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52)
52. 출세했네.
– 그렇게 군주와 기사는 함께 싸웠다. –
아주 짧은 설명이지만 이 안엔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내 마법인형들은 전투에 있어서 물러섬이란 없었다.
자신의 기간트가 파괴되고, 혹은 자신의 신체가 잘려도 오로지 인형술사의 명령을 수행한다.
그런 것을 보면 진정한 군주와 기사의 관계가 아닐까?
상대가 아무리 최정예 베테랑 기사에 훈련이 잘되어 있다고 해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들을 이길 수 있을까?
[악귀다!] [미친! 해치가 뚫려도 달려든다!] [저리 가! 으아악!]그 결과는 지금 보고 있었다.
[후퇴하라!] [물러서!]전투 시작 십여 분만에 아리칸 공국의 기간트가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내 마법인형이 타던 기간트가 크게 파괴되었고, 알리만(lv.7)과 라구즈(lv.5)는 심하게 다쳤기에 운명의 실이 절반 이상 끊어져 있었다. 더 싸웠다간 레벨이 초기화되거나 운명의 실이 완전히 끊어질 수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인형의 집에 넣었다.
그런데도 우린 적들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적들은 이제 6대밖에 남지 않았다.
[대형을 지키며 후퇴하라!]저들은 도망칠 때도 방진을 유지하며 물러섰다.
‘얌전히 후퇴하도록 보내줄 것 같으냐!’
이를 악물어다.
[놈들을 추격해! 될 수 있으면 사로잡아!]“주군의 뜻대로!”
[주군을 위하여!]거신인형이 먼저 언덕 아래로 몸을 날렸다.
그 뒤로 더그와 엘다크가 조종하는 비숍급 기간트가 뒤를 따랐고, 꼭두각시 네자드(lv.6)의 나이트급 기간트도 언덕을 내려갔다.
그리고.
“쿠오오오오!”
“쿠오크! 쿠오크!”
오크들도 함성을 내지르며 우르르 기간트를 따라 몰려 내려갔다.
이미 승기를 잡았기에 성난 오크를 말리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 막 자동인형으로 각성한 자할리는 남아 있었다.
[대체 여, 여기가 어딥니까? 나는 누굽니까?]자할리는 조금 전까진 분위기에 휩쓸려 적과 싸웠다면, 적이 사라지자 이젠 자신의 존재가 의문인 것 같았다.
[나는 너의 주군이고, 너는 내 기사다!] [기사?]자할리가 탄 비숍급 기간트가 손을 들어 살펴보는 듯했다.
[나는 기사인가?] [의심하지 마라, 너의 이름은 자할리! 너는 나의 다섯 번째 기사이니.] [아아!]기간트가 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
[기사 자할리! 주군을 뵈옵니다.]오! 기사 컨셉이 먹히네!
내 5번째 자동인형도 앞선 자동인형들처럼 기사 컨셉이 통했다.
아무래도 본래 기간트에 탔던 기사들이라 죽어서 내 마법인형이 됐음에도 기사 세포가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제국어도 곧바로 쓸 수 있었고, 전생에 내 인간형 마법인형보다 성장 속도도 빠르고, 자동인형으로 각성 역시 훨씬 빨랐다.
역시 거신의 후손인가?
[주군이시여! 저는 이제 어찌합니까?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자할리, 나를 따라와라!]난 자할리와 언덕을 내려갔다.
이미 전투는 끝났고, 내 마법인형들이 아리칸 공국의 기간트들을 포위했다.
룩급 기간트 한 대가 무기를 버리고 달려들던 거신인형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그가 지휘관인 듯했다.
[항복한 자들은 죽이지 마라!]내 마법인형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나도 항복하겠다!] [항복!]그러자 다른 기간트도 무기를 버렸다.
항복한 기간트는 대부분 크고 작은 생채기가 가득했고, 팔이 고장 나거나 머리가 날아간 기체도 있었다.
그리고 앞서 우회로를 만들었던 기간트들은 이미 전투 불능이었기에 곧바로 투항했다.
***
“크윽! 분하다!”
“제길, 이게 무슨 꼴이냐.”
“쿠오크!”
쿠훌린과 오크 전사들이 열두 명의 인간을 끌고 왔다.
그들은 기간트 기사로 다친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오크들에 둘러싸인 400여 명의 병사가 뒤쪽에 앉아 있었다. 어차피 기지를 나가면 대수림이었기에 모두 무기를 버리고 투항한 것이다.
치이이익! 철컹!
나이트급 마장기에서 내렸다.
그리고 포로들에게 다가갔다.
“지휘관은 어디 가고 네놈이 오는 것이냐?”
“뭐?”
“저기 오리지널 기간트에 탄 너희 대장을 불러와라!”
피식 웃음이 났다.
지금 자신들의 처지를 모르는 건가?
“글쎄. 우리 지휘관께선 바쁘신데, 할 말이 있으면 내게 하라고.”
“흥! 겨우 소령 따위가. 난 아리칸 공국의 남작이자, 팔콘 기사단 소속 크롬웰 대령이다! 정식으로 항복하겠다.”
