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9)
19. 이계 난민.
괴수의 시력은 정말 무시무시하다.
지하 통로엔 가끔 발광석이 박혀 있기도 했고, 이름 모를 벌레와 지하 식물들이 빛을 뿜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아주 미미한 수준이고, 인간의 눈으론 사물을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어두웠다.
그런데 표범 꼭두각시는 이런 지하 통로를 거침없이 달리고 있었다.
‘표범 마법인형의 야간 시력을 스킬로 배우면 대박이겠는데!’
그러니 표범 꼭두각시에 자주 영혼 이동을 시도해야겠다.
헌터가 없는 이 세상에선 인간보다 괴수가 가진 신체 능력을 스킬로 배우는 것이 좋아 보였으니까.
물론 이 세계 마나를 느끼기 위해선 프랭크 마법인형에게 영혼 이동을 해야 했지만.
‘이름이 너무 구린데.’
얼굴은 바꿀 수 없어도 이름은 바꿔줄 필요가 있었다.
프랭크 대신 당장 떠오른 이름은······?
더그!
이놈 때문에 죽은 병사의 이름이 가장 적당할 것 같았다.
더그 허수아비는 지금 인형의 방에서 자연스럽게 치료되고 있었다.
‘슬슬 입구가 보일 때가 됐는데?’
그런데 프랭크 대령이 거짓말을 했으면 어떡하지?
괜히 혼자 설레발을 친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콜벳 대위가 프랭크 대령의 명령으로 자리를 비웠다고 자백했으니, 마석이나 부산물을 이쪽으로 나른 것은 분명했다.
혹여 시간이 부족해 빼돌린 양이 적더라도 아무것도 없는 지금 내겐 큰 이득이 된다.
그렇게 칠흑 같은 지하 통로를 계속 달렸다.
그러다 표범 괴수가 입구를 발견했는지 속도를 줄이더니, 갑자기 멈췄다.
램프를 들고 주변을 살펴보자, 곧 커다란 폐광산을 발견했다.
‘사마귀는 입구에서 누가 오는지 경계하고, 짹은 오른쪽을 살펴. 난 왼쪽을 찾아보지.’
[네! 마스터.]전진 기지 밖은 위험했고, 진짜 괴수가 나타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했다.
표범 꼭두각시와 통로를 따라 조금 이동하자, 큰 동공이 나왔다.
그리고 중앙에 뭔가 시커먼 것이 보였다.
램프를 들어 자세히 보니, 영롱한 푸른빛을 띠는 마석이 촘촘히 박혀 있는 바위들이 쌓여 있었고, 그 옆엔 가공되지 않은 괴수의 뼈와 가죽, 뿔, 발톱 같은 부산물이······.
“미친! 이거 너무 많잖아!”
그동안 얼마나 해 처먹은 거야?
산처럼 쌓여 있는 괴수 부산물을 보자 입이 떡 벌어졌다.
왜 빼돌린 물건을 옮기기 위해 전진 기지 입구까지 막았는지 알 것 같았다.
‘이거 혼자 꿀꺽하긴 너무 많은데······!’
한쪽 길이가 20미터로 넓어진 내 인형의 집이 있었기에 솔직히 아무리 많아도 싹 다 쓸어 담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괴수 부산물이 너무 많기도 하고 또, 부피도 너무 컸다.
게다가 표범 꼭두각시의 힘도 한계가 있었고, 한번 인형의 집에 들어가면 다시 밖으로 배치하는데, 600초를 기다려야 했기에 시간도 부족했다.
그리고 몇 시간 뒤면 커널 대령의 명령을 받은 기사들이 날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이 장소도 곧 발견되겠지.
시간이 없었으니,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그래! 마석! 일단 마석부터 다 챙기자!’
한눈에 봐도 살루스 야영지에서 봤던 마석보다 훨씬 질이 좋은 상급 마석이었다.
하긴 나 같아도 가장 좋은 물건들만 빼돌렸겠지.
먼저 가장 큰 마석을 밧줄로 감고, 짹을 불러 표범 꼭두각시와 힘껏 위로 들어 올리게 했다.
그와 동시에 내가 인형의 집에 넣었다.
다행히 통과!
전생엔 이렇게까지 인형의 집에 물건을 넣을 필요가 없었기에 마법인형들이 협동할 일도 없었다.
