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47)
47. 가디언 제국의 스파이.
“휴! 따돌린 것 같군.”
좁은 골목길에 알베르토와 몸을 숨겼다.
“헉헉! 소령님, 대체 우리가 헉헉! 왜 뛴 겁니까?”
“생각보다 잘 뛰는데?”
“하아! 맞지 않으려면 달려야 했으니까요.”
“뭐?”
“아, 아닙니다.”
알베르토의 얼굴이 빨개졌다.
사관학교에서 맞고 다녔나?
혹시 왕따?
“자네 귀족 아니지?”
“네.”
“부자도 아니고?”
“네.”
“싸움도 못 하고.”
“네.”
“마나도 없으니 기간트에 탈 수도 없었을 테고.”
“네. 어떻게 아셨습니까? 제 신상정보를 이미 보신 겁니까?”
맞네. 왕따.
내 부관이 왕따라니······.
“쉿!”
근처 골목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세 사람이 가쁜 숨을 쉬고 두리번거린다.
“젠장! 어디로 사라졌지?”
“저쪽에도 없어!”
“놓쳤으니, 이제 어떻게 하지?”
“일단, 중령님께 보고해야지.”
벌써 꼬리가 붙었네.
클린드 부국장이 조심하라고 하더니, 정보국 본부를 나오기가 무섭게 미행이 붙었다.
대체 누가 이렇게 빨라? 슈나인 중령인가?
왠지 그 사람이라면 그럴 수 있어 보였다.
나에 대한 정보는 그가 가장 많이 가지고 있을 테니까.
“가르긱 중령님의 부하들이네요.”
“응?”
“키 큰 자는 타마란 하사관이고, 그 옆에는 욘드 하사, 키가 제일 작은 사람은 테드 하사입니다. 모두 특무대 소속입니다.”
“잘 아는 자들인가?”
“그건 아닙니다. 며칠 전에 대수림 관련 서류를 인계받았을 때, 잠깐 봤습니다.”
“······?”
잠깐 봤는데 얼굴과 이름을 다 외운다고?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나?
“자네, 학업 성적은 좋았나?”
“네. 실기 과목을 빼고는 전 과목 만점을 받았습니다.”
입에 뭔가 있었다면 뿜을 뻔했다.
만점? 천재였나!
그렇다고 인정은 받지 못한 거 같고. 클린드 부국장이 한 건 했네.
그리고 서류 작업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하겠는데!
“일단 알았네.”
난 골목에서 나와 세 사람에게 다가갔다.
“이보게. 자네들!”
“어?”
“헛!”
세 사람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혹시 날 찾고 있었나?”
“아닙니다. 그냥 길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래? 말투가 군인 같은데 맞나?”
“아닙니다.”
나한테 쉽게 들킨 걸 보면, 원래 미행 전문가들은 아닌 모양인데······.
가르긱 중령이 급하긴 급했나 보네 이런 초짜들을 보내고.
근데 그 사람이랑 나랑 무슨 상관이지?
난 웃으며 세 사람에게 다가가 차례로 어깨를 다독였다.
툭! 툭! 툭!
[운명의 실을 연결했습니다.] [운명의 실을 연결했습니다.] [운명의 실을 연결했습니다.]“내가 오해했나 보군. 그럼 잘 가게.”
세 사람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반대편으로 사라졌다.
알베르토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다가와 물었다.
“설마, 방금 저자들이 우릴 미행한 겁니까?”
“맞아. 처음엔 혹시나 했는데, 우리가 달리자 뒤를 바짝 따라오더군.”
“오! 내가 미행을 당하다니!”
알베르토는 살짝 흥분한 것 같다.
“근데 왜 우리를 미행한 거죠?”
“우리가 아니라 나야.”
“아!”
“앞으로 감시하는 눈이 많아질 거야. 난 이제 정보국의 뜨거운 감자거든.”
물론 그 감시도 대수림에선 불가능하겠지만.
“가르긱 중령에 대해 아는 걸 말해 보게.”
“특무대에서 가장 큰 부서를 이끌고 있습니다. 곧 준장으로 진급할 거란 소문도 있고요. 이번에 대수림으로 가디언 제국의 병력이동을 가장 먼저 발견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군.”
특무대는 제국 외부의 정보를 주로 다루는 부서로 첩보, 방첩, 국경 문제 등을 맡아서 하고 있었다.
