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28)
128. 잘하시는 거 있지 않습니까?
쏴아아아아! 후두둑!
거센 소나기가 무너진 도시를 적시고 지나갔다.
덕분에 사방에 비산한 먼지가 조금은 걷혔고, 뜨거웠던 전투의 열기도 식혔다.
“마르틴 전하 대승입니다! 남쪽으로 도망치던 타이탄 부대를 격퇴했습니다!”
“타이탄 12기를 포획하고 기사들을 사로잡았습니다!”
각 부대를 이끌고 적을 추격하던 지휘관들이 속속 지휘 천막으로 들어와 보고했다.
마르틴 국왕은 그때마다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고생했네.”
오늘은 아리칸 왕국과 제국의 기사들 모두 축제 분위기였다.
몇 개월간 후퇴만 거듭하다가 단 한 번 반격에 대승을 거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가장 기뻐할 마르틴 국왕의 얼굴엔 수심이 엿보였다.
“그럼 상황 보고를 하겠습니다.”
리오넬 대령이 마르틴 국왕과 제국 1군단장에게 고개를 숙이고 보고를 시작했다.
“오늘 전투에서 연합군 타이탄 542기를 격퇴하고, 127기를 포획했습니다. 그리고 타이탄 기사 169명과 장교 32명, 병사 500여 명을 포로로 사로잡았습니다. 우리 동맹군 피해는 기간트 112기가 파괴되고 기사 89명이 전사했습니다.”
“오오!”
“이제 숨통이 조금 트이겠습니다!”
그야말로 대승이었다.
1군단 기사들은 좋아했지만, 마르틴과 아리칸 기사들은 웃지 못했다.
아리칸 기사가 너무 많이 죽었다.
그동안 연합군에게 밀리면서 죽은 기사와 오늘 전투에서 죽은 기사들까지, 이번 전쟁으로 너무 많은 기사를 잃었다.
그리고 폐허가 된 도시들까지.
이 모든 걸 복구하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피땀이 들어가야 할지,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몰랐다.
“리오넬 대령, 이제 저들의 타이탄은 얼마나 되나?”
“남쪽 전선에 있는 타이탄과 후퇴한 타이탄을 합하면 대략 1,100기 정도로 예상됩니다.”
“아직도 많군. 우리 기간트는 얼마나 되지?”
“양쪽 전선의 병력을 다 합하면, 우리 왕국군의 기간트는 총 450기 정도고, 아베르크 제국의 기간트가 350기 정도 됩니다.”
1,100대800.
마르틴 국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겨우 싸울만한 수준까진 올라선 것이었다.
게다가 동맹국은 비공정이 있었다.
“저들의 움직임은 어떻게 될 것 같나?”
“제 예상으로는 이번 피해로 저들의 병참과 보급품이 부족해 병력을 후방으로 물릴 것 같습니다. 그리고 메로스시로 집결할 것으로 보입니다.”
리오넬 대령은 뛰어난 야전 지휘관이기도 하지만 작전 참모이기도 했다.
“메로스란 말이지. 그럼 결전은 그곳에서 벌어지겠군.”
마르틴 국왕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메로스시는 아주 오래된 도시였고, 기마 시대에 역사적인 상징물이 많은 도시였다. 기간트가 나오기 전엔 그곳이 아리칸 왕국의 수도였고.
하지만 300년 전 마석 산업 혁명이 일어나고 기간트가 발명되면서 수도는 엔실루드로 옮겨졌다.
하지만 이건 자신들의 의지는 아니었다.
아베르크 제국은 기간트를 앞세워 아리칸 왕국을 침공했고, 아리칸은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항복했다. 그리고 왕국의 지위도 잃고 공국으로 지난 300년간 조공을 바치는 속국의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제국과 더욱 가까운 곳으로 수도를 옮기라는 요구까지 한 것이다.
과거를 보면 아리칸 왕국은 아베르크 제국과 원수나 다름없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힘을 합쳐 적과 싸우고 있었으니, 역사의 흐름은 알 수 없었다.
“지금 연합군의 사기가 떨어졌으니, 우리도 서둘러 병력을 집결해 저들을 공격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리오넬 참모의 말에 1군단의 에리히 군단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1군단도 같은 생각입니다. 저들이 방어 준비를 끝내면 전투는 더욱 힘들어질 겁니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병력을 집결하고 메로스시를 공격하는 게 상책입니다.”
제국 1군단도 이젠 빨리 결전을 치르고 싶어 했다.
전엔 아리칸 왕국을 포기하더라도 연합군의 병력을 충분히 줄이자는 계산이었다면, 이젠 대승도 했겠다 비공정도 있으니, 자신들이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그리고 언제 가디언 제국과 전쟁이 벌어질지 몰랐기에 빨리 돌아가고 싶었다.
“이번이 기회입니다!”
“맞습니다. 놈들을 모두 궤멸시켜야 합니다.”
아리칸 지휘관들과 제국군 지휘관들이 오랜만에 한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마르틴 국왕은 고민하고 있었다.
