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45)
45. 지부장.
“우리 샤이닝 일족은 특별한 감각이 있다.”
“감각?”
“바람 정령의 소리를 이용해 주변의 움직임을 알아챌 수 있다.”
“좀 쉽게 말해주겠나?”
마르실은 눈을 감고 입을 벌렸다.
그리고 허공에 대고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엘프의 언어를 모두 이해한 내 귀에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때 마르실이 기다란 귀를 쫑긋 세우며 고개를 조금씩 돌렸다.
그리곤 눈을 떴다.
“누가 북동 쪽에서 말을 타고 이쪽으로 온다.”
“뭐?”
“말에 탄 것은 체격이 큰 남자다.”
창문을 열고 북동 쪽을 바라보았다.
이 이층집은 낮은 언덕 위에 있었기에 시야가 상당히 개방되어 있었다.
근처에 누가 온다면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뭐지? 아무도 없는데?”
“그건 조금 있으면 알게 된다.”
잠시 후.
정말 저 멀리 언덕을 넘어 말에 탄 한 사람이 다가오고 있었다.
저기까지 거리가 500m쯤 될까?
하지만 그 전부터 오는 걸 알고 있었으니, 마르실이 발견한 거리는 더 늘어난다.
박쥐의 초음파나 레이더의 음파처럼 바람 정령의 소리를 내어 돌아오는 파장을 읽고 지형과 위치를 알아내는 것 같았다.
한 마디로 반향정위.
이게 엘프의 능력이었네.
“무슨 능력인 줄은 알겠군. 그런데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지?”
“시노우엘님을 구하는데 협력해준다면, 우리 엘프 전사 100명을 임대해 주겠다.”
“임대라고? 하지만 난 엘프가 필요 없는데?”
“우리 엘프는 어느 전진 기지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다. 그 이유가 뭔지 아는가?”
“글쎄.”
“우린 대수림에 인간의 보호 없이도 자리를 잡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방금 본 우리의 능력으로 접근하는 괴수의 위치를 알아내 유인하거나 피하면서 아지트를 옮겨 다니며 스스로 생존하고 있다.”
이건 귀가 솔깃했다.
그러고 보니 엘프는 어떤 전진 기지에도 머물지 않았다.
카야킨 기지에서 들은 정보론 전진 기지에 가끔 하급 괴수의 부산물과 식량을 교환하러 오는 경우를 제외하곤, 엘프를 보기 힘들다고 했다.
“그러니까 그 말은 엘프는 대수림을 기간트 없이 오갈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최대 탐지 거리는?”
“몇 가지 제약이 있지만, 먼저 정령의 소리 없이도 예민한 귀를 이용하면 반경 100미터까진 움직임을 알아낼 수 있고, 방금처럼 바람 정령의 소리를 내면 45도 방향으로 1km까진 괴수의 움직임이나 지형지물을 파악할 수 있다.”
“1km라 나쁘진 않군.”
사실 대수림에서 1km는 엄청난 거리였다.
마치 엘프 개개인이 고성능 레이더를 가지고 있는 것과 같았다.
이제야 뭔가 부족했던 내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 들었다.
내 난민 전진 기지의 살림과 운용은 드워프가 할 것이다.
기지 방어는 내 자동인형과 오크들이 할 것이고.
하지만 그거론 충분하지 않았다.
난민 전진 기지를 오래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선 한 가지 조건이 더 필요했다.
정보!
제국의 영향권에 있는 대수림의 전진 기지는 30여 개.
최근에 사라진 곳도 있었고, 새로 늘어난 곳도 있었다. 하지만 소식은 수개월이 지나야 알 수 있었다.
대수림과 전진 기지의 정보가 부족한 것은 대수림을 이동하기 위해선 최소 3, 4대의 기간트가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엘프는 기간트 없이 이동이 가능하다!
만약 각 전진 기지의 병력이동이나, 사냥팀이 향하는 방향 등을 알아내, 정보를 취합할 수만 있다면 엘프를 이용해 대수림의 정보를 장악할 수도 있었다.
그 정보를 가지고 카야킨이나 장벽 사령부와 거래를 할 수도 있었고. 이번에 살루스 전진 기지 상황처럼 병력의 움직임을 다른 전진 기지에 알려 위험을 대비할 수도 있었다.
또 전서구의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가령 지금 가디언 제국의 기간트가 대량으로 대수림에 넘어왔으니, 그들의 병력이동을 확인해 우리 쪽에 알린다면, 미리 병력을 이동해 대비할 수 있음이다.
