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38)
138. 제자가 생겼다.
암 드로운이 사냥에서 돌아오길 기다렸다.
내 최대 전력이자, S등급 괴수인형인 드라우켄과 일대일로 맞짱 뜰 수 있는 유일한 자동인형.
드라우켄이 자동인형이 된다면, 당연히 암 드로운보다 더 강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괴수인형은 아직 자아를 각성한 적이 없었기에 현재 내 최고의 마법인형은 암 드로운이었다.
‘내가 자기 기간트를 만들고 있다는 걸 알면 좋아하겠지?’
드워프 글러드 왕자의 말로는 최소 4, 5년은 걸린다고 했기에 아직 먼 이야기지만.
전에 25미터짜리 초 거인의 갑옷을 이데아 발굴지 대장간에서 발견했다. 그 갑옷으로 만든 초거대 기간트가 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 난 더는 다른 사람 눈치를 볼 필요가 없게 된다.
아무리 강심장이라고 해도, 암 드로운이 초거대 기간트를 타고 앞서고 내 영지의 기간트 군단이 진군하는 순간 꼬리를 내릴 테니까.
그랬기에 앞으로 5년만 잘 더 버티면 내가 원하는 영지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러니 난 누가 황제가 되든 관심이 없는데······.’
왜 하필 지금 시기에 황태자가 날 견제를 하는 거지?
게다가 이건 너무 노골적이었다.
난민 기지에 식량 공급을 끊고, 마석을 싸게 매입한다?
가디언 제국과 전쟁이 벌어졌다는 소식은 없었다.
그런 소식이 있었다면, 알베르토가 난민 기지에 알려왔을 테니까.
‘그럼, 본격적인 후계 싸움이 시작된 건가?’
옆에 강대한 가디언 제국을 놔두고?
가디언 제국이 가만히 있는 것은 분명 꿍꿍이가 있는 거다.
가디언 제국은 비공정이 훨씬 더 많음에도 계속 만들고 있었고, 마장기도 계속 찍어내고 있다고 들었다.
반면에 아베르크 제국은 엘프 차원 원정에서 기간트를 200기나 잃었고, 이번에 아리칸 왕국 전선에서도 100여 기의 기간트를 잃었다.
그리고 동맹인 아리칸 왕국은 이제야 전쟁을 끝내고 수습하고 있었고, 전체 전력의 절반이나 되는 기간트를 잃었기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나라면 이런 상황이라면 당장에 공격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공격하지 않았다는 것은 기다리면 더 좋은 기회가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다는 뜻이다.
그들이 기대하는 것이 정치적인 싸움이 아닐까?
가디언 제국은 진작 루이스 사황자 후계가 완전히 굳어진 상태라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었지만, 아베르크 제국은 비슷한 세력의 후계자가 셋이라 매우 혼란스러웠다.
내가 안드레아스라고 해도 이걸 이용하고 싶을 거고.
‘멍청한 것들이 서로 싸우다가 가디언 제국에게 더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는 건 아닌지 슬슬 불안해지네.’
그리고 내가 불안한 생각을 하면 왠지 꼭······.
누가 뭐라고 해도 후계 싸움은 절대 가담하지 말아야지.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영주님, 무슨 고민을 그렇게 하세요?”
“응?”
“제가 바로 옆에 있는 것도 모르시고.”
에테나가 옆자리에 앉았다.
“오크 이주가 걱정되세요?”
“그거야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겠지.”
“그럼 다른 고민이시구나. 얼굴에 고민한다고 쓰여 있어요.”
“그냥 멍청한 인간들 때문에 일이 생길까 봐 걱정이지.”
에테나가 갑자기 뜻 모를 미소를 지었다.
“왜?”
“여자 오크들에게 인기가 좋으시네요.”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저기 안 보이세요. 뜨거운 눈길이.”
“응?”
내가 앉아 있는 주변으로 여자 오크 전사들이 날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카이와족 족장인 아나키드까지.
“어? 뭐야?”
“제가 여 오크들이 하는 말을 살짝 들어보니까, 대족장의 씨를 가지면 강한 오크가 태어난다고 하던데요?”
“뭐?”
“그래서 여 오크들이 영주님을 유심히 살피고 있데요.”
순간 기겁했다.
“타일러 영주님도 슬슬 짝을 찾으셔야죠. 후계자도 만드시고.”
“뭐, 언젠간 그래야겠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누구도 건들지 못하는 강한 영지를 만든다면 모를까, 아직은 아니었다.
기간트와 초거대 기간트, 거대 비공정을 만들기 위해선 괴수 부산물이 많이 필요하기에 대수림에서 사냥도 계속해야 하고.
제국의 정치 상황도 불안했으니까.
“아무래도 오크들에게 강력히 경고해야겠어. 인간은 결혼하기 전에는 절대 짝짓기하지 않는다고!”
