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15)
115. 발레리온 영지.
윌리엄 사령관의 표정은 심각해 보였다.
“장벽을 넘어오자마자, 사직서를 낸 기사가 다섯이나 있네. 모두 자네 밑에 있던 선발대 기사들이네. 그 때문에 다른 기사들도 동요하고 있어.”
‘그 녀석들이 사고 쳤네······.’
내가 군대를 그만두면 내 영지로 오겠다고 하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그만둘 줄은 몰랐다.
“지금 우리 북부군은 기사 한 명이 아쉬울 때야. 그런데 실력 있는 기사가 다섯이나 빠지는 것은 큰 공백이네.”
“그만두지 말라고 해도 제 말을 듣겠습니까?”
“자네 말이면, 죽는시늉이라도 하는 기사들이 아닌가.”
“죄송합니다만 그들에게 그만두라고 강요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들 스스로 판단이고, 제 영지로 온다면 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겁니다.”
“뭐?”
윌리엄 사령관이 날 노려봤다.
“그렇게 나온다면, 전시엔 상관의 재량으로 제대를 금지할 수 있네. 그리고 지금이 그 전시 상황이고.”
“그렇게 하십시오. 사령관님 재량인 걸 제가 어떻게 하겠습니다. 다만 가디언 제국과 전쟁에서 제 도움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자네 왜 이렇게 변했나?”
“제가 변한 건 없습니다.”
사람은 그대로지만 관계가 변한 거지.
난 이제 군인 신분이 아니니까.
“앞으로 대수림에 있는 영지를 어떻게 오가려고 하는 건가?”
“지금 절 협박하시는 겁니까?”
“협박이 아니라, 그냥 그럴 수도 있다는 거지.”
“마음대로 하십시오. 저도 정보국으로 보내는 모든 정보를 끊겠습니다.”
“어허! 왜 이렇게 감정적으로 하는 건가.”
“지금 감정적이신 것은 사령님이십니다.”
윌리엄 사령관이 고개를 흔들었다.
“말로는 못 당하겠어.”
“전에 제게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전 밑에 두기보단 동업자가 어울린다고. 지금도 그 조건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전 이제 한 영지의 영주고, 제국의 백작입니다. 그러니 그것에 맞춰 대우해 주시면 우리 관계는 지금처럼 계속 유지할 겁니다.”
“그럼 기사들은?”
“기사들이 제 영지로 온다고 해도 제가 전장으로 가면 당연히 따라올 겁니다. 그때를 생각해서 좋게 보내주는 것도 미덕이 아니겠습니까. 솔직히 그들이 이번 원정군의 선발대로 많은 활약을 했으니, 오히려 포상을 두둑이 줘서 보내는 것이 북부군 사기에도 좋을 겁니다.”
윌리엄 사령관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래저래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군.”
“인생이 원래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옆에 있던 엠버 대령이 다가와 말했다.
“열차가 곧 출발합니다.”
“알았네.”
윌리엄 사령관이 날 빤히 쳐다봤다.
“내 다시 연락하겠소. 다음에 봅시다. 타일러 경.”
“살펴 가십시오. 사령관님.”
윌리엄과 엠버 대령은 열차에 올라탔다.
두 사람은 수도로 향하고, 우리가 탈 열차가 도착했다.
‘드디어 내 영지로 가는구나!’
살짝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지금까지 계속 금화만 들어가고, 내 영지가 있다는 말만 들었지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니까.
궁금증과 기대감을 안고 드워프들과 열차에 올라탔다.
***
열차는 달린다.
산과 숲을 지나고, 강을 건너고, 골짜기 위를 아슬아슬하게 지난다.
그렇게 이틀을 달리자, 너른 들판이 보였다.
“와! 꼭 우리 고향 같네!”
“그러게 저기 황금색 들판을 봐!”
“오오!”
글러드 왕자와 드워프들은 잔뜩 신이나 있었다.
그동안 감옥 아닌 감옥에서 생활해야 했으니 얼마나 답답했겠는가.
이제 마음 놓고 거리를 활보하고,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겠지.
내가 영주니까.
‘그러게 정말 황금빛이네.’
나도 창밖을 한참 넋 놓고 보았다.
지금, 눈앞에 모든 곳이 내 영지였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자, 집들이 많아지고, 열차는 도심지로 들어섰다.
이곳은 영지에서 가장 큰 도시인 발레리온.
영지 이름과 도시 이름이 같다.
덜컹! 끼이이익!
치이익!
열차가 서고, 우린 플랫폼에 내렸다.
그리고 눈앞에 반가운 얼굴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타일러 빈스 영주님.”
“반갑네. 프레디 준장, 아니지 이제 뭐라고 불러야지?”
프레디가 피식 웃었다.
프레디는 내게 깎듯이 존댓말을 했다.
역시 돈의 위력인가!
“그냥 프레디 시장이라고 불러 주십시오.”
“시장? 난 그런 직책을 내린 적이 없는데?”
“어쩔 수 없었습니다. 영주께서 안 계시니, 누가 제 말을 따르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스스로 발레리온 시의 시장으로 취임했습니다.”
