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208)
208. 전야.
우리가 북쪽 괴수 군단을 절반쯤 줄였을 때였다.
서쪽에서 거대한 비행체가 날아왔다.
“쿠아아아아!”
불카누스와 4마리의 화염 와이번이 도착했다.
지난 3개월 동안 다들 병력을 준비할 때, 난 불카누스와 차원 이동 마법진으로 암흑 대수림에 가서 와이번 괴수를 계속 잡아서 허수아비를 몇 마리 더 만들었다.
그리고 와이번 허수아비를 불카누스에게 넘겨, 화염 와이번을 추가로 만들었다.
아무래도 불카누스가 하늘을 날아다니다 보니, 화염 괴수를 만들더라도 함께 비행하는 괴수가 좋을 것 같았기에 와이번 허수아비를 더 만들어 준 것이다.
그리고 암흑 대수림에서 용암도 충전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불카누스의 레벨은 33이었다.
헌터 등급은 C등급이었고, S급 화염 와이번을 4마리까지만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서쪽의 거신 괴수와 대군주들을 죽이고, 괴수 군단을 상당히 죽였기에 45레벨로 올라섰다.
불카누스는 이제 화염 와이번을 7마리까지 늘릴 수 있었다.
아무튼, 와이번을 넘겨줬기에 지금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었다.
이제 서쪽에서 달려드는 괴수 군단은 하나도 없었다.
아마도 불카누스와 화염 와이번 인형들이 대부분 처리했을 것이다.
가까이 다가온 불카누스에게 의식을 전달했다.
‘북쪽으로 가서 대장을 죽여. 그래야 네가 경험치를 더 먹지.’
불카누스는 내 의식을 받자마자 북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헌터 등급이 올라가니, 신이 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자신의 부하들이 늘어나니까 기분이 좋은가보다.
그리고 지금 북쪽에 있는 괴수 군단을 지휘하고 있는 거신 괴수와 대군주들을 죽이면 B등급 헌터 레벨까지 오를 것이다.
그리고 불카누스도 헌터의 능력을 복제했기에 나처럼 헌터 등급이 오르면 새로운 능력이 하나씩 생긴다.
화아아아아아!
화르르르르!
저 멀리 북쪽에서 거대한 화염이 치솟았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 그것이 불카누스가 뿜어내는 화염임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전에 불카누스가 순식간에 B등급 헌터가 됐다.
화염 브레스 한 번에 거신 괴수가 죽었나 보다.
‘자식, 난 B등급 헌터까지 4년은 걸린 거 같았는데, 그걸 6개월 만에 올리네. 그것도 경험치를 내게 2/3나 주는 마법인형이면서······.’
이래서 시작부터 강한 게 좋다니까.
그리고 내 또 다른 복제인형인 여왕개미는 벌써 S급 헌터가 됐다.
원래 SS급 괴수였던 녀석이 F급부터 시작해 S급이 됐으니 얼마나 더 강해졌을까?
여왕개미는 내 비밀 병기라 이번 전투엔 참여시키지 않았다.
여왕의 군단이 없어도 충분히 이길 수 있기도 했고.
여왕개미의 첫 전투는 카르마탄의 배속이 될 것이다.
내겐 SSS급 인형술사 스킬인 마법인형 소환 스킬이 있으니까.
‘그보다 내가 할 일이 없네!’
전투가 급박한 상황이거나 밀리는 곳이 있을 때 투입하려던 200여 명의 헌터가 갑판으로 올라왔다.
이대로 있다간 괴수를 다 잡아 레벨을 전혀 올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전투에 합류한 것이다.
덕분에 비공정 위에 앉은 비행 괴수들을 순식간에 처리했다.
그러자 달려드는 비행 괴수들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벌써 끝이 보이네······.’
괴수들이 약한 것이 아니고 우리가 강한 거다.
그리고 불카누스와 화염 와이번 인형들이 사방을 날아다니며 불을 뿜고 있었기에 괴수들의 숫자가 더 빠르게 줄었다.
