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20)
120. 타일러 빈스 후작.
선체 길이 약 70미터.
선체 폭이 좁고 전체적으로 날렵하며, 후방과 좌우에 총 3개의 프로펠러가 달려있다.
속도에 치중한 듯한 비공정 옆구리가 열리더니, 지상을 향해 널빤지 같은 사다리가 내려온다.
그런데 수동이다.
병사들이 내린 사다리를 이용해 윌리엄 사령관과 찰스 정보국장, 엠버 대령이 내렸다.
그리고 세 사람은 내가 있는 곳을 향해 걸어왔다.
이곳은 영주의 집무실과 저택, 기간트 주둔지가 있는 영주관.
그들을 가까이서 보자, 나도 모르게 미간을 좁혔다.
“환영 인사는 아니라도, 우릴 보고 그렇게 인상을 쓸건 없지 않소?”
윌리엄 사령관이 말했다.
“두 분이 직접 왔다는 건 좋은 소식이 아닐 테니까요.”
“뭐, 그렇겠군.”
윌리엄 사령관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난 비공정을 가리켰다.
“저건 뭡니까?”
“지휘 비공정이오. 기간트 수송은 포기하고 속도를 높여 정찰과 비공정 지휘를 겸하는 비공정이오.”
“탑승 인원은요?”
“최대 35명이오.”
“나쁘진 않군요.”
난 세 사람을 보고 말했다.
“일단 제 집무실로 가시죠.”
난 이번에 완성된 새 집무실로 그들을 안내했다.
자리에 앉자 찰스 정보국장이 말했다.
“하늘에서 보니, 도시가 아주 깔끔하고 도로가 반듯하더군요.”
“도시의 70%를 새로 지었으니, 그럴 겁니다.”
“70%나요?”
내 앞에 앉은 윌리엄 사령관과 찰스 정보국장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보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바쁘신 분들이니 용건부터 듣겠습니다.”
“어험! 그래도 차 한잔 마실 시간은 있소.”
“제가 시간이 없습니다.”
날 선 내 반응에 윌리엄 사령관의 미간이 좁아졌다.
“말에 가시가 있소?”
“제 목엔 가시가 10개는 박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믿었던 분께 매우 실망했거든요.”
찰스 정보국장은 영문 모를 표정을 지었고, 내 시선을 받은 윌리엄 사령관은 내 말뜻을 알고 있는지 짧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흔들었다.
“경의 영지 소식을 알리지 않은 것 때문이오?”
“잘 아시네요.”
“솔직히 첫 번째는 나도 몰랐고, 두 번째는 비행석 원정을 준비하는 기간이라 미처 경에게 알리지 못했소.”
“두 번이나 있었군요.”
“······?”
“첫 번짼 언제입니까?”
윌리엄 사령관은 괜히 말했다는 표정이었다.
“경이 대수림에서 이데아 제국 발굴지를 발견했을 때요. 아시다시피 우리 북부군과 5군단이 모두 블랙힐 기지에 모여 있었고, 언제 가디언 제국과 전투가 벌어질지 몰랐기에 전진 기지를 모두 폐쇄했었소. 그때 카야킨에 있던 커널 준장이 소식을 알리지 않았고, 내가 알았을 땐 몇 달이 지난 후였소.”
“그냥 변명일 뿐이군요.”
“맞소. 부하의 실수도 상관인 내 실수지.”
“두 번짼 왜 그러셨습니까?”
“경도 알지 않소? 그 비행석 원정 임무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경과 엘프가 꼭 필요했소.”
난 고개를 흔들었다.
“그때 알려줬어도 전 원정에 갔을 겁니다.”
대신 자동인형을 보내 영지를 수비했을 거다.
결과적으론 잘 처리됐지만, 내 영지민이나 병사가 죽거나 다칠 수도 있었다.
“그 점은 내가 사과하겠소.”
“사과한다고 떨어진 신뢰가 회복되는 건 아니죠. 이제 본론을 듣겠습니다.”
윌리엄이 다시 짧은 한숨을 쉬곤, 찰스 국장을 쳐다봤다.
그러자 찰스 국장이 입을 열었다.
“가디언 제국이 움직였습니다.”
국장의 말투는 전과 다르게 공손했다.
두 사람 다 내가 제국의 귀족이자, 영주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벌써요? 생각보다 빠르군요.”
