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52)
152. 개미 사냥.
개미굴이 되어 버린 마석 광산으로 가는 길.
내가 탄 비공정엔 거신이 넷이나 타고 있었다.
긴장을 풀어줄까 생각해 에테나와 아래 갑판으로 내려가는데 거신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이 녀석들은 긴장도 안 되나?’
SS급 괴수를 잡으러 가는 길인데······.
한 마디로 오늘 당장 죽을 수도 있다는 소리였다.
아래 갑판에 내려가 보니, 릴리안이 오빠 갈라그란트에게 장난을 치고 있었다.
나도 피식 웃었다.
갈라그란트는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은 상태로 기도하고 있었고, 여동생이 갈라그란트의 앞 머리카락을 뿔처럼 뾰족하게 세우고 있었다.
영지에서 비공정 강하 훈련을 여러 번 했음에도 그의 고소공포증은 나아지지 않았다.
“알리사.”
내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알리사가 활짝 웃었다.
“네.”
“얼음 좀 만들어줘.”
“네! 주군.”
알리사는 정신을 집중하곤 입을 중얼거렸다.
“아이스 볼!”
쩌쩌적! 슈욱!
알리사 엘가의 손바닥 위로 지름이 50cm나 되는 얼음 덩어리가 떠올랐다.
“와! 어떻게 그렇게 빨리 마법이 실현되는 거죠?”
릴리안의 눈동자가 똥그래졌다.
알리사는 얼음을 내 앞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곤 대답했다.
“평소에 한 가지 마법을 집중적으로 연습하면 돼. 특히 형상화하기 쉬운 마법을 하루에 한 100번쯤 시전하다 보면, 자다가도 바로 마법을 쓸 수 있지.”
“허! 100번이요?”
릴리안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녀의 마나량으로는 100번은 어림없었으니까.
“릴리안, 그러게 내가 뭐라고 했어? 다른 마법을 형상화하려고 노력하지 말고, 일단 파이어 에로우만 줄기차게 연습하라고 했잖아.”
“네······.”
릴리안은 주둥이를 삐쭉 내밀며 대답했다.
난 알리사를 향해 살짝 윙크했다.
알리사도 날 보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며칠 전 릴리안이 얼음 마법이나 다른 마법도 배우고 싶다길래, 알리사와 미리 입을 맞춘 것이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놈이 달리려고 하다니…
난 단검으로 알리사가 만든 얼음덩어리를 잘게 부쉈다.
그리고 적당한 크기의 얼음을 커피가 담긴 컵에 넣었다.
아이스 커피가 완성됐다.
얼음 마법사가 있어 좋은 점은 바로 이런 거지.
시원해진 커피를 마시며 바닥에 앉았다.
“근데 다들 걱정되진 않아? 우린 지금 멸망급 괴수를 잡으러 가는 거야.”
“주군께서 계시는데 무슨 걱정입니다.”
바로 대답한 것은 암 드로운이었다.
그리고 알리사 엘가도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저도 타일러 주군을 믿습니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움직이는 분이 아니니까요.”
첫 만남에 내 의식을 들여다본 알리사는 이 중에서 나와 함께 했던 시간이 가장 짧았지만, 날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계획은 있지만 통할지는 잘 모르겠어. 멸망급 괴수와 싸우는 건 나도 처음이니까.”
“잘하실 겁니다.”
알리사는 미소를 지었다.
“아이스 볼!”
짜짜작! 슈욱!
“어? 성공했어요!”
“응?”
“어?”
우린 일제히 에테나를 쳐다보았다.
야구공 크기였지만, 에테나가 얼음 마법을 성공시켰다.
“뭐야? 에테나도 마법을 쓸 수 있는 거야?”
“저도 잘 모르겠어요. 방금 알리사님이 하는 걸 보고 따라 했는데, 됐어요.”
난 순간 이해하지 못했다.
방금 에테나는 거신 언어로 마법을 외친 게 아니었다.
그건 제국어였다.
알리사는 해답을 알고 있었다.
