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19)
119. 와준다면 고마운 일.
수확이 끝난 황량한 밀밭에서 베르가니 영지군의 기간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썩을 놈! 수확한 밀을 전부 가져갔어.’
주먹이 부들거렸다.
오웬 베르가니 백작이 영지전을 한 달 후로 잡은 것은 이 때문이었다.
덕분에 내 기사들이 다 모일 수 있었지만.
기이잉! 쿵! 쿵! 쿵!
우린 저들의 300미터 앞에 멈춰 섰다.
[주군, 저놈들이 우리 기간트를 보고 놀란 것 같습니다!]펠릭스 단장이 말했다.
[그럴 만하지. 우리 쪽에서 최대한 많이 모아봤자, 5대 정도라고 생각했을 테니까.]그리고 자신들은 비숍급 기간트가 한 대뿐이었고, 나머진 나이트급과 폰급이었다.
그에 반해 우린 룩급 기간트가 8대에 비숍급이 5대, 나이트급이 3대니까.
[슬슬 영지전 시간이 다가오네요.] [이건 영지전이 아니야. 우리 2차 단합대회지.] [네?]위이잉! 치익!
내가 해치를 열자, 에테나도 기간트 해치를 열었다.
우린 기간트에 내려서 앞으로 걸었다.
그리고 150미터를 남기고 멈췄다.
그러자 상대 쪽 비숍급 기간트 해치가 열리더니, 중년 사내가 내렸다.
그리고 뒤쪽에 병사들과 있던 얍샵하게 생긴 사내와 함께 다가왔다.
두 중년인은 다가오면서 연신 내 뒤에 있는 기간트들을 보며 마른침을 삼키고 있었다.
“베르가니 기사단장 프란데 남작입니다.”
“베르가니 참모 불룸 자작입니다.”
“발레리온의 영주 타일러 빈스 백작이오.”
짧은 소개가 끝나자, 갑자기 침묵이 찾아왔다.
난 프란데 남작을 보며 입을 열었다.
“딱 한 마디만 하겠소. 전투가 시작되면, 무조건 항복하시오.”
“네?”
“그게 그대와 기사들의 목숨을 살리는 길이오.”
옆에 있던 불룸 자작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쪽 기간트가 훨씬 많습니다. 항복이라니요. 그건 우리가 할 말입니다. 발레리온의 곡창지대만 넘기면 우리 영주께서 항복을 받아들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항복하십시오.”
난 불룸 자작의 말을 무시하고 뒤쪽 기사들을 쳐다보며 다시 말했다.
“프란데 남작, 저들도 누군가의 부모고 누군가의 자식이기에 마지막 기회를 주는 것이오. 어리석은 주군 때문에 기사들을 희생하지 마시오.”
내 할 말은 다 했기에 난 몸을 돌렸다.
그러자 뒤쪽에서 두 사람의 말 소리가 들렸다.
“참모,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저들의 기간트가 왜 이렇게 많습니까!”
“무슨 상관입니까. 우리 기간트가 훨씬 많은데요.”
“체급이 달라요. 체급이!”
“그냥 숫자로 밀어붙이세요. 설마 우리 숫자가 이렇게 많은데 먼저 달려들겠습니까? 그리고 영주님의 명을 거역할 겁니까?”
“하아!”
프란데 남작의 한숨 소리가 깊다.
우린 자리로 돌아와 기간트에 올라탔다.
남은 시간은 겨우 5분.
난 앞으로 나서며 기사들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대결을 한다. 두 기사단 중에서 누가 더 많은 기간트를 쓰러트리는지 대결이다. 승자에겐 큰 포상을 약속하지.] [오오! 포상이라니!] [이건 꼭 이겨야 해!]내 말이 끝나자마자, 양 기사단장이 기사들을 불러모았다.
그리고 그들에게 뭔가를 지시했다.
상대 기간트 숫자가 3배 이상 많았지만, 비숍급 한 대를 제외하곤 모두 구형 기간트.
우릴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구형 기간트만 모두 모아 왔을까!
