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2)
12. 대수림(1).
“제2 관문을 열어라!”
드르르르르륵! 쿠웅!
선두 기간트가 200미터쯤 이동하자, 통로 중앙에 있는 2번째 관문이 열렸다.
2관문 주변엔 기간트와 병사들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다.
행렬이 길다 보니, 통로를 빠져나가는 것도 상당히 시간이 걸렸다.
‘그럼 장벽 폭이 400미터란 말이네!’
장벽이 엄청 높은 건 알았지만, 이렇게 두꺼운 줄은 몰랐다.
이런 게 수만 킬로미터나 이어져 있다니!
새삼 거신들의 능력이 경이로웠다.
2관문 밑을 올려다봤지만, 첫 번째 관문에 적혀 있던 것과 똑같은 문구였다.
아쉽게도 새로운 거신의 언어는 더는 찾아볼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장벽 반대편에 있는 3번째 관문이 열렸다.
우리 마차가 마지막 관문을 나가자, 뜻밖에 광경이 펼쳐졌다.
‘허! 관문 입구에 또 성을 지었네.’
높이 50미터의 거대 성벽이 병풍처럼 관문을 둘러싸고 있었다.
인간의 기준으로 보면 매우 높고 커다란 규모의 성이었다.
하지만 수백 미터가 넘는 헬다임 장벽 아래에 있자, 성벽이 매우 초라해 보였다.
“글래디스, 여긴 뭐지?”
“일종의 임시 보호소 같은 곳이죠. 관문은 일주일에 단 두 번, 해가 있을 때만 열리니까요.”
“그런 것 치고는 사람이 너무 많은데?”
행렬의 규모보다 몇 배나 많은 사람이 오가고 있었다.
성벽 위엔 커다란 대괴수용 발리스타도 있었고, 할버드병과 궁수들도 제법 많았다.
그리고 성벽 아래엔 부산물들을 쌓아놓고 파는 장사꾼들도 상당히 많아 보였다.
“죄를 지어 돌아가지 못하는 자도 있고, 돌아갈 수 없는 자들도 있습니다.”
“그건 무슨 말이지?”
“대수림은 제국에서 가장 큰 유배지입니다. 죄를 지은 자나 전쟁 포로를 대수림 전진 기지 건설에 동원하는 것은 300년 전부터 시행한 일이지요.”
“그러니까 범죄자들을 이곳으로 보낸단 말이야?”
“네. 그리고 진짜 강력범들은 전진 기지로 보내고, 이곳은 돈 많은 죄인이나 고리대를 빌려서 들어왔다가 갚지 못해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나름 장물 시장도 형성되어 있어 잘만 하면 큰돈을 만질 수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장물 시장도 있어?”
글래디스가 피식 웃었다.
“물론 장벽 너머로 물건을 보내는 것이 문제긴 하지만요.”
그녀는 이번까지 대수림이 세 번째였고, 과거 영지의 병사로 있을 때 와봤다고 했다.
우리 행렬이 다 나오자, 이번엔 관문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던 다른 행렬이 장벽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관문 통로엔 검문검색을 위한 병사들과 기간트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살루스 전진 기지의 드워프를 빼돌린다고 해도 여길 통과하기가 쉽지 않겠네······.’
드워프 이계 난민이 200명이나 됐다.
난 드워프 왕자에게 그들을 데려온다고 약속했다.
사실 그 정도는 해줘야 드워프들이 날 신뢰하고 기간트를 만들어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장벽 너머로 어떻게 통과시킬지 고민스러웠다.
그러다 문뜩 뻥 뚫려 있는 하늘을 보았다.
“글래디스, 저기 장벽 위엔 어떻게 올라가는 거지?”
“네?”
글래디스가 또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뭐, 이젠 놀랍지도 않습니다. 장벽에 대해서 너무 모르시네요. 이건 기본 상식인데······.”
“그래서 대답은?”