“마법을 펼치는데 시동 언어가 꼭 거신어일 필요는 없습니다. 언어가 주는 힘은 마법을 형상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거지. 필수도 아니고요. 그리고 에테나 경은 원래 정령 마법을 펼쳤던 경험이 있기에 마법을 형상화하는데, 유리한 것 같습니다.”
“아! 맞아요!”
에테나가 맞장구를 쳤다.
“정령도 원래 이쪽 세상에선 형체가 없기에 계약자가 원하는 형상으로 나타나거든요.”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대수림에서 얼음이 필요하면 에테나에게 부탁하면 되겠구나!
마법 이야기가 나오자, 평소 궁금했던 점을 물었다.
“난 거신 갑옷에 있는 마법진을 사용할 수 있는데, 다른 기간트 기사들은 왜? 사용을 못 하는 거지?”
난 오리지널 기간트에 탄 마키아스 단장과 펠릭스 단장에게 마법진 사용을 설명했다. 그들이 탄 기간트엔 내가 전에 새겨진 마법진이 있었고, 그들이 마법을 사용하면 당연히 우리 전력이 올라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마법진을 사용하지 못했다.
거신 마법 시동어도 알려줬지만, 마법을 사용하긴커녕 감도 못 잡는 것 같았다.
“그건 마나의 재능이 다른 겁니다.”
“하지만 마키아스는 나보다 더 마나량도 많고, 기간트를 움직이는 재능도 더 많은데?”
“하지만 마법은 다르죠. 그리고 주군께서는 암 드로운 경의 마나의 재능을 그대로 이어받았기에 몸속에 마나를 자연스럽게 기간트 밖으로 내보낼 수 있지만, 보통 기사들은 마나로 기간트를 움직이는 것이 한계입니다.”
“아! 싱크로율과 관련이 있는 건가?”
“그렇습니다.”
바로 납득했다.
난 암 드로운이 꼭두각시 마법인형이었을 때, 그의 몸에 자주 영혼 이동해 마나를 느꼈고, 또 그때 마나량이 몸에 많이 쌓였었다.
그러니까 난 마나의 재능을 암 드로운에게 받은 것이다.
그래서 눈으로 마나를 보는 능력도 생겼고.
결과적으로 기간트에 새겨진 마법진을 사용할 수 있는 건 나와 여기 있는 거신들밖에 없었다.
그건 하나 아쉬웠다.
마나의 재능 있는 거신 용병들을 키우는 것도 괜찮겠네.
마법병단 같은 느낌으로······.
“영주님!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엘프 비행사가 알려왔다.
“다들 준비해!”
***
우린 광산 입구가 보이는 가까운 암벽 지대에 내렸다.
마지막 작전 브리핑을 시작했다.
먼저 이틀 전에 이곳을 정찰하고 새로 그린 지도를 펼쳐 보였다.
“여왕개미가 있는 공동으로 향하는 길은 모두 세 군데입니다. 광산 입구와 여왕개미가 뚫은 구멍. 그리고 여기 우리가 새로 뚫을 구멍.”
내 설명에 마르틴 국왕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타일러 경, 지금 암석 지대를 뚫겠다는 거요?”
“그렇습니다. 여왕이 있는 공동까진 300미터고, 알이 있는 방은 200미터밖에 안 됩니다. 기간트로 파면 한나절이면 가능합니다.”
“개미 괴수들이 가만히 있겠소?”
“물론 놈들은 가장 가까운 광산 입구를 통해서 공격해 올 겁니다. 그래서 광산 입구에 우리 기사들과 오크 해병, 엘프 궁수, 거신 용병들과 수인들을 배치할 겁니다.”
“그럼 우린 뭘 하면 되오?”
난 여왕개미가 주변 오아시스에서부터 사선으로 뚫고 들어간 구멍을 가리켰다.
“크루세이더 기사단이 들어갈 곳은 이곳입니다. 130미터 크기의 여왕개미가 파고 들어간 만큼 넓은 공간이 확보되어 있으니, 이곳을 통해 들어가 여왕개미를 잡는 겁니다.”
