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8)
18. 진짜 속셈.
뚝! 뚝! 뚝!
동굴 위에서 물방울이 떨어진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은 폐광산 한구석.
꽤 넓은 공간이지만, 램프 하나에 의지한다.
“으! 으윽!”
프랭크 대령이 고개를 흔들며 깨어났다.
“뭐, 뭐야?”
밧줄에 결박당한 프랭크 대령이 굼벵이처럼 몸을 꿈틀거렸다.
“그렇게 힘 빼지 마. 너만 힘들어.”
프랭크 대령이 날 쳐다봤다.
“너, 넌! 그 정보국 장교?”
“그래, 네놈에게 처맞은 타일러 중위다.”
마나를 담아서 때렸는지 놈에게 맞은 뺨이 아직도 욱신거린다.
“지금 이게 무슨 짓이냐? 어서 결박을 풀어라!”
“참! 분위기 파악 못 하네. 너 지금 납치된 거야.”
“뭐? 납치?”
프랭크 대령이 날 죽일 듯이 노려보다가 갑자기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그리곤 주변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커널 대령! 그만 모습을 보이시지.”
“······?”
“날 납치하려고 기간트에 괴수 탈까지 쓰고, 이 이상한 연극을 꾸민 것을 내가 모를 것 같으냐!”
프랭크는 지금 커널 대령이 시켜서 자신을 납치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커널! 대체 원하는 것이 뭐냐? 내 사과를 원하나?”
“어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진 알겠는데, 그거 아니야. 여긴 나와 너밖에 없어.”
“뭐라?”
프랭크가 몸까지 굴리며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자, 곧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고작 뺨 한 대 맞았다고 복수라도 하려는 거냐?”
“글쎄. 그것만이 아닐 텐데······.”
“어허! 난 아베르크 제국의 대령이다. 일개 중위 따위가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응! 난 무사할 것 같은데?”
“너, 이 새끼 죽고 싶어!”
프랭크 대령이 호통을 쳤다.
“죽고 싶은 건 네놈 같은데?”
품에서 단검을 꺼냈다.
“헉!”
프랭크 대령이 소스라치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필사적으로 일어나려 했지만, 다리까지 묶여 있었기에 바닥을 구르는 것이 전부였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대령이 소리쳤다.
“젠장! 내가 졌다! 마석과 부산물을 숨긴 장소를 말하겠다. 그러니 커널 대령에게 그만하라고 전해라.”
이 새끼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카야킨 사령관이 새로 온다는 소식을 듣고, 그동안 기지에서 챙긴 마석과 부산물을 빼돌릴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입구를 막은 거지 결코, 커널 대령의 부임을 막을 생각은 없었다.”
“그래? 그 물건은 지금 어딨어?”
“그 전에 이것부터 풀어라. 아니면 한마디도 하지 않겠다.”
프랭크 대령이 입을 다물었다.
푹!
“으악!”
놈의 허벅지를 찔렀다.
“다음엔 오른쪽 어깨다.”
칼을 뽑아 어깨로 향했다.
“6, 6번 게이트로 나가서 오른쪽 통로로 2km쯤 이동하면 작은 폐광산이 하나 있다. 그곳에 모두 숨겼으니, 다 가져가라고 해라. 나도 지쳤다. 이제 그만하자. 어서 상처를 치료해다오. 하아!”
프랭크 대령이 신음 같은 한숨을 쉬었다.
놈이 우리를 막은 진짜 속셈을 이제야 알았다.
나도 따라 한숨을 쉬었다.
“하아! 결국, 네놈 욕심 때문에 다섯이나 되는 병사가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해 죽었다는 거군.”
“······뭐? 병사?”
“내가 원하는 건 마석이나 부산물 따위가 아니야.”
단검을 다시 들었다.
“그, 그럼 죽은 병사들의 복수를 하려는 거냐?”
녀석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내가 사죄하겠다. 그리고 병사들의 가족에게 크게 사례하마. 그러니 날 살려다오.”
“미안하지만, 내 진짜 속셈은 네놈 몸뚱어리야.”
“뭐? 내 몸?”
놈을 죽이려 할 때였다.
[마스터, 제가 하겠습니다.]동굴 입구에서 망을 보고 있던 짹이 말했다.
‘뭐?’
