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40)
140. 저를 믿으시면 됩니다.
내가 아리칸 왕국에 요청한 비공정 7척이 도착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인물이 함께 타고 있었다.
“오랜만이오. 타일러 후작.”
“라호트 페르도 후작님, 오랜만입니다.”
라호트 후작은 내게 아리칸의 오리지널 기간트 개조를 맡기는데 반대표를 던졌던 인물이었다.
그는 후계 서열 2위로 마르틴 페르도 국왕의 사촌 동생이었고, 서열 1위인 헥토르 후작의 나이가 환갑이 넘었기에 실질적으로 아리칸의 다음 국왕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큰 사내였다.
“하늘에서 보니까, 오크가 아주 많소.”
“어쩌다 보니, 많이 구하게 되었습니다.”
“어떻소? 동맹국에 오크 3천 명 정도는 양보해 주실 수 있지 않소?”
“네?”
순간 화가 나는 것을 꾹 참고 대답했다.
“오크는 물건이 아닙니다.”
“아! 내 말뜻을 오해하셨나 보오. 우리 왕국에 오크들이 살만한 터전을 만들어 주겠다는 소리요. 발레리온 영지에 이 많은 오크 난민을 전부 수용할 수 있겠소?”
그 말의 숨은 의미를 알기에 화가 났지만, 그냥 피식 웃고 말았다.
“아리칸 왕국은 지금까지 이계 난민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갑자기 왜 관심을 두십니까?”
“그야 타일러 경의 오크 강습병 때문이오. 전에는 오크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 줄 몰랐는데, 이 전에 비공정 전투에서 본 오크의 능력은 정말 놀라웠소.”
“결국, 오크에게 터전을 만들어 준다고 하고선, 그들의 능력을 이용하실 생각이시군요.”
“어차피 타일러 경도 터전을 만들어 주고 오크를 이용할 것이 아니오?”
“그건 다릅니다!”
정색하며 대답했다.
“그들은 이제 제 영지민입니다. 내가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지요. 그리고 그들이 날 위해 싸우는 것은 영지의 병사로서 전투에 참여하는 겁니다.”
라호트 후작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날 쳐다봤다.
“난 무슨 차이인지 모르겠소만?”
“간단히 말하자면, 난 그들을 구하러 수백km의 대수림을 뚫고 갔고, 화염 괴수들이 가득한 차원에서 그들을 구했으며, 다시 수백km의 대수림을 통과해 돌아왔습니다. 먼저 그들을 영지민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 영주로써 신뢰와 책임감을 보인 거지요. 하지만 라호트 후작께선 그저 오크를 병력으로 쓰기 위해서 터전을 마련해 주겠다는 겁니다. 그 차이를 아시겠습니까?”
“뭐, 무슨 말인지는 알겠소. 오해는 하지 마시오. 난 그저 오크가 아리칸 왕국에 이득이 될 것 같아서 꺼내 본 말이니까.”
이제 보니 저돌적인 스타일이 페르도 가문의 특성인가 보다.
“경께서 왕국을 위해 하는 말인 것은 알겠으나, 다음부턴 말씀을 가려서 하시오. 난 아리칸 왕국의 후작이기 전에 마르틴 국왕과 동맹을 맺은 사람이오.”
라호트 후작의 얼굴이 붉어지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곧 내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방금 했던 말은 내가 경솔했소. 동맹을 훼손하려는 의도는 없었소. 사과하오.”
“그 사과는 받아들이죠.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니까요.”
물론 두 번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동맹이라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오크가 있다고 다가 아닙니다. 그들이 능력을 펼치기 위해선 강습 갑옷이 필요하고, 강습 갑옷을 만들기 위해선 비행석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금 아리칸 왕국은 비행석이 전혀 없지 않습니까. 지금 타고 오신 비공정도 다 제가 나포해서 드린 거고요.”
라호트 후작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러니 다른 방식으로 오크 해병대를 대체할 무언가를 만드는 게 나을 겁니다. 모르긴 몰라도 가디언 제국은 이미 뭔가를 만들었을 겁니다.”
라호트 후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타일러 경의 말이 맞소. 가디언 제국은 3미터 크기의 작은 전투용 기간트를 만들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소. 그 때문에 내 마음이 급해져서 큰 실례를 저질렀소. 아시다시피 우린 기간트를 만들 기술이 없지 않소.”