“혹시 그동안 대수림을 관리했던 부서가 특무대인가?”
“네. 맞습니다. 우리 대수림 정보대가 생기고, 서류도 전부 저희 쪽으로 이관했습니다.”
“알만하군. 밥그릇을 뺏겼다고 생각하나 보네.”
살짝 어이가 없었다.
그동안 대수림의 정보는 아예 손을 놓고선 이제야 뭔가 억울한가 보네.
“그런데 방금 애써 미행을 따돌렸는데, 왜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까?”
“응? 그야······.”
저놈들이 내 결백을 밝혀줄 증인이 될 테니까.
“자네 숙소가 장미 여관인가? 본관 뒤에 있는.”
“어?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쪽으로 가지. 오늘은 거기서 묵고 내일 아침에 출발하지.”
“하지만 거긴 소령님께서 묵을 만한 곳은 아닙니다.”
“나도 알아. 하사관들이 주로 묵는 곳이지.”
“역시 제 신상정보를 보셨군요…”
아니! 타일러도 거기 3개월을 있었으니까.
그리고 돈 없고, 빽 없는 놈들은 다 거기에 묵는다.
저렴하거든.
***
[장미 여관]‘응? 이 방이라고?’
난 빤히 알베르토 소위를 쳐다봤다.
이 녀석과도 보이지 않는 어떤 운명의 실 같은 것이 연결되어있나?
“왜 그러십니까?”
“이 방엔 얼마나 묵었지?”
“한 보름쯤 됩니다.”
“힘들었겠군.”
“네?”
난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알베르토의 어깨를 다독여줬다.
여긴 방음이 유난히 잘 안 되는 방이다.
그리고 가격이 저렴하기에 옆 방에 남녀가 자주 묵는다.
그런 날이면 미치도록 잠을 설치는 곳.
타일러는 이 방에서 도를 닦는 기분으로 3개월을 살았다.
“전 본부 휴게실에서 자도 됩니다.”
“응?”
“이제 생긴 부서라 예산이 부족할 거라는 건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전 괜찮으니 이 방을 쓰십시오.”
뭐지? 내가 돈이 없어서 이 여관에 묵는다는 줄 아나?
살짝 웃음이 났다.
나 돈 많은데······, 엄청!
“여기 말고 3층에서 제일 비싼 방으로 하겠네.”
“네. 열쇠를 받아오겠습니다.”
금화도 주지 않았는데, 허둥지둥 계단을 내려가는 알레르토 소위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어째 손이 좀 가겠지만, 쓸모는 있겠어.
알베르토를 어디에 쓸지 잠시 고민했다.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일찍 잘 테니까. 절대 날 깨우지 말게.”
“네!”
난 내 방으로 들어가 창문부터 활짝 열었다.
램프도 환하게 켜고.
창문 밖으로 머리를 내밀어 주변 풍경을 쳐다봤다.
붉은 노을이 하늘을 물들이고, 건물들 때문에 생긴 어스름한 그림자가 골목을 뒤덮기 시작했다.
‘여기 풍경도 나쁘진 않군.’
바로 건물 뒤편이 정보국 담장이었고, 여긴 본부와 제일 가까운 건물이었다.
본부 앞엔 할데가르에서 제일 큰 광장이 있었고, 광장 주변엔 공원도 있었고, 조금만 더 걸으면 제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할데가르 역도 있고, 고급 상가가 많은 곳이라 주변에 갈 곳은 많았다.
하지만 타일러가 가장 좋아했던 장소는 바로 여기 본부 건물 뒤쪽이었다.
한쪽 골목은 떠들썩한 시장이었고, 이 앞은 식당과 술집, 여관이 모여 있었고, 홍등가도 바로 옆 골목이었다.
제국의 정보를 수집 관리하는 정보국 바로 뒤가 홍등가라니······.
그래도 왠지 이곳은 사람 냄새가 나는 곳이었다.
타일러는 밤마다 이곳에서 사람들을 구경하는 시간을 제일 좋아했다.
나도 이곳에서 처음 정신을 차렸을 때가 떠올랐다.
그땐 막 각성해 마법인형도 없었고, 지구가 멸망한 전생의 기억 때문에 혼란스러웠지.
그리고 이제 1년이 지났다.
