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62)
162. 성공하면 찬탈.
“지금 내게 반란을 일으키란 말이오?”
“성공하면 찬탈이고, 실패하면 반란이겠지요. 하지만 이 경우는 둘 다 해당하지 않습니다. 황태자는 황제가 아니니까요.”
“하지만 수도와 황실을 장악하고 있으니, 황제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그 점잖은 양반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만큼 윌리엄 사령관도 당황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포기하실 겁니까? 지금 시안 황자가 문제가 아닙니다. 아베르크 제국이 무너집니다. 제국이!”
“크윽!”
윌리엄이 인상을 확 구기며 이를 악물었다.
“젠장! 잘 되어가고 있었는데······.”
“뭐가 말입니까? 시안 황자를 황제 자리에 올리는 거 말입니까?”
“그렇소.”
나도 안다.
윌리엄 사령관의 노력을.
그가 어떻게 여기까지 끌고 왔는지.
루이스 황자를 보고, 답을 얻었을 것이다.
그리고 동부 전선을 돌며, 기사들과 함께 싸우는 황족의 이미지를 잘 만들고 있었다.
아마도 가디언 제국과 전쟁에서 이겼다면, 동부 전선에서 함께 싸운 기사들은 시안 황자의 편을 들었을 것이다.
그럼 5군단과 공군의 힘에 3군단, 4군단, 동부군까지 힘이 더해져 황태자가 아무리 수도를 장악했다고 해도 대세는 시안 황자 쪽으로 기운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았기에 고심하는 것이다.
“당장 결심을 하셔야 합니다. 지금은 시간과 싸움이기도 합니다. 제국을 하나로 만들지 못하면 사방에서 몰려드는 적들을 막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시안 황자께서 과연 그 일을 허락하실지······.”
“시안 황자 저하는 일단 생각하지 마십시오. 지금은 윌리엄 사령관께서 먼저 결심하십시오. 그래야 우리가 함께 시안 황자 저하를 설득할 수 있습니다.”
윌리엄 사령관은 답답한지 자리에서 일어서 창문을 바라보았다.
난 그가 생각할 시간을 주었다.
그는 한참을 고민했다.
덜컹!
그때 엠버 준장이 돌아왔다.
“시안 황자께서 지금 지휘 비공정을 타고 돌아오신다고 합니다.”
“나가 있게.”
“네?”
“황자께서 오시면 내 방으로 안내하고, 근처에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게 하게.”
“네.”
분위기에 짓눌린 엠버 준장이 밖으로 나갔다.
“결심은 하셨습니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소. 경의 말처럼 제국이 하나로 뭉쳐 있어도 막기 어려운 적이오. 지금처럼 수도에 1군단과 서부군, 근위 기사단까지 아무것도 안 하고 머물러 있다면······.”
다행히 윌리엄 사령관의 이성이 돌아온 것 같다.
황태자의 가장 큰 문제점은 모든 병력을 수도에 집결했다는 것이다.
수도를 빼앗기면 황제가 되지 못한다고 굳게 믿는 것이다.
문제는 동부 전선의 병력이 가디언 제국과 삼황자, 연합군의 협공에 당한다면, 순식간에 전멸할 것이고 더는 뒤가 없다.
그렇다고 황태자가 설득할 수 있는 상대도 아니었다.
자신과 경쟁 상대인 시안 황자나 윌리엄 사령관의 말을 믿겠는가?
사실을 말해도 분명 자신들이 장악한 수도에서 병력을 빼게 하려는 수작이라고 생각할 거다.
그걸 알기에 윌리엄 사령관도 결심을 굳힌 것 같았다.
“황궁과 수도를 장악할 방법이 있소? 타일러 경이 이미 생각해 놓은 방법이 있을 거 아니오?”
“전 거기까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보다 어떻게 연합군의 공격을 막을지 그걸 고민하고 있지요. 그러니 방법은 윌리엄 사령관께서 생각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노파심에서 말씀드리자면, 황태자와 측근들, 군단의 상급 지휘관들은 절대 살아있어선 안 됩니다.”
윌리엄 사령관이 잠시 생각하더니, 드디어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한번 해봅시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일단 시안 황자께서 황실과 수도를 장악해야 다음 작전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경이 생각한 다음 작전은 뭐요?”
“1군단과 서부군을 이끌고 제가 삼황자와 연합군을 막겠습니다.”
“병력 차가 꽤 날 텐데, 가능하겠소?”
“저라면 가능합니다. 그리고 아리칸 왕국의 비공정과 병력이 저를 도울 겁니다.”
“하지만 아리칸 왕국은 탈로스와 글론 연합군이 공격할 거라고 하지 않았소?”
“그럴 겁니다. 하지만 이미 제 말을 듣고 마르틴 국왕이 그들의 전진을 막기 위해 움직였습니다.”
“벌써 움직였단 말이오?”
윌리엄 사령관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빠른 움직임도 놀랐지만, 그들이 내 말을 듣고 병력을 움직였다는 것에 더 놀랐을 거다.
내가 아리칸 왕국까지 조종하고 있다고 느꼈을 테니까.