“쉽진 않겠군.”
“그럴 겁니다. 그곳은 병정개미들이 지키고 있을 테니, 강력한 저항이 예상됩니다. 그리고 전 별동대를 이끌고 새로 뚫은 구멍을 통해 위에서 들어가 여왕개미를 공격할 겁니다.”
마르틴 국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양동작전이군.”
“그렇습니다. 그리고 광산 입구로 개미 괴수들이 나오지 않는다면, 입구에 있던 병력도 여왕의 방으로 전진할 겁니다.”
난 자세한 작전을 모든 지휘관에게 설명해줬다.
마르틴 국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작전은 타일러 후작만 세울 수 있는 작전이요. 나였으면 그냥 밀고 들어가서 어떻게든 결판을 냈을 텐데······.”
“그럼 병력 피해가 더 커졌을 겁니다. 타일러 경의 작전은 지금 상황에선 최고의 방법입니다.”
원탁의 기사이자, 마르틴 국왕의 아들인 비에르 후작이 말했다.
“하하! 내 아들놈이 타일러 후작에게 푹 빠져 있소. 왕궁에서도 어찌나 타일러 경과 발레리온 영지 이야기만 하던지······.”
마르틴은 고개를 흔들면서도 그런 장남을 왠지 좋게 여기는 것 같았다.
“이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최대한 희생자가 나오지 않아야 합니다.”
“알겠소.”
난 크루세이더 기사들을 쳐다봤다.
“잘 들어라! 이건 아리칸 왕국의 후작으로 말하는 거다. 만약 전투 중 기간트가 더는 움직이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포기하고 개미굴 밖으로 나와야 한다. 기간트야 얼마든지 수리할 수 있으니 목숨을 소중히 해라.”
“네!”
마르틴은 옆에서 미소를 지었다.
동맹이기도 하지만 아리칸 왕국 후계 서열 4위의 후작이니, 이럴 때 써먹으면 좋지.
“자! 그럼 모두! 위치로 이동한다!”
“개미 사냥을 시작하자!”
다들 작전 위치로 흩어지고.
자동인형과 꼭두각시가 탄 기간트 40기가 광산 위에 자리를 잡았다.
“시작해!”
[네! 주군!]부웅! 콰앙!
웨슬리 자동인형의 기간트가 커다란 곡괭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다른 룩급 기간트들도 땅을 파기 시작했다.
쿠웅! 파팍!
땅이 파이고 바위가 깨졌다.
지금 이들이 가진 장비는 원래 난민 지기의 마석 광산을 파기 위해 만든 기간트용 채굴 장비였다.
우린 작업용 기간트를 탈 작업자가 부족했고, 마석 광맥은 지하 깊은 곳에 매장되어 있었기에 드워프의 힘만으론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그래서 난 일반 기간트를 동원했다.
그때 땅을 뚫기 위해 괴수 부산물로 만든 곡괭이와 삽, 망치를 이렇게 다시 쓸 줄은 몰랐다.
“좋아! 계속해!”
11미터의 거대 병기가 땅을 파기 시작하고, 9미터의 기간트들이 열심히 부서진 돌을 나르기 시작하자, 실시간으로 땅이 파이는 모습이 보였다.
일단 목적지는 개미 알이 있는 방이었다.
마석 배터리는 왕창 챙겨왔으니, 걱정은 없었다.
***
쩌엉! 쩡! 쩡!
땅을 내려찍는 진동이 광산 동굴 안쪽에서 계속 울렸다.
그런데도 어쩐 일인지 개미 괴수는 보이지 않았다.
[마키아스 단장, 이 정도면 개미들이 다른 데로 나간 거 아닙니까?]타냐 블랙이 물었다.
[그럴 리가 없다. 타일러 영주께서 이쪽으로 온다고 했으니, 반드시 올 것이다.] [그런데 벌써 30분이 넘은 것 같은데, 아무 반응이 없잖습니까.] [맞아! 타일러 영주님도 가끔 헛방을 칠 수도 있는 거지. 그냥 우리도 공격해 들어갑시다.]서열 4위의 월터가 말했다.