“정식 항복은 뭐지?”
“정식 포로로 대우해 달라는 말이다. 나와 기사들의 몸값은 아리칸 공국의 팔콘 기사단에서 지급할 것이다.”
“아! 그렇군. 그럼 병사들은?”
“그건 나도 모른다.”
“몰라?”
“보병들은 우리 소관이 아니다.”
순간 너무 어이없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자기가 데리고 와 놓고선 소관이 아니라고?
웃기는군.
“그런데 내가 왜 너희를 살려줘야지?”
“뭐라? 너도 기간트에 타는 기사니, 기사의 명예가 있을 것이 아닌가.”
“기사의 명예?”
또다시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런 건 난 모르겠고. 오크가 아홉이나 죽었으니 너희도 죽을 각오는 해야지.”
“뭐라? 그까짓 이계 난민과 우리 기간트 기사들을 비교하는 것이냐?”
난 쿠훌린을 바라봤다.
그리고 방금 이야기를 전해줬다.
“쿠오오오오크!”
오크들은 잔뜩 흥분했다.
“방금 오크들이 뭐라고 한 줄 알아?”
“누가 미개한 이계 난민 따위의 언어를 배우는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상관을 불러와라! 난 아리칸 공국의 귀족이다.”
뼛속까지 귀족이네.
그동안 이자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 것 같았다.
“오크들이 방금 처형은 자신들에게 맡겨 달라는군.”
“말도 안 돼! 세상에 어느 나라에서 항복한 귀족을 그냥 처형한단 말인가!”
“난 아리칸의 기사다! 정당한 대우를 요청한다.”
“정식으로 포로 대우를 해달라!”
기사들까지 합세해 큰 소리를 냈다.
‘아예 죽여달라고 합창을 부르는구나!’
내가 아직 이 세상에 물이 덜 든 것인지, 기사나 귀족의 목숨이 오크의 목숨보다 중요한진 모르겠다.
[운명의 실을 연결합니다.] [운명의 실을 연결합니다.].
.
난 일자로 무릎 꿇린 기사들에게 운명의 실을 연결했다.
“그럼 다음 세상에선 서로 보지 말자고.”
“쿠오크!”
성난 오크들이 무기를 높이 들었다.
“잠깐 기다려라! 우리가 잘못했다.”
“살려다오!”
“저기, 살려주세요!”
귀족은 내 다리에 매달렸고, 기사들은 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정말 살고는 싶은가 보다.
난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아까 말했을 텐데, 오크가 아홉이나 죽었으니 책임져야 한다고. 그런데 지금 누구한테 비는 거야?”
“크릉!”
오크들이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냈다.
그 순간 크롬웰 대령과 기사들이 고개를 돌렸다.
“쿠오오오!”
성난 오크들이 큰 칼과 도끼를 내려찍었다.
“으악!”
“크헉!”
난 기사가 아니기에 원래 살려줄 마음도 없었다. 그리고 공격은 자기들이 하고 이제 와 살려달라니, 정말 양심이 없다.
남을 죽이려면 자신도 죽을 수 있다는 걸 알아야지.
순식간에 검은색으로 물든 운명의 실.
[기사회생(lv.4) 스킬을 사용합니다.] [기사회생(lv.4) 스킬을 사용합니다.].
.
40%의 확률.
기사회생 스킬을 쓸 일이 거의 없었기에 레벨이 지독히 안 오른다.
[허수아비(lv.1) 마법인형을 만들었습니다.] [허수아비(lv.1) 마법인형을 만들었습니다.] [허수아비(lv.1) 마법인형을 만들었습니다.] [허수아비(lv.1) 마법인형을 만들었습니다.]열두 명 중에서 허수아비 넷이 추가됐다.
숫자가 살짝 아쉬웠지만, 곧바로 허수아비들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크롬웰 대령은 실패했지만, 다른 룩급 기간트 기사 둘이 허수아비가 됐으니까!
그리고 다른 허수아비 둘도 비숍급 기사였다.
이번엔 양보다 질!
나름 대박이었다.
난 허수아비들을 인형의 집에 넣었다.
“쿠오크! 타일러여! 인간 병사들은 어떻게 할까?”
난 병사들을 쳐다봤다.
그들은 모두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성난 오크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으니 얼마나 무서울까.
“타일러여! 병사들은 살려주시게.”
라스칼과 드워프들이 다가왔다.
“그들에게 일을 맡기고 싶다.”
“아! 마석을 캐는 일을 시키게?”
“아니다! 인간들은 나약해 광부 일엔 맞지 않는다. 이곳을 정리하고 집과 성벽을 보수하는 건축 일에 쓰고 싶다.”
“400명이 넘는데, 식량이 부족하지 않아?”
“괜찮다. 아직 식량은 여유가 있다. 그리고 우리가 마석을 조금 더 캐면 된다.”
아직 지하에 마석 광맥을 개발하지 않았기에 지금은 드워프로 충분했다.
하지만 전진 기지가 완전히 자리를 잡으면, 그때부턴 엄청난 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 의미로 병사들은 쓸모가 있었다.