“뭐, 잘했군. 그런데 마중 나온 사람은 그대 혼자인가?”
프레디 시장이 갑자기 날 노려봤다.
“지금, 이 영지에 일거리가 얼마나 많은 줄 아십니까? 누구 때문에 일꾼 한 명, 병사 한 명의 손도 절실합니다. 영주께서도 어서 일을 시작하셔야죠.”
프레디가 까칠하게 나왔다.
하긴 그동안 나 없이 3년을 영주 대리로 영지를 관리했으니, 스트레스가 많을 것이다.
나와 드워프들은 프레디 시장의 안내를 받아 이동했다.
그런데 가는 곳마다 길이 잘 깔려있었고, 건물이 반듯했다.
그리고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과 드워프들도 보였다.
‘아! 내가 드워프 난민을 거의 2천 명이나 이곳으로 보냈지.’
그게 벌써 2년이 다 됐다.
시간 참 빠르군.
프레디 시장이 말했다.
“이곳이 신시가지입니다. 보다시피 거리와 집들은 드워프들의 도움으로 정비가 거의 끝났습니다. 상하수도를 만드는 것도 드워프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아까 열차역 주변하고는 분위기가 다르군.”
“그곳은 이미 오래된 구시가지입니다. 영지민들도 지금은 이곳 신시가지를 더 좋아합니다. 걷기 좋거든요.”
깔끔한 거리.
곳곳에 작은 광장과 공원도 마음에 들었다.
수도나 할데가르처럼 규모가 크진 않지만, 아기자기하고 뭔가 예술적인 느낌도 들었다.
아마 곳곳에 있는 분수대에 조각상과 건물에 새겨진 고풍스러운 문양과 조각 때문일 것이다.
‘이거 관광 수익을 기대해봐도 되겠는데?’
계속 걷다 보니, 한창 짓고 이는 큰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엔 많은 사람과 드워프들이 일하고 있었다.
“여긴 뭐지?”
“영주관입니다. 집무실과 저택 건물을 동시에 짓고 있습니다. 원래 진작 완성돼야 했지만, 드워프들 거주 구역을 만든다고 계속 미뤄졌다가 얼마 전에 시작했습니다.”
프레디가 손을 들었다.
그러자, 안전모를 쓴 여자가 달려왔다.
“어서 오십시오. 영주님!”
“누구지?”
“제니퍼 부시장입니다.”
“부시장?”
“제 아내입니다. 관리 인력이 부족해 제가 고용했습니다.”
“하하! 고생하시오. 부시장.”
“아닙니다. 제 적성을 찾은 거 같아 일이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돈 받고 하는 일인데요.”
프레디 시장이 물었다.
“언제쯤 완공되겠소?”
“장비가 부족해. 시간이 좀 걸릴 듯싶은데요. 요청한 장비는 아직입니까?”
“영주님 들으셨죠. 작업용 기간트가 있으면 일이 훨씬 빨리 끝날 겁니다.”
“알았네. 바로 준비해주지.”
우린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부부가 시장, 부시장이라 가족끼리 다 해 먹는 거 아닌가?”
“저도 부시장을 자르고 싶습니다. 사사건건 요구하는 게 얼마나 많은지 아주 골치가 아픕니다.”
도착한 곳은 허허벌판이었다.
“여긴 아무것도 없는데?”
“영주께서 전에 말씀하셨던 곳입니다.”
“아! 기간트 공방.”
“여기도 진작 시작했어야 했는데, 드워프 거주 구역을 만든다고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난 글러드 왕자를 쳐다봤다.
그리고 이곳에 기간트 공방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타일러여! 여긴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
“그래 아무래도 공방을 쓰는 사람이 짓는 게 좋겠지.”
드워프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측량을 시작했다.
“프레디 시장, 이곳은 드워프들이 알아서 할 테니까. 자재나 잘 공급해 주게.”
“오! 희소식이네요.”
그때 케네스 영감이 나섰다.
“응? 내 저택이 안 보이는군.”
프레디가 대답했다.
“원래 이곳에 지을 예정이었지만, 역시나 시간이······.”
내가 케네스 영감을 달랬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드워프들에게 말해 전보다 더 크고, 좋게 지어드리겠습니다.”
“드워프들이 자주 방문하니까, 테라스하고 베란다가 넓었으면 좋겠군.”
“알겠습니다.”
난 글러드 왕자에게 케네스 영감의 요구사항을 추가해줬다.
“일단 케네스 공방장님과 드워프들의 숙소는 근처 여관에 마련해뒀습니다.”
“휴! 어쩌겠소. 집이 완성될 때까지 그곳에서 지내야지.”
다행히 케네스 영감은 이해해줬다.
여관 하나를 통째로 빌려 드워프들과 당분간 함께 사용하도록 했다.
“그리고 비행장도 하나 필요한데.”
“비행장이요?”
프레디가 영문 모를 표정을 지었다.
난 비공정에 대해서 알려줬다.
“허! 세상이 많이 변하겠군요.”
“그렇지. 이제 대비행 시대라고 할까.”
