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73)
173. 제 전쟁은 여기까지입니다.
마르틴 국왕은 차분히 말했다.
“우리 아리칸은 탈로스 글론 연합군의 공격을 받았을 때, 제국의 기사들과 병사들이 우리 왕국을 함께 지켜준 고마움을 기억하고 있소. 그래서 동맹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제국을 도운 것이오. 이제 가디언 제국과 큰 전투에서 이겼고, 저들을 국경 밖까지 몰아냈으니, 우리가 할 일은 끝난 것 같소.”
3군단장 발리홀 중장이 말했다.
“가디언 제국의 병력은 아직 저희와 비슷합니다. 여기서 아리칸의 병력이 빠진다면, 우리가 유리할 것이 없습니다. 아니 불리해질 겁니다.”
“맞습니다. 이번에 한 번만 더 도와주신다면, 동맹으로 그 은혜는 잊지 않을 겁니다.”
4군단장 말라기 중장도 아리칸 왕국이 더 싸워주기를 바랐다.
“아베르크의 공군 비공정이 있지 않소. 하늘에서 몰아치고, 국경을 건넌다면 누가 아베르크 제국군을 막을 수 있겠소. 기사들도 지쳤고, 우린 이미 할 만큼 했소.”
하지만 마르틴 국왕은 더 싸우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 같았다.
윌리엄 총사령관은 마르틴 국왕이 아니라 날 쳐다보았다.
설득해 달라는 뜻이겠지.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마르틴이 슬쩍 입을 열었다.
“정 우리 아리칸 기사들과 비공정을 쓰고 싶거든 대가를 지급하시오.”
“대가요?”
“이번에 제국에서 나포한 가디언의 중형 비공정 20척과 비행석을 주시오.”
마르틴 국왕의 말을 들은 윌리엄과 지휘관들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비공정이야 자신들도 많았으니, 상관없었다.
하지만 비행석이 어떤 물건인가.
지금은 마석보다 귀한 물건으로 비공정을 만드는 핵심 재료였다. 그리고 앞으로도 비행석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했고, 언제 엘프 차원에 갈 수 있을지 몰랐기에 한정적인 자원이기도 했다.
윌리엄 총사령관이 물었다.
“비행석을 얼마나 원하십니까?”
“많은 양을 바라진 않소. 한 상자면 적당할 거요.”
“상자 크기는요?”
“기간트용 마석 배터리 10개를 보관하는 상자에 비행석을 가득 채워주시오. 그럼 우리도 전투에 참여하겠소.”
윌리엄은 짧은 한숨을 쉬고 날 쳐다봤다.
난 아예 다른 곳을 쳐다봤다.
윌리엄은 생각에 잠겼다.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겠지.
“비행석은 제가 바로 결정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황제 폐하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그럼 허락을 받으시오. 그리고 비행석을 가져오면 그때 전투에 참여하겠소.”
마르틴 국왕의 이야기가 끝나자, 내가 손을 들었다.
“저희 발레리온 영지군도 그만 병력을 물리겠습니다. 제 전쟁도 여기까지입니다.”
“뭐요?”
윌리엄과 지휘관들이 날 쳐다봤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타일러 사령관께서도 그만 싸우신단 말입니까?”
“아니 됩니다. 아직 저들의 비공정과 강습 마장기가 우리보다 많습니다. 타일러 사령관님의 병력이 꼭 필요합니다.”
지휘관들은 당연히 만류했다.
윌리엄 총사령관이 날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타일러 사령관 대체 왜 그러시오?”
“약속대로 제국을 지켰으니, 그만 병력을 물리겠다는 말입니다.”
“약속이라니요?”
“저와 분명 약속하셨습니다. 제국을 지킬 때까지 싸우기로. 그리고 제국을 지키면 제게 주기로 하신 것이 있지 않습니까? 그걸 먼저 받아야겠습니다.”
