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92)
192. 암흑 차원.
순간 숨이 턱 막혔다.
갑자기 온몸을 옥죄어 오는 기운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왠지 날갯짓하는 괴조인형도 답답함을 느끼는 것 같다.
고개를 들자, 주변에 거대한 나무와 숲이 빽빽하다.
대수림?
아니다!
여긴 대수림보다 더 어둡고 음침하며, 습하고 세포 하나하나까지 알 수 없는 불쾌감이 느껴졌다.
‘이게 암흑 마나인가?’
마나를 눈으로 뿜어내자, 주변이 온통 회색빛이다.
이건 공기 중에 암흑 마나가 분포되어 있다는 뜻이다.
‘아! 여기가 암흑 마나의 기원이란 책에서 본 그 암흑 차원이구나!’
책엔 암흑 마나가 가득한 차원이 있다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암흑 마나를 축적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다고 했다.
암흑 마법사들이 이곳에 있으면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암흑 마나가 축적되는 것이다.
‘암흑 마법사들에겐 정말 최고의 신전이나 마찬가지네.’
호흡이 조금 힘들긴 하지만, 숨을 쉴 순 있었다.
주변을 돌아보기 전에 내가 들어온 차원 균열을 쳐다보았다.
‘어? 없네!’
분명 차원 균열로 들어왔는데, 이곳엔 입구가 없었다.
양방향이 아니라 한 방향으로만 연결되는 차원 균열도 있구나!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돌아가는 길이 사라졌지만, 당황하진 않았다.
내겐 수인족 차원으로 가는 마법진을 똑같이 그린 종이가 있었다. 그리고 마법진을 그릴 최고급 마석도 있었고, 여섯 개의 속성 마석도 있었기에 어디서든 차원 마법진을 그려 수인족 차원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미 난 다른 차원에 들어갈 만반의 준비는 되어 있었다.
‘일단 들어왔으니, 이곳에 뭐가 있나 알아보자.’
일단 킹콩인형을 이용해 룩급 오리지널 기간트를 꺼냈다.
아무래도 대수림이라, 언제 어디서 괴수가 튀어나올 수도 있었으니까.
그리고 괴조인형과 드라우켄, 킹콩인형은 다시 인형의 집에 넣었고, 대군주(lv.12) 꼭두각시만 데리고 이동했다.
기분 탓인지, 대군주 꼭두각시가 기운이 넘치는 것 같다.
‘이 안으로 들어온 암흑 마법사들은 아직도 살아 있을까?’
코린트 왕국의 거신들도 살아남았으니, 그들도 살아 있을 가능성이 컸다.
일단 한쪽으로 계속 이동했다.
한참을 이동했지만, 암흑의 대수림은 계속 이어져 있었다.
“끼릭?”
그때 눈앞에 괴수 한 마리가 풀숲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크기는 3미터, 생긴 건 도사견처럼 생겼고, 기형적인 입은 두 배나 컸다.
“께에에엑!”
놈이 커다란 입을 벌리며 달려들었다.
순간 어이가 없었다.
11미터의 룩급 오리지널 기간트에 달려들다니, 체격 차이도 모르는 멍청한 괴수인가.
검을 뽑을 필요도 없었다.
그냥 주먹을 뻗었다.
부웅! 콰직!
“케깽!”
주먹에 맞은 놈이 한쪽으로 날아가 거목에 부딪혀 즉사했다.
‘뭐야? 용기만 가상한 놈이네.’
3미터짜리가 11미터 기간트에 덤비는 것 자체가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끼릭!”
“끼리릭!”
갑자기 도사견 괴수들이 풀숲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십여 마리더니, 나중엔 백여 마리까지 늘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수백 마리까지 개떼처럼 몰려나와 나를 포위했다.
‘뭐야? 숫자로 승부를 보는 놈들이었냐?’
어쩐지 작은놈이 겁대가리 없이 덤비더라니······.
괴수들이 나와 대군주 꼭두각시를 갸웃거리며 쳐다보고 있었다. 먹이를 보는 눈이었다.
위이잉! 치익
난 기간트 해치를 열곤, 밖으로 나왔다.
“께에엑!”
그때 한 마리가 괴성을 질렀다.
그러자 수백 마리가 내게 달려왔다.
별로 싸우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나와라! 괴조!’
“끼이이이이아!”
난 괴조를 타고 공중으로 날아올랐고, 대군주가 내 오리지널 기간트를 들자 인형의 집에 넣었다.
순간 표적을 잃은 괴수들이 날 멍한 표정으로 올려다봤다.
‘수백 마리씩 몰려다니는 놈들도 있네.’
저쪽 대수림에선 흔하지 않은 일이다.
늑대형 괴수들이 수십 마리씩 몰려다니는 것은 봤지만, 수백 마리라니······.
사실 무섭다기보단 저 괴수를 일일이 잡는 게 귀찮을 뿐이었다.
보니까 등급도 낮아 경험치도 많이 줄 것 같지 않았고.
