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50)
150. 동맹은 어떠십니까?
테오아칸 왕국의 라이진 수왕이 말하길 거대 괴수의 크기는 무려 100미터.
그냥 어림짐작이란다.
광산 생존자들은 대부분 무지하게 크다고 입을 모았을 뿐이었고, 라이진 수왕은 놈이 둥지를 튼 내부 광산의 공동 높이가 300미터 정도 되고, 괴수의 키 높이가 동공의 삼 분의 일 정도 되기에 그리 짐작한 것이다.
실제론 더 클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엄청난 크기군요.]“그리고 거대 괴수를 지키는 작은 괴수들이 있습니다. 지금은 천여 마리 수준이지만 점점 그 숫자가 늘고 있습니다. 그러니 하루빨리 토벌하지 않으면 그것들의 숫자는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고, 이곳까지 몰려올 겁니다.”
라이진 수왕의 이야기를 듣자, 난 놈들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괴수는 여왕개미와 개미 군단.
크기만 봐도 여왕개미는 최소 SS등급 괴수다!
난 아직 한 번도 잡아본 적 없는 괴수였다.
그리고 SS급 괴수는 이쪽에선 멸망급 괴수라는 악명이 붙어 있었다.
멸망급은 단 한 마리로 한 왕국을 멸망시킬 수 있다는 뜻이었다.
“거신들이 저희 수인들 일에 관여하지 않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대론 왕국이 위험합니다. 토벌대에 두 분이 함께한다면 거신 용병들도 더 많이 지원할 것이고, 수인 병사들도 더욱 용기를 낼 겁니다.”
멸망급이라면 이건 나 혼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거신 용병들이나 수인족 병사들이 토벌대에 함께 한다지만, SS급 괴수를 상대론 승산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내 정체를 밝히기로 했다.
위이잉! 치이익!
기간트에서 내렸다.
“전 수왕께서 생각하는 거신 기사가 아닙니다.”
라이진 수왕은 날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 그 이계 거신이로군요.”
“이계 거신이요?”
“동쪽에 오탈리마 왕국에 이계 거신들이 있다는 소문은 들었습니다. 키와 체구는 작지만, 거신과 같은 크기의 갑옷을 타고 다닌다고 해서 우린 이계 거신이라고 부릅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저 말고 이런 거신 갑옷을 타는 이계인이 있다는 말입니까?”
“네. 저도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오탈리마 왕국에 꽤 많은 이계 거신이 있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난 순간 에테나의 기간트를 쳐다봤다.
에테나의 기간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와 난 그들이 누군지 알 것 같았다.
‘가디언 제국이 벌써 차원 균열로 들어왔구나!’
내가 가장 빠른 줄 알았건만······.
하긴 아리칸 왕국 장벽 근처에도 차원 균열이 생겼고, 가디언 제국 장벽 근처에도 차원 균열이 생겼다. 그리고 다른 왕국의 관문 근처에도 생겼을 거고.
그러니 나보다 먼저 차원 균열을 탐색한 자들이 있을 수 있었다.
실제로 아리칸 왕국의 사냥팀도 균열 내부에 들어가 둘러봤다고 했으니까.
라이진 수왕이 간절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그쪽 분들이 거신이 아닌 건 이제 저도 압니다. 하지만 그 거신 갑옷을 타고 다니니, 우리를 도와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 거신 갑옷에 타면 거신과 같은 힘을 쓸 수 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그건 맞습니다. 이 거신 갑옷을 우린 기간트라고 부르죠. 이 기간트는 어떤 면에선 거신보다 더 낫습니다. 안에 탄 거신 기사만 살아 있다면 얼마든지 다른 거신 갑옷에 탈 수 있으니까요.”
라이진 수왕은 내 말을 듣고 기대하는 표정을 지었다.
“한 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혹시 그 이계 거신들이 왜 이곳에 온 건지는 아십니까?”
“자세한 것은 저도 잘 모르지만, 소문엔 오탈리마 왕국과 마석을 거래한다고 들었습니다.”
마석이란 말에 나는 다시 한번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이제야 가디언 제국이 왜 좋은 기회를 잡고도 아베르크 제국을 공격하지 않고, 시간을 끄는지 알 것 같았다.
‘마석을 확보하기 위함이었어!’
이곳 차원 균열이 생긴 지 몇 달이라고 하지만, 발견된 것이 몇 달 전이지 훨씬 전에 생겼을 거다.
그리고 엘프 차원에서 비행석을 대량 확보했기에 차원 균열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안드레아스라면 이미 균열 안에 탐험대를 보냈을 것이다.
놈들은 이곳 차원에 마석이 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고, 수왕의 말처럼 이미 거래를 하고 있을 것이다.
‘어쩐지 마석은 신경도 쓰지 않고, 비공정과 마장기를 마구 찍어내고 있더라니!’
