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22)
22. 보물섬(1).
[카야긴 전진 기지 6번 게이트]게이트 책임자 콜벳 대위가 나를 보자마자 기간트 해치를 열고 뛰어내렸다.
그리고 내게 달려왔다.
“아이고! 타일러 중위님, 오셨습니까.”
버선발로 마중 나온다는 게 이런 거로구나.
“충! 별일 없으시지요?”
“그날은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얼굴은 미소 짓고 있지만, 어딘가 살짝 불편한 기색.
콜벳 대위가 긴장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특별 수사관이라고 했으니, 조심하는 것이겠지.
“콜벳 대위님, 오늘 비번 아닙니까?”
“하하! 게이트 책임자에게 비번이 어디 있습니까. 전진 기지의 시민들이 불안해하니, 다시 괴수가 들어올 수 없게 솔선수범하여 게이트를 굳건히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지요.”
내가 보기엔 잘릴까 봐 전전긍긍하는 거로 보이는데?
그리고 나보다 계급이 높은 사람이 계속 높임말만 쓰니 조금 어색했다.
콜벳 대위가 주변을 한 번 살피더니 내 팔을 잡았다.
“저기 이쪽으로 잠깐만.”
콜벳 대위가 날 기간트 뒤로 데리고 갔다.
그러더니 대뜸 품에서 주머니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이게 뭡니까?”
“언젠간 한번은 들리실 줄 알았습니다. 약소합니다.”
뇌물?!
주머니를 살짝 만져보자, 대략 30골드 정도 들어 있었다.
정말 약소하네······.
마석과 부산물이 인형의 집 가득 쌓여 있는데, 이런 푼돈을 받아서 뭘 하겠나.
“전 뇌물 같은 건 받지 않는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이 볼까 두렵습니다. 금화는 집어넣으세요.”
콜벳이 화들짝 놀라 말했다.
“뇌물이라니요? 절대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날 게이트를 열어 괴수를 내보내 공을 세우지 않았다면, 크게 문책받거나 감옥에 갇힐 뻔했습니다. 다행히 6개월 감봉 정도로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모두 타일러 중위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이 정도 금화는 받으셔도 됩니다.”
난 정색하며 말했다.
“그런데 누가 6개월 감봉으로 마무리한다고 하던가요?”
“네? 사령관실 하사관들이 하는 이야기를······.”
“미안하지만 그 일은 아직 마무리된 것은 아닙니다.”
“그럼?”
“곧 대대적인 인사이동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전진 기지 장교들과 하사관들까지 전수 조사가 있을 겁니다.”
“대체 왜?”
콜벳 대위가 눈을 똥그랗게 떴다.
방금 내가 말한 것은 모두 사실이었다.
프랭크 대령은 너무 많이 해 먹었다.
문제는 프랭크 대령의 부하들이 증언한 부산물 양과 발견된 양이 너무 차이 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석은 하나도 발견하지도 못했고.
물론 그건 절대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내 인형의 집에 있으니까.
“이번에 발견된 장물의 규모가 너무 컸습니다. 아무래도 관련자들이 더 있을 거로 보고, 대규모 보강조사를 시작 있습니다.”
“그럼, 조사 때문에 여기 오신 겁니까?”
“그렇습니다. 프랭크 대령이 마지막에 이곳 게이트를 이용해 괴수 부산물을 빼돌렸으니, 어느 정도 책임은 지셔야 할 겁니다.”
콜벳 대위가 갑자기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중위님, 도와주십시오. 전 고향에 여우 같은 어머니와 토끼 같은 마누라가 있습니다. 아! 그리고 자식들도 있고요.”
전에도 같은 레퍼토리를 쓰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제가 대위님에 대해 좀 알아봤습니다. 고향에 홀어머님과 부인, 그리고 쌍둥이 자녀가 있으시더군요.”
“맞습니다. 혹여 제가 군대에서 잘리면 모두 굶어 죽습니다.”
“그래요? 그 홀어머님 재산이 상당하시던데요.”
“예?”
콜벳 대위가 몰래 사탕을 훔쳐먹다 걸린 아이처럼 몸이 굳었다.
“그, 그걸 어떻게?”
난 대위의 손을 뿌리치고, 수첩을 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노모께서 저택도 있으시고, 또 상점도 몇 개 가지고 있으시네요. 어? 땅까지! 와! 정말 부자시군요.”
