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41)
41. 귀환.
늦은 밤.
누가 깰까 조용히 마차에서 내렸다.
“잠이 안 오세요?”
“앗! 깜짝이야.”
에테나가 얼굴을 내밀고 물었다.
운명의 실로 연결되어 있지만, 이렇게 갑자기 들이대면 나도 심장이 철렁한다.
“넌 잠귀가 밝은 거야? 아니면 잠을 아예 안 자는 거야?”
“나오시는 것을 보고 방금 일어난 겁니다.”
“그래?”
그러고 보면 많이 이상하네.
에테나는 전에 내가 마차에서 몰래 나갔다가 돌아올 때도 항상 자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고, 지금도 아주 은밀히 나왔는데, 귀신같이 알아채고 일어났다.
나처럼 운명의 실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거지?
엘프의 능력인가?
나중에 꼭 물어봐야겠다.
“잠시 볼일 좀 보고 오지.”
“네, 다녀오십시오.”
내 마차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루스 기사 포로들이 있었다.
그들은 밧줄로 묶여 있었고, 다행히 근처에 지키는 기간트는 없었다.
그리고 이들을 지키는 병사는 단 두 명뿐이었다.
사실 대수림에선 굳이 포로를 지킬 필요는 없었다.
도망쳤다간 대수림이 알아서 죽여줄 테니까.
‘그럼 순찰하는 불침번만 조심하면 되겠네.’
주변을 다시 한번 자세히 살피고 마차로 돌아왔다.
에테나는 자는 척을 하고 가만히 누워있었다.
“자는 거지?”
“네.”
자는 사람이 어떻게 대답한담.
피식 웃음이 났다.
난 마차 안으로 들어가 자리에 누웠다.
[영혼 이동에 성공했습니다. 남은 시간 – 00:59:59]레벨이 오르자, 부쩍 성공률이 높아진 영혼 이동 스킬.
난 자할리(lv.7) 꼭두각시로 영혼 이동했다.
스스슥!
퍽! 퍽!
“윽!”
털썩!
포로를 지키던 병사들을 기절시켰다.
그러자 살루스 기사들이 놀란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난 후드를 벗었다.
“헉! 자할리 대령님?”
“쉿!”
기사들을 조용히 시켰다.
그리고 그들의 결박을 차례로 풀었다.
[운명의 실을 연결합니다.] [운명의 실을 연결합니다.].
.
알리만 중령이 놀란 표정으로 내 옆에 섰다.
“자할리 대령님, 살아 계셨군요. 전 표범 괴수에게 잡아 먹힌 줄 알았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일단 자리를 옮기지.”
“그런데 어디로 갑니까? 여긴 대수림입니다. 도망친다고 해도 얼마 버티지 못할 겁니다.”
“걱정하지 말게. 호세인 사냥팀과 함께 왔네.”
“오! 그럼 바하쿰 사령관님도 구출해가시죠?”
난 고개를 흔들었다.
“거긴 기간트가 지키고 있네. 아쉽지만, 지금은 자네들부터 몸을 피하지.”
기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조용히 움직였다.
기절해 있는 병사 옆을 지날 때였다.
알리만 중령이 갑자기 병사에게 발길질했다.
퍽! 퍽!
그리고 병사의 허리춤에서 단검을 뽑아 찌르려고 했다.
턱!
난 그의 팔을 잡았다.
“무슨 짓인가?”
“살루스 왕국이었다면 감히 얼굴을 마주치지도 못할 천한 것들이 저와 기사들을 무시했습니다.”
“어허! 불침번들이 곧 돌아올 거다. 어서 움직여라!”
“네.”
알리만은 아쉬운지 입맛을 다시곤 움직였다.
기간트 기사들은 어느 왕국에 가서든 귀한 대접을 받았다.
대부분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귀족 가문 출신이었기에 포로가 됐어도 특권의식에 절여 있었다.
곧 죽을지도 모르고······.
우린 대수림을 달렸다.
“정지!”
내 신호에 기사들이 멈춰 섰다.
“왜 벌써 멈추십니까?”
“어차피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거. 그 몸은 내가 잘 써주겠다.”
“네? 그게 무슨?”
촤악!
“커헉!”
기사가 목을 잡고 쓰러졌다.
난 다른 기사를 향해 검을 찔렀다.
푹!
“으윽!”
쿵!
“대체 왜?”
둘이나 죽었음에도 기사들은 도망치지 않았다.
“크앙!”
촤악! 촤악!
“으악!”
“괴수다!”
그제야 기사들이 사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표범인형이 뒤를 쫓았다.
“이런, 미친!”
알리만 중령 역시 몸을 돌려 도망쳤다.
다른 기사들은 제국의 야영지 반대편으로 도망쳤는데, 알리만은 곧장 야영지를 향해 달렸다.