“그리고 윌리엄 사령관께서는 동부 전선의 병력으로 가디언 국군을 막는 겁니다.”
“하아!”
윌리엄 사령관이 한숨을 쉬었다.
내가 알려준 저들의 마장기와 비공정이 생각보다 훨씬 많았고, 또 마석 배터리까지 이미 엄청나게 준비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한숨을 쉬는 것이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겁니다. 비공정도 부족하고, 기간트도 부족하고, 병력도 부족합니다. 그리고 제 도움도 받지 못할 거고요.”
“하아! 타일러 경의 비공정과 오크 해병대는 당연히 참가할 줄 알았는데······.”
내가 가디언 제국과 전쟁이 참가한다고 했으니, 내 전력도 계산에 넣었을 것이다.
하지만 난 다른 병력을 막아야 했다.
“윌리엄 사령관께서 아무리 노력해도 동부 전선은 가디언 제국에 밀릴 겁니다. 그러니 국경 도시 몇 개와 이베리아 평원 정도는 포기해야 할 겁니다.”
윌리엄이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 정도 피해는 예상하는 듯했다.
“제가 삼황자와 연합군을 최대한 빨리 처리하고 합류해야 그나마 제국을 지킬 가능성이 생길 겁니다.”
“그런데 그 거대 비공정을 막을 순 있겠소? 호위하는 비공정도 상당히 많을 것이오.”
“최선을 다해봐야죠.”
윌리엄 사령관의 표정이 처음보다 많이 풀어졌다.
내가 한 방법대로 잘만 된다면, 제국을 지키는 것이 가능할 거로 생각하겠지.
“고맙소. 타일러 경이 아니었으면, 가만히 있다가 당할 뻔했소.”
“고맙긴요. 자! 이제 저와 협상을 하셔야죠.”
“무슨 협상이요?”
“제가 아무런 이득도 없이 움직이는 사람은 아니지 않습니까?”
“허!”
윌리엄의 미간이 좁아졌다.
“하긴 타일러 경은 뭔가 이득이 있어야 움직이는 사람이지. 그래 경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오?”
“제가 장악하고 있는 영지의 독립을 허가해 주십시오.”
“뭐, 뭐요? 독립? 내가 지금 잘못 들은 거 같은데······.”
“정확히 들으셨습니다. 제가 공왕에 오를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는 말입니다.”
“공왕이라고?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오?”
“안될 건 뭐가 있습니까? 그리고 당장 달라는 것도 아니고, 제국을 지키면 달라는 것이 아닙니까.”
윌리엄의 표정이 처음보다 더 심각해졌다.
“하지만 우리가 황실과 수도 장악에 성공한다면, 1군단과 서부군도 우리 명령을 들을 텐데, 타일러 경이 필요하겠소?”
“제가 필요 없다면, 말씀하십시오. 시안 황자께서 직접 지휘하시면 되겠네요. 아! 그리고 제 비공정과 아리칸 왕국의 도움은 바라진 마십시오.”
난 윌리엄을 향해 피식 웃어줬다.
내 비공정과 오크 해병대, 아리칸 왕국의 도움 없이 저들을 막을 수 있다면, 이런 조건을 부르지도 않았다.
“경이 동원할 수 있는 비공정과 병력이 얼마나 되오?”
이미 이 질문을 한다는 것은 내 조건을 수락한다는 뜻이었다.
“비공정 50척을 동원할 수 있습니다. 기간트는 총 300기를 동원하지요.”
사실 비공정 50척은 아리칸 왕국이 글론 왕국의 비공정을 최소 20척은 나포해야 가능한 숫자였다.
난 마르틴 국왕과 아리칸 기사들을 믿었다.
“비공정 50척과 기간트가 300기라······.”
윌리엄이 열심히 주판알을 튕기고 있었다.
1군단과 서부군의 기간트를 합치면 400기 가까이 된다.
근위 기사단과 일부 비공정은 적들이 병력을 몰래 빼서 수도를 공격할 수도 있었기에 수도에 남아 있어야 했다.
그럼 우리 측 병력은 기간트가 700기에 비공정은 70척이 된다.
“살루스 왕국 놈들이 아무리 기간트를 많이 보낸다고 해도 100기가 최대일 거고, 윈데르 왕국은 최대 150기, 2군단과 남부군 기간트가 합쳐서 400기, 문제는 바이마르 대영지의 병력인데······.”
“모르긴 몰라도 400기는 될 겁니다.”
“그럼 기간트만 1,000기가 넘는다는 건데!”
“그 정도면 제가 있으니, 싸워볼 만합니다.”
“지금 싸워서 이기는 게 문제가 아니지 않소. 최대한 병력을 남겨야 동부 전선을 지원해줄 것이 아니오.”
난 윌리엄 사령관을 빤히 쳐다봤다.
“저 못 믿으십니까?”
“흠······.”
그러자 윌리엄도 날 쳐다봤다.
“잘 생각하십시오. 제국 전체를 지키고, 북부의 아주 조그마한 땅덩어리를 떼어주는 겁니다. 게다가 공왕이라고 해봤자, 공작보다 조금 나은 것이 아닙니까? 제국에 세금을 안 내는 것도 아니고.”