‘자식, 너 없었으면 어쩔뻔했냐.’
인형의 집에 손을 넣어 표범(lv.6) 마법인형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감정 없는 꼭두각시라 내가 자길 칭찬하는 것도 모르겠지만.
방금 넣은 마석 바위는 성인 허리 높이의 크기에 족히 300, 400kg은 나갈 것 같았다.
표범 마법인형이 없었다면, 정말 그림의 떡이었을 것이다.
600초가 지났다.
‘어서 나와! 서둘러야 해!’
작은 마석들은 준비한 그물에 몰아넣고 한 번에 옮겼고, 그렇게 계속해서 여러 번 반복하자 어느새 내 인형의 집 삼 분의 일이 마석으로 가득 찼다.
와! 이게 얼마나 될까?
수십만 골드? 아니, 수백만 골드?
마석 시세는 잘 모르겠지만, 엄청나게 비쌀 것 같았다.
많이 해먹은 프랭크 대령에게 감사해야 하나?
돈이 필요하면 마석을 팔아 충당하고도 남을 것이다.
그럼 마석 배터리를 만드는 것도 연구하고 투자해봐야겠다.
마석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곳도 기간트 생산공장이 있는 다섯 곳밖에 없었으니, 비슷하게 만들기만 하면 무조건 대박이었다.
물론 이 일은 아주 은밀하게 진행해야 한다.
아니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테니까.
‘시간이 너무 흘렀네.’
마석은 모두 옮겼지만, 괴수 부산물은 아직 손도 대지 못한 상황.
사실 너무 많아서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였다.
어차피 큰 부산물은 옮기지도 못할 테니, 크기가 작고 등급이 높은 물건을 고르기로 했다.
상태창을 열었다.
그리고 열심히 부산물을 살폈다.
[메지낙의 뿔(★★★등급)]별 3개짜리!
이건 챙겨야 해!
사람 키만 한 뿔을 가리켰다.
“짹, 저거 챙겨!”
[네, 마스터]짹이 표범 꼭두각시를 시켜 메지낙의 뿔을 그물에 올려놓았다.
[안당고낙의 부리(★★등급)]이건 등급은 낮지만, 크기가 작다!
그리고 꽤 숫자가 많았다.
이런 거로 기간트 관절 같은 걸 만들려나?
“짹, 일단 이것도 다 챙겨!”
[네!] [모셀로의 힘줄(★★★등급)]‘이것도 무조건 챙겨!’
내가 정신없이 부산물을 살피고, 짹과 표범 꼭두각시가 인형의 집으로 옮겼다.
그렇게 몇 시간을 쉴 새 없이 일했다.
이제 챙길 수 있는 부산물은 거의 다 챙겼다.
나머진 너무 부피가 크고 무거운 것들이라 어차피 힘이 부족해 인형의 집에 넣을 수도 없었다.
이미 인형의 집도 거의 포화상태였고.
‘이 정도 부산물이면 드워프들이 연구할 재료는 충분하겠네.’
이제 살루스 야영지에 있는 드워프들만 구해 돌아간다면, 연구나 생산 인력도 충분할 것이다.
뭔가 일이 착착 진행되는 것 같아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른 느낌이야.
천장을 올려다봤다.
밖은 지금 해가 환하게 떴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괴수 발자국이나 물건을 옮긴 흔적만 지우면 완벽하겠지.
표범 꼭두각시는 인형의 집에 넣고, 짹과 주변을 치우기 시작했다.
‘응?’
그런데 통로 안쪽으로 이어져 있는 기간트 발자국을 발견했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이었다.
‘뭐야? 안쪽에 다른 것도 숨겼나?’
인형의 집이 꽉 차서 더는 들어갈 자리도 없었지만, 안에 더 좋은 물건이 있을 수도 있었다.
“짹, 여기 다 치우고 있어!”
[네, 마스터.]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움직이는 뭔가를 발견했다.
“헉! 뭐야? 엘프?”
쇠창살에 갇혀 있는 십여 명의 엘프 난민이 보였다.
게다가 모두 젊은 여자 엘프였다.
“하아! 프랭크 대령, 생각보다 더 개새끼였네······.”
쇠창살 안엔 물통 몇 개와 빵이 담긴 작은 상자 하나가 전부였다.
