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93)
193. 거신 성채 도시.
인간을 보자 순간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난 강습 기간트를 벗고, 그 인간을 따라갔다.
그리고 그가 곧 커다란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
나도 따라 들어갔다.
동굴 내부는 횃불로 밝혀 있었고, 곳곳에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뭐야? 사람이 많네!’
이곳은 술집이었다.
거신 바텐더가 술을 따르고, 방금 들어간 수염 사내는 남녀 인간이 앉아 있는 작은 테이블에 앉았다.
그리고 또 다른 작은 테이블에도 인간 넷이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었고, 한쪽 테이블엔 두 사람이 엎어져 자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인간들은 작은 테이블에 거신들은 큰 테이블에 앉은 것이다. 인간용 테이블이 따로 있는 것을 보면, 이곳에 인간은 거신들에게 배척당하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난 분위기를 살피기 위해 인간 셋이 모인 테이블 근처에 빈 테이블에 앉았다.
그러자 5미터나 되는 거신 종업원이 내게 다가왔다.
그는 내가 주문도 하지 않았는데, 술과 먹을 것을 가져왔다.
척!
“우리 집에 인간이 먹을 만한 것은 이것밖에 없소.”
“고맙소.”
“뭘, 돈 받고 하는 건데.”
거신 종업원이 다른 곳으로 갔다.
술을 마시는 척하며 귀를 기울이자, 인간들의 말이 들렸다.
그들은 거신어로 떠들고 있었다.
“빌어먹을! 알아보니까 저번 달에 칼리파 지역의 성채까지 괴수들에게 쓸렸데. 머지않아 여기까지 올 거야.”
“젠장, 왜 괴수들이 갑자기 불모지로 오는 거지?”
“난들 아나!”
“어떻게 하지? 다른 곳으로 도망쳐야 하나?”
“어디로 가게? 우리 같은 헌터 용병들을 받아주는 곳은 대수림 근처에 성채뿐이라고.”
헌터 용병들이라고?
어째서 헌터가 이곳에 있는 거지?
“제길! 지구로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거긴 이미 끝장이야. 그리고 게이트까지 갈 자신 있어?”
“하긴, 대수림으로 가다가 죽겠군.”
지구와 헌터 이야기에 난 술잔과 음식이 담긴 접시를 들고, 그들 테이블로 이동했다.
저들은 지구에서 온 헌터들이었기에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합석해도 되겠소?”
헌터 용병들은 날 쳐다봤다.
“응? 이 지역에서 못 보던 헌터로군.”
“오늘 도착했소.”
“그래?”
여자 헌터가 말했다.
“그쪽으로 앉지. 말은 편하게 하고, 어차피 다들 길잃은 헌터들이니까.”
“그러지.”
“난 카타리나, 이 팀에 리더다. 이쪽은 베릭, 이쪽은 에이단이야.”
“난 타일러다.”
헌터 용병들과 가벼운 통성명을 했다.
그리고 미리 밑밥을 깔았다.
“난 지구에서 넘어오진 얼마 되지 않아서 이곳 실정을 잘 모른다.”
“응?”
세 사람은 동시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혼자 왔나?”
“그래.”
그러자 다들 눈을 똥그랗게 떴다.
“오! A급 헌터?”
난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 A급 헌터는 정말 오랜만이네.”
“실례가 안 된다면 클래스를 물어도 되겠나?”
순간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그래서.
“네크로맨서.”
“오! 희귀 클래스로군.”
“어쩐지 혼자서 게이트를 넘어왔다고 하더니, 언데드를 부리는 헌터였네.”
“그런데 다들 여긴 어떻게 넘어오게 된 거지?”
이번엔 내가 물었다.
카타리나가 대답했다.
“뭐, 당신과 똑같지. 괴수의 공격이 더 거세지니, 차라리 차원 게이트 안쪽이 더 안전할 것 같아서 도망친 거지.”
“이쪽으로 넘어온 헌터들이 많나?”