콜벳 대위가 마른침을 삼켰다.
누가 누구를 먹여 살려?
어디서 약을 팔아!
거짓말이 탄로 났으니 뭐라 할까?
“그러니까 그건······.”
“콜벳 스팅 대위님, 정보국 장교를 우습게 보셨군요.”
“그, 그건 아닙니다. 다른 사정이 있어서······.”
콜벳 대위는 말까지 더듬었다.
사실 이건 정보라고 할 것도 없었다.
콜벳 대위는 친분이 있는 장교들과 술자리를 가질 때면, 자신이 군대를 무사히 제대하면 어머니가 재산을 다 물려준다고 자랑하고 다녔기에 수소문이 쉬워도 너무 쉬웠다.
“이번에 징계를 받아 군대에서 강제 전역하시면 재산은 둘째 아드님께 돌아가겠군요.”
정신이 번쩍 든 콜벳 대위가 다시 내 손을 잡았다.
“타일러 중위님, 거짓말한 것은 정말 죄송합니다. 염치없지만 딱 한 번만 더 도와주십시오. 제대까지 이제 고작 반년 남았습니다. 동생 놈은 싸가지도 없고, 성질도 포악합니다. 분명 재산을 상속받으면 어머니를 잘 모시지도 않을 겁니다.”
“뭐, 대위님만의 사정이 있으시겠죠.”
“이번엔 정말입니다. 그리고 처자식도 있는데, 제대하고 알거지로 살순 없지 않습니까.”
“하긴 처자식이 문제긴 하겠네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콜벳 대위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럼 도와주시는 겁니까?”
“하아!”
내가 깊은 한숨을 쉬자 콜벳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그는 얼굴에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사람이었다.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하겠습니다. 어떻게 이번 한 번만 잘 좀 처리해주십시오. 제가 나중에 재산을 상속받으면 사례는 충분히 하겠습니다.”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한데······.”
콜벳 대위의 눈이 똥그래졌다.
“방법이 있어요?”
“혹시 대수림에 가보셨습니까?”
“대수림이요?”
“제가 이틀 후에 조사관 일로 대수림에 가게 됐습니다. 그때 어떻게든 대위님 자리를 한번 만들어 보겠습니다.”
“네? 자리요? 그게 무슨?”
콜벳 대위는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하는 얼굴이었다.
차분히 말해줬다.
“옛말에 소나기는 피하란 말이 있습니다.”
“소나기요?”
“이곳에 계시면 어쩔 수 없이 조사를 받겠지만, 저와 함께 대수림에 가시면 조사할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조사할 수 있겠습니까.”
“아하! 그렇군요.”
환하게 웃던 콜벳 대위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다.
“대수림이라고요? 거긴 많이 위험한데······.”
장벽 너머에 근무한다는 것은 어디서나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대수림은 어디서든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고, 괴수는 시도 때도 없이 기습하니까. 그래서 다른 곳보다 급여도 많이 받았다.
콜벳 대위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매우 안전한 게이트에 근무하면서 꿀을 빨고 있었기에 대수림으로 간다는 말에 두려움이 드는 것 같았다.
“뭐, 선택은 대위님께서 하십시오. 이곳에 있다가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군에서 잘려서 알거지로 살던가. 아니면 저와 함께 대수림에 가서 잠시 머리 좀 식히고 오시던가요.”
콜벳이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을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시간이 없습니다. 출발이 이틀 후라 오늘 상부에 명단을 넘겨야 합니다. 보급품도 준비해야 하고, 기간트도 점검해야 하니까요.”
“가, 가겠습니다.”
콜벳 대위가 체념한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조금 미안하긴 했다.
제국이 활동하는 대수림 구역 중에서 가장 위험한 곳에 간다는 말은 하지 않았으니까.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리고 대위님을 제 비밀 정보원으로 쓰고 싶습니다.”
“비밀 정보원이요?”
내가 그를 포섭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위험하고 먼길을 떠나는데, 기간트 기사 중에서 내 편이 한 명쯤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커널 대령의 부하들은 믿을 만했지만, 내 부하들도 아니었고, 계급도 대부분 나보다 위고, 내가 장벽 사령관과 전진 기지 사령관에게 인정을 받다 보니 시기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가진 정보가 사실이라면 혹여 딴마음을 품을 수도 있으니, 확실한 내 편이 하나쯤 필요했다.