위이이잉!
그때 지휘 천막 근처에 비공정이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타일러 경이 왔는가?”
밖에서 병사가 대답했다.
“네! 타일러 후작님의 비공정입니다.”
“오! 내가 나가 보겠네.”
마르틴 국왕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천막 밖으로 나갔다.
그는 아까부터 타일러 후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
기분이 좋았다.
전투에서 대승한 것도 그렇고.
연합군을 추격하면서 멀쩡한 타이탄도 40여 대나 더 확보했다.
저들이 도망치는 길목을 확인하고, 비공정에서 기간트를 내리고 막아서자, 기사들은 타이탄을 버리고 도망쳤다.
그렇게 몇 번 반복하자 20여 척을 얻었고, 전투를 벌이다가 도망쳤는지 마석 배터리가 떨어져 버려진 타이탄 10여 기까지 말 그대로 그냥 주웠다.
‘부지런한 자가 먹이를 먹는 법이지.’
게다가 꼭두각시 마법인형 셋이 자아를 각성해 자동인형이 됐다.
난 이제 자동인형이 열여섯이 됐고, 인형의 집에 있는 허수아비 마법인형 20명 중에서 10명을 꼭두각시로 업그레이드시켰다.
이제 남은 운명의 실은 400개가 조금 넘었고, 꼭두각시는 14명이 됐다.
웨슬리와 자동인형들은 새로운 꼭두각시를 일대일로 교육하고 있었기에 곧 기간트 30개를 운용할 수 있었다.
‘응? 왜들 나와 있지?’
지휘 본부 옆에 마르틴 국왕과 기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 전장의 영웅께서 왜 이제야 오셨소!”
마르틴 국왕은 날 보자마자, 칭찬부터 했다.
“대체 그 작전은 어떻게 생각한 거요? 비공정을 추락시켜 적 타이탄을 100기나 부숴버리다니! 난 도저히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오.”
“그건 우리가 돌아왔을 때, 우리 측에 남은 병력이 거의 없을 것 같아 적의 사기를 더 꺾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깝지만, 비공정 한 척을 희생한 겁니다.”
“아! 우리 기사들까지 생각해 주시다니 타일러 경의 은혜가 큽니다. 그리고 적의 병참기지까지 불태우고, 오늘 전투의 일등 공신은 타일러 후작이시오.”
“맞습니다! 타일러 후작님의 공이 큽니다.”
“타일러 후작님, 덕분에 목숨을 구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마르틴 국왕과 기사들이 부담스럽게 내 칭찬을 했다.
그리고 지휘관들은 내게 허리까지 숙이고 인사를 했다.
난 마르틴 국왕과 지휘관들의 환대를 받으며 지휘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1군단의 지휘관들은 날 보곤, 그냥 모른 척 고개를 돌렸다.
자신들도 오늘은 최선을 다해 전투에 임했고, 나름 공도 세웠다.
하지만 내가 워낙 큰 공을 세웠기에 자신들의 공이 조금 하찮게 느껴진 것 같았다.
“내 이번 전쟁이 끝나면, 타일러 경에게 좋은 선물을 드리리다. 그거 이리 가져오게.”
마르틴이 손짓하자, 기사가 상자를 하나 가져왔다.
“보다시피 당장은 이곳에서 챙겨줄 만한 것이 없소.”
상자에서 훈장을 꺼냈다.
“그래서 이걸 챙겼소. 이건 우리 왕국의 최고 훈장이오.”
“아! 영광입니다.”
검은색 십자 훈장을 가슴에 달아줬다.
아리칸 최고의 무공훈장이란다.
“그리고 타일러 경에게 아리칸 왕국의 후작 작위를 내리겠소.”
“네?”
“하지만?”
아리칸 기사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리오넬 대령이 말했다.
“전하 지금 왕국에 후작 작위가 세 분밖에 안 계십니다. 그렇게 되면 타일러 경이 후계 서열 4위가 됩니다.”
“괜찮소. 공이 있으면 당연히 받는 것이지.”
분위기가 조금 이상했다.
왜 후작 작위를 받는데, 후계 서열 이야기가 나오지?
“리오넬 대령, 방금 회의한 내용을 타일러 경에게 설명해 주게.”
“네, 알겠습니다.”
리오넬 대령이 방금 회의한 내용을 내게 말해줬다.
그리고 마르틴 국왕이 내게 물었다.
“타일러 경의 생각은 어떠시오?”
“전 반대입니다.”
양측의 지휘관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봤다.
마르틴 국왕도 의외의 대답이라고 생각했는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1군단 부군단장인 티아스 준장이 나섰다.
“타일러 경, 전쟁에 사기가 중요하다는 것은 병법의 기초입니다. 숫자는 우리가 부족하지만, 우린 이번에 대승을 거뒀습니다. 그러니 이 기세를 이용해 적을 몰아쳐야 합니다.”
“부군단장의 말이 맞소. 저들에게 시간을 주면 방어는 더 견고해지고, 우리 피해도 더 커질 것이오.”
