족이 힘을 합치면 정말 크고 단단한 비공정이 나올 것이다.
난 내가 원하는 비공정의 모양과 크기를 두 족장에게 설명해줬다. 이 거대 비공정은 이곳 난민 기지에서 비밀스럽게 만들 계획이었다.
그리고 관문 장벽으로 향했다.
***
괴조인형을 타고 하늘로 날아간다.
괴조가 빠르긴 하지만, 대수림을 넘고 제국의 반을 날아가는 것은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
그리고 나도 피곤했기에 중간중간 잠도 자고 휴식을 취해야 했고.
수도 외곽에 도착하자마자, 황궁이 아닌 정보국 지부부터 찾았다.
할데가르 정보국 본부에 먼저 들렸는데, 정보국장이 이곳 수도에 있다고 했다.
그를 먼저 만나보고 함께 황제를 알현할 생각이었다.
“충! 오랜만에 뵙습니다.”
“어서 오게 타일러 지부장.”
오랜만에 본 찰스 정보국장의 얼굴은 상당히 핼쑥해졌고, 그의 배 역시 쏙 들어갔다.
아리칸 공국과 협상에서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원정군 소식은 나도 들었네. 그런 일이 있었다니, 정말 피가 거꾸로 솟는군.”
“이미 일은 벌어졌고, 앞일이 문제가 아닙니까.”
“그렇겠지. 그런데 상황이 좋지 않아.”
“마르틴 대공과 협상이 잘 안 되었습니까?”
“협상은 잘 끝났네. 이제 우리도 공식적으로 아리칸 왕국이라 불러야 하고 마르틴 국왕이라 해야 하네. 그리고 아리칸은 우리와 동맹을 맺었고, 함께 가디언 제국에 대항하기로 했네.
“그럼 뭐가 문제입니까?”
“아리칸 왕국 서쪽 국경을 탈로스 왕국과 글론 왕국 연합군이 침공했네.”
“네?”
순간 어이가 없었다.
그들도 협력하는 엘프 종족이 있었고, 이번에 비행석을 많이 채취했으니, 비공정을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비공정을 만든 기간이 길어야 3, 4개월 정도였다.
그런데 벌써 국경을 넘었기에 어이가 없었다.
아마도 압도적인 병력 차로 그냥 밀어붙이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아베르크 제국은 가디언 제국 때문에 병력을 움직이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고.
하나도 아닌 두 왕국의 연합군이었기에 아리칸 왕국이 막아내긴 어려워 보였다.
만약 아리칸 왕국이 밀린다면, 우린 좌우에서 적을 맞게 되는 것이다.
‘이것도 안드레아스의 계략인 걸까?’
크게 한번 당하자, 의심부터 들었다.
“일단 저와 황제 폐하부터 알현하시죠.”
“이미 황제 폐하께도 원정대 일은 보고가 들어갔네. 비행석도 이미 할데가르 공방으로 향하고 있고.”
“전 다른 일 때문에 왔습니다.”
“다른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