방심하지 않는다면, 승리는 당연했기에 새로운 대결을 제안한 것이다.
두 기사단장이 맨 앞에 섰다.
기간트들은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무기를 검을 겨누며 당장 달려들 듯이 으르렁거렸다.
그러자 상대 베르가니 영지군의 기간트는 서로를 연신 쳐다보고, 긴장했는지 무기를 놓치는 기간트도 있었다.
12시가 됐다!
[지금부터 대결을 시작한다!]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펠릭스 단장이 소리쳤다.
[이번엔 우리가 이긴다! 공격하라!] [가자!]그러자 마키아스 단장도 질세라 소리쳤다.
[영지를 침범한 놈들이다! 공격하라!] [다 죽여!] [와아아아!]쿠쿠쿠쿠쿵!
지축을 울리며 발레리온 영지의 기사들이 폭풍처럼 질주했다.
그래도 숫자가 깡패라고, 혹시나 밀리는 쪽이 있으면 나와 에테나가 지원할 생각이었다.
쾅! 콰콰콰쾅!
굉음과 흙먼지와 함께 전투가 시작됐다.
14기의 기간트는 거침없이 밀어붙였다.
이미 상대 기사들은 기가 질린 상태라 속절없이 밀렸다.
[밀어붙여! 이번에도 지면! 내 손에 뒈질 줄 알아!]잔뜩 흥분한 펠릭스 단장의 목소리가 유난히 컸다.
[으아아!]쾅! 콰직!
내려친 검에 폰급 기간트의 머리통이 반으로 갈라졌다.
나이트급 기간트가 방패로 막아보지만, 발로 차자 속절없이 뒤로 넘어졌다.
7미터와 5미터 크기의 기간트 사이에 11미터 룩급 기간트의 위력이란 그야말로 군계일학.
그런 룩급 기간트가 4대나 있었다.
게다가 하얀 악마 기사단은 집단 전투에 익숙했기에 순식간에 십여 대가 박살 났다.
[영지를 침범한 자들에게 죽음을 내려라!] [와아아!]쾅! 쾅!
룩급 기간트가 2대밖에 없었지만, 트라스의 개 기사들은 기세가 좋았다.
그리고 뛰어난 실력의 마키아스 단장이 맨 앞에서 적의 대열을 뚫고 들어가고, 그 뒤를 이어 기사들이 달려드는 방식으로 전투를 이끌었다.
그리고 꽤 효과가 있었다.
난 전투의 승패보다 두 기사단의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대결이 더 흥미로웠다.
[우리가 나설 필요도 없네.] [조금 아쉽네요.]오늘 처음 룩급 기간트에 탄 에테나도 전투에 참여하고 싶어 했다.
[기다려봐! 진짜 전투는 저놈들의 영지에서 펼쳐질 거니까.] [네? 이게 끝이 아니에요?] [물론이지. 내가 만족할 때까지 전투는 계속될 거야.]철광석 광산이 있으면 아무래도 영지에 도움이 되겠지.
드워프들에게 철제 비공정을 만들게 할 수도 있고.
대포를 추가로 제작할 수도 있었다.
또 철근을 이용한 건축도 가능하고.
영지에서 헬다임으로 향하는 직통 철로를 만들 수도 있다.
[으아아! 악마다!] [이건 살육이야!]순식간에 태반이 넘는 기간트가 파괴되고 기사들이 죽었다.
영지를 침범한 자들에게 자비란 없었다.
[이, 이건 전투가 아니야!]홀로 분전하던 프란데 남작이 소리쳤다.
[무기를 버려라! 투항해라!] [목숨을 구해라!]전투 시작 10여 분 만에 프란데 남작을 시작으로 기간트들이 무기를 버렸다.
[기간트에서 내리지 않은 자들은 저항 의사로 판단하겠다!]저들의 기간트에서 기사들이 해치를 열고 내렸다.
[병사들은 저들을 포박하라!]발레리온의 병사들이 달려와 기사들과 병사들을 포박하기 시작했다.
