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17)
117. 영지 단합대회.
‘고맙게도 영지전을 끝내는 날짜가 없다니!’
게다가 마지막에 양측이 합의해서 끝낸다는 단서가 붙었다.
이렇게 고마울 때가!
내가 합의해주지 않으면 아무리 저놈들이 항복해도 영지전을 끝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었다.
그럼 이건 녀석들을 혼내주고 영지를 되찾는 게 아니라, 합법적으로 영지를 늘릴 기회가 아닌가!
‘아주 영혼까지 탈탈 털어주마!’
다 정보가 부족해서 저러는 거다.
내가 만만히 보였겠지.
대수림 원정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지금 함구령이 떨어졌기에 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을 거다.
내가 황제도 구하고 훈장도 받고 제국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지만, 기간트를 보여준 것은 이번 원정뿐이었으니까.
아쉽게도 이번 영지전에 비공정은 쓰지 못할 거 같다.
아직 비공정이 나올 시기가 아니니까.
물론 비공정이 없어도 상관은 없었지만.
난 그 길로 괴조인형을 타고 베르가니 영지의 지형을 자세히 살펴봤다.
그리고 영지로 돌아갔다.
***
“네? 한 달 후에 영지전이요?”
내가 준 문서를 읽은 프레디 시장은 목덜미를 잡았다.
“헉! 끝내는 날짜가 없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우리가 항복하면 끝난다는 조항도 없고요. 이거 크게 실수하셨습니다.”
난 피식 웃어줬다.
“왜? 우리가 질 것 같은가?”
“네!”
“기간트가 없어서?”
“기사도 없지 않습니까.”
“곧 온다니까.”
프레디 시장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영주께서 윌리엄 사령관이나 장벽 사령부와 친하다고 해도 도움을 청할 순 없습니다. 영지전은 외부 세력이 끼어들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대수림에 사냥팀을 파견하는 곳도 아니고. 하아!”
프레디 시장의 한숨이 깊다.
이해는 간다.
내 돈 버는 능력과 임무를 해결하는 능력은 알고 있지만, 기간트를 운용하는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을 테니까.
그리고 최근엔 영지에서 일만 하다 보니, 북부군이 원정군을 꾸리고 대수림에 갔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 비공정도 몰랐고.
역시 제국 내에도 정보원이 필요할 것 같다.
제일 좋은 건 정보국을 이용하는 건데······.
“아! 그래도 윌리엄 사령관께서 북부에 영향력이 크시니, 중재를 부탁할 순 있겠군요. 그나마 다행입니다.”
난 그냥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 병사들이 많이 넘어올 테니까. 그들이 주둔할 은밀한 장소를 준비해둬. 식량이나 생필품 같은 보급품도 준비해주고.”
“병사도 온다고요?”
“이계 난민 기지에서 드워프와 엘프, 오크 병사들이 꽤 올 거야.”
“알겠습니다. 병사는 많을수록 좋지요. 발레리온 도시 외곽에 작은 숲이 하나 있습니다. 그곳에 야영지를 만들어 놓겠습니다.”
***
며칠 후.
반가운 사람들이 영지로 온다고 연락이 왔다.
난 이른 아침부터 기차역에 마중 나갔다.
‘왜 이렇게 안 와? 무슨 일 생긴 건 아니겠지?’
그때 멀리서 열차가 보였다.
순간 가슴이 뛰었다.
연인을 만나는 것도 아닌데, 벌써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게 전우애인가?
끼이익! 치이익!
열차가 멈추고, 익숙한 얼굴들이 플랫폼에 내렸다.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반가워 달려가고 싶었지만, 최대한 무심한 표정을 지었다.
난 무게감 있는 영주니까.
녀석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대장! 저희 왔습니다!”
“대장님, 얼굴이 확 피었습니다!”
난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사고 치지 말라고 했지?”
“네? 사고라니요?”
“내가 그만둔다고 네놈들까지 그만두면······, 하아!”
부대원들이 날 빤히 쳐다봤다.
“잘 왔다! 이 녀석들!”
“크하하! 역시 대장이야.”