“아직 우리를 침공한 것은 아닙니다. 저들의 기간트 수송용 비공정이 국경에 배치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비공정을요? 몇 대나 됩니까?”
“한 번에 기간트 10기를 수송할 수 있는 비공정이 30대에 병사 200명을 수송하는 비공정도 10대나 있습니다.”
“허! 비공정만 40대네요.”
난 상당히 놀랐다.
그들이 채굴한 비행석이 상당했기에 40대는 많이 만든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원정에서 돌아온 지 1년도 안 돼서 벌써 40대나 만들었다는 건 놀라웠다.
그리고 수송용 비공정 30대면 한 번에 나를 수 있는 기간트가 300기나 됐다.
이건 폭탄 드랍이었다.
‘제국 전역이 사정거리군.’
“그런데 왜 벌써 비공정을 공개한 걸까요?
순간 안드레아스가 굳이 비공정을 지금 공개한 이유가 뭔지 궁금했다.
저들에겐 비밀무기였고,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 군과 싸울 때 후방에 투하하거나, 수도에 투하하면 훨씬 효과가 좋을 것이고, 여러 비밀 작전에 사용할 수 있었다.
“아! 저들이 우리도 비공정이 있는걸 알았군요.”
윌리엄 사령관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어디서 샌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것 같소. 그리고 우리가 괴수들에게 200기 가까운 병력을 피해 본 것도 알고 있을 거요.”
북부군의 입은 막았다고 해도, 각 지방의 영지군까지 모두 입을 막을 순 없었나 보다.
“우린 비공정을 몇 척이나 만들었습니까?”
윌리엄 사령관이 대답했다.
“현재까지 모두 15척이고. 2척은 지휘 비공정이오.”
“전에 10기를 이동하는 비공정을 만드신다고 했으니,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 기간트는 130기네요.”
“정확하오.”
“비공정에 오리지널 기간트를 집중적으로 배치한다고 해도 이길 수 있을지 확신하진 못하겠군요.”
“그렇소. 다행히 이번에 기간트 생산을 서둘러서 이미 24기의 오리지널 기간트가 배치됐소.”
그건 그나마 다행이었다.
사실 130대300이면, 수치상으론 절대 이길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오리지널 기간트 24대가 추가됐기에 전투만 잘하면 이길 가능성도 있었다.
“그리고 저들이 국경과 국경 근처에 마장기를 집결했소. 정보국의 정보론 1,000기 가까이 된다고 했소.”
“1,000기면 전면전이네요.”
예상보다 숫자가 조금 적은 건 아마도 비공정에 마장기가 꽉 차 있다고 봐야 했다.
“현재 우리 군은 2개 군단과 동부군, 그리고 헤이스팅 가문의 기간트까지 700기의 기간트가 국경에서 대치 중이오. 그리고 우리 북부군과 5군단이 비공정을 타고 국경 근처에서 대기 중이고.”
“휴! 역시 어려운 전쟁이 되겠군요.”
윌리엄과 찰스 국장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말인데, 경의 도움이 필요하오.”
윌리엄 사령관의 말에 난 팔짱을 끼고 의자에 등을 기댔다.
원래 가디언 제국과 전쟁엔 참전하려고 했지만, 윌리엄 사령관과 신뢰가 깨진 상태라 그냥 움직이긴 뭔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그럴 줄 알고, 선물을 가져왔소.”
윌리엄 사령관이 손을 들자, 엠버 대령이 문서를 전달했다.
그리고 내게 내밀었다.
“뭡니까?”
“이번에 크게 한바탕했다고 들었소.”
“영지전 말입니까?”
윌리엄 사령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이번에 영지전에서 얻은 베르가니 영지를 공식적으로 타일러 경에게 준다는 문서요.”
“이미 제가 차지하고 있는데요?”
“그래도 황제 폐하께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과는 다르오. 그리고 록체스터 대영지는 경의 영지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황제 폐하께서 조치했소.”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황제라고 해도 대영지에 저런 압박을 한다고?
그랬다간 대수림에 무슨 일이 발생했을 때, 그들의 협력을 받지 못할 것이다.
“베닝 공작이 순순히 따르던가요?”
윌리엄 사령관이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그럴 리가 있겠소? 약을 조금 쳤소. 황제께서 이번 전쟁을 돕는 조건으로 2년 후에 비공정 5대를 각 대영지에 하사하시기로 하셨소. 그리고 록체스터 가문엔 3대를 추가해 총 8대를 주기로 하고, 이곳 일을 마무리하기로 합의했소.”