윌리엄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아직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지 않소. 그리고 이대로 가디언 제국군을 놔둔다면 오래지 않아 다시 국경을 넘을 것이오. 그럼 제국을 지킨 게 아니지 않소.”
“그럼 윌리엄 총사령관께서 생각하는 제국을 지키는 시점이 언제입니까?”
“그거야······.”
“카불 요새를 점령하면 끝입니까? 아니면 가디언 제국의 서부를 얻으면요? 그것도 아니면 가디언 제국을 완전히 멸망시켜야 제국을 지키는 겁니까?”
윌리엄 사령관이 입맛을 다셨다.
난 시안 황자를 쳐다봤다.
“황자 저하도 약속을 지키지 않으실 겁니까? 분명 제게 제국을 지키면 공왕의 지위와 영지의 독립을 약속하셨습니다. 전 제게 주어진 병력보다 2배나 많은 삼황자와 두 왕국 연합군을 격퇴했습니다. 게다가 650기밖에 없던 기간트 병력을 500기나 살려서 데려왔습니다. 그것뿐입니까? 어젠 가디언 제국의 비공정 전력을 70%나 줄였습니다. 물론 강습 마장기도 70%를 줄였고요. 그리고 지상군 전투에서도 비공정으로 저들의 눈을 속여 병력을 물리게 해, 전황을 유리하게 만들었습니다. 더 이야기해 볼까요? 크웰강 전선에선······.”
“그만하시오. 충분히 들었소.”
시안 황자가 말했다.
지휘관들 역시 이제야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었다.
“약속을 들어주기 전엔 저희 발레리온 영지군과 비공정은 전투에 나서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가디언 제국을 공격하는 것은 약속에 없던 것이니, 협상을 다시 하시죠.”
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마르틴 국왕도 따라 일어섰다.
“한 달 정도 이곳에 주둔하겠습니다. 그때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으시면 제게도 생각이 있으니 알아서 하십시오.”
최후통첩하고 지휘 천막을 빠져나왔다.
날 따라 밖으로 나온 마르틴 국왕이 말했다.
“타일러 경, 정말 괜찮겠소?”
“뭐가 말입니까?”
“나야 비공정과 비행석을 받지 않아도 그만이지만, 경은 어쨌거나 아베르크 제국 소속이지 않소. 잘못하면 제국을 적으로 돌릴 수 있소.”
“저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계속 싸울 의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가디언 제국의 힘을 줄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들이 완전히 망하는 것은 우리에게 좋지 않습니다.”
마르틴 국왕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무슨 말이오?”
“지금이야 강한 적과 싸우고 있으니 힘을 합치고 있지만, 아베르크가 가디언 제국까지 점령하게 되면, 대륙에 그들을 막을 수 있는 세력이 없습니다.”
“그건 그렇겠군.”
“그리고 제국의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서 지금의 군벌과 황족, 귀족들이 또 치열하게 싸울 겁니다. 인간의 욕심은 끝도 없으니까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저나 아리칸 왕국이 타겟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신들의 비리를 덮기 위해 눈을 밖으로 돌리려는 수법은 정치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아! 무슨 말인지 알겠소.”
마르틴 국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우리가 가디언 제국을 공격하더라도 카불 요새와 서부 일대를 가져가는 정도로 마무리 지어야 합니다.”
“그럼, 전투 참여 전에 협상을 다시 해야겠군.”
“네. 저도 딱 거기까지만 도울 겁니다. 그 정도만 해도 가디언 제국이 다시 회복하려면 최소 20년은 걸릴 테니까요.”
“하하! 타일러 경이 이젠 정치도 잘하는구려.”
“계속하다 보니, 조금 늘긴 하는 것 같습니다.”
마르틴이 피식 웃었다.
“저들이 황제의 답변을 받아오는데, 얼마나 걸리겠소?”
“길어야 보름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디언 제국은 방비를 더 철저하게 할 것이고, 그만큼 아베르크의 병력 피해는 더 커지니까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더 서두르겠죠.”