내가 아무리 헌터의 능력이 있었어도 제국 안에서 돈을 버는 건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대수림은 다르다.
엄청난 가능성이 있었고, 난 기간트와 마석 광산까지 소유하고 있었다. 그러니 앞으로도 대수림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했다.
결론적으로 엘프는 내게 필요하다.
“엘프를 어떤 일이 쓰는지는 내 마음인가?”
“물론이다.”
마르실이 고개를 끄덕였다.
“임대 기간은?”
마르실이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잘 생각해서 결정해.”
사실이게 가장 중요했다.
지금 엘프와 나와의 관계는 현재까진 단순 계약 관계니까.
“3년?”
대답 대신 미간을 찡그렸다.
“4년으로 하지.”
“하아!”
깊은 한숨을 쉬었다.
“5년! 그 이상은 무리다.”
“그럼 5년으로 하고, 정보원 엘프가 죽거나 다쳐 결원이 생기면 즉시 보충하는 조건으로 하지. 어떤가?”
“휴! 알았다.”
“계약서는 엘프어로 쓰고, 세계수를 걸고 맹세한다는 내용도 꼭 적게.”
마르실이 에테나를 살짝 노려봤다.
맞다! 세계수를 걸고 한 맹세는 엘프라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은 에테나에게 들었으니까.
마르실이 고개를 흔들곤 의자에 앉았다.
“차라리 뱀을 상대하는 것이 낫지.”
“칭찬으로 듣겠다.”
난 옆에 있는 에테나를 쳐다봤다.
“우린 손님을 맞으러 가지.”
에테나와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타일러님.”
“내게 감사할 게 뭐지? 우린 그냥 계약한 것뿐인데?”
에테나가 피식 웃었다.
“엘프의 능력, 이미 알고 계셨죠?”
“뭐?”
“조금 전에 마르실님이 엘프 능력을 말씀하실 때, 전혀 놀라지 않으셨습니다.”
“사실 짐작은 하고 있었지. 어떻게 하는지 방법은 몰랐지만.”
“그럼 왜 처음부터 우리 능력을 알고 있다고 말하지 않으셨습니까?”
“내가 먼저 말하면 요구하는 것밖에 되지 않잖아. 하지만 방금처럼 엘프들이 먼저 말했으니, 스스로 결정한 셈이 되지.”
“그래서 제가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허! 앞으론 에테나 앞에선 더 조심해야겠어.”
눈치도 빠르고 표정만 봐도 내 생각을 읽고 있으니까.
“워어! 왜 나와 계십니까?”
“뭐야? 남자가 아니고 자네군.”
체격이 큰 남자라더니 글래디스가 말에서 내렸다.
“응? 계급장에 작대기 하나가 늘었군.”
“덕분에 1등 하사관으로 진급했습니다.”
“덕분은 무슨, 자네가 잘해서 진급한 거야. 그래, 여긴 무슨 일인가?”
“일정이 이틀 앞당겨져, 내일 아침에 출발해야 합니다.”
“젠장! 역시 난 오래 쉴 팔자는 아니군.”
사실 여기서도 계속 일만 했지만.
그래도 열차 여행이니 좀 쉴 순 있겠지.
***
[할데가르 기차역]치이이익!
“마석 배터리 가져와!”
“빨리 기간트를 실어라!”
“어서 서둘러!”
이곳도 헬다임과 같은 분위기네.
기간트가 옮겨지고, 열차는 쉴새 없이 북으로 향한다.
정말 전쟁이 나려나?
10개월 대수림에 있었을 뿐인데, 세상은 너무 빨리 흐른다.
남서쪽 하늘을 쳐다봤다.
‘짹은 잘 가고 있으려나?’
윌리엄 사령관에게 부탁해 새로운 신분증을 발급받았다.
문제는 짹이 가는 곳이 최근 외교 관계가 극도로 악화한 살루스 왕국이란 사실이다.
돈을 더 챙겨줄 걸 그랬나?
“충! 타일러 빈스 중위님십니까?”
“그래, 하역은 끝났나?”
“네! 지금 공방 입구로 옮겨지고 있습니다.”
“고맙네.”
황실 기간트 공방으로 향했다.
여긴 제국의 기간트 공방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물론 생산량도 최고고, 미세하지만 기간트 성능도 다른 대영지에서 생산된 것보다 좋다는 평가다.