에테나가 피식 웃었다.
‘어? 왔다!’
난 고개를 한쪽으로 돌렸다.
내 운명의 실타래에 암 드로운이 들어왔다.
그 순간 상당한 경험치가 정산됐다.
[인형술사 레벨이 올랐습니다.] [lv.64-> lv.65] [암 드로운 자동인형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암 드로운 자동인형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암 드로운 자동인형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암 드로운 자동인형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암 드로운(lv.10) -> 암 드로운(lv.14)]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내 인형술사 레벨도 오르고 암 드로운도 레벨이 4나 올랐다.
저쪽 차원에서 내내 싸움만 했나?
쿵쿵쿵!
암 드로운이 기지를 돌아 내 앞으로 다가왔다.
“충! 주군을 뵈옵니다.”
암 드로운이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뒤에 있던 두 명의 거신을 향해 손짓했다.
“주군께 무릎을 꿇어라!”
“네? 저 조그마한 인간이 주군이라고요?”
두 거신이 날 내려다보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어? 알리사 엘가가 아니네?’
알리사는 어디 가고 나이가 어려 보이는 거신들이 내 앞에 있었다.
한 거신은 키 9미터에 건장한 청년 거신이었고, 그 옆엔 키 7미터의 여자 거신이었다.
둘 다 괴이한 가죽 갑옷을 입고 있었다.
암 드로운이 노려보자, 두 거신도 억지로 한쪽 무릎을 꿇었다.
쿵! 쿵!
“주군을 뵙습니다.”
“주군을 뵈옵니다.”
이거 엎드려 절받기네.
“셋 다 일어나게!”
암 드로운과 거신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쿠옥?”
“쿠오오오!”
주변에 오크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기간트야 인간이 타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놀라진 않았지만, 눈앞에 거신은 자신들보다 훨씬 컸기에 놀란 것이다.
게다가 그 거신들이 내게 무릎을 꿇은 모습을 보고는 나를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암 드로운, 알리사는?”
“알리사 경은 거신 왕국을 찾아 이동했습니다.”
“뭐?”
“그곳에 가서 거신들을 설득해 동맹을 만들고 돌아갈 테니, 제게 먼저 돌아가서 주군을 도우라는 말을 했습니다.”
거신 왕국이라고?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처음부터 천천히 전부 다 말해봐.”
암 드로운이 내게 설명했다.
차원 마법진으로 이동한 세상을.
두 사람이 차원 마법진으로 이동하자마자 본 풍경은 대수림 비슷한 울창하고 거대한 숲이었다. 그리고 거신들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문제는 그곳도 거대 괴수가 있다는 것이었다.
둘은 괴수를 죽이고 숲을 이동했고, 몇 달 만에 수인족들의 마을을 찾았고, 그곳에서 거신의 존재를 확인했다.
고대 거신들은 이데아 제국의 수도가 완전히 화산재와 용암에 덮이기 전에 속성 마석을 최대한 모아 차원 마법진을 여러 차례 발동시켰고, 주변에 있던 수백 명의 거신과 수십 명의 마법사를 이곳 차원으로 보냈다.
원래 차원 이동은 금지된 상황이었지만, 죽음의 위협 앞에 빠져나갈 길은 이곳밖에 없었기에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다른 차원으로 탈출한 것이다.
“그러니까 그곳은 수인들이 사는 세상이고, 그곳에 거신의 흔적을 발견했다는 거야?”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쪽 세상을 수색하다가 거신들의 왕국이 있다고 해서 알리사 경이 찾으러 갔습니다. 그리고 너무 기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제게 먼저 돌아가라고 한 것입니다.”
“휴우!”
그래도 암 드로운이 왔으니 다행이었다.
“주군, 그리고 그곳에도 차원 균열이 발생했다고 들었습니다.”
“뭐? 그럼 그쪽 세상도 망하는 거 아냐?”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니지.
거신들의 왕국이 있다고 했으니, 쉽게 망하진 않겠지?
그리고 수인들의 키가 3미터에 달한다고 했으니, 어느 정도 버티긴 할 거다.
이러다가 거신과 수인들도 이계 난민이 되는 거 아냐?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일을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그럼 뒤에 두 거신은 뭐야?”
“거신들을 찾아 이동하다가 괴수와 싸우는 수인족을 발견했습니다. 이들 남매는 수인들이 고용한 용병이었습니다.”
“용병이라고?”
“네, 하지만 괴수가 크고 강했기에 밀리고 있었고, 저와 알리사 경이 나서서 처리했습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여긴 왜 데려온 거야?”
암 드로운이 두 사람을 쳐다봤다.
“타일러 주군께 인사드려라!”
“갈라그란트라 합니다.”
“릴리안입니다.”