이곳에서 마석을 수급해 마석 배터리를 대량으로 만들고 있을 것이다.
두 제국의 전쟁은 하루아침에 끝나지 않는다.
짧아도 몇 주, 길면 몇 달, 어쩌면 몇 년이 갈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난 300년간 전쟁의 역사를 보면 한쪽이 멸망에 이를 정도로 길게 전쟁한 경우는 없었다.
마석 배터리나 전쟁 물자도 만들어야 하고, 부서진 기간트나 마장기도 수리해야 하니까.
‘안드레아스가 이번엔 아예 끝장을 보려는 거군.’
장기전이라면 마석 배터리를 많이 가진 쪽이 훨씬 유리하다.
그리고 대수림의 마석 공급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었고.
한 가지 궁금증이 더 생겼기에 라이진 수왕에게 물었다.
“오탈리마 왕국의 마석 광산의 매장량은 얼마나 됩니까?”
“저도 자세한 매장량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그곳의 마석 광산들은 다 소형입니다. 대형 마석 광산은 우리 테오아칸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곳의 마석 광산이 훨씬 더 크다는 말이었다.
문제는 거대 괴수가 둥지를 틀고 있다는 것이었고.
“그런데 수인들이 왜 마석을 캐는 겁니까? 보니까, 저희 같은 기간트도 없고, 마석을 쓸 만한 장치도 안 보이는데요?”
“마석이나 괴수 부산물을 코린트 왕국에 가져다주면, 우리가 쓰는 무기와 도구, 농기구, 가구, 각종 생필품 같은 것과 교환을 할 수 있습니다.”
“아! 마석을 화폐처럼 사용하는군요.”
“그렇습니다. 저희가 계속해서 대수림에 개척촌을 건설하고 탐험을 하는 이유 중에는 마석 광산을 찾아내기 위함도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괴수를 잡고, 부산물도 얻고요.”
순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또 물었다.
“무기나 도구 같은 것은 직접 만들면 되지 않습니까?”
라이진 수왕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자신의 손을 내밀어 보여줬다.
“우리 수인족의 손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겨우 무기를 들고 싸울 수준입니다. 도구를 만들고, 가구나 생필품을 만들기엔 적합하지 않습니다. 반면에 거신이 만든 무기는 매우 단단하고, 날카로워 괴수를 죽이기에 적합합니다. 그리고 도구나 생필품 또한 우리 손에 딱 맞춰 만들어 주기 때문에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의 경제 시스템은 코린트 왕국이 완전히 장악했다.
그러니 수인족 일에 직접 나설 필요도 없었다.
기술도 모두 독점하고 있을 테니까.
그런데 가디언 제국은 코린트 왕국으로 들어갈 마석을 자신들이 가져가려는 것이다. 가디언 제국도 이들에게 무기나 도구, 생필품 등은 얼마든지 만들어 줄 수 있으니까.
나중에 거신 왕국과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어······.
“테오아칸의 마석 광산은 어디 있습니까?”
“이곳에서 일주일 거리에 커다란 오아시스와 암석 지대가 있습니다. 그곳 지하에 광산이 있습니다.”
“일주일 거리면 매우 가깝군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매장량도 상당합니다.”
난 이제야 라이진 수왕에게 대답했다.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지는 먼저 그 광산과 거대 괴수를 확인하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광산 입구를 보는 건 가능하지만, 안으로 들어갈 순 없기에 거대 괴수를 보지는 못할 겁니다.”
“일단 위치만 알려주십시오. 제가 입구만 보고 오죠.”
“사막의 길은 찾기 어렵습니다. 제가 안내자를 붙여드리겠습니다.”
난 한 시간 후에 다시 오겠다고 하고 에테나와 왕국을 나왔다.
***
“배, 배가 하늘을 난다!”
“헉! 세상에 이런 일이!”
수인족들이 비공정을 보고 경악했다.
그리고 거신 용병들도 눈을 똥그랗게 뜨고 우릴 쳐다봤다.
그들도 이런 건 처음 볼 테니까.
난 왕궁 앞 광장에 비공정을 착륙시켰다.
라이진 수왕이 입을 떡 벌렸다.
“이, 이게 대체?”
“이 비공정을 타면, 일주일이 아니라 하루도 안 돼서 광산 입구에 도착할 겁니다.”
“오! 대단합니다. 내가 함께 가겠습니다.”
라이진은 원래 길잡이를 따로 준비해 뒀지만, 비공정을 보자 우리와 함께 가겠다고 했다.
고오오오오! 위이이잉!
4미터에 체격이 큰 수왕은 갑판에 서 있지 않았다.
잘못하면 갑판에서 미끄러져 떨어질 수도 있었으니까.
수왕은 선미 갑판에 앉아서 사막을 내려다봤다.
