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58)
158. 백작은 너희에게 실망했다.
“거, 거신이다!”
가디언 제국의 기사들도 다가오는 거신들을 봤다.
그들은 놀란 표정으로 슬그머니 일어나 마장기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반응을 보니, 가디언 제국의 기사들도 코린트 왕국의 거신들을 오늘 처음 본 듯했다.
조금 전까지 주변에 있던 거신 용병들은 벌써 어디로 들어갔는지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들은 거신 기사들을 두려워했다.
가디언 기사들이 다들 마장기에 탔지만, 크로카일 수왕 앞에 있던 패로운 준장은 미쳐 마장기에 타지 못했다.
이미 거신들이 천막 밖에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내가 탄 기체가 패로운 준장의 기체였다.
“뭐, 뭐냐? 작은 인간이 정말 있다니!”
맨 앞에선 거신 기사가 인간 패로운 준장을 보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들도 오늘 인간을 처음 본 듯했다.
알리사가 장벽과 대수림, 새로운 세상에 관해 이야기하고 도와달라고 했지만, 저들은 아예 확인할 생각도 하지 않은 것 같다.
그저 자신들의 왕국만을 보호하고 있었다.
[대장님을 보호해라!] [어서 움직여!]기이잉! 쿵! 쿵!
마장기들이 패로운 준장이 있는 천막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나도 마장기 해치를 닫고, 그들을 따라 움직였다.
“멈춰라!”
패로운 준장이 달려오는 마장기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마장기들이 멈춰 섰다.
패로운 준장은 수왕이 있는 천막에서 나오더니, 천천히 마장기 옆으로 이동했다.
딱 보아하니, 코린트 왕국과 수인족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거신 쪽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앞서던 거신 기사 셋이 일제히 검을 뽑았고, 거신 병사 열다섯 명이 창을 겨누며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거신 마법사들도 놀란 표정으로 병사들 뒤쪽에 서 있었다.
거신 기사 하나는 9미터였고, 둘은 7미터였다.
병사들은 모두 5미터 이하였고, 마법사는 둘 다 7미터 크기였다.
“정말 인간이 거신 갑옷에 타다니!”
“러마크 마법사님, 어떻게 하지요?”
거신은 거신어로 이야기하고, 인간은 제국어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니 서로 무슨 말인지는 몰랐다.
지금 나만 이곳에 모든 언어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방금 마장기들이 살짝 물러서는 느낌이 들자, 거신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듯한 거신 마법사가 앞으로 나섰다.
“통역은 없느냐?”
거신 기사가 주변을 둘러봤다.
“추방자 놈들이 몇 명은 있을 줄 알았는데, 모두 눈치채고 도망친 것 같습니다.”
“젠장!”
러마크 마법사가 수왕 앞에 섰다.
“왜 마석과 괴수 부산물을 가져오지 않느냐?”
러마크가 거신어로 말했지만, 수왕과 수인들은 거신어를 모르는 것 같았다.
어쩐지 릴리안과 갈라그란트도 수인들과 말할 땐 수인들의 언어를 사용했었다.
“너희가 이자들을 끌어들인 것이냐?”
수왕 크로카일은 연신 패로운과 마장기 기사들을 쳐다봤다.
도와달라는 뜻이었다.
인간과 수인족 통역을 담당하던 다크 엘프도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어떻게 하죠? 대장님?]“일단 저들을 자극하지 말고, 가만히 대기해라!”
[하지만 거신들이 수인들을 공격하면요?]“안드레아스 총사령관께서 명령하셨다. 절대 코린트 왕국의 거신들과는 싸우지 말라고.”
[하지만 여기 수인들에게는 우리가 지켜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그건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것이다.”
[네? 그럼 마석은?]“이미 충분히 확보했다.”
기사들은 갑자기 말을 바꾸는 대장을 보며 어리둥절했다.
안드레아스도 코린트 왕국의 병력 규모는 알고 있을 것이다.
거신 용병들에게 정보를 얻었겠지.
코린트 왕국은 12명의 원로 마법사와 그 밑에 수십 명의 마법사가 있었고, 기사가 100명, 병사가 1,500명이었다.
인구가 1만 명인데 병력이 15%가 넘는 셈이었다.
거신 병사는 폰급 마장기 크기에 마나를 거의 다루지 못했기에 일반 금속 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랬기에 큰 위협은 아니었다.
하지만 100명의 기사는 모두 괴수 부산물로 만든 갑옷을 입고 있었기에 오리지널 마장기가 100기나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마법사가 수십 명이니, 절대 싸우지 말라고 했겠지.
“하찮은 것들이 감히 우리를 배신하고 다른 세력을 끌어들여? 어서 대답하지 못할까!”
러마크 마법사가 호통을 쳤다.
수왕과 수인 지휘관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오랜 세월 거신들의 지배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였기에 거신을 보고만 있어도 몸이 움츠러들었다.