지휘관 괴수가 이미 모두 죽었기에 전투는 끝이라고 봐야 했다.
전투는 대승이었다.
***
‘여긴 이제 별도 보이지 않네.’
지구의 밤하늘은 여전히 탁했다.
그래도 흐릿하게 달은 보였다.
지금 카르마탄은 북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처음엔 자신의 괴수 군단이 공격당하자 이쪽으로 향했으나 괴수 군단이 모두 궤멸하자, 그냥 하던 대로 지구를 삼키고 있었다.
부하들의 복수도 하지 않는 건가?
매정한 놈.
‘드디어 내일이면 모든 것이 끝나겠네······’
우린 내일 카르마탄을 죽이러 이동한다.
이번에 카르마탄을 죽이지 못하면, 내가 죽겠지.
게다가 이미 난 한 번 카르마탄에게 죽었기에 두려움도 있었다.
전생에 내가 죽고, 다시 거신 차원의 타일러에 빙의해 헌터가 된 이유가 뭘까를 생각해봤다.
어쩌면 세상엔 진짜 신이 있고, 지구의 신이 지구를 지키기 위해 마지막 선택을 한 것은 아닐까?
지구가 형편없이 망가지긴 했지만, 아직 완전히 망한 것은 아니었다.
카르마탄을 찾다 보니, 아직 놈이 전진하고 있는 북반구 쪽엔 꽤 많은 산과 숲이 있는걸 확인했고, 작은 섬들은 거의 피해가 없다고 했다.
‘카르마탄을 죽이면, 지구도 다시 살아날 수 있겠지?’
아직 완전히 늦진 않은 것 같았다.
그리고 이번엔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까 왠지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마르틴 국왕과 아리칸 기사들의 야영지를 찾았다.
“오오! 타일러 국왕께서 오셨다!”
“어서 오십시오!”
“어서 오시오.”
마르틴과 크루세이더 기사들이 반갑게 맞이했다.
그들은 낮에 전투를 안주 삼아 한잔하고 있었다.
“잠시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하하! 그럽시다.”
마르틴과 잠시 걸었다.
“걱정이 있으시오?”
“솔직히 그렇습니다.”
“하긴 그런 괴물을 상대하는데, 누구라도 걱정되겠지.”
“이미 몇 번 말했지만, 초거수가 죽으면 바로 물러서야 합니다. 놈에게서 뿜어지는 포자를 흡입하면 괴수가 되니까요.”
마르틴이 고개를 끄덕였다.
“명심하겠소. 그런데 정말 혼자서 괜찮겠소?”
“제 괴수들을 보시지 않으셨습니까. 혼자서도 충분합니다.”
“그렇긴 하지만, 혼자 초거수 안으로 들어간다고 하니 걱정이 돼서 말이오.”
난 피식 웃었다.
마르틴 국왕과 첫 대면은 완전한 적이었다.
비공정 2척에 타고 와 아베르크 제국의 황제를 죽이려 했던 간 큰 사내였다.
아마 내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케인 황제를 죽였을 것이고, 역사는 또 어떻게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은 둘도 없는 동맹이다.
“앞으로도 우리 발레리온 왕국과 동맹을 계속 유지해 주십시오.”
“하하! 당연한 말씀을 하시오. 강성한 두 제국이 있는데, 우리 아리칸도 발레리온과 동맹을 유지해야 지킬 수 있지 않겠소.”
“그리고 힘들어도 기술 개발에 투자하셔야 합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소.”
마르틴은 날 빤히 쳐다봤다.
“고맙소. 타일러 국왕 때문에 우리 아리칸 왕국이 무사할 수 있었소. 나 마르틴이 살아 있는 한 우린 아리칸은 언제나 그대와 친구요.”
“그렇게 말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난 마르틴에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나중에 봅시다.”
마르틴과 헤어지고, 난 기사들을 찾아갔다.
내일 전투에선 함께 할 수 없었기에 미리 인사를 하는 것이다.