본능적으로 그쪽이 살길임을 알고 있었다.
‘짹! 처리해!’
[네, 마스터.]곧 알리만 앞에 검은 인형이 길을 막았다.
휘릭! 휘릭!
어둠 속에 날카로운 2개의 단도가 번쩍거리며 시차를 두고 날아갔다.
탱! 탱!
알리만은 기사, 단도 정도는 얼마든지 쳐낼 수 있었다.
촤악!
“크헉!”
하지만 단도를 던지자마자 빠르게 품으로 달려든 짹의 검은 피할 수 없었다.
날카로운 소도가 허리를 베고 지나갔고, 알리만은 힘없이 쓰러졌다.
짹의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짹! 잘했어!’
[기사회생(lv.4) 스킬을 사용합니다.]표범인형이 도망치던 마지막 기사의 목을 물었다.
순식간에 일곱 명의 기사가 죽었다.
기사회생(lv.4) 성공률은 40%.
차례로 기사회생 스킬을 썼기에 난 운명의 실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과연······?
[허수아비(lv.1) 마법인형을 만들었습니다.] [허수아비(lv.1) 마법인형을 만들었습니다.] [허수아비(lv.1) 마법인형을 만들었습니다.]“휴!”
살짝 안도했다.
일곱 중에서 셋이나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하지만 기뻐하진 않았다.
대신 운명의 실이 끊어진 망자들에게 한마디 했다.
“좋은 곳으로 가시오.”
난 내 허수아비들을 인형의 집에 넣었다.
그리고 자할리와 나머지 마법인형들도 모두 인형의 집에 넣었다.
기사들의 시체는 치우지 않았다.
대수림이 알아서 해결할 테니까.
카야킨 전진 기지의 기사들은 살루스 포로들이 탈출하다가 죽은 줄 알겠지.
영혼 이동을 끊자, 마차에서 눈을 떴다.
내 손에 직접 피를 묻히진 않았지만, 사람을 죽이는 건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마법인형을 3개나 만들었기에 기분이 좋아졌다.
‘어디, 쓸만한 놈이 있나 보자.’
인형의 집을 다시 열었다.
알리만 중령, 네자드 소령, 라구즈 대위.
셋 다 살루스 전진 기지에서부터 계속 함께 이동했기에 잘 알고 있었다.
알리만 중령은 비숍급 기간트, 네자드 소령은 나이트급 기간트, 라구즈 대위는 폰급 기간트 기사였다.
자할리(lv.7)까지 하면 룩급부터 폰급 기사까지 전부 다 있는 셈이었다.
난 세 허수아비에 운명의 실을 추가로 연결했다.
[알리만(lv.1) 꼭두각시 마법인형이 만들어졌습니다.] [네자드(lv.1) 꼭두각시 마법인형이 만들어졌습니다.] [라구즈(lv.1) 꼭두각시 마법인형이 만들어졌습니다.]‘좋아! 이제 당분간 마법인형이 부족할 리는 없겠네!’
대수림이 아니었다면 이런 기사들을 내 마법인형으로 만들 수 있었을까?
기간트끼리 싸우는 전장이라도 이렇게 쉽게 마나인형을 획득할 순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얼음 계곡에서 거신인형을 얻지도 못했을 것이고.
새삼 대수림에 오길 잘한 것 같았다.
‘짹, 이 꼭두각시들을 자연스럽게 걸을 수 있게 만들어.’
[제가요?]‘뭐? 그럼 내가 하리?’
[마스터, 전 제 훈련하기도 바쁩니다.]‘그래서 안 하겠다는 거야?’
[아닙니다. 내일까지 완벽하게 걸을 수 있도록 만들겠습니다.]어째 대답하는 표정이 떨떠름한 것 같은데······.
짹이 다른 자동인형에 자극받아 능동적으로 변한 건 좋은데, 조금 반항기가 생긴 것도 사실이다.
뭐, 자동인형이 저런 녀석도 있어야지.
이번 꼭두각시들만 잘 훈련해 기간트에 태운다면, 나 혼자 총 7대의 기간트를 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정도만 해도 경항공모함 수준 아닌가?’
딱 10대만 채우면 더 좋을 텐데······.
숫자 10에 살짝 욕심이 났다.
그래도 다시 대수림에 돌아올 땐, 혼자서 사냥팀을 꾸릴 수도 있었으니 이동 제약이 완전히 사라진다.
그럼 장벽만 넘으면 마음대로 살루스 전진 기지를 오갈 수 있었다.
***
모든 일엔 끝이 있다.
뼈가 녹을 것 같은 무더위도, 몇 번 물리면 저세상 가는 살인 벌레도, 폭포처럼 내리던 비도, 잠잘 때 몰래 사람의 살 속에 씨를 뿌리는 이름 모를 괴물 식물도.
이젠 모두 끝이었다.