“도, 도와주십시오!”
수왕이 패로운을 보며 말했다.
하지만 패로운은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다는 표정으로 아예 시선을 돌렸다.
그때 뒤에 있던 또 다른 거신 마법사가 앞으로 나왔다.
“러마크님, 어차피 무식한 놈들이라 알아듣지 못합니다. 그냥 옛날처럼 본보기로 몇 놈 태워버리시죠.”
“하긴 짐승 같은 놈들에겐 본보기가 최고지.”
가장 큰 호위 기사가 물었다.
“근데 저자들은 괜찮을까요?”
기사는 마장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두 마법사도 마장기를 쳐다봤다.
“저자들은 우리에게 도와달라고 도움을 청했다. 그런 놈들이 뭘 하겠느냐? 지금도 우리가 나타나자, 물러서지 않았느냐?”
“아! 알겠습니다.”
기사가 고개를 숙이며 뒤로 물러섰다.
러마크 마법사가 수왕 옆에 있는 한 지휘관을 향해 손바닥을 뻗었다.
휘잉! 휘이이잉!
주변 기운이 휘몰아치며 손바닥 앞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파이어 볼!”
화르르르!
손바닥 앞에 지름 1미터 크기의 커다란 불덩어리가 생겨났다.
수인 하나를 죽이기엔 파이어 에로우만 해도 충분할 텐데, 일부러 화력이 강한 마법으로 태워죽여 겁을 주려는 모양이었다.
불덩어리를 본 수인 지휘관은 눈동자가 배로 커졌다.
이제 내가 나설 차롄가!
[가디언의 기사들이여! 수인들을 보호해라!]기이잉! 쿵! 쿵!
소리치고 내가 달렸다.
그러자 마장기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수인들을 보호하라!] [거신들을 죽여라!]“뭐, 뭐야?”
놀란 거신은 불덩어리를 나를 향해 던졌다.
하지만 난 이미 몸을 옆으로 날리고 있었다.
휘이익! 퍼엉!
화르르르!
나이트급 마장기 하나가 거센 화염에 휩싸였다.
[으아아아!]그리고 안에 탄 기사가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
[이 개새끼들!] [다 죽여버려!]쿵쿵쿵!
내 룩급 마장기가 달려들자, 화염을 쏜 거신 마법사가 놀라 옆에 있는 마법사를 앞으로 밀었다.
“어?”
다닥! 푸욱!
“커헉!”
거신 마법사는 갑옷도 없었기에 너무 쉽게 배가 뚫렸다.
“러마크님을 보호하라!”
“놈들을 죽여라!”
거신 기사들도 마장기를 향해 달려들었다.
쾅! 콰쾅!
마장기와 거신의 전투가 벌어졌다.
난 룩급 마장기로 나이트급 거신 기사에게 달려들었다.
[으아아아!]부아앙! 태앵!
역시 기사는 날렵하게 잘 막았다.
하지만 출력은 내 쪽이 조금 더 위였다.
그리고 스킬도.
[그림자 투영(lv.6) 스킬이 발동됐습니다.] [선택된 마법인형 – 괴조(lv.10) 꼭두각시]갑자기 상대 기사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아니 세상이 느려졌다.
이 슬로비디오처럼 느려지는 느낌이 좋다.
지금 괴조인형의 시야와 동체 시력, 반응속도가 내게 투영됐다.
마장기를 조종할 때에는 이 능력이 제일 나았다.
“크으으으으으!”
눈앞에 기사가 힘이 부족함을 알았는지, 한쪽 무릎을 꿇으면서 검을 살짝 들고 내 검을 옆으로 흘리려 했다.
난 내려치는 팔과 어깨 힘을 빼곤, 그냥 냅다 앞발을 뻗었다.
부우우웅!
힘껏 찼지만, 역시나 내 발도 느리다.
퍼어어어억!
놈의 가슴에 내 앞발이 닿았다.
그 순간 놈이 충격을 받고 뒤로 날아가며 넘어졌다.
난 그냥 멈춰있진 않았다.
마장기 발이 땅에 닿자마자, 앞으로 달렸다.
그리고 검을 양손에 들었다.
그 순간 기사의 흔들리는 눈동자가 나를 쳐다봤다.
푸우우우욱!
내 검은 거신의 갑옷을 뚫지 않았다.
대신 목을 뚫었다.
“컥! 커헉!”
검을 뽑자 목에서 피가 튀었다.
그러자 기사는 고개를 옆으로 떨궜다.
그리고 난 내게 달려들기 시작한 두 거신 병사를 향해 달렸다.
세상에 느리게 흐르지만, 긴장을 풀진 않았다.
한쪽 팔은 검을 옆으로 늘이고, 다른 팔은 그냥 쫙 뻗었다.
그리고 찔러지는 창을 차례로 피하고, 두 팔을 안으로 모았다.