“충! 타일러 국왕 전하를 뵈옵니다.”
마키아스와 트라스의 개 기사단이 내게 고개를 숙였다.
난 마키아스를 따로 불렀다.
“그래 퀸급 오리지널 기간트는 이제 좀 적응이 되나?”
마키아스가 웃으며 말했다.
“네, 이젠 서열 2위에서부터 5위까지 한꺼번에 덤벼도 당해낼 자신이 있습니다.”
“오! 대단하군.”
2위부터 5위까지는 모두 룩급 오리지널 기간트에 타는 기사들이었다. 아무리 퀸급 기간트라지만 베테랑 기사가 탄 4기의 룩급 오리지널 기간트를 당해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마키아스는 가디언 제국에서 우리 발레리온으로 전향한 기사로 이젠 우리 왕국 제일의 기간트 기사가 됐다.
그리고 200기의 기사단을 지휘하기도 했고.
“내일 전투에서 조심하게. 아주 강한 괴수는 없어도 그 숫자가 어마어마하니까. 촉수도 조심하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기사들을 잘 챙기겠습니다.”
마키아스에게 내일 전투에서 주의할 점을 다시 일러줬다.
“그럼, 푹 쉬게.”
“들어가십시오. 전하.”
마키아스와 헤어지고, 초거대 비공정 내에 있는 드워프 공방을 찾았다.
이곳은 늘 후끈한 열기로 가득하다.
“타일러여! 왔는가!”
글러드 왕자와 드워프 대장장이들이 손을 흔들었다.
“공방은 마음에 들어?”
“물론이다!”
드워프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난 드워프들에게 늘 감사하다.”
“타일러여! 우리가 더 감사하다. 타일러는 우리 드워프들의 은인이다. 드워프는 은혜를 갚는다.”
“하하! 그래서 고맙다는 거야.”
드워프는 은혜를 아는 종족이었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기간트 개발은 요원했을 것이고, 또 초거대 비공정을 만들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들을 구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지금은 발레리온 왕국에 없어선 안 될 종족이었다.
드워프 대장장이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공방을 나섰다.
다음으로 찾아간 것은 마도 공학 연구소였다.
초거대 비공정에서 가장 신경 쓴 곳으로 실험소와 별도의 공방, 실험실까지 갖춰진 곳이었다.
난 이곳의 주인을 만나러 왔다.
“앨리슨, 뭐하니?”
“삼촌, 왔어.”
앨리슨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테이블 위에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좀 섭섭했다.
아끼는 조카를 딴 놈에게 빼앗긴 기분이 든다.
그것도 인간도 아닌 연구에 빼앗기다니······!
“뭘 만들길래 그렇게 정신이 없어?”
“마탄총.”
“마탄총?”
“어떤 헌터가 소총을 들고 다니는 걸 봤는데, 개인화기로 꽤 좋을 것 같아.”
“그런데 이름이 왜 마탄총이야?”
“마나 폭발을 이용해 총알이 나가야 하는데, 매번 총알이 마나의 힘을 버티지 못해 폭발하는 거야. 그래서 지금 마나의 힘을 버티는 총알을 만드는 거야. 그러니까 총보다 마나탄이 중요한 거지. 마나탄을 쏘는 총을 줄여서 마탄총이라고 이름을 붙였어.”
“아!”
난 오랜만에 앨리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앨리슨이 고개를 휙 돌렸다.
“왜? 무슨 할 말 있어?”
“아니야. 좀 쉬엄쉬엄하라고. 케네스 영감님이 널 이렇게 혹사하는 걸 안다면, 난리 칠 거야.”
“알았어.”
대답하고선 다시 테이블에 고개를 처박았다.
귀여운 녀석!
난 앨리슨을 뒤로하고 문으로 향했다.
“삼촌, 무사히 돌아와.”
“응?”
앨리슨은 날 향해 손을 슬쩍 흔들더니, 다시 연구를 계속했다.
“그래, 알았다.”