‘차라리 비공정을 이용하자.’
난 인형의 집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10척의 비공정 중에서 작지만 가장 빠른 비공정을 꺼냈다.
그리고 웨슬리와 자동인형 다섯을 배치했고, 모두 강습용 기간트에 태웠다.
혹여 공격받을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괴조인형은 인형의 집에 넣었다.
‘고도를 높여도 끝이 안 보이네.’
어쩌면 대수림보다 더 넓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갈까?’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조금만 더 살펴보기로 하고, 한쪽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
“쿠아아아아!”
거대한 그림자가 암흑 대수림 위로 날아간다.
우린 대수림의 그림자 밑에 숨었다.
“휴! 큰일 날 뻔했네.”
“조금만 늦었어도 비공정이 박살 날 뻔했습니다.”
웨슬리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지금 하늘에서 우릴 찾고 있는 괴수는 몸길이가 40미터에 날개 길이가 200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대 비행 거수.
딱 봐도 S급 괴수다!
땅에서 싸운다면 그래도 드라우켄도 있고, 대군주도 있기에 싸워볼 만하겠지만 하늘에서 저놈과 싸울만한 전력은 아니었다.
괴조인형도 단숨에 잡아 먹힐 것이고, 비공정도 얼마 버티지 못할 거다.
‘저런 놈이 몇 마리만 장벽 너머에 나타나면 완전 패닉이겠어······’
현재 우리 비공정으로 저 거대한 놈을 상대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내가 만들고 있는 초거대 비공정이면 모를까.
그럼 부서질 염려도 적고 비공정 위에 기간트와 마법인형을 배치하면 충분히 잡을 순 있을 것 같았다.
역시 초거대 비공정이 필요해.
“주군, 이제 어떻게 할까요?”
“일단 대수림 아래쪽으로 천천히 움직여.”
“네!”
속도는 느리겠지만, 안전제일이다.
우린 거대한 나무 사이로 이동했다.
조금 이동하다 또다시 강한 괴수를 봤다.
몸길이가 70미터는 되는 S급 괴수!
다리가 긴 악어처럼 생긴 놈이 우릴 슬쩍 올려다봤다.
다행히 놈은 나무를 타고 올라오거나 점프력이 좋은 건 아니었기에 천천히 지나갔다.
“키이아?”
갑자기 악어 괴수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왜 저러는 거지?
쩍! 쩌쩌쩌쩍!
땅이 갈리지더니 악어 괴수가 딛고 있는 땅이 푹 꺼졌다.
“쿠아아아!”
그러더니 거대한 입이 위로 솟구쳐 올랐다.
콰직!
악어 괴수의 몸 삼 분의 이가 단숨에 거대한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키이이악!”
악어 괴수가 괴성을 지르며 땅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방금 내가 뭘 본 거야?’
옆에 있던 웨슬리도 입을 떡 벌렸다.
우린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수림은 여기에 비하면 천국이네!
대체 어떻게 된 세상이길래 S급 괴수가 먹이가 되어 한입에 사라지다니······.
‘돌아갈까?’
다시 한번 고민했다.
아무래도 방향을 잘못 잡은 것 같았다.
점점 더 강하고 무서운 놈들이 나오니까.
난 다시 처음에 들어왔던 곳을 향해 움직였다.
반대쪽으로 이동해보고 그곳도 이곳과 비슷하다면, 그냥 돌아갈 생각이었다.
여긴 괴수들만 사는 세상일 테니까.
***
반대 방향으로 며칠을 이동했지만, 여전히 암흑 대수림이었다.
그래도 강한 괴수는 훨씬 덜 보였다.
보통 한 시간에 A등급 이상의 괴수가 한두 마리씩은 보였는데, 이곳은 두세 시간에 한 마리 정도였다.
아마도 내가 간 방향이 여기 암흑 대수림에서도 더 깊숙한 곳이었나 보다.
한참을 더 살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이제 더는 살펴볼 게 없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정지!”
비공정을 멈춰 세웠다.
내 눈에 뭔가 발견됐다.
고도를 천천히 낮추자, 커다란 바위 위에 강철 덩어리가 눈에 들어왔다.
‘미친! 저건 탱크잖아!’
대수림 한가운데 반파된 탱크가 있었다.
비공정 고도를 더 낮춰 가까이 다가갔다.
녹도 많이 슬고, 상당히 오래 방치되어 있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탱크는 어떤 괴수의 발톱에 당한 흔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건 전생에 봤던 현대 문명의 탱크가 분명했다.
“왜 지구의 전차가 여기 있는 거지?”
순간 정신이 멍해지며,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암흑 마나를 너무 많이 마셨나?
가만히 생각을 정리했다.
지구의 탱크가 맞는다면, 여기가 지구인가?
고개를 돌려 주변을 다시 한번 자세히 살폈다.
아무리 봐도 지구는 아니었다.
태양도 더 크고 불그스름하고.
