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95)
195. 차원 이동 마법진.
“하나 있습니다. 이데아 제국의 수도 지하에 있는 게이트 말입니다.”
“아! 어떤 걸 말하는지 알겠군.”
아하르 국왕은 날 흥미롭게 쳐다봤다.
“몸을 살펴보니, 차원 마나를 품고 있지 않은데, 어떻게 차원의 문을 열 수 있었지?”
“차원 마나요?”
“멸망한 이데아 제국에선 암흑 마나로 불리지.”
“아! 아는 동료가 암흑 마나를 가지고 있습니다.”
“신기하군. 엄청난 세월이 흘렀는데, 아직도 차원 마나를 가진 거신이 저쪽 세상에 남아 있다니.”
“그런데 왜 차원 마나라고 부르는 겁니까?”
“차원 마나는 생명의 탄생과 죽음을 통해서 얻을 수 있네. 그러나 우리가 생명의 탄생에 관여할 순 없지. 하지만 죽은 자의 몸에서 소량의 차원 마나를 흡수하는 건 어렵지 않네. 그 모습을 보고 다른 거신들이 우릴 암흑 마법사니, 암흑 마나니 그런 이름을 붙인 것뿐이다.”
“그런데 제가 이데아 제국의 발굴지에서 암흑 마법서를 찾았습니다.”
“그건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네. 다른 마법사들이 우리의 마법을 기록한 거지. 물론 차원 이동 마법진 같은 중요한 마법서는 없었을 거네. 차원 이동 마법은 위험하기에 직계 제자나 자식에게만 전수하거든.”
아하르 국왕은 내가 묻는 말에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생각보다 나쁜 사람은 아닌 듯.
“그리고 이데아 제국의 마법사들이 암흑이니, 죽음이니 그런 이름을 붙인 것은 미지의 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아하르 국왕은 차원 마나에 대해 몇 가지 예를 들면서까지 설명해주었다.
예를 들어 가장 기본적인 적의 시야를 차단하는 마법은 대상의 정신을 공격해 눈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어둠이 가득한 차원의 공간을 일시적으로 연결해 보여줌으로 적이 시야를 차단당했다고 믿게 하는 것이다.
이해는 잘 가지 않지만, 그가 하려는 말의 의미는 알고 있었다.
차원 마나나 차원 마법은 사악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고 싶은가 보다.
“그런데 아주 오래전 고대의 일을 잘 알고 계시네요?”
아하르 국왕이 피식 웃었다.
“우리가 이곳 차원으로 온 이후로 왕들은 대대로 선조들의 의식을 이어받았다. 그래서 중요한 일은 기억하고 있다.”
상대의 의식을 들여다보는 마법.
이미 암 드로운과 알리사 엘가가 내게 의식 연결 마법을 사용했기에 어떤 것인지 알고 있었다.
알리사는 이 마법은 매우 위험한 마법이라고 했다.
자신이 상대의 강렬한 의식을 들여다보기도 하지만 상대도 자신의 의식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잘못하면 상대의 의식에 조종당할 수 있었기에 대부분 마법사는 죽기 직전에만 사용한다고 들었다.
아하르 국왕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이번엔 내가 묻지. 왜 이곳 차원에 왔나?”
“제가 사는 차원과 다른 차원이 괴수들에게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차원 균열을 통해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찾다 보니 이곳까지 오게 됐습니다.”
“하아!”
아하르 국왕이 깊은 한숨을 쉬고 있었다.
역시 그는 뭔가를 알고 있는 듯했다.
아하르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단상 아래로 내려왔다.
“나와 함께 갈 곳이 있네. 따라서 오게.”
그는 기사단장과 호위 기사도 물리고, 나와 단둘이 지하로 이동했다.
그리고 지하실 입구에 도착하자, 아하르 국왕이 문에 손을 가져다 댔다.
쿵! 기기기기기긱!
입구의 철문이 위로 올라가며 열렸다.
아마도 차원 마나에만 열리는 문인 것 같았다.
“들어가지.”
우린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벽과 천장에서 불이 켜졌다.
내부는 상당히 넓었고, 한쪽 벽에 책장이 보였다.
그 책장 안쪽엔 수천 권의 책들이 꽂혀 있었다.
“이곳은 롱퍼드 왕국의 역사를 기록한 곳이지.”
아하르는 한쪽 벽으로 이동했다.
그곳엔 여러 장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어? 이건 차원 이동 마법진이네요.”
수인족 차원으로 이동하는 마법진이 있었기에 단번에 알아봤다.
아하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기 선조들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너무 오랜 세월이 흘렀기에 나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선조들이 말하길 맨 처음 차원 마법사들은 새로운 마법과 마법진을 연구하는 엘리트 마법사들이었다고 하더군.”
“그래요?”
“그러다 차원 마나를 발견했고, 자신들도 모르게 차원 이동 마법진을 만들어 낸 거지. 모든 일은 그때부터 시작됐다고 들었네.”
아하르가 짧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흔들었다.