자동인형도 넷이나 있었고, 꼭두각시도 여섯이나 있었다.
게다가 일반인이라면 상상도 못 할 만큼 많은 재화와 무력, 이계 난민들이라는 조력자들까지 생겼다.
이제 엘프들만 협력해준다면, 대략 큰 그림은 완성된다.
대수림 난민 기지에서 마석을 캐서 왕창 돈을 벌고, 아지트에서 기간트와 마석 배터리를 만들어 금화를 착실히 모은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헬다임 장벽 가까운 곳에 작은 영지를 하나 살 생각이다.
나중에 전진 기지 난민들도 모두 내 영지에서 살게 해야지.
그리고 난 영주가 되어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주변 신경 쓰지 말고, 내 마음대로 살고 싶다.
그게 내가 바라는 슬기로운 이계 생활이다.
전엔 막연한 꿈이었지만, 이젠 어느 정도 실현 가능한 꿈이었다.
거리에 어둠이 깔리자, 사람들이 오가기 시작했다.
술집도 일제히 불을 밝혔고, 바로 대각선 건물 발코니에 여자들이 야한 드레스를 입고 나와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럼 슬슬 나도 시작해 볼까.’
창문을 닫고, 자할리(lv.8) 꼭두각시를 꺼내 창문 밑에 대기 시작했다.
현재 내 인간 꼭두각시 중에서 가장 강한 그가 오늘 내 보디가드였다.
누가 창문으로 몰래 들어온다면 목이 잘릴 것이다.
***
[영혼 이동에 성공했습니다. 남은 시간 – 00:59:59]난 가장 젊은 마법인형인 라구즈(lv.5)의 몸으로 영혼 이동했다.
수 미터의 높은 담장과 수백 명의 경비병.
하지만 내 운명의 실타래 앞에선 무용지물.
스스슥! 척!
‘아무리 높은 담장이 있으면 뭘 하나, 이렇게 쉽게 들어왔는데!’
단숨에 본관 건물 5층으로 진입했다.
‘응? 아직도 근무하는 장교가 있네.’
곳곳에 불이 켜져 있었다.
하긴 아직 전쟁이 난 것은 아니지만,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랬기에 퇴근도 하지 못하고, 밤늦게까지 일하는 장교들이 있었다.
라구즈 꼭두각시엔 원래 내 정보국 중위 제복을 입혔다.
그랬기에 다른 장교에게 걸려도······.
딸깍!
“응?”
더블란 대위가 날, 아니 내 계급장을 먼저 쳐다봤다.
“충!”
더블란은 가볍게 내 경례를 받고는 계단 쪽으로 이동했다.
어깨가 축 늘어진 것이 많이 의기 소심해졌네.
그래도 오늘 교육 효과는 있었네, 계급장부터 보는 것을 보면.
‘그런데 슈나인 중령은 아직 퇴근 전이군.’
문이 닫히기 전 틈으로 중령이 서류를 뚫어지게 보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수색은 좀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마법진이 설치된 곳은 슈나인 중령 바로 옆방이니까.
난 반대편 계단 쪽에 몸을 숨겼다.
조금 전에 확인하니 마법진이 설치된 곳은 문뿐이었고, 이 수상한 방은 창문도 아예 없었다.
문에 어떤 종류의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을까?
강화 마법진? 아니면 경보장치?
어차피 난 상관없었지만, 궁금증이 생겼다.
딸깍!
그때 슈나인 중령이 방에서 나왔다.
그런데 계단이 아니라 옆방으로 향한다.
그리고 주변을 한번 둘러보더니, 문에 몇 번 손을 댔다.
지이이잉!
문이 옆으로 열렸다.
오! 비밀번호와 자동문이네!
제국의 마법사나 마도 공학자들도 놀고 있진 않은 것 같았다.
물론 내게는 소용없지만.
슈나인 중령이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슈나인 중령이 이곳 자료실 관리자인가?’
특무대의 실세는 가르긱 중령이라면 방첩대의 실세는 슈나인 중령이었다.
그가 날 정보국 장교로 임관시켜줬지만, 그건 날 이용하기 위해서였지 날 위해서는 아니었다.
그리고 타일러가 자살 시도를 하자마자, 헬다임으로 보냈지.
지이잉!
슈나인 중령이 밖으로 나왔다.