조바심 때문에 이리 왔구나!
아베르크 제국이나 가디언 제국은 비공정을 계속 생산하고, 거기에 오크 해병대를 상대할 소형 기간트까지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리칸 왕국은 그저 저번 전쟁에 부서진 기간트를 수리하고, 내게 맡긴 오리지널 기간트가 돌아오기만을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 점은 크게 걱정하지 마십시오. 동맹이 있다는 게 뭡니까.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 되는 겁니다. 아리칸 왕국의 하늘이 위협을 받는다면, 제가 당장 달려올 겁니다.”
“그리 말을 해주시니, 고맙소.”
이제야 라호트 후작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약소국의 신하로 사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이 많은 오크를 언제 다 옮기려는 거요?”
“우리 발레리온의 비공정 11척에 이미 5천 명의 오크를 먼저 보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곧 돌아올 때가 됐습니다.”
“11척? 탈로스 왕국의 비공정을 나포했던 그 강력한 비공정이 11척이란 말씀이시오?”
“그렇습니다.”
“헉! 2척이 아니었군요.”
라호트 후작이 입을 살짝 벌렸다.
“그러니 당분간 하늘은 저를 믿으시면 됩니다. 그 11척의 비공정에 기간트와 오크 해병대를 가득 싣고 언제든 아리칸 왕국을 지원하겠습니다.”
“오! 고맙소. 이제야 나도 좀 안심이 되오.”
가슴을 쓸어내리는 라호트 후작 옆으로 이동해 친한 척을 하며 어깨동무를 했다.
“응?”
“그래서 드리는 말인데요. 대수림에 있는 제 전진 기지에 식량이 부족해서 그러는데, 아리칸 왕국이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시, 식량이오?”
“네, 그리고 아리칸 왕국에 마석이 부족하다고 들었습니다. 동맹국의 배려 차원으로 마석을 적당한 가격에 넘기겠습니다.”
난 아베르크 제국과 거래하던 식량과 마석을 아리칸 왕국과 거래하기로 했다.
물론 아베르크 제국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
“와! 이 비공정에 우리도 탈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요?”
내 제자 릴리안은 좀 들뜬 목소리였다.
“해치가 닫히면 좀 답답할 거야.”
“아! 그러게 창문이 너무 작네요.”
“그래도 걸어서 가는 것보단 낫지?”
“네! 스승님!”
대답이 힘차다.
그에 반에 갈라그란트는 눈을 감고 몸을 부르르 떠는 것이 고소공포증이라도 있나 보다.
기사들이야 기간트에서 내려서 갑판 위로 올라오면 되지만, 거신은 일단 비공정에 타면, 좁은 공간에 갇혀 있어야 했기에 지금, 이 비공정엔 암 드로운과 두 거신만 태웠다.
그렇게 오크 이주민 2차 수송 작전이 벌어졌다.
1차로 아이와 노인을 옮기고 돌아온 11척의 비공정과 아리칸 왕국의 비공정 7척을 더해 총 18척이 발레리온 영지가 있는 동쪽으로 이동했다.
영지로 가는 길은 장벽을 쭉 따라가다가 한 번만 남쪽으로 꺾으면 되는 길이라 매우 쉬웠다.
난 내 선실로 들어가 인형의 집을 열었다.
자동인형 30명이 기간트에 타고 집단 전투 훈련이 한창이었다.
이번에 오크 차원에서 오크를 구하고 대수림을 통과하면서 내 꼭두각시 기사들이 모두 자동인형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이제 룩급 기간트 10기와 비숍급 기간트 15기, 나이트급 기간트 5기를 운영할 수 있었기에 웬만한 중급 영지에 맞먹는다.
기간트가 30기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이제 남은 허수아비는 10명.
모두 기사 출신 마법인형이라 꼭두각시로 만들고 1년이면 자동인형으로 각성할 것이다.
그리고 구석에 있는 대군주(lv.1) 허수아비 마법인형.
엘프 차원에서 탈출할 때, 오리지널 기간트들이 힘을 합쳐 잡은 20미터 크기의 대군주였다.
S등급 괴수였기에 드라우켄과 함께 운용하면 꽤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운명의 실이 부족해 여태껏 꼭두각시로 만들지 않았다.