글래디스가 고개를 흔들었다.
“저긴 올라가지 못합니다. 마법이 걸려 있거든요.”
“마법?”
“대수림엔 하늘을 나는 괴수도 많습니다. 그리고 벽을 쉽게 기어오를 수 있는 괴수도 많고요. 그런데 왜 장벽을 넘어오지 못할까요? 그건 장벽 위쪽엔 생명체가 다가가면 마법이 발현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마법인지는 저도 모르겠지만, 고대 거신들이 만들었으니 강력한 마법이겠죠.”
“거신의 마법이라······.”
어떤 마법이 걸려 있을까 궁금했지만, 괴수가 지나갈 수 없을 정도라면 인간은 스쳐도 사망일 것이다.
너무 위험한 실험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성문을 열어라!”
끼기기기긱! 쿵!
관문 밖에 있는 마지막 성문까지 열렸다.
그러자 눈 앞에 펼쳐진 대수림.
[출발!]“출발하라!”
우린 저 어둡고 깊은 녹색의 바다로 출항했다.
***
태양이 사라져 버렸다.
분명 대낮인데도 햇빛이 직접 비추는 곳이 거의 없었다.
수백 미터의 나무와 거대하고 울창한 수풀이 가득했기에 마치 심해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쿵! 쿵! 쿵!
‘기간트가 앞서는 이유가 있었네.’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괴수로부터 행렬을 보호하는 것도 있었지만, 지금 기간트는 거대한 칼과 도끼로 잡목을 베고, 걸으면서 육중한 기체로 땅과 작은 풀들을 다지는 역할도 하고 있었다.
덕분에 뒤에 있는 마차와 병사들이 손쉽게 따라갈 수 있었다.
대수림의 땅은 도구가 없으면 파기 힘들 정도로 매우 단단하다. 그 단단한 땅을 뚫고 나온 식물들은 성장 속도가 기이할 정도로 빠르다고 했다.
한 달만 지나도 성인 키의 2, 3배를 훌쩍 넘어 버리니 길을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랬기에 대수림으로 향하거나 장벽으로 돌아가는 행렬은 반드시 길을 지날 때마다 이렇게 정리를 하면서 이동한다.
갑자기 행렬이 멈췄다.
“벌써 쉬는 건가?”
이제 2시간을 행군했을 뿐이었기에 물었다.
“표지석 주변을 정리하는 겁니다.”
“표지석?”
“대수림에선 생명석이라고도 하죠.”
궁금증에 글래디스와 앞으로 가봤다.
기간트들이 100여 미터 높이의 거대 기둥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고 있었다.
“대수림에서 길을 잃으면 저 표지석부터 찾아야 합니다. 표지석을 찾지 못하면 죽는다고 봐야죠.”
“저것도 거신들이 만든 건가?”
“물론이죠.”
그때 기둥에 적혀 있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추가 표본을 발견했습니다.] [언어 분석을 계속합니다.] [언어 분석 진행률······ 1.5%] [언어 분석 진행률······ 1.6%].
.
‘오! 좋았어!’
거신의 언어를 보자, 상태창이 다시 분석을 시작했다.
난 표지석 주변을 돌아보며, 적혀 있는 언어를 모두 눈에 담았다.
“대수림에 이런 표지석이 많아?”
“많겠죠. 얼마나 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저 인간이 처음 대수림에 왔을 때 표지석을 발견했고, 그곳을 기준으로 길을 냈다고 들었습니다.”
거신들도 대수림에선 길을 찾기가 쉽지 않았나 보다.
[언어 분석 진행률······ 4.3%]이번엔 글자가 꽤 많아서인지 상태창이 4.3%까지 분석했다.
표지석 주변 정리가 끝나자,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크앙!”
파팟!
“으아악!”
비명이 들리자마자, 우리 마차 뒤쪽으로 세 번째 마차의 마부가 위로 끌려가는 것이 느껴졌다.