[이런 일은 제가 전문입니다. 마스터의 손을 더럽히지 마십시오.]뭐지? 날 생각해주는 건가?
피식 웃었다.
내가 전생에 어떻게 살았는지 알면 실망하겠군.
‘아니야. 이미 피는 묻었어.’
프랭크 대령의 목을 향해 단검을 가져갔다.
“사, 사람 살려······.”
쓰윽!
“커, 커헉!”
대령이 몸을 부르르 떨며 땅바닥에 한쪽 얼굴을 처박았다.
지금 놈의 눈동자는 너무나 억울해 보였다.
제국의 대령이자, 레인만 공작가의 삼남이고, 카야킨 전진 기지의 전 사령관이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줄은 몰랐겠지.
난 그와 연결된 운명의 실을 바라보며, 죽어가는 프랭크 대령에게 말했다.
“강한 괴수 마법인형이 생겨서 신체 능력이 약한 병사들은 마법인형으로 만들 생각이 없었어. 하지만 더그는 달라. 그는 내 명령을 받고 괴수와 싸우다가 크게 다쳤지. 그리고 한 달 이상 끔찍한 고통을 참고 여기까지 왔어. 고향에 홀어머니와 기다리는 동생들이 있었거든.”
“······?”
“그러니 전진 기지에 도착하자마자 빨리 치료를 받아야 했어. 무슨 말인지 알아? 그런데 네놈이 성문을 막는 바람에······.”
그 순간 프랭크의 눈동자가 완전히 풀렸다.
“에이! 관두자.”
더 떠들어도 어차피 알아듣지 못할 것이다.
이 세상도 나쁜 놈들 천지고, 힘없고 약한 자는 당하기만 한다.
당하지 않으려면 나도 강해져야 했다.
내가 강해지기 위해선 강한 마법인형이 필수고.
이 세상에서 강한 마법인형은 기간트에 타는 마법인형이다.
“대령,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그 몸은 내가 좋은 일에 써주지.”
말을 내뱉자마자, 프랭크의 몸이 축 처지고 연결한 운명의 실이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기사회생(lv.3) 스킬을 사용합니다.]성공 확률은 35%.
하지만 왠지 성공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허수아비(lv.1) 마법인형이 만들어졌습니다.]성공했지만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떻게든 다시 살리고 싶은 더그는 기사회생에 실패하고, 죽어 마땅한 놈은 내 마법인형이 되었다.
순간 전생의 기억이 떠올랐다.
“하아! 전생 트라우마 오지네······.”
내가 사랑했던 동료와 내가 괴수를 잡다가 크게 다친 적이 있었다.
사방에선 괴수가 쫓아오고, 폐허가 된 도시로 필사적으로 도망쳤지만, 그녀의 상처는 더 깊어지고 가망이 없었다.
내가 살기 위해선 그녀를 버리고 가야 했지만, 차마 그럴 순 없었다.
산 채로 괴수들의 밥이 될 테니까.
그때 그녀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내게 부탁했다.
자신을 죽이고 마법인형으로 만들어 달라고, 그렇게 해서라도 내 곁에 남겠다고 했다.
결국, 내 손으로 그녀를 죽였다.
그리고 마법인형으로 만들려 했다.
그땐 기사회생 성공 확률이 70%나 됐지만 실패했다.
물론 성공했다고 해도 더는 그녀가 아니었기에 괴로움은 더욱 커졌을 것이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내 주변 사람이 죽으면 마법인형으로 만들려는 것은 인형술사의 숙명 같은 것일지도······.
허수아비가 날 멀뚱멀뚱 쳐다본다.
이제 프랭크는 영원히 사라졌지만, 놈의 얼굴을 계속 보고 있으려니 짜증이 치밀어 인형의 집에 넣어버렸다.
치료가 끝나도 당분간은 구석에 처박아 둘 생각이었다.
고개를 흔들어 애써 우울한 기분을 날려버렸다.
좋은 생각을 떠올리자.
‘그래! 오늘 처음으로 이 세계 마나를 다루는 첫 마법인형을 만들었지!’
그러니 이제 영혼 이동을 하다 보면, 나도 마나를 배울 수 있을 거고, 그러다 보면 내가 기간트에 탈 날도 올 것이다.
