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3)
3. 귀빈.
어차피 입대한 이상 팔다리가 잘리거나 전사하지 않는 한, 앞으로 3년 9개월은 꼼짝없이 군대에 있어야 했다.
계급이 높아지면, 이동도 자유롭고 좀 더 편해지겠지?
지금 내 몸 상태로 암살자 놈들을 직접 상대하는 건 위험하니, 병사들에게 암살 정보를 알려주는 정도면 적당할 것 같았다.
검을 집어넣고, 놈들을 뒤쫓았다.
그러다 식당칸 입구에서 멈췄다.
‘어라? 이 녀석들도 한패야?’
식당칸은 2개였고, 중간에 칸막이로 막힌 주방이 있었다.
그런데 열차 위아래 있는 스파이더맨들이 이 주방 위치에 멈춰 안에 있는 두 사람과 접촉하는 것이 느껴졌다.
무기를 건네는 건가?
나와 운명의 실타래로 연결되어 있으면 위치는 확실히 알 수 있지만, 자세한 동작까지는 알 수 없었기에 긴가민가했다.
잠시 후.
주방에서 흰옷을 입은 두 종업원이 나와 캐리어에 음식을 담고, 일등칸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도 놈들을 따라 움직였다.
‘확실히 이놈들도 수상해!’
스파이더맨들이 종업원들과 위치를 맞춰서 이동하고 있었기에 이놈들도 한패가 분명해 보였다.
일등칸 앞엔 다섯 명의 병사가 있었다.
“정지!”
두 병사가 캐리어 내부를 수색하고 종업원들의 몸을 뒤지는 것이 보였다.
“아무 이상 없습니다.”
“통과시켜.”
아무 이상 없다고?
무기가 어디 있을 텐데?
두 사람이 일등칸으로 들어가자, 나도 더 기다릴 순 없었다.
내 등장에 병사들이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앞을 막아섰다.
“장교님, 이 앞으론 갈 수 없습니다.”
“너희 상관을 불러라!”
“네?”
“암살이 있을 거라는 첩보를 받았다. 어서 상관을 불러!”
“암살이요?”
드르륵!
그때 일등칸 문이 열리고 한 장교가 모습을 드러냈다.
“뭐가 이리 시끄러워?”
열차에 타기 전 나를 검문했던 그 대위였다.
“응? 당신은?”
“저기다! 저놈들이 암살자다!”
난 두 문 사이로 살짝 보이는 종업원들을 가리켰다.
이미 두 종업원은 일등칸을 거의 지나 특실이 있는 특등칸 문 앞까지 간 상태였다.
“암살자?”
대위가 고개를 돌려 문을 활짝 열었다.
“거기! 잠깐 멈춰라!”
대위가 소리치자, 특등칸 앞을 지키던 세 병사가 두 종업원 앞을 막아섰다.
“자! 이제 무슨 일인지 설명을······.”
그때였다.
두 종업원이 캐리어 손잡이를 돌려 당겼다.
그러자 끝이 뾰족한 칼날이 딸려 나왔다.
푸푹! 푹!
“컥!”
“크헉!”
목에 칼침을 맞은 병사들은 허무하게 쓰러졌다.
“암살자다!”
대위가 소리치며 총알처럼 달려나갔다.
하지만 암살자들은 이미 특등칸 문을 열고 들어가고 있었다.
“잡아라!”
나와 병사들도 검을 뽑고 특실을 향해 달렸다.
생각보다 암살자들의 실력이 뛰어났다.
‘이거 귀빈이 죽으면 나가린데!’
암살자들이 들어가고 특등칸 문이 닫혔지만, 난 안에 상황을 대충 알 수 있었다.
종업원 둘이 빠르게 앞으로 달렸고, 지붕과 바닥에 있던 두 암살자가 좌우 창문을 깨고 열차 안으로 동시에 진입했다.
그런데!
‘뭐야? 다 죽었어?’
암살자들과 연결된 운명의 실이 모두 검은색으로 변했다.
이건 죽음을 뜻한다.
너무 순식간에 끝나서 깜짝 놀랐다.
‘안에 뛰어난 실력자가 있었군.’
난 병사들과 특등칸 앞에 도착했지만, 안으로 들어가진 못했다.
먼저 들어간 대위가 바로 나왔고, 하사관 둘만 데리고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난 다른 병사들과 문밖에 있어야 했다.
***
잠시 후 특등칸 문이 열리며 대위가 모습을 드러냈다.
“거기, 들어오시오.”
특실로 들어갔다.
진한 향수 냄새가 풍겨왔다.
피비린내를 지우기 위해 과하게 뿌린 것 같았다.
시체는 모두 치워졌고 내부는 깨끗했다.