“초기엔 좀 많았지. 하지만 등급이 낮은 헌터들은 대부분 대수림에서 죽었고, 우리처럼 C등급 이상의 헌터들만 운 좋게 대수림을 벗어나 이런 거신들의 성채에 머물며 사는 거지. 또 이곳에서 먹고 살려니 대수림에 가서 괴수를 잡다가 죽은 헌터들도 많고.”
차원 게이트 넘어 이곳의 삶도 힘들긴 매일반이었다.
그때 수염이 덥수룩한 베릭이 물었다.
“그런데 지구는 지금 어때?”
“휴!”
난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카타리나가 베릭을 나무랐다.
“알면서 뭘 물어! 우리가 건너왔을 때도 끔찍했는데······.”
이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지금 상황을 어느 정도 알 것 같았다.
지금 시점은 내가 죽은 지 8년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
초거수 카르마탄이 A등급 이상의 헌터 결사대 천 명을 전멸시키고, 전 세계를 야금야금 집어삼키고 있었고, 강한 헌터들이 일시에 사라지자, 이곳 암흑 대수림에 살던 괴수들이 차원 게이트를 넘어가 지구를 휩쓸고 있었다.
이들은 3년 전에 이곳 차원으로 넘어온 헌터들로 그때 이미 지구는 거의 초토화된 상태라고 했다.
‘그러니까 대충 계산해 보면, 내가 죽고 곧바로 다른 차원에 있는 타일러의 몸에 빙의한 거네.’
아주 오랜 기간 무의식의 바다를 헤맨 것 같았지만, 실상은 죽자마자 곧바로 빙의한 것 같았다.
“그런데 이곳은 대체 어디지?”
“하긴, 넘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잘 모르겠군. 이곳은 롱퍼드 왕국으로 거신이라고 불리는 자들이 다스리는 왕국이야. 이곳 차원에서 유일하게 이성을 가진 존재들이지. 안으로 들어오면서 봤지? 그 큰 거인들 말이야.”
카타리나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세 사람 중에서 유일한 B등급 헌터였다.
“혹시 롱퍼드 왕국의 수도가 어디 있는지 알아?”
“여기서 해가 뜨는 북쪽으로 한참을 가야 해. 하지만 가지 않는 게 좋아. 그곳의 거신들은 인간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북쪽이라 고맙군.”
“아! 그리고 곧 밤이 된다. 그땐 성채 밖으로 나가면 절대 안 돼! 괴수들이 대수림에서 나와 불모지를 돌아다니는 기간이야.”
“응? 그럼 낮엔 불모지에 괴수가 없다는 거야?”
“그래! 이곳 태양엔 괴수들의 피부를 녹이는 무슨 성분이 있어. 그래서 낮엔 대수림을 벗어나지 않지.”
난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면서 하늘을 나는 괴수도 봤는데?”
“그 괴수도 먹이가 보일 때만 짧게 비행하는 거야. 햇빛에 오래 노출되면 역시 날개가 녹아 추락하지. 대수림에서 사냥하다가 위험에 빠지면 무조건 해가 많이 비추는 곳으로 도망치는 것도 팁이지. 하지만 밤이 되면 이 넓은 불모지에 대수림의 괴수가 몰려들지. 강한 놈도 있고, 약한 놈도 있는데, 중요한 것은 그놈들은 밤을 낮처럼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잘못해 큰 무리라도 마주치면 A등급이 아니라, S등급 헌터라도 살아남지 못해.”
“그렇군. 이곳의 밤이 긴가?”
“지구 시간으로 대충 계산하면 20일은 낮이고 10일은 밤이야.”
“정보 고맙군.”
그때 카타리나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지 말고, 이곳에서 우리와 함께 있는 게 어때? 우리가 헌터 등급은 좀 낮지만, 이곳의 정보는 훨씬 많이 알고 있지. 그리고 이곳 차원으로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돈도 없을 거 아냐?”
“돈? 이곳에 화폐는 뭐지? 금화인가?”
“거봐! 아무것도 모르잖아. 이곳에선 암흑 마석이 화폐나 마찬가지야. 괴수 부산물도 괜찮지만, 부피가 워낙 커서 성채에서 교환하는 것이 낫지.”
