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35)
35. 인과응보.
[카멜 전진 기지]두 개의 거신목이 겹쳐져 서로 휘감고 자라는 특이한 형상.
머리 위쪽으로 카멜 기지의 상징인 쌍둥이 거신목이 보이자, 사람들은 이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덕분에 무사히 오긴 했네.’
난 살루스 전진 기지에서 나온 사람들 틈에 섞여 함께 이동했다.
표범인형도 있었고, 거신인형이 직접 교육한 마나인형인 자발리(lv.4)도 있었지만, 나 혼자 대수림을 지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표범인형은 최하급 괴수였고, 자발리는 폰급 기간트에 탈순 있었지만, 내 인형의 집에서 기간트를 끌고 나갈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냥 좀 잘 싸우는 병사 수준이었다.
그동안 거신인형 덕분에 기간트를 마음대로 인형의 집에 넣고 뺄 순 있었지만, 이젠 그게 불가능하다.
그러니 당분간은 인형의 집에서 기간트는 꺼낼 수 없었다.
‘물론 이젠 다른 방법이 있지.’
커다란 토우인형을 만들면 되니까.
이동도 느리고 컨트롤에 제약은 많지만, 크게 만들면 기간트 한 대는 충분히 넣거나 꺼낼 수 있었다. 그러니 집으로 돌아가면 토우인형부터 만들 생각이었다.
물론 그만큼 운명의 실타래가 많이 필요하겠지만.
[정지하라!]“정지!”
아직 카멜 기지 입구까진 거리가 좀 남아 있었다.
하지만 선두가 멈췄고, 비숍급 기간트 한 대가 사령관이 탄 마차로 다가왔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살루스 사람들에겐 좀 미안하긴 하다.
이들은 이제부터 벌어질 자신들의 미래를 알까?
여기까진 모두 내가 설계한 것이지만 이제부터 선택은 바하쿰 백작과 기사들에게 달렸다.
난 슬쩍 옆으로 빠져 나무가 많은 곳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카멜 전진 기지 입구 근처에 있는 우거진 수풀 속에 자리를 잡았다.
곧 바하쿰 백작이 탄 마차가 다가오더니 내가 숨은 수풀 옆에 멈췄다.
백작은 마차에서 내렸다.
그러더니 입구 앞으로 이동했다.
이곳 성벽은 두 거신목 사이에 있었고, 약 40미터로 제법 높았다.
“난 살루스 기지의 사령관이다! 책임자는 어디 있느냐?”
조용했다.
“아무도 없느냐? 난 살루스 왕국의 바하쿰 백작이다!”
쾅쾅쾅!
바하쿰은 입구를 두드렸다.
그때 카멜 기지 성벽 위에서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희끗희끗한 머리를 앞으로 내밀곤 말했다.
“오랜만이다! 바하쿰 백작!”
바하쿰은 인상을 팍 찡그렸다.
“미켈스 백작, 지금 내게 한 말이오?”
“그렇다!”
“허! 어찌 살루스의 왕족인 내게 이런 하대를 하시오!”
“그럼 제국의 귀족이 범법자에게 존대를 할까?”
“뭐라? 범법자? 감히!”
“감히라니!”
미켈스 백작이 바하쿰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이 악마 같은 놈들! 네놈들이 르블로 영지의 사냥팀을 몰살한 것을 모를 줄 알았더냐!”
“뭐? 르블로 영지 사냥팀?”
바하쿰 백작은 살짝 놀란 듯했으나, 바로 영문 모를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우리가 왜 르블로 영지 사냥팀을 공격하겠나?”
“그야 네놈들의 더러운 욕심 때문이겠지.”
미켈스 백작이 손짓했다.
그러자 세 사람이 옆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잘 봐라! 이들이 누군지. 이들은 르블로 사냥팀의 생존자들이다!”
그 순간 바하쿰 백작의 얼굴이 흙빛으로 물들었다.
그들은 르블로 영지의 기간트 작업자들로 갱도에서 내가 탈출시켜준 사람들이었다.
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은 내 자동인형들과 드워프들이 잘 도착했다는 뜻이었다.
바하쿰 백작은 인상을 쓰고 자신의 뒤에 있는 알리만 중령의 기간트를 노려봤다.