드디어 장벽에 도착했다.
“우와! 우와!”
앨리슨이 장벽을 보고 연신 입을 떡 벌렸다.
난 앨리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저게 헬다임 장벽이야.”
“와! 엄청 높은데! 나 올라가 보고 싶은데!”
“저긴 올라갈 수 없어.”
“안돼요?”
“그래. 저긴 위험해.”
잘못해 거신이 쳐놓은 마법에 통구이가 될 테니까.
“뭐가 잔뜩 있는데!”
“응? 어디에 말이니?”
“저기 꼭대기에 뭐가 엄청나게 많아요.”
“그래?”
나도 올려다봤다.
하지만 그냥 끝없는 벽과 하늘뿐이다.
얘는 여기서도 저 높은 곳에 마법진이 보이나?
듣기론 저 장벽 위쪽엔 괴수의 접근을 막기 위한 거신의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다고 했다.
앨리슨은 그게 보이는 것 같았다.
선두 기간트가 장벽 관문을 둘러싼 성벽 앞에 도착했다.
[문을 열어라!]끼기기기기긱! 쿠웅!
성문이 열렸고, 우린 안으로 들어갔다.
행렬이 워낙 길었기에 성벽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한참이나 걸렸다.
“관문은 내일 열린다고 합니다.”
글래디스가 관문 개방 일정을 알아 왔다.
“휴! 내일이라니 운이 좋네.”
“저기, 그런데······.”
“왜? 무슨 할 말 있나?”
“엘프들과 드워프들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12명의 엘프와 40명의 드워프가 나와 함께 왔다.
글래디스는 내가 그들을 이곳까지 데리고 온 것을 보고, 장벽 너머로 데리고 갈 생각인 것을 이미 눈치챘다.
“글쎄. 뭔가 방법이 생기겠지.”
“아니면 내일 제가 먼저 나가서 윌리엄 사령관님께 허락을 구해보겠습니다.”
난 고개를 흔들었다.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내가 이번에 직접 경험해보니까 허락을 구하는 것보단 용서를 구하는 게 훨씬 쉽더군. 빠르기도 하고.”
“네?”
“이곳이 안전하다곤 하지만 사령관님께 허락을 받으려면 며칠은 필요할 거야. 그러니 내가 다른 방법을 알아볼 테니, 자넨 비밀로 좀 해주게.”
“알겠습니다. 중위님께서 다 생각이 있으시겠죠.”
글래디스 하사는 엘프들과 꽤 친해졌다.
여자가 그녀들밖에 없기도 했고, 늘씬하고 예쁜 엘프들을 보면서 뭔가 대리만족 같은 것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래서 매일 같이 어울렸고, 지금은 너무 친해졌기에 그녀들이 장벽을 무사히 넘기를 바라는 마음이 느껴졌다.
다들 짐을 풀지도 못하고, 관문 오른쪽 벽에 자리를 잡았다.
내일 아침 관문이 열리면 먼저 대수림으로 향하는 행렬이 들어올 것이고, 우린 그들이 다 통과한 다음에 바로 관문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이렇게 행렬을 유지한 채로 밤을 보내기로 했다.
***
늦은 밤.
“보리스 소령님.”
기이잉! 쿵!
보리스 소령의 비숍급 기간트가 옆으로 몸을 돌렸다.
[오! 타일러 중위. 어서 오게.]“이젠 중령님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하하! 너무 설레발치지 말게. 윌리엄 사령관께서 알아서 하시겠지.]농담처럼 건넸지만, 보리스 소령은 이번에 분명 진급할 것이다.
그는 나와 함께 얼음 계곡 원정을 다녀왔고, 오리지널 기간트 재료를 무사히 가져왔으니까.
“오늘은 직접 보초를 서시는 겁니까?”
[마지막 날이니, 부하들도 좀 쉬게 해줘야지.]소령은 부하들을 생각하는 좋은 상관이었다.
의리 있는 사람이기도 했고.
“저기 한가지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고 있네.]“네?”
[나도 눈치는 있는 사람이네. 자네가 데려온 엘프와 드워프들 때문이 아닌가.]“이미 알고, 계시군요.”
[그래, 내가 어떻게 해주면 되겠는가?]“내일 검문 중에서 유일하게 뒤지지 않을 물건이 있지 않습니까. 그곳에 엘프와 드워프들을 숨겨서 장벽을 통과할 생각입니다.”
내가 살짝 손짓하자, 엘프들과 드워프들이 조용히 내 뒤로 다가왔다. 특히 보리스 소령이 노총각이라 엘프들을 보면 마음이 약해질 거란 생각에 바로 데려왔다.
[험! 미안하지만, 난 허락할 수 없네.]“네?”