촤아아악! 퍼어어억!
날카로운 검은 거신 병사의 몸을 벴고, 팔은 거신 병사의 머리통을 때렸다.
쿠우웅! 쿠우웅!
쓰러진 병사에게 검을 찔러 마무리 했다.
그리곤 다음 상대를 찾는다.
그림자 투영 스킬 레벨이 대폭 오르며 스킬 사용시간이 600초로 늘었지만, 쿨타임이 3배로 늘어 300분이 있어야 재사용 가능했다.
그러니 600초 동안 최대한 적을 줄여야 했다.
그런데!!
“수인들이여! 무기를 들어라!”
오탈리마의 수왕 크로카일이 소리쳤다.
“거신을 공격하라!”
“와아아아!”
두려움을 이겨내고 수인들이 사방에서 거신들을 공격했다.
그러자 거신들은 싸움을 포기하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마장기들과 수인들이 뒤를 쫓았지만, 비숍급 거신 기사가 러마크 마법사를 보호하며 오탈리마를 벗어났다.
[더는 쫓지 마라!]내가 소리쳤다.
이미 다른 거신 기사는 모두 죽었고, 거신 병사도 4명밖에 도망치지 못했다.
“거신이 도망쳤다!”
“와아아아!”
수인들이 엄청난 함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숨어 있던 거신 용병들도 경악한 표정으로 밖으로 나왔다.
마장기 기사들이 내게 다가왔다.
[와! 대장님! 대단하십니다.] [맞습니다. 실력이 많이 느셨네요.]가디언 제국의 기사들이 날 칭찬했다.
그때였다.
“너희들 지금 무슨 짓이냐? 가만히 있으란 내 명령을 듣지 못한 거냐!”
[어?] [대, 대장?]마장기 기사들이 패로운 준장과 내가 탄 마장기를 번갈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여기에 탄 건 누구?] [헉! 누구냐?]마장기들이 일제히 내게 검을 겨눴다.
철컹! 치이이익!
난 해치를 열고 마장기 밖으로 나갔다.
“타, 타일러 백작님?”
패로운 준장이 날 바로 알아봤다.
“오랜만이군. 패로운 준장.”
“대체 어떻게?”
난 패로운과 마장기 기사들을 보며 말했다.
“나 타일러 빈스는 가디언 제국의 백작으로 오늘 너희에게 실망했다.”
“······?”
“기사가 어찌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 수인들을 지켜 주겠다고 약속하고선, 그냥 도망을 치려 해?”
“하지만 그건 상부의 명령이었습니다.”
“상부? 누구냐 그런 명령을 내린 것이? 루이스 황자 저하의 명이냐?”
“그, 그건······.”
루이스의 오른팔인 패로운 준장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이곳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니라곤 해도 저기 있는 수인들은 너희에게 협력했다. 그런데 너희는 한 입으로 두말을 해? 그러고도 너희가 기사냐? 루이스 황자 저하께서 너희에게 기사의 명예를 버리라고 하더냐?”
패로운 준장은 내 시선을 슬며시 피했다.
마장기 기사들도 명령에 따랐다곤 하지만 그들도 약속을 지키지 않은 건 마찬가지였기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때였다!
수왕 크로카일과 수천 명의 수인이 몰려왔다.
“가디언의 기사들이여! 고맙습니다!”
“이계 기사들이 거신들을 물리쳤다!”
“와아아아아!”
수인들이 마장기 기사들을 향해 손을 들고 환호했다.
“보아라! 지금 저 수인들은 너희가 약속을 지켰다고 고마워하고 있다. 내가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저들에게 통역해 주면 어떻겠냐?”
“그만하십시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알아들었습니다.”
패로운 준장이 말했다.
난 고개를 흔들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시죠.”
난 패로운 준장과 가디언 제국 기사들의 숙소로 향했다.
***
가디언 제국의 기사들이 쓰는 숙소는 왕궁 옆에 있는 2층 건물이었다.
거신 용병들도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천장은 매우 높았지만, 의자와 침대는 인간들 크기에 맞춰져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꽤 오랫동안 생활한 흔적이 보였다.
패로운 준장이 물었다.
“여긴 어떻게 오셨습니까?”
“정탐하러 왔네. 자네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서긴 했지만.”
난 사실대로 말했다.
“혼자서 오신 겁니까?”
“물론이네. 왜? 내가 혼자라니까 죽일 수 있을 것 같은가?”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타일러 백작님은 아베르크 제국의 귀족이지만, 저희 가디언 제국의 귀족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루이스 저하께서 혹시나 타일러 백작님을 만나면 절대 공격하지 말고, 잘 설득해 데리고 오라고 하셨습니다.”
난 피식 웃어줬다.
“하지만 안드레아스 원수는 날 보자마자 죽이라고 했겠지.”
“네?”
패로운 준장의 눈동자가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