“비공정이 쉽게 접안할 수 있게 탑을 짓고 정박지를 만들어야겠군요.”
“잘 이해했군.”
“하아! 또 일거리가 늘었네요.”
“걱정하지 말게 이젠 내가 있으니까.”
프레디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제 시청으로 가시죠.”
“시청도 있어?”
“네, 임시로 만들었습니다.”
시청으로 가는데 구시가지 시장을 지나야 했다.
모퉁이에 과일 행상이 소리쳤다.
“어이! 시장님, 어디 가?”
“일하러!”
“이거 하나 먹고 가!”
휘익! 탁!
사과 하나를 귀신같이 받은 프레디.
“옆엔 누구야?”
“어! 우리 영지 영주님.”
“영주라고?”
행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
“헉!”
기겁하더니 나를 향해 바짝 엎드렸다.
“아이고 몰라뵈어 죄송합니다.”
“일어나게. 모른 건 죄가 아니지.”
상인을 일으켰다.
“나도 사과 하나 주게.”
“얼마든지 가져가십시오.”
난 사과를 하나 들어 깨물었다.
아작!
과즙이 입안에서 터졌다.
역시 사과는 맛있어.
대수림에서 제일 귀한 게 신선한 과일이었다.
“신선한 과일을 파는군. 자네 이름이 뭐지?”
“존 웨인입니다. 영주님.”
“잘 먹었네. 존.”
금화 하나를 내밀었다.
“거스름돈은 됐어.”
“금화를 주셨는데요?”
“괜찮아. 나는 좀 뽑아 먹어도 돼. 금화가 많으니까.”
“네?”
존은 멍한 표정을 지었고, 우린 시청으로 향했다.
[발레리온 시청]“이게 시청이라고?”
“네, 뭘 기대하셨습니까?”
구시가지 끝에 있는 허름한 2층 건물이었다.
“전에 영주가 살던 저택이나 쓰던 건물은 없어?”
“전 영주가 아주 개망나니라 영주 저택도 노름으로 날렸습니다. 지금 그 저택은 다른 사람 소유라 아무리 영주님이라도 어쩔 수 없습니다.”
“뭐, 덕분에 헐값에 영지를 넘겨받았으니,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내부로 들어가니 1층에 일하는 직원이 셋밖에 없었다.
다들 나를 한번 쳐다보곤 일에 집중했다.
하긴 내가 영주인지도 모르겠구나.
그리고 얼마나 일이 많은지, 시장을 봐도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실무 위주로 뽑았더니, 다들 일밖에 모릅니다. 시장실은 이쪽입니다.”
2층 끝방으로 들어갔다.
거기가 시장실이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래도 영주님이 오셨는데 제가 커피라도 한잔 타 오겠습니다.”
프레디 시장이 밖으로 나갔다.
말이 시장이지, 아무 권위 의식이나 권한도 별로 없어 보였다.
발로 뛰는 사장 느낌이다.
2층 창문 밖을 쳐다봤다.
한쪽은 구시가지 시장이었고, 다른 한쪽은 신시가지였다.
시청?은 그 중간에 있었다.
‘내가 사람은 잘 뽑았네.’
그동안 금화를 꾸준히 보낸 보람이 있었다.
골목이나 길가에 아이들이 뛰놀고, 드워프와 인간이 자연스레 어우러져 길을 걷는다.
뭔가 가슴이 꽉 찬 느낌이 들었다.
이제 이 모든 것이 내 영지고, 내 집이었다.
그리고 모두 내가 지켜야 할 소중한 일상이고, 지켜야 할 사람들이었다.
“자! 한잔 드십시오.”
프레디 시장이 커피를 타왔다.
“커피 한잔 타는데 왜 이렇게 늦어?”
“직원들 커피도 한 잔씩 타주느라고 늦었습니다.”
“허! 커피도 직접 타서 주나?”
“직원을 한번 시켜봤는데, 더럽게 못 타지 뭡니까. 그다음부턴 제가 타서 한 잔씩 돌립니다.”
프레디 시장이 건넨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오! 커피믹스 그 맛이네.
추억의 맛에 살짝 놀랐다.
커피는 역시 설탕이지.
“내 커피도 앞으로 시장이 타게.”
“네.”
“그런데 여기 건물이 너무 낡았어. 시청도 하나 만들어야겠는데?”
“그런 건 나중에 해도 됩니다. 그보다 영지 병사와 기간트가 더 시급합니다.”
“기간트는 왜?”
“서쪽 베르가니 영지 때문입니다.”
“응?”
“영주가 바뀌었단 소문이 들리자마자, 기간트를 앞세워 강제로 서쪽 3개 마을을 점거하고, 그 일대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있습니다.”
“우겨? 서류가 없다는 소리네?”
“있긴 한데, 죄다 만들어진 시기가 의심스러운 것뿐입니다. 우리에게 영지를 넘긴 그 망나니 영주가 베르가니 영지에 의탁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그놈들이 내 영지를 무단 점거하고 있다는 말이네.”
“그렇습니다.”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하지만 얼굴은 차갑게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