“나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사는 세상과 비슷한 차원을 찾아 이동했네. 그러다 죽음을 맞기도 하고 돌아오지 못한 마법사들도 있다고 들었네. 여기 벽에 있는 여섯 개의 마법진은 숨을 쉴 수 있고, 거신들이 살아갈 환경이 어느 정도 조성된 곳이라고 들었네.”
하나가 수인족 차원이니, 다른 건 엘프, 드워프, 오크, 그리고 이곳으로 연결된 차원 마법진일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지구일 거고.
“그런데 차원 이동 마법진을 사용하다가 가지 말아야 할 곳에 갔다고 하네. 어떤 곳인지는 기록도 남아 있지 않지만, 대대로 이어져 온 이야기에 따르면 거대한 악마가 사는 차원이라고 하더군.”
“설마? 거신들의 세상을 멸망시키려던 그 초거수가 그곳에서 온 겁니까?”
“솔직히 나도 정확히는 모르네. 그러지 않을까 짐작만 할 뿐이지. 그리고 선조들도 그 초거수가 어떻게 이곳 차원을 알고 넘어왔는지는 모르는 것 같았네.”
그러니까 정리해 보면, 차원 이동 마법진으로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다가 거대 악마가 사는 차원에 갔고, 그 악마가 역으로 거신 세상에 왔다는 말이었다.
너무 오랜 세월이 흘렀기에 확인할 길은 없었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였다.
“그럼 차원 균열은 어떻게 생기는 겁니까?”
“그건 나도 모르네. 막대한 차원 마나가 필요하다는 것밖에 모르네.”
“하지만 이데아 제국의 수도 지하에 차원 게이트를 만들어 놓지 않았습니까. 제가 그곳을 통해 넘어왔고요.”
“선조들은 차원 이동의 위험성을 알고, 사용을 금지했기에 그 방법은 나도 모르네. 차원 이동 마법진도 여기 있는 여섯 개밖에 남아 있지 않고. 그리고 차원 마나를 흡수하는 방법도 대대로 왕가에만 전해지기에 차원 마나를 품고 있는 거신도 거의 없네.”
어쩐지 이곳 거신들의 몸에는 차원 마나가 없었다.
차원 마나가 대기 중에 있다고 해도 일반 마나처럼 자연스럽게 몸에 스며드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이곳 차원에 살면서 외부와 단절하고, 다른 차원에서 생기는 일엔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네.”
“그럼 지금 차원 균열을 만드는 것은 누굽니까?”
“헌터들이 말하는 지구 차원을 공격한 카르마탄이라는 그 초거수가 아닐까 하네. 그리고 카르마탄은 거신 차원을 공격했던 그 초거수의 새끼일 가능성이 크고.”
아하르 국왕의 말을 듣고, 종합해 한 가지 가설을 세웠다.
고대 거신 세상에 초거수가 차원을 뚫고, 넘어왔다.
놈은 너무 강력했고, 세상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큰 위협을 느낀 거신들이 힘을 모아 초거수를 죽였다.
하지만 초거수의 몸에서 나온 포자 때문에 위대한 열두 기사 일부와 거신 영웅들이 괴수로 변이했다.
그리고 초거수를 죽였지만, 기록엔 초거수의 새끼가 살아 있다고 했다. 그 새끼가 지구를 공격한 카르마탄이고.
고대 거신들은 포자 때문에 초거수의 새끼를 죽이지 못했고, 대수림으로 도망쳤다고 했다.
그리고 변이한 거신 괴수들이 거신 제국을 공격했고, 가장 강성했던 이데아 제국이 레기우스와 불카누스에게 멸망했다.
살아남은 거신들은 모든 역량을 모아 장벽을 세우고 자신들의 세상과 대수림을 단절시켰다.
대충 여기까진 맞아떨어진 것 같다.
‘그다음이 문제인데······.’
내가 생각에 잠기자, 아하르 국왕은 조용히 고대 서적을 뒤지고 있었다.
초거수의 새끼가 오랜 세월 동안 살아남았다면 거대해졌을 것이고, 지금의 카르마탄이 됐다고 가정해봤다.
그럼 왜 다른 차원을 공격한 것이지?
그것도 괴수 군단까지 만들어서.
아니면 괴수 군단은 변이한 거신 괴수가 만들었을 수도 있었다. 포자를 흡입하며 초거수의 능력을 일부 흡수했고, 괴수를 조종하는 힘을 얻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거신 괴수들을 조종하는 것은 카르마탄이고.
대략 그렇게 가정해봤다.
카르마탄이 초거수의 새끼고, 지능이 있다면 어미의 복수를 하려고 하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거신들의 세상을 멸망시키고 싶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헬다임 장벽이 가로막혀 있었고, 카르마탄도 장벽을 뚫을 순 없었다.
그렇다면 장벽 너머로 가는 방법은 이제 하나밖에 없었다.
장벽 너머에 차원 균열을 만드는 것.