[난 지금부터 15분간 화장실에 다녀올 테니, 자네가 이곳을 좀 대신 지켜주게.]“아! 알겠습니다. 제가 잘 지키고 있을 테니, 다녀오십시오.”
보리스 소령의 비숍급 기간트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
“어서 서둘러!”
거신의 갑옷과 장비를 실은 십여 대의 마차는 기밀 때문에 내일 검문검색을 받지 않는다.
그랬기에 이계 난민들을 무사히 숨겨서 통과할 수 있었다.
이것이 내가 생각한 방법이었다.
사실 보리스 소령이 이번 행렬의 책임자로 임명할 때부터 이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나와 얼음 계곡 원정도 함께 했고, 함께 힘든 고난을 겪은 전우였기에 내 부탁을 들어줄 거라고 믿고 있었다.
“한 마차에 4명씩 타. 자리가 좁아도 참고, 내가 신호를 주기 전까진 절대 나오지 말고.”
“타일러여! 알았다.”
“타일러님,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에테나가 나를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
나도 모르게 에테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일 보자.”
난 엘프와 드워프들을 마차에 나눠 태웠다.
잠시 후.
보리스 소령의 기간트가 다가왔다.
기이잉! 쿵! 쿵!
[벌써 밤공기가 시원하군.]“고맙습니다.”
[고맙긴. 자네가 지휘를 잘해줘서 임무를 무사히 완수할 수 있었네. 그리고 덕분에 진급할 수도 있고.]“소령님은 꼭 진급하실 겁니다. 그리고 적당한 시점에 윌리엄 사령관께 용서를 구할 생각입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건 잘 생각했네.]어차피 윌리엄 사령관에겐 사실을 말할 생각이었다.
그래야 드워프들이 정식으로 장벽 너머에 살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제가 고생하신 기사분들과 병사들에게 거하게 한턱내겠습니다.”
[하하! 우리 병사들은 말술인데 괜찮겠나?]“제가 가진 건 돈밖에 없습니다.”
[알았네. 코가 삐뚤어지게 마셔 보지. 이제 여긴 내가 지킬 테니까, 자넨 그만 쉬게. 내일도 긴 하루가 될 거야.]“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난 보리스 소령에게 경례하고, 내 마차로 향했다.
큰 고민 하나가 해결됐다.
***
“관문이 열린다!”
드르르르르르르! 쿠웅!
장벽의 마지막 관문이 열렸다.
그리고 대수림으로 향할 기간트가 나오기 시작했다.
기이잉! 쿵! 쿵! 쿵!
‘뭐지? 룩급 기간트가 5대나?’
가장 먼저 룩급 기간트들이 줄지어 나왔다.
“오오! 오리지널 기간트다!”
비숍급 오리지널 기간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앞에 나온 룩급 기간트보다 작았지만, 그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글래디스 저들이 누구지?”
“기간트 형태를 보니, 록체스터 공작 가문의 기간트네요.”
“응? 그들은 기간트 생산을 하는 영지가 아닌가?”
“맞습니다. 굳이 대수림에 사냥을 가지 않아도 부산물과 마석이 넘쳐나는 곳이죠.”
“실전 훈련인가?”
“그런 것 치고는 기간트 숫자가 너무 많습니다.”
벌써 이십여 대의 기간트가 관문을 빠져나왔고 지금도 계속 나오고 있었다.
록체스터 가문의 기간트는 장갑에 검은색을 칠했고, 어깨 보호구에 삼각뿔이 달린 것이 특징이었다.
그리고 수십 대의 마차와 병사들도 줄줄이 나오고 있었다.
글래디스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어? 어디 전쟁이라도 났나?”
“전쟁?”
“50년 전 대수림에 전쟁이 났을 때도, 북부의 록체스터 가문의 기사들이 큰 활약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아니면 재앙급 괴수가 출몰했을 수도 있습니다.”
“재앙급 괴수라고?”
설마, 드라우켄이 벌써 내려온 건가?
아직 몸도 다 회복하지 못했을 텐데?
게다가 암 드로운에게 당해 얼음 감옥에 갇혔던 트라우마가 그렇게 쉽게 사라질 리가 없었다.
아니면 또 다른 재앙급 괴수가 나타난 건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아직 살루스 기지를 안정화하지 않은 상태라 살짝 걱정이 밀려왔다.
“와! 예쁘다.”
“누구야?”
병사들과 사람들이 관문에서 나온 검은 마차를 보고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도 자연스레 고개가 돌아갔다.
‘어? 샤를린?’
순간 창문 커튼이 닫혔기에 자세히 보진 못했다.
피식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가 이곳에 있을 리가 없잖은가.
요즘 몸이 허해졌는지 옛날 약혼녀가 나오는 꿈을 자주 꿨기에 헛것을 본 것 같았다.
이번에 돌아가면 정말 체력 단련을 부지런히 해야겠다.
보리스 소령의 목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