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16)
116. 합의하에.
“베르가니 영지의 병력은 얼마나 되지?”
“기간트가 75기, 병력은 천명 정도 됩니다.”
“뭐? 중급 영지가 왜 이렇게 기간트가 많아?”
갑자기 프레디 시장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장인이 베닝 록체스터입니다.”
“록체스터? 그 록체스터 가문?”
“그렇습니다.”
하필 제국 북부에서 기간트를 생산하는 대영지를 가진 사람이 장인이라니!
“아무리 그래도 75기면 너무 많은 거 아냐?”
“기간트 3분의 2가 50년 전 구형 모델입니다.”
“구형?”
“베닝 록체스터 공작이 워낙 짠돌이라 신형은 자신들이 쓰고, 남아도는 옛날 기간트만 몰아 준 거 같습니다. 그리고 기간트 대부분이 폰급과 나이트급이고, 비숍급은 넷뿐입니다. 룩급 기간트는 아예 없고요. 그래도 기간트라 강제로 밀고 들어와서 어쩔 수 없이 마을과 그 일대를 내줬습니다. 저희는 기간트가 한 대도 없으니까요.”
“이런 중대한 사항을 왜 내게 알리지 않았나?”
“예?”
프레디 시장이 입을 살짝 벌리고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현타가 온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아! 나 담배 끊었지······.”
“담배를 끊었다고? 하루에 3갑씩 피우던 그대가?”
“네! 끊었습니다. 머리가 점점 퇴화하는 느낌이 들어서요.”
담배를 피우지 못하자, 프레디 시장이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그러니까······.”
“잠깐! 더 말하지 말게. 무슨 말인지 알았으니까.”
“전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다 안다니까.”
입맛이 쓰다.
난 대부분 대수림에 있었으니, 내게 소식을 알리려면 장벽 사령부밖에 없었을 것이다.
내가 정보국 소속이긴 하지만, 정보국은 대수림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을 전 정보국 지부장이었던 프레디가 모를 리가 없으니까.
‘좀 괘씸하긴 하네.’
십중팔구 윌리엄 사령관이 내게 알리지 않았겠지.
그때는 대수림에서 임무 중이었으니까.
중간에 내가 영지로 가겠다고 하면 곤란했을 것이다.
“에이! 내가 이래서 군대를 나온 거야. 사람보다 임무가 먼저니까.”
“갑자기 무슨 소립니까?”
“아니네.”
나중에 윌리엄 사령관을 만나면, 한 마디 해야겠다.
그리고 손해배상도 받아야지.
“아무튼, 놈들이 영지를 점거했지만, 저항하지 않았기에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대체 왜 우리 영지를 노리는 거지? 내가 알기론 베르가니 영지는 꽤 부유한 영지일 텐데?”
“저도 궁금해 좀 알아봤는데, 초창기엔 철도 사업을 해서 몇 대가 먹고 살 만큼 많은 금화를 벌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사업이 정체되자 여러 곳에 투자를 많이 했고, 큰 손해를 봤다고 들었습니다.”
정보국 출신답게 프레디가 그들의 상황을 잘 조사했다.
그들은 영지 대부분이 산악지대로 철광석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었고, 마석 산업혁명과 동시에 괴수 부산물과 기간트의 수송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자, 광산 사업과 철도의 근간이 되는 철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황실과 대영지에 강철 철로를 납품해 큰 부를 축적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미 수도와 헬다임, 각 대영지와 국경을 잇는 주요 철도 라인은 완성되었고, 철로 유지보수만으론 그렇게 큰 이익을 남길 순 없었다. 그러다 무리하게 투자를 했고 결과는 지금처럼 좋지 못했다.
“아니! 아무리 구형이라도 기간트가 그렇게 많으면 대수림으로 가서 괴수를 잡고 부산물로 돈을 벌면 되지. 왜 남의 땅을 노리는 거야?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군. 헬다임 장벽도 코 앞인데······.”
난 진짜 이해할 수 없었다.
놈들이 점거한 마을들은 우리 영지에서 밀 생산량이 가장 많은 곳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남의 영지의 밀 경작지를 공으로 먹겠다는 거다.
도둑놈들!
“그런데 저렇게 강제로 막 다른 영지를 점거해도 되는 거야?”
“아마도 분쟁 지역으로 만들려는 심산 같습니다.”
“분쟁 지역?”
“아베르크 제국은 기본적으로 영지전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아까운 기간트가 파괴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예외가 있는데, 바로 분쟁 지역입니다. 서로 영지가 겹치거나 지도가 정확지 않아서 실제 가보면, 애매한 지역이 있습니다. 그런 곳에 분쟁이 발생할 때, 서로 합의하에 영지전을 벌입니다.”