황제도 분명 전황을 보고 받으면 가디언 제국의 땅이 욕심나겠지.
아직 어떤 황제도 성공하지 못했던 가디언 제국의 땅을 대거 차지할 기회였으니까.
“시간도 남았는데, 한잔하는 게 어떤가?”
“전 비공정을 수리하러 가야 합니다.”
“응? 저 거대 비공정 말인가?”
“네.”
“사람이 어떻게 일만 하고 사나? 가끔 좀 쉬어야지.”
“일단 수리가 마무리되면 한잔하시죠. 제가 아리칸의 야영지로 가겠습니다.”
“쩝. 알았네.”
난 마르틴 국왕과 헤어져 비공정 착륙장으로 향했다.
지금 헬가우스 호는 공군 기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번에 나포한 중형 비공정 안에서 가디언 제국의 마장기를 챙기고 있었다.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그 멀쩡한 마장기를 인형의 집으로 빼돌리는 일이었다.
“충!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오랜만이군. 블리언 남작.”
타일러의 동생 블리언 남작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절 찾으셨다고요?”
“그래. 펠릭스 단장에게 이야기는 들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우리를 도왔다고.”
“네. 저희는 강제로 전장에 끌려온 겁니다. 라디프 공작이 병력을 내지 않으면 영지를 공격하겠다고 했습니다. 바이마르 영지는 가깝고, 수도는 머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나도 알아. 테레니스 영지와 이번에 협력한 남부 영지들은 피해가 없을 거야. 이미 윌리엄 총사령관에게 보고했다.”
“알아주시니 감사합니다.”
블리언이 살짝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개리 경의 건강이 좋지 않다고 들었다.”
“그렇습니다.”
“자네가 곧 테레니스의 영주가 되겠군.”
“솔직히 영주가 되고 싶진 않습니다. 저도 발레리온 영지로 가고 싶습니다.”
“뭐?”
난 블리언을 빤히 쳐다봤다.
“하루도 대장님과 전우들을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함께 한 시간은 비록 1년 반 정도지만, 제 인생에서 그때만큼 즐거웠던 적이 없습니다.”
“허! 대수림에서 괴수를 잡는 게 뭐가 즐겁다고.”
“대장님과 그리고 동료 전우들과 함께했기에 즐거운 거 아니겠습니까. 아무래도 테레니스 영주의 길은 제 길은 아닌 것 같습니다.”
“배부른 소리 하지 마라. 난 편하게 살고 싶어서 이렇게 싸우는 거야. 너도 편하게 살아.”
“그러지 말고 저도 데려가 주십시오.”
난 고개를 흔들었다.
“정 나를 따르고 싶다면, 일단 테레니스의 영주가 돼라! 그리고 기사를 양성하고 기간트와 병력을 늘려.”
“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인재가 아니라 세력이다. 테레니스는 윈데르 왕국과 트와이트 대마경과 붙어 있는 변경백이니, 병력을 늘려도 의심을 받지 않을 거다.”
블리언은 예상밖에 대답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머지않아 난 제국에서 독립해 나만의 왕국을 만들 것이다. 그때가 되면 아베르크 황제와 권력가들이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그때 내가 필요한 것은 세력이다.”
“하지만 제가 어떻게······.”
“물론 혼자선 할 수 없겠지. 그래서 내가 널 따로 부른 것이다. 날 따라와라!”
“네? 네!”
난 블리언 빈스를 데리고, 거대 비공정으로 올라갔다.
***
“네? 바이마르 대영지를 장악하라고요?”
블리언이 경악했다.
“전에 나포한 바이마르 비공정 20척을 주겠다. 그리고 펠릭스 단장과 하얀 악마 기사단을 붙여주마. 지금 당장 테레니스 기간트 병력을 태우고 바이마르 대영지로 가라. 그리고 단숨에 영지와 기간트 공방을 장악해라.”