그래서 가격도 비싸고.
공방은 할데가르 역 바로 옆에 있었기에 열차에서 부산물이나 마석을 내리면 바로 작업장으로 갈 수 있었다.
내가 가져온 거신 갑옷과 장비도 그렇게 이동했다.
“여기 서명하시면 됩니다.”
최종 인계를 확인하는 서류에 서명했다.
“모든 절차는 끝났습니다. 그럼.”
이젠 이 거신 갑옷은 6개월 후 기간트로 새롭게 태어난다.
“정지!”
“잠깐, 기다려!”
‘응? 저들은 누구지?’
세 명의 장교가 달려오고 있었다.
그런데 특이하게 세 사람 다 왼손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헉! 헉!”
“다행이야. 늦지 않았어!”
중령 계급장을 단 사내가 비숍급 거신 갑옷 앞에 서더니 품에서 뭔가를 꺼내 뚜껑을 열고 뿌렸다.
촤악!
그리고 여자 소령과 남자 대위 역시 나이트급 갑옷과 폰급 갑옷 앞에 서더니 똑같은 행동을 했다.
“이제 됐어. 들어가도 돼.”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작업자들과 작업용 기간트들이 거신 갑옷과 장비를 끌고 기간트 공방 안으로 들어갔다.
“휴! 네놈이 피를 무서워해! 늦을뻔했잖아.”
중령이 키 큰 대위를 나무랐다.
“그럼 피를 한 컵이나 빼는데 안 무섭습니까? 으으!”
“하아! 어떻게 이런 놈이 기간트에 탔는지 의심스럽다니까.”
중령이 옆에 있던 소령을 쳐다봤다.
“로제 소령. 괜찮나?”
“네! 전 괜찮습니다.”
세 사람이 갑자기 날 쳐다봤다.
중령이 물었다.
“정보국 장교가 왜 여기 있지?”
“충! 타일러 빈스 중위입니다.”
“오! 그대가 타일러 중위로군!”
갑자기 중령이 반가운 얼굴을 했다.
“난 파이컬 허먼 중령이네. 이쪽은 로제 소령, 이쪽은 바오트 대위.”
굳이 소개해주지 않아도 되는데······.
“이제 같은 배를 탔으니, 서로 인사는 해야지.”
“같은 배요?”
“하하! 우린 5군단 소속 기사들이네.”
윌리엄 사령관에게 들은 기억이 있다.
자신이 밀고 있다는 그 7황자가 5군단을 이끌고 있다고.
로제 소령이 날 보며 웃었다.
“앞으로 잘 부탁해. 타일러 중위.”
“네, 반갑습니다.”
“중위 덕분에 우리가 오리지널 기간트에 타게 됐어.”
“아닙니다. 그런데 방금 갑옷에 뭘 뿌린 겁니까?”
로제 소령이 붕대를 감은 손을 들었다.
붕대에 피가 살짝 배어 있었다.
“기간트로 만들어지기 전에 피를 뿌리면 나중에 탈 때, 싱크로율이 높아진다는 가설이 있거든.”
“아! 네······.”
그런 말도 안 되는 미신을 믿다니.
그것도 제국의 기사가.
“중위, 나도 반갑네.”
바오트 대위가 손을 내밀었다.
삐이익! 삐이익!
하지만 악수는 하지 못했다.
“이런! 헬다임으로 가는 열차가 곧 출발한다. 그럼 다음에 보지.”
“네! 살펴 가십시오.”
세 사람은 다시 열차 플랫폼을 향해 전력 질주했다.
뭔가 정신없는 사람들이었다.
윌리엄 사령관이 7황자에게 내 이야기를 했나?
난 그쪽 라인을 타겠다고 한 적이 없었지만, 왠지 마음대로 정해진 것 같았다.
뭐 당장 진급에 도움이 된다면 상관없지만, 나중에 후계 싸움 같은 골치 아픈 일에 끼어드는 건 사양하고 싶었다.
그래도 기사들이 오리지널 기간트에 타게 된 것이 내 덕분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그런데 로제 소령이라고 했나? 저 사람이 비숍급 기간트에 타야 할 것 같은데······.’
방금 마나를 뿜어내는 눈으로 본 푸른빛은 그녀가 가장 밝았다.
사람과 내 마나인형을 향해서도 마나를 보는 눈을 확인해 봤는데, 빛의 밝기로 마나량을 어느 정도는 가늠할 수 있었다.