사람 욕심은 알 수 없는 법이니까.
***
이제 소대급 능력을 지닌 엘프 경호원들도 구했고, 대수림에 이골이 난 능력 있는 길잡이도 구했다.
방금 내 손발이 되어줄 기간트 기사까지 포섭했으니, 원정 준비는 거의 끝났다.
이제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준비하면 끝이었다.
기지 숙소로 돌아왔다.
“허! 대체 이 옷은?”
엘프들의 복장을 보고,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방금 사령관님께서 엘프들에게 하사관급 신분증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래서 하사관 옷을 입혔는데요?”
글래디스는 뭐가 문제냐는 표정.
“그건 그렇지만, 연미복을 입히다니 무슨 짓이야?”
“이런 몸매로 연미복을 입지 않은 것은 죄악입니다.”
“뭐?”
어이가 없었다.
대리만족이라도 하는 걸까?
글래디스는 엘프들에게 하사관용 연미복을 입혔다.
문제라면 굴곡진 몸매가 너무 드러난다는 것과 너무 아름답다는 것, 너무 눈에 띈다는 것 정도였다.
“모두 남자 하사관들이 입는 군복으로 갈아입혀!”
“네?”
“대수림에 저런 복장으로 갈 순 없잖아.”
“이 엘프 하사관들도 이번 임무에 함께 가는 겁니까?”
“물론, 모두 내 정보원들이니까 함께 가야지. 그리고 사령관님께 허락받았으니까, 무기고에 가서 쓸만한 활과 무기들도 챙겨서 나눠주고.”
“네. 알겠습니다.”
글래디스는 뭔가 아쉬워하는 목소리였다.
“저기!”
항상 질문이 많은 에테나가 손을 들었다.
“왜?”
“전, 이 옷이 마음에 드는데요!”
“뭐?”
그녀는 내 표정과 말투만 보고 지금 상황을 파악한 것 같았다.
표정을 읽는 에테나에겐 사실 언어가 따로 필요 없었다.
“나도 이 옷이 마음에 든다. 뭔가 활동적이며 기품이 느껴지는군. 이 옷으로 하겠다.”
마르실도 연미복이 꽤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옷이야 예쁘지만.
“그걸 입고 싸울 수 있겠어?”
“문제없다. 허리에 검과 단검까지 찰 수 있어 더 마음에 드는군.”
“우리도 이 옷이 마음에 들어요.”
다른 엘프들도 한목소리를 냈다.
“허! 마음에 든다니, 알아서 해.”
난 에테나를 쳐다봤다.
“저 여자 성격이 어떤 거 같아?”
글래디스를 향해 살짝 턱짓했다.
“음! 뭔가 우직하기도 하고, 믿음직한 아빠 같기도 하고, 아! 타일러님을 매우 신뢰한다는 건 확실합니다. 표정에 보여요.”
“그래?”
고개를 끄덕였다.
“에테나, 너에겐 따로 임무를 주지. 앞으로 내 주변 사람들을 볼 때면, 그들의 표정이나 몸짓을 잘 살펴보고 성격을 파악해. 특히 거짓말할 때 특징이나 버릇 같은 게 있나도 살피고.”
“네! 알겠습니다.”
그녀의 장점을 잘 이용하면 사람들을 상대할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글래디스는 내가 엘프어로 엘프들과 거침없이 대화하자, 반쯤 넋이 나간 표정을 짓고 있었다.
“글래디스, 다들 그냥 입는다니까. 야전용 망토나 챙겨줘.”
“그래요? 잘됐네요.”
글래디스가 환하게 웃었다.
정말 대리만족인가?
난 서둘러 기간트 격납고로 향했다.
“여! 타일러 중위!”
라그르 중령이 나를 향해 손짓했다.
“충!”
“자네가 여긴 무슨 일인가?”
“그냥 견학 중이었습니다.”
“견학? 여긴 기간트 기사들과 정비사들만 들어올 수 있는 곳임을 모르는 건가?”
“죄송합니다. 바로 나가겠습니다.”
“하하하! 농담이네. 자네가 전진 기지에서 가지 못할 곳이 어디 있겠는가.”
