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47)
147. 발루아 영지.
[발루아 영지.]에테나와 발루아 성에 도착했다.
“충! 어서 오십시오. 영주님.”
펠릭스 단장과 기사들이 경례했다.
“벌써 영지를 점령했다니, 대단하군.”
내가 남부 전선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발루아 영주성을 점령한 상태였다.
“다친 사람은?”
“가벼운 부상자가 몇 명 있을 뿐입니다.”
“주변이 깨끗하군. 여긴 벌써 정리한 건가?”
“아닙니다. 저희가 성에 도착하자마자, 성문을 열고 투항했습니다.”
“응? 기간트가 하나도 없었나?”
“그건 아닙니다. 50기 가까운 기간트가 남아 있었습니다.”
“50기나? 그런데 그냥 투항했다고?”
“네.”
공격하는 기간트가 35기인데 50기가 투항했다는 말에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난 이곳에서도 크게 한바탕할 싸울 줄 알았다.
물론 우리에게 오리지널 기간트가 5기나 있었고, 기사들이 베테랑들이었기에 상대에게 승산은 없었겠지만.
“주력이 구형 기간트였나?”
“10여 기는 구형 기간트였고, 나머진 저희와 같은 기종이었습니다.”
“그 정도면 싸워볼 만했을 텐데······.”
“저도 좀 의아했습니다.”
“영주는 지금 어디 있지?”
“성 내에 감금시켜 놓았습니다.”
“한 번 만나볼 테니까. 알현실로 데려오게.”
“네!”
[발루아 성 알현실.]“발루아의 영주 오를레앙이 타일러 후작님을 뵈옵니다.”
중년 사내는 들어오자마자, 내게 고개를 숙였다.
“어서 오시오. 오를레앙 백작.”
그는 40대 중반의 점잖게 생긴 사내였다.
“내 기사들이 왔을 때, 투항했다고 들었소. 기간트가 50기나 있었는데, 왜 그냥 포기한 거요?”
오를레앙 백작이 짧은 한숨을 쉬고 대답했다.
“발레리온 영지군이 여기까지 왔다는 것은 록체스터 대영지와 싸워서 이겼다는 뜻이 아닙니까. 대영지도 어찌하지 못하는 군대와 싸워서 이길 가능성이 없으니, 기사들의 목숨이라도 살리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하셨소? 대영지에 영지를 빌려주고, 발루아의 기간트도 20기나 참여했던데?”
오를레앙 백작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모든 것이 다 기간트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마석 산업 혁명 이후로 300년간 기간트 생산 기술은 대영지가 독점했고, 전력 차는 꾸준히 벌어졌습니다. 그러니 우리 같은 중급 영지가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그저 시키는 대로 했다?”
“변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저도 영지를 지켜야 하는 처지에서 대영지의 편을 드는 것이 나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다만 기사들은 죄가 없으니, 살려주시길 간청합니다.”
오를레앙 백작은 모든 것을 체념한 표정이었다.
나도 이해는 한다.
제국에 내 소문이 퍼지긴 했겠지만, 대영지와 견줄 수 있을 수준은 아니었으니까.
“지금은 어떠시오?”
“네?”
“이젠 내 힘을 알았으니, 내 편에 서겠소?”
오를레앙 백작은 영문 모를 표정을 지었다.
“절 살려주시는 겁니까?”
“그냥 기회를 주려는 거요. 왜 싫소?”
“그, 그건 아닙니다.”
오를레앙 백작이 눈을 반짝였다.
세상에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나.
“무슨 일이든 시켜만 주십시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신 한 가지 약속은 해줘야겠소.”
“말씀하십시오.”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생길 수 있소. 힘 있는 자들이 다가와 나와 척을 지라고 시킬 것이오. 그땐 어떻게 하시겠소?”
오를레앙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우리 솔직해집시다. 그때도 힘 있는 자들과 나를 비교할 것이 아니오?”
“죄송합니다. 기사들과 영지민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그럴 것 같습니다.”
난 피식 웃었다.