그들은 드워프만 생각했지, 자신들의 갱도에 저들이 있었는지 까맣게 잊어버린 것 같았다.
‘어쩐지 그럴 것 같더라니······.’
미켈스 백작이 다시 외쳤다.
“네놈들의 악행은 이미 카야킨과 주변 전진 기지에 알렸다! 머지않아 제국의 토벌대가 올 것이다! 썩 꺼져라!”
바하쿰 백작은 인상을 풀더니 말했다.
“미켈스 백작,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소. 나는 저들을 처음 보오. 혹시나 우리 사냥팀이 잘못했을 순 있지만, 난 전혀 모르는 일이오! 그러지 말고 문을 열고 이야기합시다. 만약 우리 사냥팀이 그런 악독한 일을 했다면 모두 찾아서 내가 직접 처형하겠소.”
“카악! 퉤!”
그때 한 기간트 작업자가 침을 뱉었다.
“야! 이 개자식아! 나는 네놈을 기억한다! 우리가 개처럼 끌려왔을 때 보지 않았느냐!”
“네놈이 우리 둘째 공자님을 죽이고 우리가 모은 부산물과 마석을 챙긴 기사를 칭찬한 것을 봤다. 이 똥물에 튀겨 죽일 놈아!”
“에라이! 지옥에나 떨어져라!”
기간트 작업자들이 침까지 튀며 거친 욕을 내뱉었다.
“크윽!”
바하쿰 백작은 분한지 입술을 깨물었다.
더는 이야기해봤자 소용없는 짓임을 알고 있었다.
백작은 몸을 돌려 마차 뒤로 이동했다.
그리고 알리만 중령을 불렀다.
“정말 카야킨 기지까지 소식이 전해졌을까?”
알리만 중령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카멜 전진 기지의 기간트 숫자는 저희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런데 지금 절반도 안 되는 우리 기간트 규모를 보고 공격하지 않는 것을 보면, 저들의 말처럼 카야킨과 다른 전진 기지에 소식을 알리기 위해 기간트를 파견한 것 같습니다.”
“그럼 큰일이 아닌가! 헬다임 장벽에도 알려진다는 말이고.”
“그렇습니다. 최대한 빨리 이동해야 합니다.”
그래도 알리만 중령이 완전 바보는 아니었다.
“그런데 식량도 부족하고,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이냐?”
“여기서 두 달 거리에 아리칸 공국의 노바스 전진 기지가 있지 않습니까. 일단 그쪽으로 이동해서 아리칸 공국의 게이트를 넘어 살루스로 돌아가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일단 마차를 모두 버리고······.”
“뭐라? 그럴 순 없다. 이 마석과 부산물을 가져가지 않는다면, 살루스에 무사히 도착하더라도 우린 목이 잘릴 것이다.”
“하지만 길도 험하고 마차 때문에 이동 속도가 배는 느려질 겁니다.”
“그럼 더 말씨름할 시간이 없다. 당장 노바스 전진 기지로 간다.”
“하아! 알겠습니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흔들었다.
바하쿰 백작의 생각이 저렇게 짧다니, 한숨이 나왔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부터 살리고 봐야지, 자신의 목만 걱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고작 8대의 기간트로 이 많은 마차와 인원을 전부 보호하며 노바스까지 갈 수 있을까?
사실 저들이 모두 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카멜 전진 기지에 투항하는 방법뿐이었다.
그리고 무사히 노바스 전진 기지까지 간다고 해도 아리칸 공국이 마석과 부산물을 가진 그들을 그냥 통과시켜 줄까?
그것도 그동안 제국의 그늘에서 사냥했던 자들을?
저들의 말로는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사령관을 잘 만나는 것도 복이로구나······.’
그렇게 살루스 전진 기지의 기간트와 사람들은 모두 떠났다.
난 입구로 다가가 내 자동인형 짹과 연결을 시도했고, 곧 운명의 실타래 범위에 그가 잡혔다.
그리고 그의 경험치가 정산되어 들어왔다.
***
“충! 어서 오십시오!”
글래디스가 내게 경례했다.
“덕분에 기지 안으로 쉽게 들어오긴 했는데, 여기서 뭐 하고 있나?”