“자신 있소?”
“전 지는 싸움에 배팅하진 않습니다.”
윌리엄이 입술을 깨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그건 내가 책임지고 시안 황자님을 설득해 보겠소.”
“아! 그리고 오늘 당장 문서로 약속해 주십시오.”
“오늘 당장?”
“하도 거짓말하는 사람을 많이 봐서요. 물론 윌리엄 사령관과 시안 황자 저하 이야기는 아닙니다.”
“흠. 알겠소.”
“그럼 전 나가 있겠습니다.”
“뭐요? 같이 시안 황자를 설득하자면서?”
“솔직히 혼자서도 충분하시지 않습니까. 전 어떻게 하면 삼황자와 연합군을 막을지 고민하고 있겠습니다. 아! 그리고 오래 기다리진 못합니다. 만약 일이 불발되면 전 영지민들과 제 살길을 찾으러 가야 하니까요.”
난 가볍게 고개를 숙이곤, 밖으로 나갔다.
“엠버 준장, 내 비공정에 있을 테니, 사령관께서 날 찾으시면 그리 사람을 보내시오.”
“알겠습니다.”
***
휘이이잉! 척!
에테나가 옆쪽 타워 착륙장에 시안 황자의 지휘 비공정이 접안하는 모습을 보더니, 물었다.
“시안 황자가 반란을 허락할까요?”
“그럴 수밖에 없지. 아니면 제국을 빼앗기거나 황태자 밑으로 들어가야 할 테니까. 그리고 황태자 밑에 들어간다는 말은 이번 전쟁을 무사히 넘겨도 곧 죽는다는 말이기도 하지. 황태자 세력이 분란의 싹을 남겨둘 사람들이 아니거든.”
시안 황자가 공군 본부로 들어가고, 한 시간 만에 나왔다.
그리곤 내가 있는 비공정으로 곧장 다가왔다.
“시안 황자 저하를 뵙습니다.”
“타일러 경, 정말 그 방법밖에 없겠소.?”
“그렇습니다. 마음을 독하게 먹으셔야 합니다. 시간이 늦어질수록 제국의 피해는 커지고, 잘못하면 제국 자체를 적들에게 빼앗길 수도 있습니다.”
시안 황자는 고민하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이미 그의 손에는 내게 줄 문서가 들려 있었다.
“휴! 최선을 다해 싸워 주시오.”
시안 황자가 내게 문서를 내밀었다.
난 문서를 한번 읽어 보곤, 고개를 숙였다.
“그럼 전 바로 가서 전쟁 준비를 하겠습니다. 부디 거사가 성공하길 빌겠습니다.”
“알겠소. 나중에 살아서 봅시다.”
시안 황자는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거사가 실패하면 그도 죽고 윌리엄도 죽을 것이기에 이번이 마지막 만남이었다.
하지만 왠지 윌리엄이 계획한다면 실패할 것 같진 않다.
제국의 하늘을 지배하는 것이 윌리엄 원수니까.
그리고 그는 머리가 좋은 사람이었다.
난 비공정에 타고 곧장 내 영지로 향했다.
나도 시간이 많은 건 아니다.
아리칸 왕국이 글론과 탈로스 연합군을 막고, 윌리엄과 시안 황자가 황실과 수도를 장악하는 사이에 나도 할 일이 있었다.
***
[발루아 영지]10척의 비공정이 발루아성 옆에 내려앉았다.
“충! 어서 오십시오.”
“충! 어서 오십시오.”
발루아의 영주 오를레앙 백작과 발루아의 기사들이 내게 고개를 숙였다.
오를레앙 백작은 록체스터 대영지에게 길을 빌려줬다가 역으로 내게 털리고, 충성을 맹세한 영주였다.
그리고 앨리슨의 외삼촌이었고.
“오를레앙 백작, 병력은 준비됐나?”
“물론입니다. 기회를 주신 만큼 기사들과 더 열심히 훈련했습니다.”
난 발루아 영지의 기사들을 쳐다봤다.
주눅 든 지방의 영지군이 아니라, 눈빛이 살아있는 기사들이었다. 신형 기간트까지 지급했는데, 이번에 자신들의 존재감을 보이지 못한다면, 발루아 기사단을 유지할 이유가 없었다.
“다들 싸울 준비가 됐나?”
“네! 주군!”
50명 기사가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기간트에 올라타라! 승선을 준비하라!”
“자! 가자!”
위이잉! 쿵! 쿵!
기간트들이 차례로 비공정에 올라탔다.
다른 5척의 비공정엔 펠릭스와 하얀 악마 기사단이 타 있었다.
우리는 지금 록체스터 대영지를 공격하러 가는 길이다.
시안 황자와 윌리엄 사령관이 내게 땅을 주기로 약속했는데, 그 시기는 전쟁이 끝난 후였다.
그러니 내가 본격적으로 전쟁에 참여하기 전에 최대한 영지를 늘려야 했다.
‘이왕이면 넓은 땅이 있으면 좋겠지.’
난 독립 전에 영토를 늘릴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