“역전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네요!”
“어서 오게. 펠릭스, 워버린, 폴린, 콜벳, 앤소니, 로버트, 크리스.”
난 일일이 이름을 부르며 반겼다.
이번 원정 1년 6개월 동안 생사고락을 함께한 만큼 서로의 유대감은 어느 부대보다 컸다.
다들 내 덕분에 실력도 일취월장했고.
펠릭스 중령이 말했다.
“마크는 가족들을 데리고 온다고 영지로 갔고, 블리언과 바드는 테레니스 영지로 내려갔습니다.”
“그래, 갈 사람은 가야지.”
블리언 빈스는 영지 후계자니까 당연히 가야 했지만, 바드는 아쉬웠다.
타일러의 옛 검술 스승이기도 하고, 원정 기간 내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속을 터놓는 사이가 됐다.
사람이 진중하고, 생각이 깊기에 기사로 삼고 싶었다.
하지만 가족과 삶의 터전이 그곳에 있으니, 가는 게 맞겠지.
“콜벳, 자네 식구들은?”
“일단 자리부터 잡고 연락해 데려올 생각입니다. 집이라도 주신다면 그 기간이 엄청 빨라지겠죠.”
“녀석! 그건 내가 해결해 줄 테니까, 일단 짐을 챙겨. 야영지로 이동한다.”
“야영지요?”
“저택이나 성으로 가는 거 아니었습니까?”
“곧 영지전이 벌어진다.”
“네?”
부하들이 기겁한 표정을 지었다.
“오자마자, 싸움입니까?”
“내 영지의 기사가 된다는 녀석이 벌써 싸움이 두려운 거냐?”
“허! 도착하자마자, 부려먹으시네.”
“시끄럽다. 검이 무뎌졌으니, 연습해야지! 난 너희가 오래 살길 바라는 사람이다.”
“네네! 어련하시겠습니까.”
부하들은 투덜거리면서도 짐을 챙겨 따라나섰다.
[발레리온 시 북동쪽 야영지.]일부 병사들만 야영지를 지키고 있었다.
“아니 야영지는 이렇게 큰데, 달랑 우리만 쓰는 겁니까?”
“그러게 너무 텅 비었는데요.”
“왜? 너희들끼리만 싸울까 겁나는 거냐?”
워버린이 피식 웃었다.
“괴수 놈들도 때려잡았는데, 뭐가 두렵겠습니까. 기간트만 주십시오!”
“기간트는 저기 있다.”
야영지 한쪽에 세워둔 기간트로 이동했다.
오늘 새벽에 부하들이 탈 기간트를 꺼내 놓았다.
“오! 정말 기간트가 있네!”
“대장, 이걸 다 어디서 구한 겁니까? 혹시 북부군에서 삥땅 친 겁니까?”
“그건 알 거 없고, 각자 자기 기간트를 골라.”
그때 콜벳이 손을 들었다.
“대장, 나이트급 기간트가 없는데요?”
“넌 이제 비숍급 기간트에 타야지.”
“하지만 제 실력으로 되겠습니까?”
“일단 타봐! 자신을 믿고.”
콜벳이 비숍급 기간트에 올라탔다.
다른 기사들은 그런 콜벳을 쳐다봤다.
콜벳은 부대원 중에서 가장 실력이 떨어졌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연습하고 노력한 것을 알고 있었기에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었다.
기이잉! 쿵! 쿵!
그리곤 거침없이 야영지를 돌기 시작했다.
[오! 이게 되네요!]“하하! 언제 실력이 저렇게 늘었데!”
“근데 저 녀석이 비숍급에 타면, 난 룩급에 타야 하나?”
워버린 소령이 말했다.
“당연하지. 자네와 폴린, 앤소니는 룩급 기간트에 타고 연습하게. 로버트와 크리스도 비숍급에 타고.”
“네! 해보겠습니다.”
다들 한 단계씩 높은 기종을 준비해줬다.
내 눈엔 다들 충분히 탈 실력이 됐으니까.
부하 중에서 유일하게 룩급 기간트에 탔던 펠릭스 중령은 원래 비숍급 오리지널 기간트를 주려 했지만 다음으로 미뤘다.