카타리나가 품에서 주머니를 꺼내더니, 작은 암흑 마석을 하나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이게 그 암흑 마석이야. 이런 거 없지?”
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동료가 되면 암흑 마석을 분배할 때, 우리 2배를 주지. A등급 헌터라 특별히 제안하는 거야.”
나 SS급 헌터인데······.
사실을 말하면 믿으려나?
“그럼 내가 너희를 고용하지. 그건 어때?”
“고용?”
“길잡이로 고용할 테니까, 밤이 지나면 나와 함께 롱퍼드 왕국의 수도로 가지.”
“거긴 왜 가려는 거야? 인간들을 반기지 않는다니까.”
“그곳의 왕에게 뭐 좀 물어보려고. 그리고 내 길잡이가 되면 특별한 선물을 하지.”
“선물?”
난 카타리나는 쳐다봤다.
“클래스가 전사지?”
“당연하지.”
그녀의 떡 벌어진 어깨와 근육질 몸매를 보면 누구나 알 것 같았다.
“무기는 B등급이겠군. 내가 그것보다 더 좋은 도끼를 주지.”
“뭐? A등급 무기를 준다는 건가?”
A등급 괴수 부산물로 만든 무기가 제법 많았다.
물론 S등급 무기도 있고.
“너희는 클래스가 뭐지?”
다른 두 사람을 쳐다봤다.
“나도 전사긴 한데 탱커다. 좋은 방패나 갑옷이라도 있어?”
베릭이 물었다.
“물론이야. 아주 좋은 게 있지.”
“난 암살자 클래스인데, 내가 쓸 만한 것도 있나?”
“물론 있다. 검도 있고, 단검도 있고, 투척용 도끼도 있지.”
“오!”
에이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헌터들의 장비는 곧 목숨과 같았다.
더 좋은 무기를 가지고 있으면, 더 강한 괴수도 잡을 수 있었고, 그만큼 생존 확률도 올라간다.
“여기선 확인하기 힘드니, 너희 숙소로 가서 보여주지.”
“좋다!”
세 용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 내가 먹은 것도 계산해 주게.”
“쩝. 알았다.”
그렇게 난 이들이 묵는 숙소로 이동했다.
***
지난 며칠 동안 헌터 용병들에게 이곳 지역과 롱퍼드 왕국의 거신 정보를 얻었다.
암흑 마법사들의 존재를 전혀 모르는 것을 보면, 이곳을 지키는 거신들은 암흑 마법사들은 아닌 것 같았다.
아무래도 암흑 마법사들이 저쪽 차원의 거신들을 납치하거나 화산이 터지면서, 데려온 것 같았다.
그리고 거신 병사가 아닌 일반인 거신도 상당히 많았다.
‘그런데 정말 암흑이네.’
창밖을 쳐다보자,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온 세상이 암흑에 휩싸인 듯.
달이나 별이라도 보여야 길을 찾을 것이 아닌가.
이런 어둠이라면 방향도 전혀 읽을 수 없었다.
내일이면 낮이 시작되니, 롱퍼드 왕국으로 갈 수 있었다.
가서 암흑 마법사들을 찾아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어떻게 이곳에 차원 게이트를 만들었는지 물어볼 생각이었다. 차원 마법진이야 마석이 있다면 그릴 수 있었고, 속성 마석이 있다면 이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차원 게이트는 항상 열려 있었기에 완전 성격이 다른 것이었다.
‘혹시, 그 암흑 마법사들 때문에 지구나 다른 차원에 게이트가 열린 거 아닌가?’
그리고 암흑 대수림의 괴수들이 공격했을 수도 있었다.
왠지 암흑 마법사를 만나면, 그 답을 알 것 같았다.
쿠아아앙! 쿠웅!
‘뭐지?’
강렬한 충격음에 숙소 밖으로 나갔다.
쿵! 쿠웅!
그때 카타리나와 헌터 용병들이 횃불을 들고 달려왔다.
“젠장! 20미터나 되는 거대 괴수야!”
“뭐?”
“강해 보이는 괴수가 성문을 부수고 있어! 후문으로 도망쳐야 해!”
“밤인데 어디로 도망쳐?”