척!
뒷덜미에 차가운 것이 닿았다.
내 뒤에 있던 대위가 칼을 겨눈 것이다.
“무기를 압수하겠소.”
하사관이 다가와 내 칼을 뺏었다.
“가까이 오게.”
열차 중간에 앉아 있던 사내가 내게 손짓했다.
창문은 모두 강철로 덮여 있었고, 내부는 등이 환하게 켜진 상태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앉아 있는 사내의 견장이 먼저 보였다.
금색 별이 세 개!
“충!”
“정보부 장교라고?”
“네! 그렇습니다.”
“자네 부대 대장이 누구지?”
“슈나인 중령이었습니다.”
이름을 듣자마자, 중장의 인상이 살짝 구겨지는 것이 보였다.
“과거형이군.”
“할데가르에서 헬다임 장벽으로 전출 가는 중입니다.”
“전출? 하필 내가 열차에 타는 날 말이지.”
중장이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중장 뒤에는 얼음장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여자가 홀로 기립해 있었다.
어깨에 금색 줄 2개.
아마도 저 여 중령이 암살자들을 순식간에 처리한 실력자 같았다.
“어떻게 알았지? 슈나인 중령인가?”
“네?”
“날 암살할 거란 정보 말이네. 사실 오늘 내가 이 열차에 타는 것은 기밀이었네.”
“몰랐습니다.”
“몰랐다고?”
중장은 날 삐딱한 표정으로 올려다봤다.
“전 그저 3등칸에서 수상한 자들을 목격했을 뿐입니다.”
“자세히 말해보게.”
“열차에 타기 전에 병사들이 승객들을 일일이 검문검색을 하는 것을 보고, 누군가 높으신 분이 이 열차에 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옛말에 돌다리도 두들겨 보란 말이 있지 않습니까. 혹시나 불온한 자들이 있을지 몰라 제가 이등석과 삼등석의 사람들을 다시 검문했습니다. 그런데 신분증을 내민 두 사람의 손이 수상했습니다.”
“손이?”
“복장은 상인인데, 손은 검을 오랫동안 단련한 흔적이 보였습니다.”
“뭐?”
중장은 대위를 쳐다보았다.
“홀든 대위, 자넨 왜 그걸 몰랐나?”
“죄, 죄송합니다.”
홀든 대위의 얼굴이 붉어졌다.
중장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손 때문에 수상하게 여겼다는 거군.”
“그렇습니다. 그런데 주시하고 있던 그 두 사람이 갑자기 사라진 것입니다. 삼등칸에서부터 쭉 거슬러 식당칸까지 왔는데 보이지 않았고, 마침 식당 종업원 둘이 일등석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조사해 봐야 할 것 같아서 소리친 겁니다.”
난 조금 전에 생각해둔 거짓말을 둘러댔다.
운명의 실이 어쩌고저쩌고 사실을 말할 순 없으니까.
삼등칸과 이등칸에 사람들이 내가 검문했던 행동을 증언해 줄 것이고.
“하하하! 자네처럼 능동적이고 열성적으로 일하는 정보국 장교를 보니, 제국의 앞날이 밝아.”
“감사합니다.”
중장이 웃으며 고개를 끄떡이자, 대위가 검을 집어넣었다.
“내가 누군지 아는가?”
“잘 모르겠습니다.”
“후후! 월리엄 호세스네. 오늘 자네가 누굴 구했는지는 알아야지.”
“제가 한 일은 별로 없습니다.”
“별로 없긴, 여기 엠버 중령의 검술이 뛰어나긴 해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넷이나 되는 암살자가 기습했다면 막기 힘들었을 거야.”
그건 사실이었다.
갑자기 창문을 깨고 암살자들이 난입하고, 지척에서 음식을 꺼내는 척하면서 동시에 공격했다면 암살은 막았을지 몰라도 최소한 중장은 다쳤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니까 내가 윌리엄 중장을 구하는데 일조한 것은 분명했다.
“참! 자네 이름이 뭔가?”
“타일러 빈스 소위입니다.”
“음. 빈스?”
중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빈스 가문과 무슨 관계가 있나?”
“제 아버지께서 개리 해링턴 빈스 백작이십니다.”
“뭐? 자네가 개리 백작의 아들이라고?”
“네.”
“혹시 장남인가? 그 사생아?”
“맞습니다.”
윌리엄 중장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나와 빈스 가문에 대해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역시 세간의 소문은 믿을 것이 못 되는군.”
중장은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홀든 대위, 일등석에 타일러 소위의 자리를 마련해 주게.”
“네! 알겠습니다.”
난 속으로 웃었다.
의자와 침대가 따로 있는 일등석이라니!