그때 한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설마, 여기 차원 게이트 안쪽인가?’
전생에 지구는 차원 게이트에서 나온 괴수 때문에 멸망했다.
아니 멸망했을 것이다.
갑자기 지구 곳곳에 차원 게이트가 생기고, 괴수가 튀어 나왔다.
괴수는 너무 강했고, 인간은 계속 밀렸다.
하지만 헌터가 생겨나고 상황은 반전됐다.
게이트에서 나오는 괴수를 헌터들과 군인들이 처리했고, 지구는 평화를 찾는 듯했다.
그리고 자신감을 얻은 각 나라는 차원 게이트를 없애기 위해 헌터들과 군대를 게이트 안쪽으로 파견했다.
하지만 누구도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다.
몇 번 더 시도는 했지만, 결과는 비슷했고 그다음부터는 인간은 차원 게이트로 들어가지 않고, 밖으로 나오는 괴수만을 상대했다.
‘그때 차원 게이트로 들어간 군대의 탱크라면 설명은 된다.’
탱크나 장갑차, 험비, 전투 헬기는 기본이고, 포병대와 대 괴수 소총으로 무장한 군인도 수만 명이나 진입했었다.
물론 난 그때 쪼렙 헌터였기에 들어가지 못했고.
군대와 헌터 공략대가 실패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차원 게이트에서 점점 더 강력한 괴수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헌터와 인간들은 필사적으로 싸웠고, 겨우겨우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맨 마지막에 나왔던 초거수 카르마탄은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대였다.
그때 인류 최강의 헌터 결사대 천 명도 모두 전사했다.
‘만약 이곳이 그 차원 게이트 안이라면, 지구로 연결된 차원 게이트도 있겠네?’
지구가 어떻게 됐을지 궁금하긴 했다.
그렇게 다시 주변을 살피며 한참을 이동하자, 암흑 대수림의 끝에 도달했다.
그런데 눈 앞에 펼쳐진 것은 끝없는 불모지였다.
바위나 자갈이 가득하고, 나무와 풀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폐허의 땅이었다.
이 주변에 거대 비행 괴수는 보이지 않았기에 조심스럽게 비공정의 고도를 높이고, 주변에 게이트가 있는지 찾아봤다.
다시 한참을 살필 때였다.
웨슬리가 뭔가를 발견했다.
“주군 저길 보십시오. 거대한 성벽이 있습니다.”
난 망원경으로 살폈다.
뾰족한 산과 산 사이에 거대한 성벽이 보였다.
성벽 안쪽에서 연기도 피어오르고, 성벽 위에 움직임도 보였다.
분명 누군가 사는 거대 성벽 도시였다.
“웨슬리, 지상에 착륙해!”
비공정과 마법인형을 모두 인형의 집에 넣었다.
그리고 강습 기간트를 타고 홀로 성벽을 향해 움직였다.
‘저기가 암흑 마법사들이 사는 곳일까?’
수인족 차원의 코린트 거신들처럼 그들도 살아남았다면, 저런 거대한 성벽도 이해가 된다.
그들도 거신이니까.
성벽 가까이 다가가자, 상대적으로 작은 성문 앞에 5미터 크기의 거신 병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역시 거신들은 살아 있었어!
어쩌면 이들도 화산이 터지고, 건물 지하로 숨어들었다가 암흑 마법사와 함께 이곳 차원에 넘어왔을 수도 있었다.
‘뭐라고 하지?’
날 보자마자 공격할 수도 있었기에 괴수인형을 언제든 꺼낼 수 있게 잔뜩 긴장하며 다가갔다.
“응? 이봐! 인간이 혼자 밖으로 다니면 위험해.”
“······?”
경비가 날 인간이라고 했다.
강습 기간트는 일반 기간트와 달리, 얼굴이 보였기에 내가 인간인 것을 알아봤다.
그런데 인간이 이곳에 있는 건가?
한 거신 병사가 말했다.
“그런데 인간치고는 좀 크지 않아?”
“그러게. 2미터가 넘는 인간은 처음이네. 아무튼, 들어가라! 곧 해가 진다.”
해가 진다고?
내가 이곳 암흑 차원을 살핀 지 보름은 된 것 같았다.
그런데 해가 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평소보다 어두워지긴 했어.
“이리 들어가라!”
거신 병사가 성문 옆에 쪽문을 열어줬다.
난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역시 커다란 도시였다.
다만 높은 건물은 없었고, 천막이나 대충 지은 것 같은 목조 건물이 대부분이었다.
버려진 건가?
길을 다니는 거신들의 모습이 왠지 초췌해 보였다. 그리고 거신 병사들의 무장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고.
밤을 맞을 준비를 하는지, 거신들이 집 안과 천막 안쪽에 모닥불을 피우고 있었다.
그런데 빛이 외부로 새어나갈까 상당히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어 정말 인간이 있네?’
안으로 들어온 지 10분 만에 수염이 덥수룩한 인간 사내가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