“몇 시간만 버티면 낮이 된다. 저런 놈하고 싸우는 것보다 차라리 어둠 속에서 도망치는 게 나아!”
대체 어떤 놈이길래 이렇게 겁을 먹은 거야?
쩍! 쩌쩍!
콰아아앙!
성문이 부서졌다.
그리고 20미터 크기의 대군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끼이이아!”
“끼아악!”
안으로 3미터 크기의 도사견 괴수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괴수를 막아라!”
성채에 있던 거신 병사들이 횃불과 무기를 들고 달려들었다.
이곳에 거신들은 대부분 5, 7미터의 작은 거신들이었고 마나는 전혀 없었지만, 3미터의 괴수를 상대론 꽤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20미터의 대군주였다.
대군주가 안으로 들어와 검을 휘두르자, 괴수를 막고 있는 거신병들이 힘없이 쓰러졌다.
“타일러, 어서 피하자!”
“우리가 이대로 물러가면 여기 거신들은 다 죽을 거야.”
“우리도 어쩔 수 없어! 저건 S급 괴수야!”
“내가 처리하지.”
“뭐?”
난 인형의 집을 열었다.
드라우켄과 괴조인형을 꺼냈다.
그리고 드라우켄과 괴조인형이 12기의 기간트를 들고 나왔다.
“크아아아!”
드라우켄이 포효하고 대군주를 노려봤다.
“드라우켄 놈을 죽여라!”
드라우켄이 대군주에게 달려들었다.
“모두 기간트에 탑승하라!”
“네! 주군!”
웨슬리와 10명의 자동인형이 기간트에 올라탔다.
나도 오리지널 룩급 기간트에 올라탔다.
그리고 헌터 용병들을 쳐다봤다.
[너희도 작은 괴수 정도는 잡을 수 있겠지?]“그, 그렇지······.”
그들은 꼭 괴물을 본 얼굴이었다.
난 기간트의 검을 높이 들었다.
[모두 놈들을 공격하라!] [가자!]기이이잉! 쿠쿠쿵!
드라우켄과 괴조인형, 나는 대군주를 상대하고, 웨슬리와 자동인형들은 성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괴수를 죽이며 입구로 전진했다.
드라우켄이 성벽을 타고 대군주의 검을 피하고 있었고, 괴조 인형이 머리 위에서 공격했다.
대군주가 정신없는 사이에 뒤에서 내가 다가가 대군주의 등에 검을 찔렀다.
쾅! 푸욱!
[운명의 실타래를 연결합니다.]“끄어어어억!”
대군주가 고통스러운 괴성을 질렀다.
놈이 나를 향해 몸을 돌리자, 난 뒤로 한발 물러섰고, 이번엔 드라우켄이 커다란 덩치로 대군주를 뒤에서 덮쳤다.
쿠우웅!
놈이 쓰러지자, 달려가 목을 향해 검을 내려쳤다.
부웅! 쩌억! 쩌억!
세 번을 연거푸 찍자, 놈의 머리가 잘렸다.
[기사회생(lv.max) 스킬을 사용합니다.] [대군주(lv.1) 허수아비를 만들었습니다.]‘이거 허수아비만 잔뜩 늘어나네!’
S급 대군주를 마법인형으로 만들었지만, 큰 감흥은 없었다.
지금 내 인형의 집엔 SS급 지네 괴수도 있었으니까.
대군주가 사라지자, 놈을 따르던 괴수들이 발광했다.
[괴수를 죽여라!]하지만 내 기간트들이 괴수를 성문 입구까지 밀어냈다.
가끔 큰 괴수도 들어왔지만, 기간트들의 상대는 아니었다.
그렇게 한동안 입구를 막아선 전투가 벌어졌고, 태양이 떠오르자 괴수들은 다시 대수림을 향해 도망쳤다.
[휴! 다들 고생했다.]전투가 끝나자, 거신 병사들과 거신 주민 수백 명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그들은 나와 기간트 주변을 둘러싸더니 함성과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이거 또 내가 거신들을 구했군.’
이곳 거신들도 수인족 차원으로 옮길 수 있다면, 내 전력이 되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