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30)
130. 내가 파트리스 2세다!
그 흔한 자물쇠도 없었다.
어쩌면 탈로스 왕국엔 도둑이 없는 게 아닐까?
그렇게 잘 사는 나라는 아니라고 들었는데?
아무렴 어떤가.
‘득템이로구나!’
아무도 보고 있지 않았다면 덩실덩실 춤을 췄을 것이다.
이렇게 동글동글하게 깎아 만든 것도 쉽진 않을 텐데, 꽤 정성을 들였다.
균일한 크기의 비행석을 모두 그물에 담아 인형의 집에 넣었다.
대략 내가 엘프 차원에서 채취한 비행석의 1/5수준이었지만, 이 정도면 탈로스 왕국이 캔 양의 전부일 것이다.
나머지 절반은 글론 왕국에 있겠지.
이제 탈로스 왕국은 대비행 시대에 뒤처질 것이다.
아무리 동맹이라고 해도 글론 왕국이 비행석을 그냥 막 주진 않을 거고.
주변을 쓰윽 둘러봤다.
‘이대로 떠나면 내가 챙긴 흔적이 남겠지?’
누군가 비행석이 이곳에 있다고 말한다면, 기지를 습격한 나를 의심할 것이다.
그럼, 어쩔 수 없이 다 태워야겠군.
인형의 집에서 횃불용 기름과 헝겊을 왕창 꺼냈다.
대수림에서 사용하는 것이라 습기에도 강하고 비가 와도 잘 꺼지지 않는 괴수 기름이었다.
[쿠훌린! 저들의 비공정에 불을 질러라!]“쿠오오크!”
오크들이 10척의 비공정에 기름을 뿌리고, 비공정을 만들기 위해 산처럼 쌓아놓은 목재에도 기름을 뿌렸다.
탁! 탁!
화륵! 화르르르!
곳곳에 불이 붙었다.
[쿠훌린! 오크 해병대와 기간트를 모두 데리고 탈출해!]“쿠오크, 알았다. 타일러여!”
오크들이 먼저 움직였다.
난 에테나와 맨 마지막으로 나왔다.
마나를 눈에 뿜으며 혹시나 덜 챙긴 물건이 없는지, 남아 있는 기간트는 없는지 확인하면서 나왔다.
그리고 입구에 도착할 때쯤 거센 화염과 검은 연기가 공방 내부를 가득 뒤덮었다.
[모두 다 나왔나?] [네! 영주님.] [네! 주군.] [오크는?]“쿠오크! 타일러여 전사한 오크 전사들을 빼곤 다 나왔다.”
쿠훌린과 오크들이 불타고 있는 공방을 향해 가운데 있는 손가락을 펼쳐 보였다.
“쿠오오오오오크!”
죽은 오크 전사들을 용감한 대전사로 인정하는 것이다.
나도 검은 연기를 향해 중지 손가락을 펼쳤다.
편히 잠들기를······.
내가 손짓하자, 공중을 선회하고 있던 비공정이 내려왔다.
우리가 한참이나 타이탄 공방을 부쉈지만, 추가로 타이탄이 달려오진 않았다.
왕궁이 쑥대밭이 나 있을 텐데, 여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겠지.
아니면 원래 수도에 병력이 많지 않았을지도.
“고도를 높여라!”
비공정이 기간트와 오크 해병대를 태우고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영주님, 어디로 갈까요?”
“저기!”
난 항구 북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도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
우리 비공정이 탈로스 왕궁 상공에 도착했을 땐 이미 상황은 끝나 있었다.
동맹국의 기간트들은 왕성을 부쉈고, 수백 명의 포로가 한곳에 모여 있었다.
그리고 상공에서 살펴보니, 주변 몇 km 내엔 움직이는 타이탄은 없었다.
‘정말 자신들이 당할지 몰랐구나!’
비공정으로 적을 괴롭힐 생각만 했지, 자신들이 역으로 당할지 몰랐나 보다.
그러니 왕궁에 겨우 50여 기의 타이탄을 배치했지.
그들은 70기의 최정예 기간트에게 모두 당했다.
“내려가자!”
우리 비공정도 저들의 왕궁에 착륙했다.
기간트를 타고 마르틴 국왕에게 다가갔다.
우가스가 나를 돌아보았다.
[타일러 경, 타이탄 공방은 어찌 됐소?] [저길 보십시오.]난 이곳보다 몇 배는 더 거센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항구 쪽을 가리켰다.
[허! 완전히 파괴했군.] [네! 다시 공방을 짓지 못하게 모두 다 태워버렸습니다.] [잘하셨소.]난 주변을 한번 둘러봤다.
아리칸 왕국과 제국의 기간트들이 주변 건물을 부수며 뭔가를 찾고 있었다.
이거 미안해서 어쩌지?
비행석은 내가 다 챙겼는데······.
난 모르는 척 가만히 있었다.
[전하, 파트리스 왕은 찾았습니까?] [지금 찾을 생각이오.]마르틴 국왕의 우가스가 포로들에게 다가갔다.