“그냥 막 싸우는 게 아니군.”
“물론입니다. 그리고 보통 영지전까진 가지 않고, 세력이 약한 쪽이 양보하고 끝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싸우면 더 큰 손해가 발생하거든요.”
프레디 시장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같은 경우는 영지를 양도받았지만, 전 영주가 아직 살아있기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겁니다. 나중에 문서를 조작해 만들거나 딴소리를 할 수 있거든요. 물론 법정으로 가면 결국, 우리가 100%이깁니다. 문제는 시간이······.”
“전엔 이런 문제를 몰랐나?”
“전 영주인 매드 파크 남작은 그럴 위인이 되지 못했거든요. 자식도 없었고요.”
“알만하군. 옆에서 누군가 살살 꾀었겠군.”
그 누군가는 분명 베르가니 가문일 테고.
난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딜 가십니까?”
“충분히 상황 파악했으니까, 영지전 합의하러 가야지.”
“네? 하지만 우린 기간트와 기사가 없지 않습니까?”
“기간트는 생길 거고, 기사들은 곧 올 거야.”
물론 나 혼자도 충분하지만.
난 그 길로 베르가니 영지를 찾았다.
***
“누구라고요?”
“발레리온 영지의 영주인 타일러 빈스 백작이네. 영주님을 뵙고 싶네.”
성문 경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성문 경비가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제대로 엿을 먹이는구먼!’
그러다 경비와 한 기사가 밖으로 나왔다.
“발레리온 영지의 영주시라고요?”
“그렇네. 자네 주군을 좀 만나게 해주게.”
“일단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기사는 날 영주 집무실로 데려갔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기사가 나가고.
역시나 한참 동안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 흔한 물 한잔 내오지 않았고.
피식 웃음이 나온다.
참으로 사람이란 간사한 동물이란 말이야.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면, 무시하고 무조건 깔아뭉개려고 한다.
지금처럼.
여기 귀족 놈들은 다 이런 식인가?
저녁 식사 시간이 다 돼서야 영주와 기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미안하오. 영지 업무가 바빠서. 그래, 발레리온 영지의 영주시라고요?”
“그렇습니다. 타일러 빈스 백작입니다.”
“내가 이곳 영주인 오웬 베르가니 백작이요. 그런데 여기까지 기사도 없이 혼자 오셨소?”
난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이 아직 기사들이 도착하지 않아서요.”
“아! 발레리온에 기사가 있긴 있군요.”
“물론입니다. 기간트를 다루는 기사들도 있습니다.”
오웬 베르가니 백작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내려왔다.
그는 이미 우리 영지에 대해 조사를 끝냈을 것이고, 기간트와 기사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베르가니 영지는 원정군에 참가하지도 않았고, 대수림에 전진 기지도 없었으니 나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듯 했다.
“그런데 여기까지 무슨 일이시오?”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영지에 있는 기간트와 병사들을 물려 주십시오.”
“그게 무슨 말씀이시오? 발레리온 영지에 우리 기간트가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타온 마을과 알레이 마을, 글레온 마을에 있는 병력을 물려 주십시오.”
오웬 베르가니 백작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타일러 백작, 경이 뭔가 잘 못 알고 계시오.”
“네?”
“방금 말씀하신 그 세 마을은 우리가 몇 년 전에 매드 파크 남작에게 구매한 지역이요. 금화도 이미 지급했고.”
“그럴 리가 없습니다. 제가 가진 문서엔 그 세 지역은 분명 매드 남작이 제게 남긴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허허! 지금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오?”
“그런 것이 아니라, 제가 가진 문서에 분명······.”
“어허! 나도 문서가 있다니까!”
오웬 백작이 인상을 찡그렸다.
나도 여기서 물러설 순 없었다.
“계속 이러시면 수도에 가서 정식으로 법무부에 문제를 제기할 겁니다.”
“뭐요?”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긴 뭐하지만, 전 황제 폐하와 대신들을 구하고 엠페러 프라임 훈장을 받았습니다. 수도에 제법 연줄이 많습니다.”
“아! 그래요. 그대의 활약은 나도 소문으로 들었소. 법적으로 하겠다면 그렇게 하시오. 나도 문서가 있으니까.”
“하지만 그 문서는 나중에 만들어진 겁니다. 분명 제 문서에는······.”
“나중에 만들었다는 증거가 어디 있소? 내 문서에도 분명 매드 남작의 인장이 찍혀있고, 날짜가 적혀 있소.”
“하지만 매드 남작의 인장은 이제 아무런 효력이 없습니다. 제가 가진 문서에 이미 제 영주 인장만 유효하다고 되어 있습니다.”