“맨날 동네북인 우리 영지군이 이겼어?”
“그런 거 같은데?”
“허! 오래 살고 볼 일이네.”
발레리온의 병사들은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은 것 같았다.
그때 에테나의 기간트가 검을 높이 들었다.
[타일러 빈스 영주님 만세!]“영주님 만세!”
“와아아! 우리가 이겼다!”
병사들이 환호할 때, 두 기사단의 기사들은 자신들이 부순 기간트 숫자를 세기 바빴다.
결과는 하얀 악마 기사단의 승리.
미세한 차이였지만, 그들은 집단 전투에서 확실히 우위를 보였다.
[이대로 저들의 영지를 공격한다!]***
[베르가니 영지 영주성]“큰일 났습니다. 놈들이 북쪽의 베다니 광산 마을을 점거했습니다.”
“뭐라? 거긴 우리 영지에서 가장 큰 광산이 아니더냐!”
오웬 백작은 손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대체 카엘 남작은 뭘 하고 있는가?”
“그것이······.”
영주의 부하들은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카엘 남작이 이끄는 신형 기간트 부대와 소식이 끊긴 것이 이미 사흘 전이었다.
일부 부하들은 그들이 싸우고 있어서 연락이 안 된 것이라고 자기 위로를 했지만, 기사들은 알고 있었다.
대부분 사로잡혔거나 죽었다는 것을.
전령이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영주님! 큰일 났습니다.”
오웬 백작은 손을 휘휘 저었다.
“베다니 마을 이야기는 이미 들었다.”
“그것이 아니오라 지금 이곳 영주성을 향해 기간트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뭐, 뭐라?”
오웬 백작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영지전을 시작한 지 겨우 일주일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곳에 기간트가 있단 말이냐!”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기간트가 하늘을 날아서 왔단 말인가?
쾅! 쾅! 쾅!
성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영주가 기겁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이, 이제 어찌한단 말이냐?”
“영주님, 도망쳐야 합니다!”
“하지만 내 영지를 놔두고 어디로 가란 말이냐?”
“일단, 록체스터 영지로 가시죠.”
“그래! 장인이 있었지. 가서 병력을 빌려서 오면 된다!”
오웬 백작이 벌떡 일어섰다.
“서둘러라! 록체스터 영지로 간다!”
“후문으로 이동해!”
콰앙!
알현실 문이 부서졌다.
“뭐, 뭐냐?”
그리고 한 사내와 두 여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오랜만이군. 오웬 백작!”
“타일러 백작?”
“이미 내 기사들의 기간트가 성안으로 들어왔다. 그만 포기하시지.”
그 순간 오웬 백작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그렇지! 잡아라! 놈을 잡으면 영지전도 끝난다!”
“잡아!”
기사들이 일제히 검을 들고 달려들었다.
오웬 백작은 끝까지 구제불능이었다.
에테나와 타냐 블랙이 앞으로 나섰다.
취링! 취링!
“크악!”
“으악!”
에테나의 검에 달려들던 기사들이 허무하게 쓰러졌다.
촤아악!
검과 검이 맞부딪히기도 전에 상대를 쓰러트리는 기술은 세계수 열매를 먹어 강해진 에테나만의 검술이었다.
푹!
“크헉!”
쿵!
타야 블랙의 검이 상대 기사의 목을 뚫었다.
그렇게 마지막 기사가 쓰러지자, 이제 남은 것은 오웬 백작뿐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이냐? 영지전에 이겼으니, 원래 영지를 돌려받으면 끝내야지, 왜 남의 영지를 공격하느냐?”
“응? 무슨 말씀이시오? 여기 내게 영지를 순순히 양도한다는 문서가 있소.”
“뭐라?”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타냐가 비릿하게 웃더니 오웬 백작에게 다가갔다.
“오, 오지 마라! 저리 가!”
타냐가 주먹을 내질렀다.
퍽! 퍽!
코피가 흐르고, 앞니가 빠졌다.