물론 화장실이 있을 리도 없었고, 내가 오기 전까진 램프 하나 없는 암흑이었다.
만약 괴수가 한 마리라도 들어왔다면 이들은 모두 죽은 목숨이었다.
엘프 난민들은 날 보더니, 뒤로 조용히 물러났다.
‘그나저나 정말 바비인형처럼 생겼네.’
뒤늦게 이들의 생김새가 눈에 들어왔다.
비록 머리는 산발에 옷은 허름하고 진흙투성이였지만, 주먹만 한 얼굴과 아름다운 몸매는 감추지 못했다.
다들 이야기 속에 나오는 진짜 엘프 같았다.
‘귀족들이 엘프 난민을 노리개로 삼는다고 하더니······.’
그 엘프를 공급하는 것이 프랭크 대령이었네.
그러고 보면 전진 기지 사령관과 장벽 사령관이 서로 입을 맞추면 대수림에선 정말 불가능한 일이 없을 것 같았다.
그보다 어째 사건이 기승전결 없이 계속 터지는 거지?
대수림에 오기 전부터 계속해서 사건에 휘말렸고, 전진 기지에 도착하고 나서도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졌다.
이러다간 정말 몸이 10개라도 부족할 것 같았다.
‘분신인형 마렵네······.’
그래도 지금까진 결과가 전부 좋았기에 다행이었다.
일단 엘프 언어부터 배워볼까.
캉! 캉!
난 주변에서 작은 바위를 찾아와 자물쇠를 내려쳤다.
하지만 소리만 요란할 뿐 자물쇠를 부술 순 없었다.
이 두꺼운 쇠창살과 커다란 자물쇠를 부수려면 기간트가 필요할 것 같았다.
아니면 표범 괴수나.
쾅! 쩌억!
오히려 내려친 바위가 반으로 갈라졌다.
밖으로 나갔다가 괴수 부산물 중에서 한 손에 들만한 뼈 하나를 챙겨서 다시 돌아왔다.
깡! 깡! 탱!
괴수 뼈는 단단했지만, 역시나 힘이 부족했기에 자물쇠를 부수진 못했다.
“@#[email protected]
@#!”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 @#!”
그제야 엘프들이 뭐라고 떠들기 시작했다.
[새로운 언어를 탐지했습니다.] [분석을 시작합니다.]역시, 갓태창이야!
자물쇠는 부술 수 없었어도 이들의 언어를 배워두면 나쁠 것이 없었기에 계속 돕는 척을 했다.
깡! 깡!
“#$%#$%@?”
“$*[email protected]
#.”
힐끔힐끔 나를 보면서 말을 하는 걸 보면, 아마도 내가 누군지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
“%[email protected]
$%@!”
깡! 깡!
“&%#$%@.”
“*#$%@.”
[언어 분석이 끝났습니다.]됐다!
난 이제 엘프의 말도 할 수 있었다.
뼈 몽둥이를 내려놓고 바닥에 앉아 쉬었다.
너무 지치기도 했고, 손아귀가 찢어져 피가 흘렀기에 더 내려칠 수도 없었다. 참 나약한 몸뚱어리였다.
역시 신체 단련이 필요했다.
이쯤 했으면 도와주고자 하는 내 마음은 전달됐겠지?
이제 뭐라고 하는 지 들어보자.
그때 가장 어려 보이는 엘프가 손을 들었다.
“마르실님, 저 인간이 우릴 도와주려는 것 같습니다.”
“에테나, 내가 가르쳐주지 않았니. 세상에 착한 인간은 없단다.”
“하지만 손이 찢어질 정도로 자물쇠를 내려쳤는데요?”
마르실이란 여자가 매서운 눈빛을 보였다.
“속지 마라! 인간은 모두 악한 존재다. 시노우엘님을 납치한 것을 잊었느냐?”
“아! 맞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인간은 오크보다 사악하다.”
“네, 마르실님.”
여기 갇힌 엘프들은 인간을 불신하고 저주하고 있었다.
하긴 나 같아도 자신들을 노리개로 팔려는 인간을 혐오했을 것이다.
그때 에테나가 다시 손을 들었다.
“저기!”
“뭐지?”
“마르실님, 지금 우리가 잘하는 일일까요?”
“그게 무슨 말이더냐?”