쪼르륵 달려와 안기는 어린 조카는 이제 성숙한 여자가 됐다.
하지만 앨리슨은 여전히 날 걱정하고 있었고, 나와 발레리온을 위해 저렇게 밤을 지새우며 연구에 몰두하는 것이다.
앨리슨과 인사를 하고, 떠들썩한 오크들을 찾아갔다.
쿠훌린과 오크 해병대원들과 실컷 떠들고 방으로 돌아왔다.
날 돕고, 따르는 많은 이계인과 동료들, 기사들이 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리고 내 마법인형들도.
자리에 누웠지만, 그래도 잠이 오지 않았다.
에테나와 인사하지 못했기 때문인가?
그래서 그녀를 보기 위해 초거대 비공정의 선교로 올라갔다.
그곳엔 에테나가 있었다.
“잠자리가 불편하세요?”
“그럴 리가 있나, 내 방이 제일 편한걸.”
비공정에 내 방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왕의 침실이라 나름 침대도 고급이고, 전용 화장실도 있다.
“그럼, 내일 전투가 걱정되세요?”
난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저도 함께 카르마탄 안으로 들어가면 안 되겠습니까?”
“응?”
에테나가 날 빤히 쳐다봤다.
순간 허락할 뻔했다.
그녀가 같이 간다면 큰 힘이 되겠지만, 그녀는 갈 수 없었다.
괴수가 죽어도 난 살 방법이 있지만, 에테나는 포자 때문에 죽거나 괴수로 변이할 것이다.
“내가 이야기했잖아. 에테나는 이곳에서 비공정 함대를 지휘해야지.”
“하지만 너무 위험합니다. 그것도 타일러님 혼자 들어가시다니요.”
“혼자는 아니지. 암 드로운도 있고, 기사들과 괴수들도 있으니까.”
“저도 함께 가고 싶은데······.”
날 바라보는 에테나의 커다란 눈동자가 촉촉해졌다.
“왜? 이것이 마지막일 것 같아서 그래?”
“그건 아니에요······.”
에테나는 뭔가 불안한가 보다.
“난 꼭 돌아올 테니까. 걱정하지 마.”
에테나가 슬쩍 눈가를 훔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타일러님은 약속을 꼭 지키시는 분이니까. 돌아오실 거라 믿어요.”
“물론이야. 걱정하지 말고, 몸조심해.”
말은 자신 있게 내뱉었지만, 카르마탄과 전투는 솔직히 어떻게 될지 짐작할 수 없었기에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순간 그녀를 다시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마음에 심장이 뛰었다.
그녀와 맨 첫 만남이 떠올랐다.
엘프들은 쇠창살 감옥에 갇혀 있었고, 곧 죽을 운명이었다.
하지만 에테나가 갑자기 내 다리를 잡고 살려달라고 애원했었다.
솔직히 그때 그녀를 보고 마음이 움직였다.
그리고 에테나 때문에 엘프를 구해줬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나와 함께 하고 있었다.
내 마법인형을 제외하곤 이곳 차원에서 가장 오래 함께 있었던 것이 바로 에테나였다.
그만큼 정도 들고, 이제 그녀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난 에테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진심을 전했다.
“에테나, 고마워. 항상 내 곁에 있어 줘서.”
“아니에요. 제가 고마워요.”
굳이 긴 말은 필요 없었다.
우린 함께 많은 모험과 전투를 벌였다.
그랬기에 눈빛만 봐도 서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녀는 나를 걱정했고, 나도 그녀를 다시 볼 수 없을까 불안했다.
“그리고 꼭 돌아오세요.”
갑자기 에테나가 내 품에 안겼다.
난 그녀의 머릿결과 등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매일 일만 시키고, 부려먹기만 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조금 더 잘해줄걸.
가장 소중한 것은 가까이 있기에 잘 느끼지 못하는 법이다.
후회해봤자,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그녀를 다시 보기 위해서라도 꼭 카르마탄을 죽이고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렇게 탁한 지구의 밤하늘을 보며 맹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