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75)
175. 이미 끝난 협상.
윌리엄 총사령관과 시안 황자는 정확히 보름 만에 돌아왔다.
이야기가 잘 끝났다면 더 일찍 왔겠지만, 그건 아닌 거 같았다.
난 내 선실에서 기다렸다.
‘거절하면 어떻게 하지?’
머리가 살짝 복잡했다.
뭘 어떻게 해!
엿 먹으라고 병력을 물리면 되지.
아리칸 왕국의 병력도 함께 돌아갈 것이다.
마르틴 국왕과 그렇게 하기로 했으니까.
다만 저들이 또 다른 조건을 내걸 수도 있었다.
똑똑.
“들어오시오.”
문이 열리고, 윌리엄 사령관과 시안 황자가 들어왔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어서 오십시오.”
난 두 사람을 편한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나도 자리에 앉았다.
“차라도 한잔 드릴까요? 비공정에 식당도 있어 간단한 요깃거리도 드릴 수 있습니다.”
“아니오. 괜찮소.”
궁금한 건 많지만 서둘진 않았다.
어차피 저들이 결정을 내리는 것도 아니고, 이미 결정이 내려진 상태니까.
“생각보다 오래 걸리셨습니다.”
“휴우! 황제 폐하께서 순순히 허락할 거로 생각하셨소?”
윌리엄 총사령관이 한숨과 함께 고개를 흔들었다.
“잘 안됐나 보군요. 그럼 저희는 이만 영지로 돌아가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시오.”
윌리엄은 시안 황자를 쳐다봤다.
“시안 저하께서 말씀하시지요.”
시안 황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께 허락을 받았으나, 조건부 허락이오.”
“결국, 우리 약속은 깨졌군요.”
“조금만 들어보시오. 어렵지 않은 조건이오. 황제께선 타일러 경의 영지만큼의 가디언 제국의 땅을 요구하셨소. 그러니까 제국을 땅을 내어 주는 대신 가디언 제국의 땅을 점령하면 되는 것이오. 그리고 지금 우리 제국군의 기세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고.”
순간 머리가 복잡했다.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시안 황자가 아니라 케인 황제가 계속 황제 자리에 있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눈앞에 두 사람이 제국의 실세는 맞지만, 제국의 최종 결정권은 황제에게 있었다.
내가 침묵하자 윌리엄이 입을 열었다.
“여기 황제 폐하께서 보증한 문서도 가지고 왔소. 이번엔 진짜요. 일단 카불 요새만 점령하면, 그다음부터는 우리가 알아서 가디언 제국군을 밀어내겠소. 그러니 타일러 경은 이번 전투만 도와주면 끝이오.”
역시, 아베르크 제국도 그렇고 결국, 믿을 수 있는 것은 내 자신뿐이었다.
지금은 내가 힘이 있으니까, 저렇게 쩔쩔매고 있지만 내가 힘이 약해지거나 저들이 힘이 강해지면 공왕의 자리는 언제든지 사라질 자리라는 뜻이었다.
내 영지민들과 이계 난민들이 계속 편히 살려면 더 강한 힘이 있어야 했다.
그 누구보다 강한 힘이.
그리고 그건 앞으로 3, 4년 후면, 완성될 것이고.
“일단 약속은 깨졌으니, 새로운 조건을 말하겠습니다.”
“새로운 조건이요?”
두 사람은 내 입에 집중했다.
“일주일 안에 가디언 제국의 항복을 받아내겠습니다.”
“뭐요?”
“저들의 항복을 받지 못한다면, 윌리엄 총사령관님의 뜻대로 카불 요새 점령전에 참여하지요.”
시안 황자가 영문모를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 가디언의 항복을 받아봤자, 전쟁이 끝나는 것뿐이지 않소?”
“전후 복구 비용을 받아내지요.”
“그거야 당연한 것이고.”
“그리고 제가 가져갈 제국의 영지보다 훨씬 큰 땅을 받아내겠습니다.”
“저들의 영토를 말이오?”
시안 황자의 눈이 살짝 커졌다.
“저들이 전투에서 패했다곤 하지만 마장기는 아직도 우리보다 더 많소. 땅까지 줘가면서 항복할 리가 있겠소?”
“그거야 제가 할 일이죠.”
그때 가만히 듣고 있던 윌리엄 총사령관이 입을 열었다.
“저들의 영토를 우리에게 넘겨준다고 해도 문제는 병력이오. 가디언이 우리 아베르크보다 많은 병력을 보유하고 있으니, 언제든 제정비를 해서 다시 공격한다면, 기껏 땅을 얻었더라도 금방 내줄 수 있소.”
난 고개를 끄덕였다.
“가디언 제국의 전력 30%를 가져오겠습니다. 비공정과 마장기를 포함해서요. 그럼 저들은 감히 새로운 아베르크의 땅을 노리지 못할 겁니다.”