창문을 열자, 몸길이 3미터 정도 되는 표범형 괴수가 마부를 물고 나무로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괴수는 높은 나뭇가지 위에 마부를 내려놓고, 뜯어먹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앞쪽에서 거대한 룩급 기간트가 다가왔다.
[왈레드 영지 기간트! 정신 똑바로 안 차리지!]룩급 기간트에 탄 기사는 이 행렬을 지휘하는 장벽 수비대 소속 커널 대령이었다.
커널 대령은 카야킨으로 부임하는 중이었고, 그가 전진 기지의 새로운 사령관이었다.
[죄송합니다.]마차 행렬 좌측에는 왈레드 영지 사냥팀의 기간트들이 호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차가 수십 대에 달했기에 모든 구역을 커버할 순 없었고, 지금처럼 작은 괴수가 풀숲에 바짝 엎드려 있다가 튀어나오면, 손 쓸 시간이 없었다.
그건 전생에도 마찬가지.
헌터도 방심하면 저렇게 잡아 먹히는 것이다.
표범 괴수를 올려다봤다.
‘저런 놈을 이기려면 꼭두각시가 10개는 필요하겠어······.’
이곳 대수림에선 최하급 괴수고 전생에도 저 정도면 E등급 괴수 수준이었다.
지금 내 상태론 상대하기 버거운 놈이었다.
내 주변에 있는 마부나 병사들은 나와 운명의 실로 연결된 상태.
그랬기에 잡혀간 마부에게 기사회생 스킬을 쓸 순 있었다.
하지만 이 경우 기사회생에 성공하더라도 내 마법인형으로 만들 순 없었다.
이미 몸이 갈기갈기 찢겨 있을 테니까.
그저 명복을 빌어줄밖에.
‘다시 태어나거든 괴수가 없는 세상에 가길 빌겠소.’
마차는 곧바로 다른 마부가 몰았고, 행렬은 곧바로 출발했다.
대수림에서 인간 하나의 죽음은 대수롭지 않아 보였다.
***
“찜질방이 따로 없군.”
“찜질방이 뭐죠?”
“그런 게 있어.”
마차 창문과 문까지 모두 열고 이동하고 있지만, 바람 한 점 불지 않았고, 습하고 후덥지근한 날씨에 숨까지 턱턱 막혔다.
그랬기에 글래디스는 마차에 타지 않고 옆에서 걷고 있었다.
“글래디스, 괜찮아?”
“어쩌겠습니까? 그냥 견뎌야지요.”
글래디스가 갑자기 상의를 훌러덩 벗더니 비틀어 짜기 시작했다.
땀이 한 바가지는 나오는 것 같다.
속옷을 입고 있긴 했지만, 저렇게 여자가 옷을 막 벗을 만큼 이곳은 살인 더위였다.
그녀 성격이 털털하기도 했고.
“험! 물을 자주 마셔.”
“네. 그러고 있습니다.”
글래디스는 옷을 툭툭 털곤 다시 입었다.
그녀도 날 따라온다고 고생이 많다.
사실 난 마차 안에 있어도 덥지 않았다.
사령관에게 받은 조끼 때문이었다.
로트거너의 비늘로 만들었다는 별 3개짜리 조끼.
비늘 자체에 냉한 기운이 깃들어있었는지, 아니면 조끼로 만들면서 냉기 마법을 입혔는지는 모르겠지만, 상체는 매우 시원했고 덕분에 땀도 거의 흘리지 않아 늘 쾌적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역시 비싼 값을 한단 말이야······.
진짜로 이 조끼를 갖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문제는 병사들이었다.
언제 괴수가 튀어나올지 모르니 병사들은 투구에 갑옷까지 입고 있었기에 탈진해 쓰러지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자주 쉬어야 했고, 전진 기지로 가는 길은 더디기만 했다.