아직은 오리지널 기간트가 풀리면 안 되는 시기였다.
다행히 기사들은 금방 적응했고, 그날부터 바로 훈련에 들어갔다.
그리고 기사들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은 프레디 시장이 야영지를 방문했다.
“헉! 기, 기간트가?”
프레디 시장이 입을 떡 벌렸다.
“내가 뭐라고 했나? 기사들도 오고, 기간트도 생길 거라고 했지.”
“대체 무슨 마법을 부리신 겁니까? 룩급 기간트가 4대에 비숍급 기간트가 3대라니요!”
“이 정도로 놀라면 곤란한데. 곧 다른 기사들도 올 거야. 기간트도 더 생길 거고. 그러니 프레디 시장은 거주 구역을 조금 더 늘려주게. 영지전이 끝나면 모두 우리 영지에 살 거니까.”
“알겠습니다! 당장 준비하겠습니다.”
프레디 시장과 제니퍼 부시장이 더 바쁘게 생겼군.
그리고 난 고민에 빠졌다.
‘기사단 이름을 뭐라고 짓지?’
이건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타냐 블랙과 부하들은 이미 ‘트라스의 개’라는 기사단 이름이 있었다.
그러니 이들도 기사단을 따로 만들어서 서로 경쟁시킬 생각이었다.
마침 이름이 하나 떠올랐다.
‘하얀 악마 기사단!’
하얀 악마라 불리던 드라우켄을 함께 때려잡았으니까.
그리고 숫자가 가장 많은 내 마법인형들은 ‘그림자 기사단’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그림자처럼 늘 나와 함께 다니고, 그림자처럼 감쪽같이 사라지니 딱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
하얀 악마 기사들이 상위 기종에 완전히 적응할 때쯤 기다리던 일행이 도착했다.
“타일러 영주님!”
에테나가 손을 흔들고 달려왔다.
그녀는 여전히 아름답다.
그녀의 뒤에는 늘 화가나 보이는 쿠훌린과 오크 해병대, 드워프 포병대, 엘프 비행대, 그리고 트라스의 개 기사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에테나, 왜 이렇게 늦었어?”
“오크들을 열차에 태워주지 않아서 걸어서 이동했습니다.”
“아!”
지금 오크 해병대는 분신과 같은 3미터짜리 강습 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서슬 퍼런 무기를 들고 있으니, 누가 열차를 태워주겠는가.
다른 영지를 무사히 통과한 것도 기적 같은 일이었다.
아니 장벽 사령부에서 도움을 줬다고 했다.
“어서 오게. 쿠훌린이여!”
“쿠오크! 오크 준비됐다! 오크 싸운다!”
“쿠오크! 쿠오크!”
쿠훌린과 오크 해병대를 반갑게 맞이했다.
아쉽지만 이들은 이번 영지전엔 참여시키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들은 비밀 병기였고, 비공정 강습 부대니까.
가디언 제국과 전쟁에서 선보일 예정이었다.
“타일러여! 어서 대포를 쏘고 싶다!”
“하버 족장이여! 조금만 기다리게. 이번 일이 끝나면 얼마든지 연습하게 해주지.”
헬카인족 드워프 300명이 도착했다.
지금 내 인형의 집에는 대포가 탑재된 5척의 드워프 비공정이 있었다. 이들은 그 비공정의 포병대원들이었다.
그리고 샤이닝 일족 엘프 200명도 함께 왔다.
샤이닝족은 바람과 돛을 잘 다루는 엘프들이었기에 비공정의 조정을 맡았다.
“어서들 오게. 트라스의 개!”
타냐 블랙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래도 기사단 이름을 바꿔야겠습니다. 왠지 욕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난 좋은데?”
“나도 좋슈! 개처럼 끈질기게 물어뜯어야지!”
서열 2위인 대머리 기사 월터가 말했다.
“나도 우리 기사단 이름이 좋은데!”
“나도!”
서열 3위의 트라볼라와 4위인 허버튼, 5위인 오드리, 6위인 갈라일까지 모두 찬성하고 나섰다.