조금 전에 손에 들려 있던 서류가 없는 것을 보니, 저곳이 서류 보관 창고가 확실했다.
슈나인 중령이 내려가고, 난 인형의 집으로 들어갔다.
10분 후.
난 서류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금단의 방에 들어온 기분이네.’
제국 귀족들의 고급 정보가 이곳에 있단 말이지.
‘억!’
순간 기가 질렸다.
이곳은 집무실도 컸는데, 수십 개의 책장 안에 서류가 가득 쌓여 있었다.
많아도 너무 많다!
‘이 많은 걸 언제 다 찾아보지?’
높으신 귀족분들 정보만 살짝 공유하러 왔는데, 이 많은 서류 중에서 어떻게 찾을지 암담했다.
아직 늦은 밤은 아니었지만, 절대 하루에 다 볼 수 있는 양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매일 찾아와 살펴볼 수도 없었다.
난 내일 헬다임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그때 낮에 클린드 부국장과 했던 대화가 떠올랐다.
원래 정보국 놈들은 정보를 빼내기 위해 온갖 술수를 부리는 놈들이다.
그래서 다른 부서의 정보를 막 훔치기도 하지.
다만 걸리거나 증거를 남기는 건 금물이다.
‘만약 내가 인형의 집에 이 서류들을 넣는다면?’
그건 증거가 남지 않는다.
내 인형의 집은 마법인형 말곤 들어갈 수 없었으니까.
그리고 내 몸은 지금 여관에서 자고 있었고, 날 감시하는 정보국 정보원들이 있었으니 내 알리바이를 증명해 줄 것이다.
한 마디로 걸릴 일이 없다는 말이었다.
완전범죄.
‘그럼 망설일 필요가 없지.’
알리만(lv.6)과 네자드(lv.5), 표범인형(lv.9)과 사마귀(lv.7) 꼭두각시까지 총출동.
사마귀는 문밖에서 망을 보고, 아예 그물을 가지고 와서 표범 인형의 등에 메고, 알리만과 네자드가 서류를 쓸어 담았다.
그물이 가득 차면 표범 인형과 함께 인형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이십여 차례 왕복하자, 그 많던 서류를 다 챙겼다.
‘후후! 이 정도 정보량이면 나도 장군급인가?’
피식 웃음이 흘렀다.
이제 이 자료 중에서 시노우엘의 정보를 찾으면 된다.
그리고 이 많은 정보를 가지고 뭘 할지는 천천히 생각해 봐야겠다.
그런데 한 부서만 털면, 나중에 내가 이 정보를 이용해 시노우엘을 구할 때, 혹시나 티가 날 수도 있었다.
그러니 다른 부서 정보도 좀 챙겨야 티도 안 나고 부서 간에 공평할 것이 아닌가.
우리 대수림 정보대야 털어갈 것이 없었으니 넘어가고.
오늘 날 미행한 특무대의 가르긱 중령이 떠올랐다.
특무대가 몇 층이더라.
‘아니야. 거긴 가디언 제국과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니 건들지 말자.’
대신 다른 부서의 서류를 조금씩 챙겨야겠다.
***
[할데가르 역]“하아암!”
“어제 제대로 못 주무셨나 봅니다.”
알베르토가 커다란 짐을 들고 날 따라왔다.
“그냥, 생각할 게 많아서. 자네가 가서 표를 끊어오게.”
“네!”
알베르토가 몸을 돌렸다.
“알베르토.”
“네?”
난 품에서 금화 주머니를 꺼내 내밀었다.
“금화는 받아가야지. 일등석 두 장 끊어오게.”
“일등석이요? 어? 근데 금화가 너무 많습니다.”
“알아. 100골드니까. 나머진 자네 활동비로 쓰게.”
“네에?”
알베르토의 눈이 대포알만큼 커졌다.
“서두르게! 일등석은 항상 자리가 남으니까, 가장 빨리 출발하는 거로 끊어와!”
“네!”
그때 역 안으로 수백 명의 병사가 우르르 들어왔다.
“서둘러! 철저히 검문검색을 해라!”
“너희는 플랫폼으로 가라!”
이제야 털린 걸 알아챈 거 같았다.
잠시 후.
알베르토 소위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큰일 났습니다! 어젯밤에 가디언 제국의 스파이가 정보국 자료를 싹 다 털었답니다.”
“가디언 제국의 스파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