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35)
135. 싸우기 딱 좋은 날씨네.
서리 오크들이 요새 위에 집결했다.
이곳은 얼음을 깎아 만든 높이 50미터, 넓이 800미터의 얼음 요새로 협곡을 완벽히 틀어막고 있었다.
“쿠오크! 전투를 준비하라!”
서리 오크들이 방패와 커다란 도끼를 들었다.
무기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요새 좌우에 높은 협곡 곳곳엔 카이와족 오크 여전사들이 2미터 50이나 되는 길고 커다란 활과 화살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아라파족은 투척용 창을 5개씩 들고 이들 두 부족 사이에 섰다.
‘무기는 별거 없는데? 이걸로 저 화염 괴수를 막는다고?’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였다.
화염 괴수가 지척에 도달했다.
“콰르르르!”
선두로 달려오던 붉은 화염 괴수가 멈춰서더니, 입을 벌리며 으르렁거렸다.
화염 괴수는 몸길이 2미터에 피부가 식은 용암처럼 딱딱해 보였고, 머리와 주둥이가 매우 길었다.
몸집이 그리 크진 않았지만, 저 입에서 화염을 뿜어낸다고 했기에 꽤 위협적으로 보였다.
먼저 온 놈들은 뒤쪽에 화염 괴수가 다가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오크들도 화염 괴수가 더 모이길 기다리고 있었다.
“쿠오크! 아나키드여!”
서리 족장 호빌테가 소리치자, 카이와족 족장이 아래에 있는 화염 괴수를 가리켰다.
“쿠옥! 괴수를 죽여라!”
“쿠오오오!”
“쿠오오오!”
갑자기 오크들이 괴성을 지르며 하늘을 쳐다봤다.
‘화살은 안 쏘고 뭐 하는 거지?’
옆에서 쿠훌린이 말했다.
“쿠오크! 타일러여, 저건 고대 짐승의 영혼을 불러오는 거다!”
“응?”
“쿠오크! 이 땅에 살던 고대의 짐승들은 크고 강했다.”
그 순간 아나키드와 카이와족 오크 여전사의 몸이 연한 푸른 빛에 휩싸였다.
그들의 몸에 깃든 형상은 거대한 곰처럼 생겼다.
2미터 50센치의 묵직하고 커다란 활이 당겨지고, 인간이 들었다면 창이라고 오인할 만한 화살이 아래에 화염 괴수를 노렸다.
파앙! 파앙!
화살이 쏘아지자, 여기저기 파공성이 들렸다.
푹! 푸욱!
“쿠에엑!”
“쿠악!”
화염 괴수들의 머리와 몸에 화살이 박혔고,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화살촉에 얼음이 발라져 있었다.
화염 괴수를 쓰러트리는데, 얼음 코팅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다들 알고 있었다.
“쿠오크! 저들의 쏘는 활은 고대 곰의 영혼이 필요하다.”
저 크고 강한 활시위를 당길 수 있는 강함 힘이 필요한 거다.
화살로 화염 괴수의 숫자를 줄이곤 있지만, 모여드는 화염 괴수들은 점점 많아졌다.
이윽고!
“쿠르르르!”
“쿠르르륵!”
화염 괴수들이 얼음벽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발에서 뜨거운 열기가 뿜어지는지, 놈들이 발로 벽을 대자 연기가 피어오르고, 얼음이 녹으며 파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파인 틈을 이용해 화염 괴수가 수직 얼음 장벽을 오르고 있었다.
“쿠오크! 랑가스여!”
이번엔 투창을 든 아라파족이 움직였다.
그들 역시 하늘을 보며 함성을 지르자, 연한 녹색의 빛이 몸을 휘감으며 늑대의 형상이 깃들었다.
“쿠오크! 고대 늑대는 힘도 좋고, 눈도 좋다.”
그들은 3미터의 창을 얼음벽 아래를 향해 겨눴다.
그리고 랑가스 족장이 먼저 힘껏 던졌다.