“시노우엘님을 찾으려고 일부러 잡히긴 했지만, 장벽으로 가지도 못하고 이런 깜깜한 동굴에 갇히지 않았습니까. 이대로 그 인간들이 오지 않으면 여기서 굶어 죽을 수도 있고요.”
마르실이 부드럽게 말했다.
“에테나, 너무 걱정하지 마라! 그들은 우릴 팔아넘기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돌아온다. 그보다 마음을 단단히 먹어라. 장벽을 넘어가기 전까진 어떤 수모라도 참아야 한다.”
“네. 마르실님.”
허! 이것 봐라.
이제 보니 이들은 잡혀간 시노우엘이란 엘프를 구하려고 일부러 사로잡혔다는 거네.
에테나가 다시 손을 들었다.
“저기, 그런데 인간들에게 도망치지 못하면 어떻게 하죠?”
“뭐?”
“인간들이 지금처럼 우릴 도망치지 못하게 가둬둔다면 빠져나갈 방법이 없지 않을까요?”
“자신감을 가져라! 너희는 샤이닝족 최고의 전사들이다. 아무리 우리가 정령 마법을 쓰지 못하더라도 인간 대여섯 명쯤은 혼자 제압할 수 있다. 그러니 놈들이 방심하고 있을 때 우리가 일제히 공격해 죽이고 도망치면 된다.”
“네. 알겠습니다. 마르실님.”
에테나가 다시 손을 들었다.
“저기!”
“또, 뭐지?”
마르실의 목소리에 약간 짜증이 묻어 있었다.
“제국은 아주 넓다고 들었습니다. 그곳에서 시노우엘님을 어떻게 찾죠?”
“시노우엘님께선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하이엘프시다. 엘프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분이시고. 그러니 분명 그 분의 소문이 널리 퍼져있을 거다.”
“아! 알겠습니다.”
에테나가 다시 손을 들었다.
“에테나, 그만! 더는 질문하지 마라.”
“네. 마르실님.”
에테나가 입을 삐죽거리며 작게 말했다.
“우린 인간 말도 못 하는데 소문을 어떻게 듣는담?”
“방금 뭐라고 했느냐?”
“히익! 아닙니다. 마르실님.”
엘프들의 대화를 듣고 있으니, 혈압이 오르고 복장이 터질 것 같다.
머리가 작아서 지능지수가 낮은가?
탈출 계획도 황당하고, 그렇다고 시노우엘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니!
제국이 얼마나 넓은데······.
게다가 황족이나 귀족에게 팔려갔을 테니, 소문도 나지 않을 것이다.
보니까 제국어를 아는 엘프도 전혀 없는 거 같고.
운이 좋아 탈출한다고 해도 저 모습으로 다니다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사로잡힐 것이다.
한 마디로 총체적 난국.
엘프 차원이 망한 게 머리가 나빠서가 아닐까?
그나마 가장 어려 보이는 에테나가 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
‘도와줄까?’
낮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들 역시 나와 같은 처지.
자신들의 차원은 망했고,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이 세상에 넘어온 이계 난민들이었다.
다행히 내가 프랭크를 죽었으니, 이대로 있다가 기사들이 오면 구해질 거다.
하지만 또 쓸데없이 장벽을 넘어 시노우엘이란 하이엘프를 구하겠다고 계획을 짤 것 같았다.
‘에이, 그만두자.’
난 고개를 흔들었다.
동료는 드워프로 충분했다.
마법인형을 늘리는 것은 환영이지만, 동료를 늘리는 것은 별로였다.
전생에도 동료들이 있었지만 결국 괴수에게 죽거나 내 마법인형이 됐으니까.
지금은 그마저도 모두 사라졌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들은 드워프와 달리 내게 별 쓸모가 없다.
엘프 얼굴 뜯어먹고 살 것도 아니고.
아니 한 명쯤은 있으면 좋으려나?
다시 고개를 흔들었다.
그냥 커널 사령관에게 맡기자.
“저기, 마르실님.”
에테나가 또 손을 들었다.
마르실의 얼굴이 붉어졌다.
“에테나! 내가 그만하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게 아니라, 저기 인간이 우리가 하는 엘프어를 알아듣고 있습니다.”
“뭐?”
엘프들이 나를 쳐다봤다.
‘응? 고 녀석, 똘똘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