오웬 백작이 흐느적거리자, 타냐가 손에서 반지를 빼서 내게 가져왔다.
난 들고 있던 문서에 오웬 영주의 인장을 찍었다.
“어? 문서는 여기 있네.”
난 문서를 흔들며 오웬 백작을 향해 웃어줬다.
“상대 영지를 먹으려 했다면, 내 영지도 먹힐 각오를 하고 덤볐어야지.”
정신을 차린 오웬이 소리쳤다.
“그것은 가짜다!”
“이게 가짜라는 걸 어떻게 증명할 건데? 영주 인장도 찍혀있는데? 억울하면 법에 호소하던가.”
“크윽!”
난 녀석이 내게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줬다.
“감히! 내 장인이 누군지 알고 있느냐?”
“베닝 록체스터 공작이시겠지.”
“그걸 알고도 날 공격했다는 말이더냐?”
“억울하면 베닝 공작께서 영지전을 신청하시겠지. 과연 사위를 위해 영지전까지 하실지 나도 궁금하네.”
“네놈! 반드시 이 수모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타냐가 주먹을 내질렀다.
퍽! 퍽!
“커헉! 그, 그만······.”
“네놈을 살려주는 이유는 하나야. 내가 이 영지를 양도받았다는 증명을 해줘야 하니까.”
퍽!
타냐가 오웬 백작의 동공이 풀린 것을 보고 주먹질을 멈췄다.
“이놈은 지하 감옥에 가두고, 매드 파크 남작을 찾아라! 근처 술집이나 도박장에 있을 거야.”
“네!”
난 놈을 죽여 화근을 없앨 생각이었다.
타냐가 오웬 백작을 끌고 갔다.
에테나가 물었다.
“정말 괜찮을까요? 상대는 대영지인데요?”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야! 한 지역에 패자가 둘일 순 없지.”
저들이 와준다면 나야 고마운 일이다.
먼저 사신을 보내 협상하는 척하며 강압적으로 사위를 풀어주고 영지를 돌려주라고 하겠지.
난 적당히 핑계를 대며 잠시 시간을 끌면 된다.
그럼 어느 순간에 참지 못하고 영지전을 신청하게 될 거고, 난 순순히 받아줄 생각이었다.
그럼 놈들은 내 영지까진 기차를 이용할 수 없으니, 근처 영지에서 병력을 내리고, 진군할 것이다.
그럼 난 록체스터 영지로 날아가 드라우켄과 그림자 기사단으로 록체스터 가문의 기간트 공방과 성을 박살 내고, 베닝 록체스터 공작을 사로잡을 생각이었다.
기간트 공방이 쑥대밭이 돼도 영지전을 계속할 수 있을까?
결국엔 기동력 싸움이고, 아직 비공정이 없는 시기였기에 전투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영지전이 끝나면 큰 피해를 본 록체스터 가문이 복구하는 동안 2개의 영지를 확보한 나도 더 강해질 테고, 저들이 나중에 비공정을 확보해 공중으로 날아오면, 대포를 단 드워프제 비공정으로 공중에서 박살을 내줄 생각이었다.
처음 영지전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부터, 난 어떻게 하면 대영지와 싸움에서 이길지 계산하고 있었다.
***
넉 달이 지나도 록체스터 가문에선 아무도 오지 않았다.
소식이 가도 벌써 골백번도 더 갔을 텐데, 사위가 소중하지 않나?
베르가니 영주성을 공격할 땐, 이미 베닝 공작의 딸과 그 가족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 록체스터 가문으로 피했을 테니, 이곳 상황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사이 우리 영지는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드워프들의 빠른 건설 속도로 영주 집무실과 저택, 기간트 공방도 완성됐고, 거주 구역도 완공됐다.
그리고 베르가니 영지를 내게 양도한다는 문서와 서류도 진작 수도로 보냈다.
기다리는 손님은 오지 않고, 뜻하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윌리엄 사령관이 내 영지를 방문했다.
그것도 비공정을 타고서!!
이제 대비행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근데 왜 온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