쉐에엑!
퍽! 퍼억!
창이 괴수의 몸을 뚫고, 뒤에 있는 괴수의 몸에 박히며, 화염 괴수 두 마리가 동시에 떨어졌다.
쉐엑! 쉐에엑!
아라파족의 공격에 화염 괴수들이 우르르 아래로 떨어지며 죽었다.
하지만 몇몇은 기어이 요새 벽 위로 올라왔다.
“쿠오오오크!”
사자의 형상을 한 연한 붉은 빛이 이번엔 서리 부족의 몸에 깃들었다.
“쿠오크! 괴수를 죽여라!”
부웅! 부웅!
퍽! 퍼퍼퍽!
도끼에 맞은 화염 괴수가 아래로 떨어졌다.
약 2천여 명의 세 부족 오크 전사들은 생각보다 화염 괴수를 잘 막고 있었다.
이들은 이런 식으로 꽤 오랫동안 화염 괴수를 막아온 것 같았다.
“쿠오크! 화염이다!”
화아아아!
벽에 매달린 화염 괴수가 입을 벌리며 화염을 쏘았다.
화염의 길이가 10미터에 달했다.
“쿠아아악!”
아래로 창을 던지고 있던 아라파족 오크 한 마리가 거센 불에 휩싸였다.
오크는 곧바로 요새 아래로 몸을 던졌다.
자신 때문에 다른 오크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이렇듯 오크는 희생적이었다.
오크들이 잘 막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전사자와 부상자도 생겼다.
과거에 다른 종족끼리 서로 반목하며 싸우던 오크는 더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가끔 요새 벽 위로 올라온 괴수가 있었고, 한 마리가 화염을 쏘는 바람에 오크 셋이 불에 휩싸이기도 했다.
다행히 방패로 막았고, 오크가 괴수를 빨리 죽였기에 온몸이 화염에 그슬린 상처만 입었다.
화염 괴수는 접근하기 전에 죽이는 것이 관건이었다.
‘목을 부풀리고 입을 벌리며 액체를 뿜어내는구나! 이빨과 이빨 사이를 부딪치며 불꽃을 일으키고.’
화염 괴수가 화염을 쏘는 모습을 관찰했다.
놈들은 불을 쏘기까지 약 3초간의 준비가 필요했다.
그러니 그 전에 멱을 따거나 머리통을 부숴야 했다.
“쿠오오크! 괴수가 물러간다!”
“쿠오크! 쿠오크!”
한참을 싸우던 오크들이 일제히 함성을 내질렀다.
‘허! 정말 막았네.’
수백 마리의 화염 괴수를 막았다.
그때 아래쪽에 있던 4미터 크기의 화염 괴수가 나를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괴수는 나를 보며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곤 몸을 돌려 도망쳤다.
뭔가 찝찝했지만, 순식간에 내 운명의 실타래 범위를 벗어나 사라졌기에 죽일 순 없었다.
“쿠오크! 보았는가, 대족장의 영혼이 깃든 자여!”
“호빌테여! 오크들이 잘 싸운 것은 봤다. 하지만 저것이 끝이라고 생각지는 마라! 더 강한 화염 괴수도 많다. 두 족장은 알고 있을 것이 아닌가!”
난 서리 부족이 아닌 옆에 있는 카이와족과 아라파족 족장을 쳐다봤다.
아나키드와 랑가스 족장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들은 용맹한 오크였지만, 두려운 것은 두려운 거다.
“쿠옥! 큰 괴수는 추운 산맥으로 오지 않는다.”
“쿠오크! 그렇다. 지난 몇 년간 오지 않았으니, 앞으로도 오지 않을 것이다.”
두 오크 족장은 애써 상황을 외면하고 있었다.
그리고 서리 부족장은 매번 전사자가 나오긴 하지만, 그 정도는 감당할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난 가까운 마을에서 내일 출발하겠다. 혹시 어느 부족이라도 생각이 바뀌면 말해라.”