농담이 지나치시네.
라그르 중령은 날 직접 데리고 다니며, 기간트와 정비 시설들을 구경시켜줬다.
“자네가 트라스의 개를 길잡이로 고용했다고 들었네. 잘한 일이야. 내 이야기도 좀 하지 그랬나?”
“네?”
“내가 뒤에서 힘 좀 써줬다. 뭐, 그런 이야기 말이네.”
“아! 안 그래도 중령님 이름을 대서 쉽게 고용할 수 있었습니다.”
“오! 잘했군.”
아마 타냐가 라그르 중령을 만나면 돈 갚으라고 득달같이 달려들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라그르 중령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저기, 이 작업용 기간트의 무게가 얼마나 됩니까?”
“그건 한 3톤 정도 나가지.”
“3톤이요? 그렇게 무거운가요?”
“정비 작업용이라 그래도 가벼운 거야. 기간트 조립용이나 운반용 기간트는 4, 5톤은 나가네.”
“아! 그렇군요.”
살짝 실망했다.
“혹시 더 가벼운 기간트는 없는 겁니까?”
“더 가벼운 건 없네.”
원정 준비 마지막으로 할 것은 내 인형의 집에 작업용 기간트를 넣는 것이었다.
이건 더그(lv.4) 꼭두각시를 위한 것.
더그의 신체는 비숍급 기간트에 탈 수 있는 마나를 가졌기에 성장 속도가 매우 빨랐다.
이 추세면, 신체적 한계까지 성장하는 데 한 달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럼 나머지 원정 기간은 놀고 있어야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작업용 기간트를 인형의 집에 넣고, 조종 연습을 시킬 생각이었다.
그래야 나중에 진짜 기간트에도 탈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문제는 작업용 기간트가 너무 무거워 넣을 수 없었다.
내 표범 꼭두각시는 몸무게가 300kg이나 나가고 자기 몸에 5배나 되는 먹이를 물고 나무를 탈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작고 가벼운 작업용 기간트도 3톤이라니, 짹과 더그가 도와줘도 도저히 넣을 수준이 아니었다.
“아! 더 가벼운 기간트가 하나 있긴 하지. 훈련기가 한 1톤쯤 나갈 거야.”
“훈련기요?”
“훈련용 더미 기간트를 줄여서 그렇게 부르지.”
“그게 어디 있습니까?”
“황립 사관학교에 있겠지.”
여기 없는 걸 왜 말하는 거야?
김빠지게.
“자네 혹시? 마나를 느낀 건가? 그래서 기간트로 연습하려는 거야?”
웬일로 눈치 없는 라그르 중령이 핵심을 찔렀다.
“네. 아주 미약하지만 마나를 느끼긴 했습니다.”
“오! 축하하네. 기간트를 타기엔 너무 늦었지만,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폰급 기간트까진 탈 수 있을 거야.”
칭찬인데 기분이 좋진 않았다.
“충! 그럼 그만 가보겠습니다.”
아쉽지만 더그의 기간트 조종 훈련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겠다.
“아! 골동품 가게에 한번 가봐! 거긴 있을지도 모르지.”
“골동품 가게요?”
“그래 거긴 200여 년 전 기간트부터, 타국의 기간트까지 없는 게 없지. 초창기엔 전진 기지에서 기간트 생도 훈련을 했다니까. 옛날 훈련기 모델이 있을 수도 있어.”
“정보 감사합니다.”
“그리고 혼자 가지 말고, 타냐와 함께 가게. 그녀가 그곳 단골이야.”
“네!”
***
[보물섬]이게 어디 봐서 보물섬이야? 고물섬이지.
타냐 블랙을 쳐다봤다.
“여기가 정말 그 골동품 가게라는 거요?”
“그렇소. 내 기간트도 이곳에서 수리하지. 겉으로 보기엔 쓰레기장 같지만, 없는 게 없소.”
없는 게 문제가 아니라, 있어도 멀쩡한 게 없을 거 같은데?
부서진 기간트 더미가 수십 개나 쌓여 있었다.
전진 기지 안에 왜 이런 곳이 존재하는지 의문이었다.
그래도 찾다 보면 옛날 훈련기 한 대 정도는 구할 수 있겠지?
“자! 들어갑시다.”
타냐 블랙과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