“이번에 나와 록체스터 대영지의 싸움에서 우리 전력을 어느 정도로 보고 있었소?”
“저도 사실 정보원을 보내 발레리온 영지의 정보를 확보했습니다. 기간트가 40기에 비공정이 11척이었습니다.”
“그럼 지금 그 정보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겠군.”
“물론입니다. 록체스터 대영지군은 300기나 넘는 기간트를 동원했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쉽게 졌다는 것은 발레리온 영지에 그보다 강한 전력이 있다는 뜻이 아닙니까.”
“그렇소. 물론 보여주지 않은 전력이 더 있지만, 굳이 보여줄 필요가 없었지.”
내 의미심장한 말에 오를레앙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길게 말하지 않겠소. 지금 내 전력은 록체스터 대영지를 넘어섰소. 그러니 어떤 상대와 비교할 때, 잘 생각하는 것이 좋을 거요.”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난 주변의 병사들에게 말했다.
“여기 오를레앙 영주가 앉을 의자를 가져와라.”
“네!”
병사들이 나가자 오를레앙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가 그를 영주라고 불렀으니까.
“가, 감사합니다.”
“감사는 내가 아니라, 조카에게 하시오.”
“조카요?”
의자를 가져오자, 오를레앙이 자리에 앉았다.
그는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전 조카가 없습니다.”
“오를레앙 백작에겐 조카가 있소. 위니어 엘리엇을 모르시오?”
순간 오를레앙의 눈동자가 커지고 손을 떨기 시작했다.
“위니어가 살아 있습니까?”
“아니오. 죽었소. 그리고 경의 여동생도 조카를 낳고 죽었소.”
오를레앙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결국, 그리됐군요.”
“그들을 살리기 위해 케니스 대영지로 보낸 것은 나쁜 선택은 아니었소. 하지만 케니스 대영지도 힘이 없긴 마찬가지가 아니오. 결국, 록체스터 암살자들을 피해 도망치다가 위니어가 죽었고, 부인은 암살자들을 피해 시아버지가 있는 대수림으로 건너갔소. 거기서 아이를 낳고 죽었고.”
이 이야기는 케네스 영감과 앨리슨의 이야기였다.
케네스 영감의 아들인 위니어는 집을 나갔다.
빛도 들지 않는 대수림 전진 기지의 삶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위니어는 케네스 영감보다 기간트 수리 실력이 뛰어났다.
그의 손을 거치면 웬만한 기간트는 새것처럼 만들 수준이었으니까.
헬다임 장벽 도시로 온 위니어는 부산물 시장에서 기간트 부품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때 그곳을 방문한 발루아 영주의 아들인 오를레앙은 그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보고, 그를 영지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비밀리에 기간트 생산 기술을 연구했다.
능력 있는 위니어와 영지의 후계자인 오를레앙이 만났으니, 기간트 개발 속도는 진척이 있었고, 거의 기간트를 직접 만들 수준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위니어와 오를레앙의 여동생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됐고,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행복했고, 희망이 넘치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발루아의 기간트 생산 정보는 록체스터 대영지의 귀에 들어갔다.
오를레앙은 부랴부랴 두 사람을 케니스 대영지로 보냈다.
하지만 케니스도 록체스터에 비하면 힘없는 영지였다.
그나마 케니스 가문이 황족의 후예라 록체스터가 건들지 않는 것뿐이었다.
결국, 케니스 대영지도 두 사람을 지키지 못했기에 두 사람은 도망쳤고, 위니어는 암살자의 손에 죽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여동생은 장벽 너머 대수림으로 향했고, 목숨은 구했지만, 앨리슨을 낳고 건강이 좋지 못해 생을 마감했다.
“크흐흑! 내 욕심 때문에 그 두 사람을 죽인 겁니다.”
두 사람의 생사를 모르던 오를레앙 백작은 비통함에 눈물을 흘리며 흐느꼈다.