[난 아리칸 왕국의 왕 마르틴이다. 누가 파트리스 2세냐?]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왕관을 쓰거나 화려한 복장을 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비밀 통로 같은 곳으로 탈출한 게 아닐까?
그러자 퀸급 기간트 우가스가 거대한 낫을 겨눴다.
[다시 묻지 않겠다. 이번에도 나서지 않는다면, 이 낫에 모두 죽을 것이다.]스으윽!
우가스가 거대한 낫을 높이 들고 다시 물었다.
우가스가 포로들을 향해 낫을 움직이려 했을 때였다.
“내가 파트리스 2세다!”
수염 난 건장한 중년 사내가 한 손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그대라고?]“그렇소! 내가 탈로스 왕국의 왕이오. 날 찾았으니, 여기 있는 사람들은 살려주시오.”
마르틴의 우가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옆에 있던 기간트가 다가와 중년 사내를 뒤쪽으로 끌고 갔다.
[왕을 찾았으니, 그럼 나머진 필요 없겠군!]스으으윽!
갑자기 우가스가 거대한 낫을 높이 들었다.
휘두르려는 순간!
“머, 멈춰라! 나다! 내가 진짜 파트리스 2세다!”
배 나온 중년 사내가 앞으로 뛰어나왔다.
[저자는 내 기사단장이다! 내가 국왕이다!]사내는 자기가 왕이라고 소리치며 방금 끌려간 사내를 가리켰다.
[응? 그대가 진짜 왕이라고?]“그렇다! 항복하겠다.”
사내는 허름한 시종의 옷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얼굴에 기름기가 가득하고 배가 임산부처럼 볼록 나온 것이 다른 시종들하고는 달랐다.
[그럼 한 가지 묻지. 너희가 가지고 있는 비행석은 어디 있지?]“뭐, 뭐라?”
[국왕이 비행석의 위치를 모를 리가 없지. 왜, 모르느냐? 모르면 죽어야지.]거대한 기간트가 다시 낫을 겨눴다.
그러자 사내가 체념한 표정을 지었다.
“타이탄 공방에 있다.”
[뭐?]그 순간 마르틴의 우가스가 남쪽에 시커먼 연기를 쳐다봤다.
내가 말했다.
[헉! 큰일입니다. 비행석은 뜨거운 불에 직접 닿으면 금방 바스러져 가루가 됩니다!] [이런!]내 말에 마르틴이 짧은 탄성을 질렀다.
이미 비행석이 화마에 휩싸였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게 내가 타이탄 공방에 불을 지른 이유였다.
[뭐라고? 비행석이 불길에 휩싸였다고?]내 말을 엿들은 제국의 기사가 한창 비행석을 찾고 있는 티아스 준장과 다른 제국의 기사들에게 알렸다.
그러자 비행석 수색은 중단됐다.
사실 이 정도 뒤졌으면, 뭔가 나와야 정상이었다.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지. 왕이 아닌 자, 모두 이 자리에서 죽을 것이다. 이 중에 진짜 왕이 있다면 앞으로 나서라.]마르틴 국왕과 아리칸의 기간트들이 남은 포로들을 향해 거대한 무기를 겨눴다.
하지만 더는 자신이 국왕이라고 나서는 이는 없었다.
[좋다! 이 둘만 비공정에 태워라!]두 사람이 끌려가고, 더는 살육은 없었다.
마르틴은 남은 사람들에게 말했다.
[파트리스 국왕은 내가 데려가겠다. 한 달 이내에 아리칸 왕국에서 병력을 물리지 않으면, 왕을 죽이겠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수도를 모두 불바다로 만들겠다.]마르틴 국왕의 강력한 경고 후에 우린 비공정에 올라탔다.
그렇게 한바탕 수도를 휘몰아치고, 9척의 비공정은 아리칸 왕국이 있는 동쪽으로 항해했다.
이제 전쟁은 끝날 것이다.
설사 왕궁에 남은 사람 중에서 왕이 있다고 해도 탈로스 왕국은 병력을 물릴 것이다.
아니면 저승사자 같은 마르틴 국왕이 비공정을 타고 다시 올 테니까.
탈로스는 왕국과 수도를 지킬 병력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미 타이탄 생산 공장을 잃었다.
기술력이 있었기에 다시 공방을 만들겠지만, 내가 보기엔 최소 10년 이상은 걸릴 것 같았다.
***
우리가 아리칸 왕국으로 돌아오고, 보름 후에 연합군은 메로스시에서 퇴각하기 시작했다.
전쟁이 끝난 것이다.
지금 아리칸 알현실엔 기사들과 제국의 지휘관들이 모여 있었다.
“그럼 우리 서부군과 1군단은 돌아가겠습니다.”
서부군 사령관 길라드 대장이 말했다.
“고생하셨소. 길라드 사령관.”
“약속드린 대로 우리 아베르크 제국군은 최선을 다했으니, 가디언 제국과 전쟁에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그건 알고 있소. 그런데 기간트 공방은 언제 만들어 주는 거요?”
길라드 대장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제가 언제라고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아시다시피 제국은 지금 전쟁을 준비 중입니다.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또 미루는 거요?”