그러자 서열 3위인 카고르가 고개를 흔들었다.
[멍청한 소리 하지 마라! 대수림에서도 그렇게 먼저 설치는 놈이 가장 먼저 죽는다.] [카고르의 말이 맞는다! 우린 명령에 따르는 기사다! 영주님의 명령은 이곳에서 나오는 개미 괴수를 잡는 거다!]마키아스 단장이 말했다.
[근데, 그 개미가 안 보인다니까요.] [아니! 온다!]카고르의 말에 일제히 동굴을 쳐다봤다.
거대 동굴 안쪽이 점점 검은 물결로 가득 찼다.
그건 개미 괴수들의 그림자였다.
[와씨! 더럽게 많네!]가장 먼저 정찰대 개미 괴수들이 몰려나오는 것이다.
“끼르륵!”
“따따다닥!”
광산 입구 밖으로 3미터 크기의 개미 괴수들이 우르르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마키아스의 오리지널 기간트가 검을 높이 들었다.
[트라스의 개 기사들이여! 검과 방패를 들어라!] [하아!]입구에서 3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20기의 기간트와 거신 용병들이 반원을 그리며 서 있었다.
그 바로 뒤쪽엔 수인족 전사 2천 명이 배치되어 있었다.
하늘엔 4척의 비공정이 100미터 높이에 떠 있었고, 비공정 갑판에 엘프들이 활과 화살을 들고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개미들이 뚫어 놓은 작은 구멍도 있었는데, 그곳도 남은 수인족 전사 1,000명이 맡아서 지켰다.
“끼드득?”
개미 괴수들은 계속되는 진동에 더듬이를 새우며 소리의 위치를 찾고 있었다.
그러다 앞을 막고 있는 기간트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탁탁! 우르르르!
“공격하라!”
“화살을 쏴라!”
엘프들이 먼저 비공정 위에서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피슉! 피슉!
탱! 탱! 푹!
“끼악!”
화살에 뒷다리를 맞은 개미가 뒤뚱거리며 달렸다.
수십 개의 화살 중에서 개미 괴수의 몸에 박히는 화살은 많아야 두세 개.
정확도는 높았지만, 외골격이 단단하기에 대부분은 튕겼고, 힘이 제대로 응축된 화살만 박혔다.
그것도 깊숙이 박히지 않았기에 치명상은 아니었다.
이처럼 정령의 힘이 깃들지 않은 엘프의 화살은 약했다.
“계속 쏴라! 눈을 맞춰!”
마르실 족장이 계속 소리쳤다.
엘프들은 쉬지 않고 화살을 쐈다.
세계수의 씨앗이 발아하여 대수림의 거신목 위에서 빠르게 자라고 있기 때문이었다. 거신목의 영양분을 세계수가 흡수하고 있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세계수가 자라고 열매가 열리는 날 정령 차원과 연결되고, 엘프는 정령의 힘을 되찾게 된다.
그때를 대비해 실전 속에서 옛 궁수의 실력을 되찾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화살에 맞은 개미들은 속도가 느려진다.
우르르르!
화살 비를 뚫고 3미터의 개미들이 몰려온다.
[쓰벌! 더럽게도 많이 몰려오네!] [정신 차려!] [놈들이 온다! 막아라!]마키아스 단장의 외침에 기사들이 일제히 앞으로 나서며 방패로 막았다.
쾅! 콰콰쾅!
[공격하라!]기이잉! 촤악!
마키아스의 기간트가 검으로 개미 괴수의 머리를 갈랐다.
그리고 발로 또 다른 개미 괴수를 걷어찼다.
개미 괴수는 십여 미터를 날아가 꼬꾸라졌다.
기간트의 화력은 3미터의 괴수가 어찌할 수준은 아니었다.
문제는 개미 괴수의 숫자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