“갈라그란트는 검술을 배우고 싶다고 해서 절 따라왔고, 릴리안은 마법사 지망생인데, 알리사 경이 영주님께 마법을 배우라고 권했답니다.”
“뭐? 내게?”
릴리안이 미소를 지으며 내게 고개를 숙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타일러 스승님.”
“하아!”
나더러 마법을 가르치라는 거야?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아니! 기사님, 제 동생이 이 쪼그만 인간에게 뭘 배웁니까?”
“어허! 네놈이 감히 주군께 무슨 망발이냐?”
“솔직히 이런 작은 인간이 주군이라니요. 그냥 한번 밟으면 끝날 것 같은데요.”
“뭐라?”
“잠깐!”
암 드로운이 갈라그란트를 혼내려는 순간 멈춰 세웠다.
“뒤로 물러나.”
암 드로운이 가만히 뒤로 물러섰다.
난 갈라그란트를 올려다봤다.
“네가 나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솔직히 너무 쉬울 것 같은데?”
갈라그란트가 양팔을 들고 어깨를 으쓱거렸다.
원래 용병들은 다 그런가?
꼭 실력을 확인해야 수긍한다니까.
아직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젊은 거신에게 서열 정리를 확실하게 해줄 필요가 있었다.
“좋아! 그럼 한 번 덤벼봐!”
난 손을 까딱거렸다.
갈라그란트는 어이없는 표정을 짓더니, 암 드로운을 쳐다봤다.
암 드로운은 내 지시로 가만히 서 있었다.
그걸 승낙의 뜻으로 알았는지 갈라그란트는 손가락을 풀더니, 비릿하게 웃으며 곧장 내가 다가왔다.
“그냥 딱밤 한 대만 맞자!”
‘그냥 눌러버려!’
“크아아아!”
쿠웅!
“우웩!”
갈라그란트가 빼액 소리를 질렀다.
드라우켄을 인형의 집에서 꺼내 녀석을 완전히 눌러버렸다.
어깨높이가 20미터에 몸길이가 40미터나 되는 드라우켄이 몸으로 누르자, 갈라그란트는 지금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사, 살려주세요.”
눈에 마나를 뿜어내며 갈라그란트의 몸을 살펴봤다.
‘마나량은 나쁘지 않네.’
물론 암 드로운에 비하면 반의반도 안 되지만, 그래도 거신이라고 기본적인 마나량은 갖추고 있었다.
저쪽 세상도 대수림이 있다고 하더니 환경이 비슷한가 보다.
이번엔 동생인 릴리안을 쳐다봤다.
마법사 지망생답게 제법 많은 마나를 보유하고 있었다.
물론 알리사 엘가에 비하면 형편없었지만.
그런데 마법을 어떻게 가르치라는 거지?
알리사가 허언을 할 사람은 아니었다.
내 의식을 들여다봤기에 그런 말을 했을 건데······.
‘아! 메제트의 탑에서 챙긴 마법 서적들이 있지.’
난 릴리안을 쳐다봤다.
그녀는 자기 오빠가 당하는 모습을 보더니,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서 있었다.
“마법 계열은?”
“화염 마법을 조금 배웠습니다.”
“그랬군.”
피식 웃었다.
“내가 마법을 가르쳐줄 순 있다. 하지만 나와 함께 다니는 동안은 두껍고 무거운 갑옷을 입어야 해. 투구도 쓰고.”
“네! 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정말 마법을 배우고 싶어 했다.
난 인형의 집을 열고, 화염의 탑에서 찾은 마법 책들을 뒤졌다.
그중에 기초 이론이 담긴 서적 3권을 선택했다.
“쿠아!”
쿵!
킹콩 인형이 3권의 책을 가지고 나타났다.
“와! 스승님의 마법은 정말 최곱니다!”
릴리안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 책을 읽고 연습해!”
“헉! 설마, 마법 서적입니까?”
릴리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귀한 것을!”
역시 저쪽 세계에선 마법서가 귀한 것 같았다.
고대에 이쪽 차원에서 마법사들이 많이 넘어가긴 했지만, 그들이 만든 마법서는 머릿속에 내용을 적은 것이지, 체계적으로 적혀 있는 진짜 마법서는 아니었을 것이다.
게다가 오랜 세월이 흐르며 실전됐을 수도 있고.
하지만 내가 가진 마법서는 마탑에 거주한 거신 마법사들이 연구해 기록한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내용까지 상세히 기록되어 있는 진짜 마법서였다.
아무래도 이게 알리사가 내게 릴리안을 보낸 이유 같았다.
“와! 스승님, 정말 감사합니다.”
릴리안은 책을 받고 아이처럼 좋아했다.
그러나 갈라그란트는······.
“커헉! 제발 살려주십시오.”
“이제 막 경외감이 생기나?”
“제, 제가 잘 못 했습니다. 주군!”
갈라그란트는 숨넘어가기 일보 직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