***
어젯밤엔 비가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정말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 같았다.
마차 안은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병사들의 텐트는 무너졌고 다들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리고 다시 전진.
하지만 행렬은 얼마 가지 못해 멈춰야 했다.
“무슨 일이지?”
“제가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다시 돌아온 글래디스가 말했다.
“전에 없었던 강이 생겼답니다.”
“뭐? 강?”
지나가야 할 길 위에 강이 생기는 기이한 현상.
대수림에선 가끔 일어나는 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어떻게 한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표지석을 찾아 이동하는 것과 강 수위가 줄어들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 중 선택할 겁니다.”
결국, 우린 강의 수위가 낮아질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강이 생각보다 길게 이어져 있었고, 다른 표지석도 강 너머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벌레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끔찍한 사흘을 보냈다.
상황을 알아보러 간 글래디스가 마차로 들어왔다.
그녀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뭐래?”
“강 수위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며칠은 더 걸릴 거랍니다.”
“휴우! 완전히 고립됐군.”
“그래도 우린 마차가 있어 다행입니다. 어제오늘 벌레에 물려 11명이 죽었고, 18명이 혼수상태라 합니다.”
“끔찍하군.”
밤에도 마차 안은 찜통처럼 더웠지만, 문을 열고 잘 순 없었다. 이곳의 벌레들은 웬만한 천은 그냥 뚫고 들어올 정도였기에 모기장도 소용없었고, 병사들은 텐트 안에서 잘 때도 갑옷을 입을 정도였다.
새삼 조끼를 빌려준 윌리엄 사령관이 고마웠다.
“더 큰 문제는 어젯밤에도 불침번 하나가 사라졌다는 겁니다.”
“또, 그놈이 물고갔군.”
첫날 마부를 끌고 간 표범 괴수가 인간 고기에 맛을 들렸는지 행렬을 계속 쫓아왔고, 벌써 일곱이 사라졌다.
그리고 지금도 이 근처에 숨어 호시탐탐 인간을 노리고 있었다.
“워낙 약삭빠른 놈이라 기간트가 있으면 그 근처론 가지도 않고, 추격하면 나무 위로 도망쳐 몇 번이나 놓쳤답니다.”
차라리 크고 강한 괴수라면 인간을 보고 달려들 텐데, 이 작고 영악한 놈은 자신보다 기간트가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난 사흘 사이에 벌레에게 더 많은 인간이 죽었지만, 벌레는 인간이 눌러 죽일 수도 있고, 옷을 몇 겹씩 껴입거나 조심하면 그래도 살 가능성이 컸기에 상대적으로 공포심이 덜했다.
하지만 괴수는 병사가 맨몸으론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존재.
“불침번들이 매우 불안해하겠어.”
“이미 두려움이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정신을 놓는 병사도 생길 겁니다.”
냉기 조끼를 입은 나도 이렇게 짜증이 나고 견디기 힘든데, 일반 병사는 오죽할까!
갑자기 거신들이 왜 장벽을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았다.
대수림의 가장 큰 위험은 그냥 이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이었고, 대수림 그 자체였다.
‘이대론 좋지 않아······.’
카야킨 전진 기지에 도착한다고 해도 병사들은 큰 피해를 볼 것이고, 사기는 바닥까지 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건 전진 기지의 신임 사령관인 커널 대령의 입지에 좋지 않다. 그는 윌리엄 장벽 사령관의 최측근이었으며, 앞으로 대수림에서 임무를 진행할 때, 내가 많은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이었다.
“글래디스, 작업용 기간트 하나와 할버드병 1개 분대만 데려올 수 있겠나?”
“그 정도는 아무 때나 가능합니다만, 그런데 뭘 하시려고요?”
“고양이 사냥을 해야겠어.”
“네?”
인형술사 헌터의 싸움을 보여주지!
그동안 꾸준히 훈련한 꼭두각시들을 써먹을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