발루아의 기간트 생산 공방은 파괴되고, 자료는 모두 소각처리 됐다. 그리고 영주인 아버지는 이 일의 책임을 지고 자결했고, 영주 자리는 오를레앙이 이어받았다.
하지만 불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어머니마저 석 달 후에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고, 막냇동생은 록체스터에 볼모로 잡혀갔고 몇 년 후에 그곳에서 죽었다.
기간트를 만들겠다는 자신의 욕심 때문에 주변 사람이 모두 죽은 것이다.
그 이후로 오를레앙 백작은 희망을 잃었다.
결혼도 하지 않고, 혼자서 발루아 영지를 묵묵히 지킬 뿐이었다.
“제 조카가 정말 살아 있습니까?”
“물론이오. 지금은 내가 잘 데리고 있소.”
“아!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앨리슨은 아버지보다 뛰어난 천재로 잘 자랐지.
그 이후로도 난 오를레앙과 긴 대화를 나눴다.
희망을 잃은 사람치곤 대화가 잘 통했다.
“기사들과 귀족들도 모두 풀어줄 테니, 일단 영지를 안정시키고, 록체스터 대영지와 전쟁에 대비하시오.”
“록체스터를 직접 치실 생각입니까?”
난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싸우면 내가 이기겠지만, 지금은 저들의 영지를 고스란히 삼킬 내 세력이 부족하오. 기간트 공방도 모두 가져가야 하고, 그들이 관리하는 도시와 영지들도 모두 손에 넣어야 하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인재가 필요하지.”
척!
오를레앙 백작이 내게 한쪽 무릎을 꿇었다.
“저 발루아의 영주 오를레앙 블루아 백작은 타일러 후작님께 충성을 맹세합니다.”
“그 맹세를 가슴 깊이 새기시오. 내가 기회를 주는 건 한 번뿐이니까.”
“명심하겠습니다.”
난 오를레앙 백작을 일으켰다.
오를레앙 영주는 곧바로 영지의 귀족들과 기사들을 모아 회의를 시작했다.
난 하얀 악마 기사단과 병력을 철수시켰고, 비공정에 타고 발레리온 영지로 향했다.
“에테나, 어때 보여?”
“오를레앙 백작의 표정에서 희망이 엿보였습니다.”
“희망이라, 좋은 징조군.”
발루아 영지와 오를레앙의 사정은 모두 정보국에서 챙긴 기록에 잘 나와 있었다.
그랬기에 잘하면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있을 거 같았기에 이곳에 직접 온 것이었다.
내가 영지를 점령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으나, 믿을 만한 부하를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 의미로 오를레앙은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앨리슨에게 삼촌이 생겨서 다행이었다.
***
[발레리온 영지]하늘에서 본 발레리온은 그 어느 때보다 부산했다.
기간트 공방으로 연신 부서진 기간트를 나르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엘프들의 거주 구역을 만든다고 바빴다.
영지전 때문에 한 달여를 쉬었기에 도시 건설 작업을 서두르고 있었다.
착륙장에 16척의 비공정이 꽉 차 있었고, 한 척은 접안할 곳이 없었기에 밧줄을 땅에 고정한 채 둥실 떠 있었다.
내가 탄 비공정 역시 접안하지 못하고, 영주관 앞 연병장에 착륙했다.
“가신 일은 잘되셨습니까?”
프레디 시장이 마중 나왔다.
“잘 됐어. 혹시 모르니까 발루아 영지를 감시할 사람을 보내.”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반가운 얼굴이 찾아 왔습니다.”
“그래?”
난 곧바로 내 집무실로 향했다.
“클린드 부국장, 오랜만이오.”
“부국장이라니요. 정보국에서 잘린 지 6개월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제야 오셨소? 내가 진작 사람을 보냈는데.”
“그냥 맨입으로 갈 수야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이들을 데려왔습니다.”
클린드 뒤쪽엔 네 사람이 서 있었다.
둘은 나도 아는 사람이었다.
“타일러 후작님, 오랜만입니다.”
“다들 이리와 앉게. 다리 아프게 서 있지 말고.”