두 족장은 날 쳐다보지도 않았다.
난 고개를 흔들었다.
그들을 데려가는 것은 포기했다.
대신.
“이 근처에 거대한 나무와 숲으로 이어진 차원 균열이 있는가?”
그때 한 서리 부족의 대전사가 대답했다.
“쿠오크! 북쪽 혹한의 땅에 커다란 균열이 있다!”
“호빌테여!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기면 오크를 이끌고 그쪽으로 도망쳐라! 그리고 균열을 통과하면 무조건 남쪽으로 내려와라!”
서리 족장 호빌테는 어금니를 보이며 웃었다.
“쿠오크! 대족장의 영혼을 잇는 자여! 그럴 일은 없다.”
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우린 비공정으로 돌아갔다.
“타일러 영주님, 그냥 이대로 돌아가는 건가요?”
에테나가 물었다.
“어쩔 수 없지. 강제로 데려갈 순 없잖아.”
“하지만 이곳에 있다간······.”
나도 어쩔 순 없는 일이었다.
우린 비공정에 타고 가장 가까운 오크 마을로 향했다.
그곳에서 길을 물어 북쪽 혹한의 땅으로 가기로 했다.
남쪽에 있는 차원 균열까진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렸기에 가까운 차원 균열을 통과해 대수림으로 나가는 것이 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
우린 오크 마을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 날 출발을 서둘렀다.
그때 에테나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그런데 비행석 상자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왜? 물이 얼까 봐?”
“내 따뜻하게 불을 피우곤 있지만, 혹한의 땅은 오크에게도 너무 추운 곳이라고 들었어요.”
“괜찮을 거야. 물을 채우지 않고도 마석 엔진을 최대한 이용하면,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고도를 낮출 수 있으니까.”
에테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내가 바로 출발하지 않은 것은 어제 도망쳤던 4미터 크기의 화염 괴수 때문이었다.
왠지 불길한 느낌에 하루 정도는 머물면서 상황을 지켜본 것이다.
그냥 기우였네.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쿠오오크!”
쿠훌린이 손가락을 가리켰다.
그곳엔 날개 길이가 10여 미터나 되는 거대한 새가 내려오고 있었다.
“쿠오크! 아직 살아있는 그리핀이 있다니!”
가까이서 보니, 반은 독수리고 반은 사자인 회색 그리핀이었다.
그리고 서리 오크 한 마리가 그리핀에 타고 있었다.
“끼아아아!”
그리핀이 마을에 내렸다.
그리고 서리 오크가 달려왔다.
“쿠오크! 호빌테 족장이 부른다!”
“나를?”
“쿠오크! 그렇다! 정찰대가 화염 괴수를 발견했다. 너무 많다.”
그의 다급한 표정에서 내가 생각한 불길한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했다.
“어서 비공정에 타라! 얼음 요새로 간다.”
순식간에 얼음 요새에 도착했지만, 화염 괴수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멀리서 거대한 불덩어리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난 얼음 요새로 내려가지 않고, 불덩어리를 향해 날아갔다.
가까이 다가가자, 불덩이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젠장, 불길한 일은 꼭 일어난단 말이야.’
수만 마리의 화염 괴수가 몰려오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들을 이끄는 것이 레기우스나 불카누스는 아니었다.
20미터 크기의 대군주였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10여 미터의 큰 괴수도 보였다.
놈은 군단장급이었고, 그보다 작은 4미터짜리는 중간 지휘관처럼 보였다.
놈들은 마구잡이 괴수가 아니었다.
하나의 군단이었다.
젠장, 인생 쉽게 가는 법이 없다.
‘왜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오늘 이렇게 대규모 공격을 감행하는 거지?’
설마, 나 때문인가?
내가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오크들은 몇 년, 혹은 몇십 년 더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멸망은 정해진 결과였다.
지금이야 화산재와 화염 먼지를 산맥이 어느 정도 막고 있지만, 생태계가 파괴된 이상 이곳도 오래 버티진 못할 것이다.