얘네들은 왜 맨날 자기들끼리 서열을 매기는지는 모르겠지만, 서열이 36위까지 있다.
그리고 1위부터 12위까지 기간트에 탈 수 있었고, 7위부터 12위까지는 전진 기지를 지키고 있었다.
척!
“신 마키아스, 주군을 뵈옵니다.”
주변의 시선이 젊은 기사 마키아스에게 향했다.
“왔군. 옆에 서 있게.”
“네.”
난 먼저 도착한 기사들을 불러 트라스의 개 기사단과 인사시켰다.
“다들 인사들 해! 이쪽은 하얀 악마 기사단이야.”
“하얀 악마? 기사단 이름이 구린데?”
“맞아! 촌스러워.”
트라스의 개 기사들은 용병 출신답게 입이 거칠었다.
그러자 워버린과 폴린이 나섰다.
“트라스의 개보단 100배쯤 낫지.”
“무슨 기사단 이름에 개가 들어가냐? 개 기사단이라니!”
“뭐라고?”
“개한테 한번 물려볼 테냐?”
“악마가 더 세거든!”
“이런 유치한 놈!”
두 기사단의 기사들은 서로 안면이 있었고, 몇 명은 임무도 함께 한 사이지만, 만나자마자 으르렁댔다.
그도 그럴 것이 한쪽은 카야킨 전진 기지의 기사 출신이었고, 한쪽은 카야킨 기지에서 용병 생활을 했던 기사들이었다.
기사들은 용병 출신을 깔보고, 용병 출신들은 자격지심이 있었다. 내가 이들을 함께 통합하지 않은 이유였다.
그리고 서로 좋은 자극이 될 수 있고.
내가 나섰다.
“기사들이 입만 가지고 싸울 거야?”
“네?”
“기간트에 타고 싸워야지.”
“좋습니다. 머리통을 아주 박살 내주죠.”
타냐 블랙이 먼저 나섰다.
그녀와 트라스의 개 기사들은 내가 알려준 롤랑의 마나 수련법으로 계속 노력하고 단련했기에 상당히 성장했다.
특히 타냐는 곧 룩급 기간트에 탈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하지만.
“근데, 싸움이 되겠어? 이쪽 애들은 룩급 4대에 비숍급이 3대인데?”
“네?”
타냐와 트라스의 개 기사들의 눈빛이 흔들렸다.
자신들은 비숍급 3대에 나이트급 3대가 전부였으니까.
게다가 하얀 악마 기사들은 나와 실전을 지겹게 치렀기에 전투에 이골이 난 베테랑들이었다.
“그럼 이건 어때? 여기 있는 기사를 트라스의 개 기사단에 넣어주지. 그럼 싸움이 될걸.”
난 마키아스를 가리켰다.
그러자 타냐 블랙과 기사들이 도끼눈을 뜨고 마키아스를 쳐다봤다.
“아무리 그래도 누군지도 모를 기사를 막 받을 순 없습니다. 그리고 저희끼리 입단 규정을 정했습니다.”
“입단 규정? 너희 그런 것도 있냐?”
“서열 맨 밑에 막내부터 꺾고 올라오는 거지요. 기간트 기사라면 12위부터 대결을 벌여서 이기거나 비겨야 입단할 수 있습니다. 지금 여기선 서열 6위인 갈라일이 제일 낮으니까. 최소한 갈라일의 공격을 10번은 막아야 합니다.”
난 마키아스를 쳐다봤다.
“그렇다는데?”
에테나가 옆에서 말했다.
“마키아스 경. 영주님과 영지 기사들 앞에서 실력을 보일 기회입니다.”
에테나의 말을 들은 마키아스가 매서운 눈빛을 보이며 앞으로 나섰다.
“주군, 여기 여섯과 한꺼번에 대결하겠습니다. 제가 너무 유리하니 전 나이트급 기간트에 타겠습니다.”
“뭐라고?”
“허! 이 새끼가 미쳤나?”
타냐 블랙과 트라스의 개 기사들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것이 영지 단합대회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