난 상석에 앉았고, 클린드와 네 사람은 소파에 앉았다.
“도슨 대령, 자네도 잘렸나?”
“네! 클린드 부국장님 라인을 탔다가 같이 잘렸습니다.”
난 피식 웃었다.
그때 클린드 부국장이 도슨 대령을 쳐다보며 말했다.
“도슨, 말은 바로 하게. 내 라인이 아니라 타일러 후작님의 라인을 타서 잘린 거지.”
“응? 내 라인이라니?”
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정보국에서 타일러 후작님과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는 사람은 다 잘렸습니다. 그게 타일러 후작님 라인이 아니고 뭡니까?”
“그게 그렇게 되나?”
보로스 추밀원장이 시안 7황자 라인에 한 발 걸쳐져 있는 나를 견제하기 위해, 나와 인연이 있는 정보국 내 사람들을 모두 잘랐다.
내 세력이 커질 것을 막으려는 것이겠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이 모두 내 영지로 왔으니, 날 도와준 셈이었다.
“사실 타일러 후작님 라인을 제일 먼저 탄 것은 접니다.”
파블로 중령이 말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이 일제히 그를 쳐다봤다.
“그게 무슨 말이지?”
클린드가 물었다.
“제가 타일러 후작님의 능력을 가장 먼저 알아봤습니다.”
“자네가?”
“헬다임 정보국 지부에 타일러 후작님이 소위 계급장을 달고 처음 왔을 때, 제가 그랬거든요. [자네 곧 진급하겠군. 나중에 나보다 계급이 높아지면 잘 좀 부탁하네.]라고 했죠. 그러니까 그때부터 전 타일러 후작님 라인을 탄 겁니다.”
“뭐? 푸하하!”
다들 크게 웃었다.
기억이 난다.
내가 윌리엄 사령관의 눈에 들어 장벽 사령부로 파견됐을 때, 그가 한 말이었다.
그땐 그는 대위였었다.
“그런데 이제 백수가 됐네요.”
파블로 중령이 일부러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하하! 앞으로 어디 가서 라인을 잘 탔다고 말하게 될 거야.”
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이들을 불러 모은 건 영지에 인재가 없어서였고, 함께 일했던 기간이 길었기에 그들의 성격을 잘 알고 있어서였다.
클린드를 쳐다봤다.
“그대는 발레리온 영지의 백작이 될 거네.”
“오! 백작의 작위를 주시는 겁니까?”
“물론이네. 그리고 외부 정세와 외교를 중점적으로 맡게.”
사실 난 협상을 잘하진 못했다.
협박이라면 자신 있지만.
하지만 클린드는 머리가 좋은 사람이었다.
나를 이용해 윌리엄 장벽 사령관과 거래해 헬다임 정보국 지부를 키웠고, 또 나를 이용해 찰스 정보국장 거래해 대수림 정보대를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부국장이 됐지.
그러면서 내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내가 있어야 대수림 정보대가 잘 유지될 테니까.
“그리고 도슨은 남작의 작위를 주지.”
“저도요?”
“클린드 백작의 평가가 좋아. 자넨 에일 영지로 가서 그곳을 안정시키는 임무를 맡게 될 거야.”
“제가 그런 중책을 잘할 수 있을까요?”
“처음엔 힘들겠지만, 잘 해낼 수 있을 거네. 여기 파블로를 부관으로 임명할 테니, 함께 가게.”
“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이제 좀 영지가 안정이 되는 기분이었다.
그동안 인재가 너무 부족했기에 영지 운영은 사실상 프레디에게 맡기고 손을 놓고 있었다.
프레디는 잘하고 있지만, 능력에 한계가 오고 있었고.
앞으로 영지 내부 일은 프레디에게 외부는 클린드 백작에게 맡길 생각이었다.
“영주께서 영지전을 압도적으로 이기셨으니, 곧 황태자 측에서 대규모 사신단을 보낼 겁니다.”
클린드에게 일을 맡기자마자, 그가 의견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