왠지 몇 번 시도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장벽 너머에 차원 균열을 만들지 못했고, 차원 마나가 부족했기에 우선 차원 마나를 모으기 위해 다른 차원으로 가는 게이트를 열어 공격했고, 그곳에서 차원 마나를 모아 또다시 대수림에 차원 균열을 만들었다.
그 차원 균열이 지금 대수림에 있는 엘프나 다른 차원의 균열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카르마탄이 차원을 이동할 수 있는 곳은 고대 차원 마법사들이 차원 이동 마법진을 이용해 다른 차원으로 넘어갔던 곳만 가능한 것 같았다.
‘차원을 이동할 때, 길이나 흔적 같은 게 생기는 건가?’
대수림에 생긴 차원 균열이 여기 있는 차원 이동 마법진으로 갈 수 있는 곳밖에 없었기에 그렇게 예상해 봤다.
뭔가 억지로 끼어맞춘 느낌이지만, 당장 내 머리론 그 이상을 상상할 순 없었다.
만약 내 가정이 어느 정도 맞는다면, 대수림의 차원 균열이 점점 장벽과 가까워지고 있고, 이다음은 왠지 장벽 너머에 차원 균열이 생길 것 같았고, 그리고 그 차원 균열은 지구와 연결될 것 같았다.
‘그럼 거신 괴수 군단과 카르마탄이 장벽 너머로 온다는 말이잖아!’
순간 온몸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솔직히 레기우스나 불카누스도 상대하긴 싫지만, 카르마탄은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 가정이 다 틀리더라도 왠지 오래지 않아 장벽 너머에 차원 균열이 생길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불길한 느낌은 모두 현실이 됐고.
‘그 카르마탄을 어떻게 죽이지?’
지구 멸망을 가속한 수백 개의 핵폭탄도.
인류 최강의 헌터 천 명도 못 한 일이잖아!
게다가 SSS급 괴수인 레기우스와 불카누스도 있고, 다른 거신 괴수와 대군주, 수백만 괴수 군단도 있었다.
그놈들이 한꺼번에 차원 균열에서 쏟아져 나온다면, 저쪽 세상도 끝장이었다.
내 표정을 읽었을까?
아하르 국왕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잘못은 아니었다.
호기심 많은 선조들이 다른 차원으로 가는 마법진을 만들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운 나쁘게 차원 이동을 할 수 있는 초거수가 있는 차원과 연결됐을 뿐이고.
“일단 이 마법진 좀 그려가겠습니다.”
“기다려 보게.”
그는 책장에서 책 하나를 꺼내 건넸다.
“이 책을 가져가게. 여섯 개의 차원 이동 마법진이 그려 있네.”
일단 아하르가 준 책을 챙겼다.
난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일을 아하르 국왕에게 말해줬다.
“허!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죽을 때 죽더라도, 발악은 해봐야죠.”
다시 얻은 두 번째 인생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헌터였을 때 능력도 생겼고, 내 왕국도 생겼고, 이제 나름 세계 최강자의 반열에도 올랐다.
이 모든 걸 포기할 순 없었다.
그리고 절망만 하기엔 내가 책임지는 이들이 너무 많다.
차분히 생각을 정리했다.
그러자 몇 가지 방법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내가 아무리 강해지고 많은 군단을 모아도 단번에 그 많은 괴수를 전부 상대할 순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장벽 너머에 차원 균열이 생기기 전에 괴수들의 병력을 최대한 줄일 생각이었다.
우선 카르마탄 다음으로 제일 강력한 레기우스와 불카누스!
그리고 불의 괴수 군단을 먼저 처리할 생각이었다.
몸길이가 3km나 되고 입에서 불을 뿜는 불카누스는 평범한 방법으론 죽일 수 없다.
알리사의 말로는 빙결의 오브 다섯 개로 거의 성공할 뻔했다고 했다.
그러니 지금 가장 먼저 할 것은 더 많은 빙결의 오브를 만들기 위해 재료부터 구해야 했다.
“이곳 차원으로 이동하는 마법진이 어디로 연결되어 있습니까? 대수림입니까?”
“대수림은 아니네. 불모지로 이동될 거네. 차원 마법진을 자세히 살피면 아주 조금 다른 것이 있을 거네.”
난 내가 가진 수인족 차원 이동 마법진을 꺼냈다.
“정말 조금 다르군요.”
“응? 조금이 아니라 이 정도면 많이 다른 거네. 아! 이건 속성 마석을 이용하는 마법진이군.”
“네?”
“내가 준 책에 있는 마법진은 차원 마나로 이동하는 마법진이야.”
“그럼 이 책에 있는 마법진을 그리고 차원 마나를 뿜어내면 곧바로 그쪽 차원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겁니까?”
“물론이네.”
아하르 국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굳이 속성 마석을 이용한 마법진을 쓸 필요가 없었다.
내 대군주 꼭두각시의 몸엔 차원 마나가 가득했으니까.
‘그럼 이미 기동력은 갖춘 거네!’
이제 차원 이동 마법진만 그리면, 6개의 차원에 언제든 이동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