“그래도 괜찮을까요?”
“물론이다. 너와 테레니스 영지군은 반란군을 제압하는 것이다. 그러니 대의는 너희에게 있다. 가서 바이마르 대영지를 장악하고, 귀족과 반란자들을 모두 색출해 수도로 보내라. 그럼 황제도 그 공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너무 커지는 스케일에 블리언이 마른침을 삼켰다.
“지금 제국 남부에서 테레니스 영지의 기간트 병력을 능가할 영지는 없다. 그러니 황제도 제국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라도 바이마르를 점거한 테레니스에게 대영지의 소유권을 넘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나도 뒤에서 힘을 써주마. 그러니 영지를 점령하거든 테레니스의 병력을 추가로 바이마르 대영지로 옮겨서 도시와 사회 전반을 완전히 장악해야 한다.”
“그런 큰일이라면 직접 하시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난 피식 웃어줬다.
“내가 움직이게 되면 영지는 장악할 수 있겠지만, 그걸 지키기가 쉽지 않다.”
발레리온과 바이마르 대영지는 거의 제국의 끝과 끝이니까.
하지만 테레니스 영지는 바이마르와 기차로 사흘 거리다. 비공정을 이용하면 하루면 도착할 수 있지.
지금이야 동부 전선이 다급해 전 병력을 다 이끌고 왔지만, 곧 가디언 제국과 국경이 안정되면 바이마르는 분명 이번에 공을 세운 누군가에게 넘어갈 것이다.
십중팔구는 시안 황자 측이나 바이마르 연합군을 물리친 1군단장, 서부군 사령관 쪽에 넘어갈 가능성이 컸다.
내게 공왕의 자리를 넘겨주는 마당에 남부의 대영지까지 넘겨줄 리도 없고.
다른 놈 좋은 일 시킬 바에야 그래도 날 따르는 블리언에게 넘기는 게 좋지 않겠는가.
그래서 블리언을 따로 부른 것이었다.
“한번 해 보겠습니다!”
블리언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그리고 나중엔 그곳을 스스로 지켜야 해!”
“알겠습니다.”
난 블리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블리언 남작, 난 자네를 믿는다. 대수림에서 전투를 기억해라. 이 세상은 대수림과 같다. 힘이 없으면 당하는 것이다.”
“네! 맡겨주십시오.”
“좋아! 지금 당장 움직여!”
척!
블리언이 내게 경례했다.
그날 밤 블리언과 테레니스 영지군.
그리고 펠릭스와 하얀 악마 기사단은 남부의 대영지 바이마르로 이동했다.
***
며칠 후.
내가 나포한 비공정의 마장기를 모두 내 인형의 집에 넣었다.
그리고 부서진 강습 마장기도 모두 챙겼다.
수리하면 쓸 수 있는 것들이 제법 많았으니까.
이 모든 것을 대 놓고, 챙겼지만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윌리엄 사령관과 시안 황자는 지금 수도로 갔으니까.
가디언 제국은 조용했다.
병력은 카불 요새에 집결했고, 비공정도 모두 그곳에 있었다.
최후의 결전을 준비하는 모양이었다.
난 지금 거대 비공정을 수리하고 있었고.
늦은 밤이었다.
똑똑.
“접니다!”
에테나의 목소리였다.
이 야밤에 무슨 일이지?
살짝 설렜다.
“들어와.”
문이 열리고.
“손님이 왔습니다.”
“손님? 누구지?”
“안드레아스 원수입니다. 비공정을 타고 접근하는 것을 우리 드워프 비공정이 발견해 데리고 왔습니다.”
‘안드레아스가 직접 왔다고?’
가디언 제국에서 누군가 올 것 같은 느낌은 있었지만, 안드레아스 원수가 직접 올지는 몰랐다.
“회의실, 아니 선수 갑판으로 모셔라.”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