이건 엄청나게 좋은 소식이었다.
이제 기간트만 구하면 되는 건가?
행복한 이계 생활이 다시 그려졌다.
‘잠깐, 대령이 마석과 부산물을 폐광산에 숨겼다고 했지!’
***
[카야킨 전진 기지 6번 게이트]“이렇게 이른 새벽에 정보국 장교가 무슨 일이십니까?”
6번 게이트를 지키는 콜벳 대위가 물었다.
달도 별도 보이지 않는 곳이지만, 지금은 새벽 4시로 모두 잠든 시간이었다.
“타일러 중위입니다. 전진 기지 실태를 조사하는 조사관이자, 장벽 사령관께서 임명한 특별 수사관이지요.”
“네? 특별 수사관이요?”
난 윌리엄 장벽 사령관의 직인이 찍힌 임명장을 보여줬다.
콜벳 대위는 마른침을 삼키며 살짝 긴장한 모습이었다.
“잠깐 저쪽으로 가시죠.”
난 대위를 병사들과 떨어진 곳으로 데려갔다.
“무슨 일이시죠?”
난 진짜 수사관처럼 수첩과 펜을 꺼내 적는 척을 했다.
“지금 거주 구역에 괴수가 출몰해 난리가 났습니다.”
“저도 들었습니다. 그래도 다친 사람이 없어서 다행입니다.”
“아니요!”
“네?”
“전진 기지 사령관이셨던 프랭크 대령께서 조금 전 괴수에게 당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프, 프랭크 대령님께서요?”
콜벳 대위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조사를 나온 겁니다.”
콜벳 대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령이 괴수에게 당했는데, 왜 이곳에 조사를 나왔는지 의아한 표정이었다.
“대위님과 병사들은 게이트를 24시간 지키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항상 3교대로 철통같이 입구를 지키고 있습니다.”
“최근에 자리를 비운 이유는 뭡니까?”
“뭐, 뭐요? 자리를 비우다니, 절대 그런 적은 없습니다.”
“그래요?”
콜벳 대위를 보며 피식 웃어줬다.
프랭크 대령이 이 게이트를 통과해 마석과 괴수 부산물을 옮겼다고 했다.
그러니 콜벳 대위가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럼 프랭크 대령과 한패라고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네? 한패라니요?”
“프랭크 대령의 부하들이 6번 게이트를 이용해 전진 기지의 물건을 빼돌렸다고 이미 실토했습니다.”
“헉! 전 몰랐습니다. 그저 잠깐 자리를 비켜달라고 하시기에 그랬을 뿐입니다. 부하들에게 물어보십시오.”
이미 답을 알고 있으니, 유도 신문은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그게 아닙니다. 아마도 대위님과 병사들이 자리를 비운 틈에 괴수가 이곳 6번 게이트를 통해 전진 기지로 들어온 것 같습니다. 그러니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겁니다.”
“어, 억울합니다. 전 일개 게이트 책임자일 뿐입니다. 제가 전진 기지 사령관님의 명을 어찌 거역한단 말입니까.”
콜벳 대위는 흥분했고, 두려움에 손까지 떨고 있었다.
“자리를 비운 것은 인정하시는군요.”
그가 갑자기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고향에 토끼 같은 마누라와 여우 같은 자식들이 있습니다.”
“여우 같은 자식이요?”
“그리고 예순이 넘은 노모도 제가 부양하고 있습니다. 제가 잘못되면 모두 굶어 죽습니다.”
“자! 일단 진정하시고, 한 대 피우시죠.”
대수림의 벌레를 쫓기 위해 가지고 있던 담배를 내밀었다.
콜벳 대위가 담배를 피우자, 조금 진정 된 것 같았다.
“일단 자리를 비운 것과 그사이에 괴수가 들어왔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겁니까?”
“하아! 다른 게이트가 전부 닫혀있었다면, 우리 게이트로 괴수가 들어왔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 프랭크 대령이 시켜서 한 것입니다.”
이미 전진 기지 안에 괴수가 출몰했다고 다들 알고 있으니, 어떻게든 내가 정리해야 했다.
아니면 기간트와 많은 병사가 괴수를 찾겠다고 고생하고, 시민들은 계속 두려움에 떨 테니까.
‘표범 꼭두각시 출동!’