이번에 만2천 명의 오크를 데리고 대수림을 통과하면서 운명의 실타래 레벨이 올랐기에 운명의 실(800)에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허수아비 마나인형 10명을 꼭두각시로 만드느냐, 대군주 허수아비를 꼭두각시로 만드느냐의 고민이 들었다.
꼭두각시 10명을 만드는 데는 운명의 실타래 500개가 필요하고, 대군주 꼭두각시를 만드는 데는 600개가 필요했다.
그러니 둘 중 하나만 만들어야 했다.
강한 것은 대군주 꼭두각시였고 대수림에서 대형 괴수와 싸울 때 유용하게 쓸 수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자동인형 업그레이드를 생각하면 10명의 마나인형이 유리했고.
‘일단 자동인형부터 늘리자!’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제국의 정치 상황이 불안했기 때문이었다. 아직은 괴수인형을 제국 안에서 풀어 쓸 순 없었다.
그러니 제국에서 쓸 수 있는 기간트를 조종하는 마나인형부터 늘릴 생각이었다.
그래서 10명의 허수아비를 꼭두각시로 업그레이드했다.
이제 난 머지않아 40기의 기간트를 운용할 수 있었다.
난 아래 갑판으로 내려갔다.
“스승님! 심심해 죽겠어요. 비공정 안이라 마법을 연습할 수도 없고. 이러고 얼마나 가야 해요?”
날 보자마자, 릴리안이 죽는소리했다.
출발한 지 몇 시간밖에 되지 않았는데······.
“마법 책 줬잖아! 달달 외워.”
“다 외웠어요. 그리고 어떻게 맨날 공부만 해요?”
“공부만이 살길이야.”
“치!”
릴리안의 입술이 대발 나왔다.
어째 앨리슨을 보는 것 같다.
“곧 네가 힘을 좀 써야 할 때가 올 거 같아.”
“오! 전투인가요? 그 전투 갑옷에 탄 기사들하고요?”
“그래. 그러니까 부지런히 공부하고, 연습해. 첫 전투에 죽을 순 없잖아.”
릴리안이 입술에 침을 묻혔다.
저쪽 차원에서 괴수와 싸운 경험은 그래도 좀 있는데, 기간트하고 전투는 처음이라 조금 긴장한 것 같았다.
난 팔에서 마나 팔찌를 뺐다.
그리고 릴리안에게 내밀었다.
“이거 손가락에 껴봐.”
“이거 뭐에요?”
릴리안이 손가락에 끼우더니 바로 눈동자가 두 배로 커졌다.
“헉! 스승님! 마나량이 갑자기 늘었어요! 주변의 마나도 더 잘 느껴지고요!”
“마나 반지야. 차고 있으면 마나 친화도가 올라가 마나도 더 빨리 많이 늘어날 거야.”
“와!”
“스승, 잘 만난 줄 알아!”
“네! 감사합니다. 타일러 스승님.”
릴리안은 바로 눈을 감고 마나를 호흡했다.
몸에 마나가 축적되는 느낌이 확연히 늘어나자, 입술을 씰룩거리며 좋아했다.
이제 한 녀석은 완전히 내 전력이 된 거 같은데, 고소공포증에 떨고 있는 갈라그란트는 제 몫을 할 수 있을지 살짝 걱정이 들었다.
***
오크들을 베르가니 영지에 내렸다.
드워프들이 동원되어 이미 이곳 동쪽 산악지대에 오크들의 터전을 만들고 있었다.
이곳은 발레리온 영지와도 가깝기도 했고, 인가가 거의 없기에 오크들이 적응하며 살기 충분했다.
그리고 나중에 발레리온과 오크 정착지, 베르가니 영지를 잇는 긴 가도를 깔아줄 생각이었다.
아리칸의 비공정은 아리칸 수도로 돌려보냈고, 9척의 비공정은 아리칸의 장벽 관문 도시로 보냈다.
아직 남은 오크와 엘프들을 태우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곳엔 에테나가 남아 있었다.
그리고 난 2척의 비공정에 기사들과 거신들을 태우고 발레리온 영지로 향했다.
[발레리온 영지]타워 선착장에 두 척의 비공정이 접안한 상태였다.
‘누구지?’
서로 반대편에 배를 댄 것을 보면, 일행은 아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한 척은 확실히 알겠다.
검은 독수리 마크가 선체 옆구리에 선명한 공군 소속 비공정이었다.
그리고 다른 한 척은 1군단 마크였다.
‘삼황자만 안 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