윌리엄 총사령관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머릿속으로 뭔가 계산을 하는 것 같았다.
30%의 전력이 빠지면, 당장 아베르크 제국의 병력이 조금 더 우세했다.
거기에 전후 복구 비용까지 떠맡는다면, 가디언 제국은 당분간 아베르크를 따라오지 못할 테니, 나쁜 조건은 아니었다.
“다만······.”
“······?”
“가디언 제국의 30% 전력은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뭐요?”
윌리엄과 시안 황자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저들이 그걸 용납할 리도 없겠지만, 가디언 제국의 전력을 왜 타일러 경이 가져간단 말이오? 우리 제국의 병사들이 희생됐고, 우리 제국의 병력이 저들과 싸우고 있소.”
시안 황자의 얼굴이 살짝 상기되었다.
황자의 말에서 벌써 제국과 나를 편 가르기 하는 걸 느꼈다.
나도 아직 제국 소속인데······.
“약속을 깬 보상이라고 생각하십시오.”
“뭐요?”
“제 입장에서 생각해 보시면 답이 나오지 않습니까? 만약 저들의 영토를 점령했는데, 그때 가서 지금처럼 약속을 지키지 않고, 다른 조건을 내지 않으리란 보장이 어디 있습니까?”
“이번엔 확실하오.”
“전에도 그러셨습니다. 확실하다고.”
시안 황자는 못마땅한 얼굴이었다.
그도 자신이 곧 물려받을 제국의 땅을 빼앗기기 싫은 건가?
“우리 군의 피를 흘리지 않고, 가디언 제국의 항복을 받아낸다면 우리 모두 좋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그 정도는 가져가야 저도 억울함이 좀 풀리겠지요.”
난 말을 하면서 윌리엄을 쳐다봤다.
그가 이곳 전선의 결정권자였다.
제국의 영토를 주는 건 할 수 없었지만, 지금 내 조건을 받아들이는 건 온전히 윌리엄 총사령관의 재량이었다.
“만약 우리가 그 새로운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시겠소?”
윌리엄 총사령관이 물었다.
“일단 제 병력을 물리는 거야 당연하고······. 그렇게 되면 어차피 지금 전선이 이대로 굳어질 겁니다. 하늘에서도 압도하지 못할 거고, 지상군 역시 불리한 상황에서 공격할 수 있겠습니까? 그럼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것이지요.”
윌리엄 총사령관이 인상을 찡그렸다.
“솔직히 그다음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전 두 분께서 약속을 지키리라 믿고 있었거든요. 다만 우리 사이가 아주 험악해질 거라는 건 분명하겠지요.”
“우리와 싸우겠다는 말이오?”
난 손을 흔들었다.
“제가 어떻게 거대한 제국과 싸움이 되겠습니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눈물을 머금고 이계 난민과 제 병력을 제국에서 완전히 철수시켜야겠죠. 그리고 나면 조금은 반항할지도 모릅니다.”
난 말을 끝내고 두 사람을 노려봤다.
알아서 상상하라는 뜻이었다.
내가 제국을 어떻게 망가트릴 수 있을지를······.
당장 비대칭 전력이 둘이었다.
괴수를 부리는 나와 드워프 비공정.
그러니 하늘에선 도저히 내 상대가 아니었다.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제국의 어디든 가서 타격을 입히고 유유히 도망쳐도 아베르크 제국의 전력으론 날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병력이 더 많은 가디언 제국이 국경을 다시 넘을 것이고.
“하아! 외통수군.”
윌리엄 사령관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타일러 경이 방금 내용으로 항복을 받아온다면, 받아들이겠소. 대신 나도 한 가지 조건이 있소. 안드레아스! 그는 반드시 포로로 넘겨받아야 하오. 그게 가장 중요한 조건이오.”
“그건 쉽지 않은 조건이군요. 일단 저들을 최대한 압박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조건으로 윌리엄과 시안 황자와 협상했다.
사실 이미 끝난 협상이었다.
안드레아스 건만 해결되면, 가디언에서 요구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는 셈이었고, 아베르크 제국엔 좋은 조건으로 항복을 받아내는 것이었으니까.
중재하는 척하며 양쪽에서 다 받아낸다.
결국, 난 공왕의 자리도 받아내고, 가디언 제국의 전력도 손에 넣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힘을 바탕으로 완벽한 독립을 준비할 생각이었다.
세상에 믿을 놈은 나밖에 없다.
***
내 비공정 부대를 이끌고, 카불 요새 근처에 멈췄다.
이곳에서 일주일을 머물 생각이었다.
안드레아스가 루이스 황자를 잘 설득했다면, 이쪽으로 올 것이고, 아니라면 난 병력을 몰아 요새를 공격할 계획이었다.
“안드레아스 원수가 올까요?”
에테나가 물었다.