오웬 백작이 고개를 흔들었다.
“난 그런 거 모르겠고, 정 억울하면 그대 말대로 수도에 가서 법에 호소하시던가. 조사관 파견하고 변호사끼리 싸우다 보면 적어도 5년은 걸리겠지.”
“네?”
“이보시오. 타일러 백작. 제국의 법이 당신을 도와줄 거로 생각하시오.”
“그야 당연히······.”
“쯧쯧! 딱한 양반, 정말 모르겠소? 제국은 힘으로 움직이는 거요. 영지와 영지의 관계도 그렇고. 5년 후에 판결이 나왔다고 해도 발레리온의 다른 마을을 내게 팔았단 문서가 또 나온다면, 난 다른 마을을 점거하면 그만이요. 그럼 또 그 땅을 찾기 위해 5년은 걸리겠지.”
“어떻게 그런 짓을······.”
“서로 계속 피곤한 짓은 하지 맙시다. 그냥 그 세 마을과 주변 일대만 넘기는 거로 하고 마무리합시다. 나도 더는 욕심을 부리지 않겠소.”
“원래 제 것인 것을······.”
“어허! 계속 같은 말 하게 하지 말고.”
“하지만······.”
“자꾸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다음에 발레리온 시를 넘긴다는 문서가 나올지도 모르오. 도시가 파괴되고 피눈물을 흘려야 정신 차리겠소?”
이젠 대 놓고 협박한다.
사람이 이렇게 뻔뻔할 수도 있구나.
귀족이라 뻔뻔한 거겠지?
아무튼 협박은 충분히 들었다.
“그럼 저도 실력행사를 할 겁니다.”
“뭐요? 실력행사? 푸하하하!”
“하하하!”
영주와 기사들이 배를 잡고 웃는다.
“제 기사들이 오면,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가만있지 않으면? 영지전이라도 하려고요?”
오웬 백작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하겠습니다. 영지전!”
“응? 타일러 경, 영지전에 뭔지나 아시오?”
“싸우는 거 아닙니까. 제 땅을 지키려면, 저도 싸울 수밖에요.”
그 순간 오웬 백작의 눈빛이 반짝였다.
“휴우! 영지전을 원한다면 받아주겠소. 종이를 가져와라!”
오웬 백작이 직접 문서를 2부 작성했다.
그리고 내게 내밀었다.
“시작은 한 달 후요. 그쪽이 영지전에서 지면 깔끔하게 그 세 마을을 내놓으시오. 내가 지면 완전히 물러날 테니까. 한번 확인해 보고, 거기에 서명하고 인장을 찍으시오.”
난 문서를 다 읽고, 서명했다.
반지의 인장까지 찍었고.
한 장을 챙겼다.
“그럼 다음 달에 두고 봅시다.”
난 밖으로 나갔다.
***
“크하하하! 멍청한 녀석.”
오웬 백작은 큰 소리로 웃었다.
그러자 기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뭐가 그렇게 좋으십니까?”
“그럼 좋지, 안 좋겠느냐? 발레리온 영지의 곡창지대를 통째로 먹게 생겼는데!”
“네? 하지만 영지전에 이겨도 세 마을만 얻기로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랬지.”
“그럼 지금과 차이가 없지 않습니까?”
오웬 백작이 흐뭇하게 웃었다.
“마지막 줄에 영지전은 양쪽이 합의하에 끝낸다고 적혀 있거든.”
그래도 기사는 알아듣지 못했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쪽이 합의를 해주지 않으면, 영지전을 계속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난 발레리온 곡창지대를 다 점거할 때까지 합의할 생각이 없거든.”
“오! 대단하십니다.”
“와! 어떻게 그런 생각을!”
기사들이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때 한 기사가 말했다.
“저렇게 자신 있는 걸 보면, 테레니스 영지에 도움을 청하는 게 아닐까요? 그래도 빈스 가문의 장자가 아닙니까.”
“여기서 테레니스 영지가 어디라고. 아무리 빨리 온다고 해도 서너 달은 걸린다. 기간트를 가져와야 하는데 그게 쉽겠나? 그 시간이면 못 버티고 항복할걸. 그리고 이건 엄연히 두 영지의 영지전이다. 다른 영지가 끼어들면 오히려 유리하지. 여기서 보름 거리에 장인어른의 영지가 있지 않은가. 여차하면 도움을 청하면 된다.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기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웬 백작은 기분이 매우 좋았다.
“다들 잘 준비하게. 이번 일만 잘 끝나면 두둑한 포상을 약속하지.”
“네! 영주님!”
눈 앞에 펼쳐진 황금빛 들판이 손에 잡힐 듯 아른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