“우리가 도착하고 이틀 후에 용병들과 드워프들이 들어오지 뭡니까. 그리고 중위님의 정보원 짹과 르블로 기간트 작업자들에게 살루스 왕국의 만행을 듣게 됐습니다.”
그건 내가 짹에게 글래디스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시킨 것이었다.
“그래서 제가 르블로 작업자들을 미켈스 백작께 데려갔습니다.”
“잘했군. 그런데 왜 자넨, 카야킨으로 출발을 안 했지?”
“그거야 중위님이 위험에 처해 있을 것 같아서 지원 병력이 도착하면 함께 살루스 기지로 가려고 했습니다. 저는 중위님의 호위가 최우선입니다.”
날 걱정하는 건가?
글래디스의 아부 실력이 늘었네.
“그런데 왜 살루스 전진 기지의 기간트와 사람들이 이리 몰려온 겁니까?”
“그건 내가 알지. 살루스 전진 기지에 아주 무서운 괴물이 살 거든.”
“네? 설마? 그 얼음 계곡의 괴수가?”
“그건 아니고.”
그때였다.
익숙한 얼굴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에테나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녀의 눈가에 살짝 이슬이 맺힌 것 같기도 하고.
“제발 몸을 조심해라!”
마르실이 인상을 찡그리고 말했다.
“오! 내 걱정을 해주는 거야?”
“네가 죽으면 우린 시노우엘님을 구할 수가 없다.”
“아! 그거였냐······.”
그때 거구의 오크들이 다가왔다.
“쿠오크! 타일러여! 난 그대가 무사히 올 거라고 믿었다.”
“쿠훌린 고생했다.”
난 오크들에게 좋은 소식을 알렸다.
“이번에 카야킨으로 돌아가면 내가 말한 것처럼 오크들을 전부 살루스 전진 기지로 보내라. 이제 그곳이 오크들의 집이다!”
“쿠오오오크! 우리도 집이 생겼다!”
“쿠오크! 쿠오크!”
오크들이 일제히 나를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펼쳐 들며 환호했다.
무슨 뜻인진 알았지만, 기분은 썩 좋진 않았다.
오크 용병들은 대수림에서 활동하지만 변변한 거처나 집도 없었다.
그저 일이 생기면 움직이고, 아니면 카야킨 거주 구역 외곽에 노숙을 하고 용병 일로 번 돈으로 음식을 사 먹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오크 대족장의 영혼을 이은 내가 이번에 쿠훌린과 오크 용병들에게 약속했다.
진짜 집을 갖게 해주겠다고.
‘되게 좋아하네.’
물론 공짜는 아니다.
대신 그들에게 살루스 전진 기지를 지키는 일을 맡겼다.
식량은 내가 공급해 주기로 했고, 무기 역시 내가 챙겨주기로 했다.
일단 지금 살루스 기지엔 식량이 제법 있었고, 나중에 부족한 것은 카야킨 전진 기지에서 공급받을 생각이었다.
이번에 카야킨에 돌아가면 커널 대령과 이야기할 생각이었다.
“왠지 저 오크들이 욕을 하는 것 같은데?”
타냐 블랙이 오크가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들며 내게 향하는 모습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난 타냐가 너무 반가웠다.
내가 구한 드워프가 240명이나 됐다.
어떻게 카야킨 전지 기지까지 데리고 갈지 고민이었지만, 이젠 그녀와 용병들이 있으니 해결됐다.
“아직 남아 있는 거 보니, 용병이 의리 있군.”
“18일 기다렸으니, 금화는 꼭 정산해 주시오.”
“하하! 용병은 역시 돈이군.”
“피보다 진한 것이 돈이란 격언도 있소.”
타냐 블랙이 엄지를 검지 위에 올리더니, 손가락을 비비며 금화를 만지는 시늉을 했다.
평소 돈을 밝히는 저 행동도 오늘은 반가웠다.
정들었나?
거신인형과 두 자동인형이 없어서 좀 쓸쓸했는데, 왠지 이들하고 있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뒤쪽에 기간트에 타고 있는 콜벳 대위를 발견했다.
“콜벳 대위님은 뭘 하는 거야?”
글래디스가 대신 대답했다.
“우리 귀중한 물건이 든 마차를 지키고 있습니다.”
“아!”
설마, 온종일 저러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근데 짹은 또 사라졌네요?”