“글쎄······.”
왔으면 좋겠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일이다.
루이스 황자가 강력하게 반대한다면, 또다시 전투가 벌어질 것이다.
반대로 안드레아스가 잘 설득한다면, 더는 피를 흘리지 않아도 될 것이고.
사실 점점 대수림 장벽과 가까워지는 차원 균열을 보며,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언제가 차원 균열이 대수림 장벽을 넘어 이 땅에 열릴 것 같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차원 균열은 다른 차원을 공격한 괴수들이 나오는 차원 균열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불길한 생각을 하면 왜 항상 이루어지는지······.’
그때마다 잘 대비했고, 위기를 잘 넘겼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겠지만.
이 땅에 차원 균열이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수많은 사람이 죽을 것은 분명하고, 다른 차원들처럼 망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었다. 지금 장벽 너머 대륙은 제국과 왕국으로 분열되어 있었고, 서로 싸우기 바쁘니까.
그런 의미로 가디언 제국이 망하는 건,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리칸의 비공정이 거대 비공정 옆으로 붙었다.
그리고 마르틴 국왕이 내게 다가왔다.
“타일러 경, 잘될 것 같으신가?”
“글쎄요.”
“잘 됐으면 좋겠군. 나야 큰 손해를 보겠지만.”
“비공정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따로 20척의 비공정을 챙겨놨습니다.”
“오! 역시 타일러 후작이시오.”
“그리고 비행석은 엘프 차원에 한 번 다녀올 생각입니다.”
“뭐요? 거긴 괴수가 득실거린다고 들었소만?”
마르틴 국왕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랬지요. 일단 정찰부터 할 겁니다.”
전에도 괴수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것들은 동면에 든 것처럼 일제히 한 방향을 쳐다보며 가만히 머물러 있었다. 벌써 상당한 기간이 지났으니, 지금쯤이면 다시 동면에 들었는지도 몰랐기에 한번 가볼 생각이었다.
얼마 전까진 비행석이 부족하진 않았지만, 초거대 비공정과 25미터짜리 거대 기간트를 만드는데, 예상보다 더 많은 비행석이 필요했다.
특히 비공정은 점점 더 튼튼해지고, 더 거대해 졌기에 완성만 된다면, 이제 대륙에선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비대칭 전력이 되는 셈이다.
거기에 알리사가 준비하고 있는 거신 마법병단이 탄다면 하늘 위에서 원거리 공격이 가능하니, 금상첨화였고.
“엘프 차원에 갈 때 우리도 함께 가겠소.”
“빈손으로 올지도 모릅니다.”
“양손 가득 비행석을 챙겨올 수도 있지 않소.”
“하하! 그럼 함께 가는 것으로 하지요.”
마르틴 국왕과 크루세이더 기사단이 함께 가준다면야 든든하지.
***
마지막 날까지 기다렸지만, 안드레아스는 오지 않았다.
아베르크의 지상군은 국경에 집결했고, 내 후미로 아베르크의 공군 비공정도 합류했다.
다들 내 공격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카불 요새를 공격하는 총지휘관이었으니까.
에테나가 살짝 내 눈치를 봤다.
“벌써 정오가 지났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조금만 더 기다리지.”
안드레아스 원수의 비공정이 보이지 않았다.
루이스 황자가 허락하지 않았어도 그는 전장으로 돌아올 사람이었다.
그러니 나에게 오지 않아도 조금만 더 기다려볼 생각이었다.
그러면서 한쪽으론 요새를 어떻게 제압해야 할지 궁리하고 있었다.
‘저들의 비공정을 제압하고, 후미에서 요새를 향해 대포를 쏘는 게 효과적이겠어.’
나이트급 이상의 기간트나 마장기는 대포에 맞아도 심한 손상을 줄 수 없었다.
그렇지만 포탄이 떨어지고 요새가 부서진다면, 기사들의 사기는 바닥까지 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보급 창고나 병참 기지를 찾아 타격하면 그것도 효과가 좋았고.
우리 피해도 생기겠지만, 승리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지휘 비공정에서 공격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슬쩍 후미 상공을 쳐다봤다.
되게 보채네!
윌리엄은 내가 공격하는 것을 원할 것이다.
그래야 가디언 제국의 힘도 줄이고, 내 힘이 늘어나는 것도 막을 수 있을 테니까.
그도 어떻게 보면 안드레아스처럼 제국을 위해 사는 사람일 지도.
“어? 저기 보십시오. 가디언의 비공정이 이쪽으로 옵니다.”
에테나의 말에 전방을 쳐다봤다.
가디언의 소형 비공정 한 척이 요새에 들리지도 않고, 곧장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한때 날 위기로 몰아넣은 그였지만, 저렇게 홀로 날아오자 왠지 가슴이 먹먹해졌다.
‘늙은 노장이 죽으러 오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