“하지만 우리 측 기간트도 많이 상하겠지요. 기사들도 많이 죽을 거고.”
1군단장 에리히 중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전쟁에서 기사들의 희생이야 어쩔 수 없소. 지금은 승리만 생각하시오.”
“그리고 우린 비공정이 있지 않습니까. 도시 곳곳에 기간트를 내리고 저들을 흔들면, 사기가 더 떨어질 겁니다.”
티아스 준장의 말도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쥐도 구석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입니다. 저들이 한번 패했으나 아직 병력이 많고, 도시를 거점으로 버티면 아무리 우리 기세가 강하다곤 해도 피해가 클 겁니다. 특히 기사들은 다시 키우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제국이야 황립 사관학교 졸업생도 계속해서 나오고, 각 영지에 기사들도 있으니, 기간트만 수리하고 생산한다면 병력을 빨리 회복할 수 있지만, 아리칸 왕국은 이번에 너무 많은 기사를 잃었고, 다시 키우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릴 겁니다.”
마르틴 국왕이 한숨을 쉬었다.
“휴우! 내 생각도 그렇소. 그래서 쉽게 공격명령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소. 그렇다고 저들을 그냥 놔둘 수도 없고.”
마르틴 국왕의 고심이 깊었다.
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은 방법이 있는데, 뭘 그리 고민하십니까.”
“뭐요? 타일러 경, 무슨 방법이 있으시오.”
“간단합니다. 저들이 스스로 물러가게 하는 겁니다.”
마르틴 국왕과 지휘관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마르틴 전하께서 잘하시는 거 있지 않습니까?”
“그게 뭐요?”
“이번에 제가 추가로 챙긴 비공정이 4척입니다. 그럼 우리가 보유한 비공정은 모두 9척이죠. 그 9척의 비공정에 기간트를 잔뜩 태우고 탈로스 왕국의 수도를 공격하는 겁니다.”
“······!”
“······!”
지휘 천막에 모인 지휘관들이 일제히 입을 벌리고 경악했다.
“아베르크 제국의 황궁도 공격하신 분이 탈로스 왕국의 왕궁이 두려우십니까?”
“그, 그게 아니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하셨소?”
“제가 직접 옆에서 지켜보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저들의 수도와 왕궁에 타이탄이 있어야 얼마나 있겠습니까. 한 번에 90기 가까운 기간트가 그것도 최정예 기사들이 떨어진다면, 어찌 되겠습니까? 거기에 왕궁을 파괴하고 국왕을 사로잡으면 더 좋고요.”
“하하하! 단번에 전쟁이 끝나겠군.”
“저들도 비공정으로 재미를 봤으니, 당할 때 기분을 알려줘야죠. 그리고 굳이 단번에 성공하지 않아도 몇 개 대도시만 순회한다면, 항복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겁니다.”
마르틴 국왕과 기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1군단의 티아스 준장도 내 작전을 듣더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지금 상황에서 병력 손해가 더 나면 제국도 좋진 않았다.
가장 좋은 것은 피를 흘리지 않으면서도 적에게 최대한 타격을 주고 전쟁을 끝내는 거다.
“그리고 이참에 저들이 타이탄 생산 공장을 박살 내는 겁니다. 그럼 다시 회복하려면 몇 년은 필요할 겁니다.”
나도 타이탄용 마석 배터리를 더 확보하고.
“오! 좋소! 당장 구체적인 작전을 짜봅시다.”
***
“서둘러라!”
“마석 배터리를 최대한 실어라!”
“식량과 물은 상갑판 위로 올리고.”
9척의 비공정에 천명 이상의 병력이 붙어서 물자를 옮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으로 이번 임무에 함께 갈 기간트가 서 있었고, 그 옆쪽으로 기사들이 1미터 50센치의 단상에서 뛰어내리며 훈련하고 있었다.
“기간트 강하훈련을 한 번도 안 받은 기사가 대부분인데 괜찮을까요?”
에테나가 잔뜩 긴장한 듯한 기사들을 보며 말했다.
“어쩔 수 없지. 이번 작전은 시간이 생명이거든.”
적의 수도와 왕궁을 타격하는 일이다.
만에 하나라도 정보가 새면, 효과는 크게 반감될 것이다.
그리고 무선 통신이 발달하지 않았고, 저들은 지금 아리칸 왕국 깊숙이 들어와 있는 상태였다.
저들의 왕궁까지 이곳 소식을 전하려면 적어도 보름에서 한 달은 걸릴 것이다.
그러니 그전에 우리가 적의 수도를 친다면, 전쟁을 단번에 끝낼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공격을 서두르고 있었다.
이번 기습 작전은 동맹군이 모두 참가한다.
3척의 비공정엔 제국 1군단과 서부군의 기간트 30척이 탑승하고, 마르틴 국왕과 크루세이더 기사단 40기가 나머지 4척의 비공정에 탐승한다.
그리고.
기이잉! 쿵! 쿵!
“저기 우리 비공정에 추가로 탈 기간트가 오네요.”
4기의 기간트가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