글래디스가 짹을 찾았다.
하지만 찾진 못할 것이다.
피곤하다며 내 인형의 집에 들어가 쉬고 있었으니까.
“근데 왜 짹이 계속 암살자의 얼굴을 하고 있죠?”
“암살자 얼굴이 마음에 드나 보지.”
“네?”
글래디스가 짹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은가 보다.
“드워프들은?”
“숙소에서 잘 쉬고 있습니다. 언제 출발할지 모르니, 체력부터 회복시켜야죠.”
“잘했군.”
“타일러 중위님도 피곤하실 텐데. 그만 쉬시죠.”
“아니! 어서 준비하게 바로 카야킨으로 출발할 테니까.”
“네? 바로요?”
카야킨으로 가서 오크들을 전진 기지로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윌리엄 사령관에게 가서 살루스 전진 기지를 이계 난민들의 전진 기지로 허락받을 생각이었다.
이미 전입은 했으니, 명령서만 받으면 된다.
적당한 거래 방식도 이미 생각해뒀고.
물론 비어있는 살루스 전진 기지를 당장 누가 차지할 염려는 없었다.
전진 기지를 차지하는 건 쉽겠지만, 그걸 지키기 위해선 큰돈이 필요하니까.
기지를 지킬 기간트와 마석 배터리, 병사들이 필요했고, 병참과 식량도 필요했다.
기간트를 수리 점검할 정비사도 필요했고, 기지를 유지 보수할 인력도 필요했다.
살루스 전진 기지에 마석 광산이 있는 건 대부분 알고 있겠지만, 채굴하는 양이 많지 않아서 그것만 봐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것도 다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살루스 왕국도 아주 값싼 노동력인 드워프를 데려다 쓴 것이고.
하지만 살루스 전진 기지의 소식이 외부로 전해지면, 제국의 다른 영지나 또 다른 왕국에서 빈 전진 기지를 사용한다고 할 수도 있었다.
그러니 하루빨리 헬다임으로 돌아가서 내가 전진 기지를 선점해야 했다.
정치는 싫었지만,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
다들 출발 준비를 서두르자, 2시간 만에 채비가 갖춰졌다.
마지막 점검을 하는데, 갑자기 입구가 활짝 열렸다.
‘설마, 살루스 기지 사람들이 돌아왔나?’
끼이이잉! 쿵! 쿵! 쿵!
곧 기간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뭐? 오리지널 기간트가 왜 여기에!’
붉은 장갑으로 강화한 룩급 오리지널 기간트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 뒤로 룩급 기간트 2대, 비숍급 기간트 4대, 나이트급 기간트 2대가 줄줄이 들어왔다.
“오! 케나스 영지 사냥팀이군요!”
글래디스가 입을 벌렸다.
“케나스 영지?”
“웨슬리 슈나이더 백작께서 이끄는 제국 최고의 괴수 사냥팀이죠.”
“최고의 사냥팀이라고? 그런데 저들이 왜 이곳에 왔지?”
“저도 모르죠. 원래 이곳으로 오는 길이었나 보죠.”
그때 미켈스 백작과 기사들이 입구로 마중 나왔다.
룩급 오리지널 기간트에서 백발의 기사가 내렸다.
‘저 사람이 웨슬리 백작이군.’
두 백작은 그 자리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웨슬리 슈나이더 백작이 기간트에 올라탔다.
케나스 사냥팀은 무서운 속도로 전진 기지를 떠났다.
“쯧쯧. 살루스 놈들도 운이 없군요. 하필 제국 최고의 사냥팀에게 걸렸으니······.”
글래디스의 말처럼 바하쿰 백작이나 살루스 기간트 기사들에겐 악몽이 될 것이다.
자신들과 전혀 상관없는 르블로 사냥팀을 죽였으니, 인과응보를 받은 것이다.
하지만 병사들이나 사람들은 운이 좋았다.
곧 카멜 전진 기지로 올 테니까.
‘잠깐, 그럼 웨슬리 슈나이더 백작이 마석과 부산물도 챙겨서 가지고 오겠네.’
살루스 왕국의 악행을 제보하고, 르블로 작업자들을 구한 공에다가 제국에 마석과 부산물을 한가득 안긴 공도 생긴 셈이었다.
모든 정보를 제공한 것은 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