“저쪽 차원의 기술은 훨씬 발전했군요.”
라이진은 신기한 듯 비공정을 둘러봤다.
“만약 제가 거대 괴수를 퇴치하는 데 도움을 드린다면, 제게 무엇을 주시겠습니까?”
“그래만 주신다면, 우리가 드릴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드리겠습니다. 세상에 생명보다 귀한 게 어디 있겠습니까.”
“그럼 동맹은 어떠십니까?”
“동맹이요?”
“테오아칸 왕국과 제가 동맹을 맺는 겁니다. 그리고 마석 광산 개발을 저희가 독점하겠습니다.”
“하지만 마석은 저희도 필요한 거라······.”
라이진 수왕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대신 테오아칸 왕국에 필요한 물자를 모두 제가 제공하겠습니다. 무기와 도구, 생필품도 만족할 만큼 드리지요. 마석은 지금 날고 있는 비공정에도 필요하고, 기간트를 움직일 때도 필수로 들어갑니다. 저희에게는 아주 중요한 물질입니다.”
라이진이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 곧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코린트 왕국의 거신들은 이번에도 우릴 돕지 않을 겁니다. 아니 그동안 한 번도 도운 적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그리고 나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이계 거신들이 우릴 도와주고, 물자도 제공해 주신다면 마석 광산을 통째로 넘기겠습니다. 어차피 저희는 마석으로 필요한 물품을 사는 것뿐이니까요.”
라이진 수왕은 흔쾌히 허락했다.
***
비공정이 광산 입구에 도착했다.
난 괴조인형을 꺼냈다.
“헉! 괴, 괴수가!”
거대한 괴조를 보자 라이진 수왕은 경악했다.
“제 명령 없인 헤치지 않습니다.”
난 웃으며 괴조인형에 타고 지상으로 내려갔다.
눈으로 마나를 뿜으며 지하를 살폈다.
그리고 머지않아 거대한 괴수의 실루엣을 발견했다.
예상대로 거대 여왕개미였다.
여왕개미는 SS급 괴수답게 마석도 품고 있었고, 전신에서 마나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보다 더 컸다.
몸길이가 130미터 정도로 컸고, 주변을 지키는 20여 미터 크기의 병정개미도 보였다.
그리고 수천 마리의 거대 개미가 있었는데, 개미 괴수 한 마리가 3미터에 달했다.
‘쩝. 이걸 다 잡으려면 내 마법인형으로 부족하겠는데······.’
그리고 여왕개미 후미에 푸른빛이 가득했다.
전부 마석 광맥이었다.
한 일 년만 꾸준히 캐내도 상당한 마석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주변을 살피고 괴조인형을 타고 비공정으로 향했다.
‘이곳 차원을 지키는 게 이득일까?’
지금 내 머릿속은 복잡했다.
거대 괴수를 잡고 마석만 캐고 끝이 아니었다.
라이진 수왕의 말로는 테오아칸만 십만 명의 수인이 살고 있다고 했다.
후방에 마을과 도시, 거점 도시와 개척촌까지 인구를 더하면 수십만 명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도시 왕국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거기에 옛날에 코린트 왕국에서 추방되거나 왕국에서 쫓겨 거신들의 후예인 거신 용병들도 있었다.
정확한 숫자는 모르지만, 수천 명은 되지 않을까?
그들의 힘을 모두 모으면 이곳 차원을 지켜낼 수 있을까?
난 지금 이들을 도와 이곳 차원을 지킬 것인지, 아니면 적당히 이득만 챙기고, 살아남은 수인들을 데리고 영지로 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당장 결정할 필요는 없겠지······.’
조금 더 고민해볼 문제였다.
비공정으로 돌아왔다.
“어떻습니까?”
“괴수가 예상보다 너무 큽니다. 어설픈 병력으로 공격했다간 당할 겁니다.”
내 대답에 라이진 수왕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고 할 수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럼 방법이 있는 겁니까?”
“일단 제 병력을 불러와야겠습니다.”
파이가 크니, 나눠 먹을 것이 많았다.
테오아칸으로 돌아가는 길.
선수 갑판에서 사막을 내려다봤다.
생각이 많아진다.
지금 나와 수인들만으로 저 SS급 여왕개미 괴수를 잡는 것은 불가능했다.
거신 용병이 있긴 하지만, 그들의 마나는 생각보다 형편없었다.
물론 제법 강한 용병도 있었지만, 대부분 변변한 갑옷도 없었고, 무기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거신 용병이 도움은 되겠지만, 여왕개미를 상대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겠어.’
힘이 더 필요했다.
첫 번째로 떠오르는 것은 마르틴 국왕의 아리칸 왕국이었다.
나와 동맹이고, 그들도 마석이 필요할 테니까.
물론 그것만으로 마르틴 국왕이 자신의 수족 같은 기사들을 동원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을 가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