귀빈을 도와준 효과를 바로 보는구나.
“그리고 타일러 소위도 저녁 식사를 함께할 것이니 준비해 주게.”
“네!”
***
“이베리아 평원에서 우린 놈들과 사흘 밤낮을 치열하게 싸웠네. 그때 자네 아버지인 개리 대위가 비숍급 기간트로 가디안 제국 마장기를 무려 일곱 대나 파괴했지. 전선의 검은 사자란 별명은 그때 생긴 거야.”
윌리엄은 전투 장면이 떠올랐는지 스테이크를 썰다 말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아! 그땐 정말 치열했지. 두 제국군의 전력이 비슷했기에 우리가 밀릴 경우 이베리아 평원과 제국 동부 일대까지 내줘야 할 판이었네. 하지만 결국 우리가 승리했지. 그때 내가 작전 장교여서 하는 말이 아니라, 우리가 밀리는 척하면서 적들을 매복지로 유인해 기습하는 작전은 정말 완벽했네. 그 덕분에 내가 소령으로 진급하기도 했고. 하하!”
윌리엄 중장은 수다쟁이 영감이 된 것 같았다.
특히 나를 보고 떠들고 있었기에 스테이크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윌리엄의 이야기는 식사가 끝나고 차를 마시고, 밤늦게 술을 마실 때도 계속 이어졌다.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계속······.
그리고 헬다임 장벽 도착 10분 전까지도.
“참! 내가 트와이트 대마경에서 괴수를 토벌한 이야기를 했었나?”
응! 했어!
다섯 번이나!
아무리 재미있는 이야기도 한두 번이지, 같은 이야기를 몇 번이나 들으면 짜증이 나는 법이다.
그래도 조금만 더 참으면 진급이라는 달콤한 열매가 기다리고 있었기에 버텼다.
설마 별 3개 장군을 구해줬는데 일등석으로 입을 씻지는 않겠지?
내 옆에 앉은 엠버 중령은 이미 중장의 소음 테러에 단련됐는지, 미동도 없이 가만히 있었다.
설마 눈을 뜨고 자는 경지에 도달했나?
그녀의 옆구리를 살짝 찔러보려다가 참았다.
‘근데 중장은 누가 자신을 암살하려고 했는데, 걱정도 안 되나?’
참 느긋한 양반일세.
“내가 트와이트에서 3년을 있었지. 그곳 밀림은 말이지 괴수도 괴수지만 후덥지근한 날씨와 벌레가 아주 극성이야. 50도에 육박하는 날씨는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고, 지옥에서 방금 나온 것 같은 전투 모기가 사방에서 덤비는데······.”
아씨! 이제 귀에서 피가 나올 것 같아!
“그만.”
“뭐?”
중장이 나를 보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자네, 지금 나한테 그만이라고 했나?”
끊임없는 고막 테러에 나도 모르게 속마음이 입 밖으로 나와 버렸다.
젠장!
“그, 그만 준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곧 열차가 도착합니다. 혹시나 암살자들이 플랫폼에 기다렸다가 기습할 수도 있으니, 제가 먼저 내려서 주변을 살펴보겠습니다.”
내 마음을 알았을까?
홀든 대위가 끼어들었다.
“열차가 헬다임 시내에 들어왔습니다. 장군님께서도 내리실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허허! 벌써 도착했다니, 나이를 먹으니 시간이 참 빠르단 말이야.”
시간이 빠르다고?
난 한 달 같은 일주일을 보냈는데!
“충! 그럼 가보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일등석으로 가려 했다.
“잠깐. 자넨 나와 같이 내리지.”
“······네.”
거부할 순 없었다.
계급이 깡패였으니까.
열차가 도착했지만, 우린 바로 내리지 않았다.
아마도 승객이 모두 내릴 때까지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이제 곧 답답한 열차 생활도 끝이었다.
창문이 2개나 깨졌기에 강철로 된 창문을 일주일 내내 닫고 있어야 했다.
덕분에 바깥 풍경도 제대로 보지 못했고, 방공호에 갇혀 살았던 전생의 기억까지 밀려왔기에 더 답답했다.
잠시 후 대위와 병사들이 먼저 내렸고, 우리도 플랫폼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수백 명의 병사가 플랫폼 앞에 도열해 있었다.
바닥엔 붉은 카펫이 깔려 있고.
‘뭐야? 이 병사들은?’
“윌리엄 호세스 신임 사령관님께 경례!”
“충!”
빰빠라빰! 빰! 빰빠밤!
군악대의 나팔 소리와 북소리가 격하게 울려 퍼졌다.
‘이 수다쟁이 노친네가 헬다임 장벽의 사령관이라고?’
순간 눈앞에 꽃길이 펼쳐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