‘차라리 지금 터진 게 나을 거야!’
지금 중요한 것은 오크들을 피신시키는 것이었다.
저 화염의 군단은 2천 오크 전사로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서둘러 얼음 계곡으로 돌아갔다.
“호빌테여! 당장 피해야 한다! 도저히 막을 방법이 없다.”
그의 표정에 당혹감이 묻어 있었다.
그도 그리핀 정찰병에게 보고를 받았으니, 지금 상황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나를 부른 거고.
“쿠오크! 어디로 간단 말인가?”
“혹한의 땅에 차원 균열이 있지 않은가. 그곳으로 오크를 피신시켜라!”
“쿠오크! 우린 노인과 아이도 있다. 그들은 버티지 못할 거다.”
“내게 하늘을 나는 배가 있다. 노인과 아이들은 배를 이용해 옮기고, 오크 전사들은 걸어서 이동하면 된다.”
내가 말을 했지만, 호빌테와 다른 족장들은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보여줬다.
10척의 비공정을 꺼내는 모습을,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 괴수인형도 보았다.
오크들은 경악했지만, 내 능력을 보자 다들 가운뎃손가락을 펼치고 대족장의 능력이라며 경외했다.
결국, 오크들은 내 뜻을 따르기로 했다.
지금 그들이 살 방법은 나밖에 없었으니까.
“서둘러라! 각 마을로 가서 오크를 모아 북쪽 균열로 가라!”
난 먼저 비공정에 엘프들을 나눠 태웠다.
“쿠오크! 타일러여! 그대는 가지 않는가?”
“난 이곳에서 놈들을 막고 시간을 벌겠다.”
“쿠오크?”
“쿠옥?”
오크 족장들과 대전사들이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쿠옥! 하지만 괴수가 너무 많다! 위험하다!”
난 여유 있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타이탄을 꺼냈다.
이제 20명이 된 자동인형과 꼭두각시 10명도 모두 나왔다.
쿠훌린 족장이 다가와 다른 족장들에게 말했다.
“쿠오크! 그는 위대한 전사다! 우린 방해만 될 것이다.”
옆에 있던 레드불 제사장도 한마디 했다.
“쿠오크! 그렇다! 우린 대족장의 영혼이 깃든 자를 믿고, 오크들을 살려야 한다!”
오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쿠훌린과 레드불의 마음을 다들 알고 있었다.
두 지도자는 사이얀족 오크 전사들은 살렸지만, 그 가족들은 모두 죽었다.
그 슬픔을 알기에 다들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쿠오크! 서리 오크들은 들어라! 각 마을로 날아가라! 노인과 아이는 배에 태우고 나머진 걸어서 이동한다!”
“쿠옥! 서둘러라!”
명령이 떨어지자, 오크들은 빠르게 움직였다.
난 11척의 비공정을 모두 오크 수송에 동원했다.
그리고 에테나와 네 기간트 기사에겐 비공정에 타고 먼저 가서 차원 균열 밖에 위험을 제거하라고 명령했다.
그렇게 모두 요새를 빠져나갔다.
“모두 타이탄에 타라!”
“네! 주군!”
기이잉! 쿵! 쿵!
30기의 타이탄이 얼음 요새 위에 섰다.
아직 개조 전이었기에 효율은 조금 떨어지지만, 괴수를 상대로 싸우기엔 크기가 조금이라도 큰 타이탄이 적격이었다.
난 이 타이탄으로 끝까지 싸울 것이다.
30대의 타이탄을 버리고, 오크 만2천여 명을 구할 수 있다면 수지맞는 장사였으니까.
‘오크들에게 큰 은혜를 베푸는 것은 덤이고.’
화염의 대군주와 수만 마리의 화염 괴수 군단이 협곡을 붉게 물들며 몰려오고 있었다.
갑자기 요새 주변에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세상을 하얗게 덮기 시작했다.
‘거! 싸우기 딱 좋은 날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