“그것이 아니라, 지금은 정말 그럴 여력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저희가 이렇게 큰 피해를 봐가면서 아리칸 왕국을 도운 것을 잊으셨습니까? 황제 폐하께서 기간트 공방을 지어 주기로 하셨으니, 약속을 지키실 겁니다.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마르틴 국왕이 미간을 꿈틀거렸다.
이번에 아베르크 제국의 기간트는 100기 가까이 파괴되었다.
100기가 적은 건 아니었지만, 아리칸 왕국의 기간트는 400기 이상 잃었다.
“알겠소. 기다리지.”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서부군과 1군단의 지휘관이 고개를 숙이고 알현실에서 나갔다.
마르틴 국왕이 주먹을 불끈 쥐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역시 이번에도 미루는군요.”
“전하! 해도 해도 너무하는 것이 아닙니까!”
“저들은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습니다!”
아리칸 기사들이 분통을 터트렸다.
“마르틴 전하, 찰스 정보국장이 협상하러 왔을 때, 기간트 생산 기술도 넘겨주기로 한 것이 아니었습니까?”
내 질문에 마르틴이 고개를 흔든다.
“기술 이전은 아니고, 5년에 걸쳐서 수도 인근에 기간트 생산 공방을 만들어 준다고 합의했소. 그런데 전쟁이 터져서 공사가 중단됐소.”
“가디언 제국과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 공사는 다시 시작되지 않겠군요.”
“그럴 거요.”
그래야 마르틴과 아리칸 왕국의 기간트를 가디언 제국과 전쟁에 사냥개로 부려먹을 수 있을 테니까.
만약 참전하지 않는다면 그걸 핑계로 기간트 생산 공방은 만들어 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참전하더라도 전쟁이 끝나면 아리칸 왕국은 다시 토사구팽당할 가능성이 컸다.
그땐 아베르크 제국에 비공정이 몇 배는 많을 테니까.
기간트도 압도적으로 많을 거고.
솔직히 기간트 생산 공장을 만드는 건 2년이면 충분했다.
일부러 5년을 부른 것은 질질 끌다가 결국엔 갖은 핑계를 대고 만들어 주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내가 좀 도와줄까?’
하지만 그게 나에게 이득일까?
난 잠시 고민에 빠졌다.
아리칸 왕국의 기간트는 전부 금화나 괴수 부산물을 대량으로 넘겨주고 제국에서 구매한 것이다.
아베르크는 가디언 제국과 팽팽한 대치 상황에서 서쪽 탈로스 왕국과 글론 왕국의 타이탄을 막아줄 방패가 필요했기에 그들에게 기간트를 팔긴 하지만, 생산 기술은 절대 넘겨주지 않았다.
그래야 그들에게 계속 조공도 받고,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
아리칸 왕국은 그렇게 300년을 속국으로 살았다.
그걸 뒤집으려 한 마르틴 국왕의 시도가 대단한 것이었다
‘결국은 다시 옛날로 돌아갔지만······.’
한가지 궁금한 점이 있어 물었다.
“우가스는 어디서 구하신 겁니까?”
“······?”
내 갑작스러운 질문에 마르틴 국왕이 눈을 깜빡였다.
“제국이 오리지널 기간트를 쉽게 만들어 주지 않았을 것 같아서요.”
마르틴 국왕이 피식 웃었다.
“우가스는 150년 전에 만들어진 기체요. 대수림에서 아베르크 제국과 가디언 제국과 전쟁이 벌어졌을 때, 우리 아리칸이 아베르크 제국을 도왔고, 운이 좋게 내 선조께서 빼돌린 것이오.”
아! 주운 거였어.
성능 좋은 우가스를 얻은 것이 이들에겐 행운이었다.
물론 그 우가스에 탈 수 있는 마르틴 국왕의 재능이 더 큰 행운이지만.
난 다시 물었다.
“그럼 아리칸 왕국의 다른 오리지널 기간트도 그런 식으로 얻은 겁니까?”
마르틴 국왕은 어색하게 웃었다.
“대부분 그렇소.”
아리칸 왕국엔 오리지널 기간트가 몇 대밖에 없었다.
제국은 그들에게 귀환 오리지널 기간트를 내줄 생각이 없었다.
다행인 것은 오리지널 기간트는 오래된 것이라고 해도 성능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다만 마석 배터리 소모량이 많고, 더 오래가는 신형 마석 배터리를 장착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다.
아리칸 왕국은 기간트를 어느 정도 수리를 할 수준은 되지만 기간트를 생산할 만한 능력은 되지 않았고, 마석 배터리도 만들 못해 전량 수입했고, 겨우 충전만 하는 수준이었다.
문제는 마석 배터리도 수명이 있어 충전하면 할수록 효율이 떨어지고 나중엔 사용할 수 없었기에 꾸준히 수입해야 했다.
아리칸 기사들이 죽으라고 대수림에서 괴수를 잡은 것이 아니다.
그것만이 왕국을 지키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석도 광산에서 채취해 제국에 넘기고 마석 배터리를 받았는데, 점점 마석 채취량이 줄어들어 왕국의 마석 배터리 보유 수량도 줄고 있다고 들었다.
“제가 우가스를 좀 타봐도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