“3대나요?”
엘프 차원의 괴수 군단이 언제 다시 동면에 들어갈지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당분간 비행석 채굴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기간트를 200기나 잃고 얻은 비행석으로 만든 비공정을 3대나 더 준다는 것은 황제로서는 내게 큰 배려를 베푼 것이었다.
그건 그만큼 전선 상황이 좋지 않다는 소리였고.
그리고 록체스터 가문이야 가만히 앉아서 공짜로 비공정이 3대나 생기는 셈이었고, 영지전이야 비공정을 넘겨받고 나서 해도 늦지 않았다.
“그리고 타일러 백작에게 저번 원정의 공로로 금화 10만 골드와 에일 영지를 하사하셨소.”
“에일 영지요? 우리 남쪽에 있는 영지 말입니까?”
“그렇소. 타일러 경을 움직이려면 이 정도는 가지고 와야 할 것 같아 황제 폐하와 추밀원장을 일주일 내내 설득했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경의 능력을 어느 정도 밝혀야 했소. 이건 황제 폐하의 공식 문서요.”
윌리엄 사령관이 내게 에일 영지의 소유권이 적힌 문서를 내밀었다.
“그리고 황제 폐하께서 타일러 경에게 후작의 작위를 하사하셨소.”
“후작이요?”
“이제 타일러 경의 영지가 북부에서 3번째로 큰 영지요. 베르가니 영지가 규모는 중급 영지지만, 산악 지역이 많아 영지 크기가 상당히 크고, 에일 영지는 크기는 작지만, 인구가 많은 편이오. 그러니 세 영지를 합하면, 영지 크기도 크고, 인구도 많으니 후작의 작위는 과한 것이 아니라고 하셨소. 축하하오. 타일러 경.”
“축하합니다. 타일러 빈스 후작님.”
후작이라······.
후작부턴 대귀족으로 분류되며, 부하 기사들에게 작위를 내릴 수도 있는 높은 위치였다.
게다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에일 영지까지 얻었다.
한편으론 기분이 좋으면서 다른 한편으론 어떤 임무를 맡길지 슬슬 불안했다.
황제가 저렇게 막 퍼주는 걸 보니, 뭔가 아주 중요한 임무를 맡길 것 같은데······.
“타일러 경께서 서부전선으로 가주셔야겠습니다.”
“서부전선이요? 동부전선이 아니고요?”
이건 가디언 제국과 싸우라는 말이 아니라, 아리칸 왕국 전선으로 가라는 말이었다.
순간 그 이유를 생각해봤다.
그리고 바로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허! 안드레아스가 정말 무서운 자로군요.”
“타일러 경이라면 짐작할 줄 알았소. 저들은 병력만 배치했지, 당장 쳐들어올 생각이 없소. 그렇다고 우리가 병력을 뺄 수도 없고.”
“비공정 역시 뺄 수 없겠군요. 저들의 비공정이 언제 어디에 떨어질지 모르니······.”
“그렇소. 저들은 우리를 견제하며, 계속 서부전선에서 병력을 소모하길 기다리고 있소. 결국엔 우리와 아리칸 왕국, 연합국까지 모두 큰 피해를 볼 것이고, 놈들은 어부지리를 얻으려 할 것이오.”
하긴, 나 같아도 그런 작전을 쓸 것 같다.
가끔 병력을 꽉 채운 비공정으로 국경 하늘만 날아다녀도 아베르크 제국은 심장이 쫄깃할 거고, 병력을 빼지 못할 거다.
그럼 우린 아리칸 왕국으로 후방에 있는 기간트를 계속 보낼 수밖에 없고.
병력은 계속 줄어들 것이다.
난 윌리엄 사령관을 쳐다봤다.
“황제 폐하께 말한 내 능력이 비공정입니까?”
“그렇소. 솔직히 이번 엘프 원정에서 비행석을 상당히 챙겼을 것이 아니오. 그리고 타일러 경의 성격상 이미 비공정을 만들었을 거고.”
윌리엄 사령관도 바보는 아니었다.
내가 알아서 챙기리라는 걸 알았으니까.
그리고 내 비공정 때문에 비행석 채취가 훨씬 빨라졌으니, 그걸 눈감아 준 거고.
이제야 나를 찾아온 목적이 확실해졌다.
이들은 내 비공정으로 탈로스 글론 연합군의 비공정을 상대해달라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