그런데 5군단도 헬다임 장벽으로 가는구나!
진짜 대수림에 전쟁이 일어나려나?
씁쓸한 마음이었다.
그래도 난민 전진 기지는 서쪽에 있으니까 괜찮겠지······.
이제 남은 일정은 클린드 지부장 심부름만 남았다.
***
[할데가르 정보국 본부]‘내가 여길 다시 오다니…’
근 1년 만이었다.
타일러의 몸에 빙의한 곳이자, 내가 쫓겨난 곳.
여길 나가자마자 열차를 타고 헬다임 장벽으로 향했지.
“충!”
경비들의 경례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1층 홀은 정신이 없었다.
수많은 병사와 정보원들이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전쟁이 나기 전엔 정보국이 제일 바쁘다더니······.
사람은 많지만, 여전히 삭막한 느낌.
“어? 이게 누구야? 타일러 소위!”
누군가 날 불렀다.
전에 내 직속 상관이었던 더블란 중위였다.
아니 이젠 대위군.
그가 다가왔다.
“뭐야? 중위로 진급하더니, 이젠 상관에게 인사도 안 하나?”
“충!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더블란 대위는 내 경례도 받지 않고, 날 삐딱하게 쳐다봤다.
“너 이 새끼, 기억상실증 그거 다 구라였지?”
“네?”
“자살 시도도 다 헬다임으로 가려고 수작 부린 거잖아!”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전 심부름이 있어서 그만.”
경례하고 계단으로 향했다.
“이 새끼, 너 내려올 때까지 내가 기다린다.”
더블란 대위가 팔짱을 끼고 날 노려봤다.
아무리 봐도 정보국에 있을 인물은 아닌데?
찐따 타일러가 가장 무서워하던 인물이 지금은 좀 우습게 보였다.
‘뭐지? 여기로 가라고 했는데?’
문에 문패도 없고, 하사관들이 집기류를 정신없이 이 곳으로 옮기고 정리하고 있었다.
그때 안쪽에 중령이 보였다.
“충! 타일러 빈스 중위입니다.”
중령이 손을 내밀었다.
“도슨 중령이네. 잘 부탁하네.”
“네! 반갑습니다.”
근데 뭘 잘 부탁한다는 거지?
“안쪽 문으로 들어가 보게. 아까부터 기다리고 계시네.”
“네.”
정보국에 아무런 인맥이 없으니, 여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것도 모르겠다.
똑똑똑.
“들어오게.”
안으로 들어갔다.
“충! 타일러 빈스······?”
“오랜만이군. 타일러 중위. 그쪽으로 앉게.”
“감사합니다.”
어째서 클린드 헬다임 지부장이 이곳에 있는 거지?
[클린드 아서 부국장]앉자마자 명패가 보였다.
“축하드립니다.”
“고맙네.”
정보국 부국장은 소장급이고, 헬다임 지부장은 준장급이었으니 그는 진급한 것이다.
클린드 부국장은 서랍을 열어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디 부국장이지?’
정보국은 조직이 단순했다.
국장 밑에 다섯 명의 부국장이 있었고.
정보대, 특무대, 방첩대, 감사대, 호위대를 하나씩 맡아서 관리했다.
“여깄군.”
클린드 부국장이 서류와 작은 상자를 꺼냈다.
“참! 이곳이 어딘지 모르겠군.”
“······.”
“여긴 이번에 새로 생긴 대수림 정보대네.”
“대수림 정보대요?”
“그래 자네가 대수림에서 거신 갑옷 4개를 찾아와 준 덕분에 새로 생긴 부서라고 할까?”
“네?”
“대수림의 중요성과 가능성을 추밀원장님께서 알아보신 것이지. 그리고 내가 초대 부국장을 맡았네.”
“축하드립니다.”
“지금은 헬다임 지부밖에 없지만, 곧 대수림에 새로운 지부가 생길 것이네.”
클린드 부국장이 서류를 내게 내밀었다.
“그리고 자네가 대수림 지부의 지부장이네.”
“네?”
“임명장은 안에 들어 있네.”
“왜? 제가?”
“자네 만큼 대수림에 대해 잘 아는 정보국 장교가 어디 있나?”
클린드 부국장은 미소를 지으며 작은 상자를 열어 내밀었다.
“축하하네. 타일러 빈스 소령.”
상자 안엔 금빛 줄이 하나 그어진 견장이 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