인형의 집에 있던 표범 마법인형을 6번 게이트 입구에 등장시켰다.
“크르르릉!”
“으헉! 괴, 괴수다!”
병사들은 기겁했고 놀라 몸을 숨기기 급급했다.
게이트는 밖에서 들어오는 괴수를 막는 용도지, 지금처럼 안에 괴수를 막을 수 있는 장치는 없었다.
콜벳 대위는 마른 침을 삼키며, 한쪽에 세워둔 자신의 폰급 기간트를 쳐다봤다.
기간트에 탄다면 충분히 해치울 수 있었다.
문제는 자신과 기간트 사이에 괴수가 있다는 것이고.
사실 내가 그를 일부러 이곳으로 유인한 것이지만.
“대위님!”
“예?”
“이건 기회입니다. 게이트를 여세요.”
“네?”
“저 괴수를 보십시오.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콜벳 대위가 괴수를 쳐다봤다.
괴수는 정말 나가고 싶은지 입구를 어슬렁거리며 문을 할퀴고 있었다.
“지금 여기서 저놈을 놓치면 다시 잡기 힘들어집니다. 차라리 문을 열어 주고 밖으로 내보낸다면, 그건 대위님이 괴수를 처리한 것이 됩니다.”
“제가요?”
“그렇습니다. 만약 대위님이 괴수를 처리한다면, 그건 큰 공이고, 앞에 했던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됩니다.”
“아!”
콜벳 대위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병사들을 향해 말했다.
“게, 게이트를 열어라!”
“네?”
“어서! 시키는 대로 해!”
“네!”
쿵! 철컥!
끼이이이잉!
게이트가 열리기 시작했다.
게이트가 반쯤 열리자, 표범 꼭두각시는 밖으로 달려나갔다.
“됐다! 문을 닫아라! 어서 문을 닫아!”
다시 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전 괴수를 뒤를 쫓겠습니다.”
“네?”
“방금 괴수가 프랭크 대령을 물고 있는 걸 봤습니다.”
“네? 정말입니까?”
“일단 내가 뒤를 쫓을 테니, 대위님은 여기서 있었던 일을 커널 사령관께 보고해 주십시오.”
“하지만 밖은 위험······.”
난 문이 완전히 닫히기 전에 입구를 빠져나왔다.
‘휴! 이렇게까지 했으니, 더는 괴수 때문에 떨지 않겠지.’
내가 벌인 일은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처리해다.
괴수가 전진 기지로 들어온 것도 프랭크 대령이 게이트를 열어 놓고 물건을 옮기다가 생긴 일로 정리했고, 프랭크 대령은 괴수가 물고 갔으니 잡아먹은 것으로 알 것이고, 방금 콜벳 대위가 괴수를 게이트 밖으로 쫓아냈으니 이제 전진 기지 내부에 출몰한 괴수 문제는 전부 해결됐다.
남은 것은 프랭크 대령이 마석과 부산물을 숨긴 장소를 찾는 일!
물건을 숨긴 장소를 아는 사람은 프랭크 대령과 물건을 옮긴 기간트 기사들, 그리고 대령의 최측근 장교들이다.
하지만 프랭크 대령이 괴수에게 당했으니, 이제 부하들에겐 다른 선택지는 없을 것이다.
자신들이 살기 위해서라도 마석과 부산물 위치를 커널 대령에게 모두 고하고 선처를 구할 것이다.
그러니 아침이 되면 마석과 부산물의 위치가 노출될 것이 뻔했다.
내가 윌리엄 중장이나 커널 사령관과 좋은 관계에 있는 건 맞지만, 앞으로 세상일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것이다.
특히 정치인들은 심심하면 뒤통수를 친다.
그리고 독단적이고.
전생에도 헌터들이 다 말렸지만, 핵폭탄을 수백 발이나 쏜 각국 지도자들처럼.
결국은 내가 잘되고, 내가 힘이 있어야 좋은 관계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니!
‘마석과 부산물은 모두 내가 챙긴다!’
표범 꼭두각시의 등에 올라탔다.
“자! 가자! 치타!”
“크앙!”
팟! 파파파팟!
표범 꼭두각시가 땅을 박차고 바람을 가르며 달린다.
치타? 이름 좋은데!
난 바로 폐광산을 향해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