어차피 누가 와서 구해주지 않는 한 탈출은 불가능했고.
난 병사들에게 드워프의 의견을 그대로 말했다.
그리고 거부하고 싶은 자들은 풀어줄 테니, 기지를 떠나라고 했다.
당연히 아무도 떠나지 않았다.
기간트 없이 2달 동안 대수림을 건너는 건 자살행위니까.
뒷정리는 오크와 드워프, 자동인형들에게 맡기고, 엘프들이 있는 기지 입구로 나왔다.
“응?”
이곳엔 포로 하나가 더 있었다.
“이름이 뭐지?”
“가, 가필드 대위입니다.”
가필드의 두 눈은 크게 부어 있었고, 윗입술은 터지고, 턱과 목에 피멍이 가득했다.
대체 애를 얼마나 때린 거야?
난 에테나를 노려봤다.
그러자 에테나는 마르실을 쳐다봤다.
마르실은 날 보며 씨익 웃었다.
내게 쌓인 불만을 이렇게 푸는 건가?
난 가필드에게 말했다.
“내가 묻는 말에 솔직하게 말하면 살려주고, 아니면 앞서 죽은 동료들을 따라갈 거야.”
“뭐든 물어만 주십시오.”
그런데 이 녀석 왜 기분이 좋아 보이지?
엄마가 와도 못 알아볼 정도로 처맞았는데······.
난 그들이 이곳에 온 이유에 관해 물었다.
“그러니까, 가디언 제국이 의뢰했다는 거군.”
“그렇습니다. 우리 별동대는 아베르크 제국의 시선을 최대한 서쪽으로 끄는 역할이었습니다. 그리고 큰돈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서쪽으로 시선을 끈다?
기간트 30기로 시선은 충분히 끌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카야킨에 병력을 얼마나 빼낼 수 있을까?
기껏해야 30, 40기 정도일 것이다.
그게 과연 가디언 제국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
지금 가디언 제국은 동쪽에 많은 기간트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아베르크는 카야킨 전진 기지에 5군단과 북부의 대영주 록체스터 가문의 기간트, 주변 전진 기지의 기간트까지 많은 병력을 집결해 이미 만반의 준비를 끝냈다.
그런데 과연 가디언 제국이 아베르크 제국의 전진 기지를 공격할까?
그러다 역으로 뒤를 잡혀 털리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병력 차가 대등한 상황에서 먼저 상대 기지를 공격하는 건,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다.
그럼 저들이 노리는 게 뭘까?
‘이거 뭔가 있는데······.’
냄새가 났다.
저놈들이 뭘 원하는지, 뭘 숨기고 있는지 찾아야 했다.
그것이 대수림 정보대가 할 일이었다.
이곳 정리와 방어는 자동인형 자할리와 더그, 엘다크에게 맡기고 난 에테나와 거신인형을 데리고 카야킨으로 향했다.
***
[카야킨 전진 기지 6번 게이트]쾅! 쾅! 쾅! 쾅!
“누구냐?”
게이트 위쪽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난 정보국의 타일러 빈스 소령이다!”
“돌아가라! 지금은 모든 게이트가 폐쇄됐다!”
“뭐?”
순간 어이가 없었다.
돌아가라니, 다시 난민 기지로 가란 말인가?
쾅쾅쾅!
“아무리 두들겨도 소용없다.”
“이곳 책임자를 데려와라!”
그때였다.
드륵!
게이트 아래쪽에 작은 창문이 열렸다.
“어? 타일러 중위님!”
목소리를 들으니 누군지 알겠다.
그는 콜벳 대위였다.
“문을 열어라!”
“안됩니다! 상부에서 알면 큰일 납니다.”
“괜찮아! 내가 아는 사람이야.”
드르르륵!
게이트 문이 살짝 열리고, 나와 에테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게이트는 바로 닫혔다.
콜벳 대위가 다가왔다.
“오랜만······!”
콜벳 대위는 내 계급장을 보더니 눈을 뻐끔거렸다.
“오랜만이네. 콜벳 대위! 내 진급이 좀 빨랐지.”
“충! 축하드립니다.”
“고맙네.”
“우와! 2계급 특진이라니 대단하십니다.”
“뭐, 그렇게 됐네. 그런데 자넨 여기서 뭘 하나? 의무복무 기간도 끝났을 텐데.”
콜벳 대위가 한숨을 푹 쉬었다.
“하아! 저도 빨리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죠. 동생 놈이 노모의 재산을 노리고 있으니, 안 가고 싶겠습니까. 하지만 준 전시상황이라 비상이 걸려 모든 길이 막혔습니다.”
“응? 다른 전진 기지로도 못 가는 건가?”
“네, 우리 제국에서 관리하는 모든 전진 기지는 성문을 닫고, 대수림 사냥팀도 모두 기지로 귀환시켰습니다. 기지 밖으로 다닐 수 있는 것은 가디언 제국의 병력 이동을 감시하는 병력뿐입니다.”
“그러니까 모든 전진 기지가 문을 닫았단 말이네!”
“그렇습니다.”
순간 뭔가 뇌리를 스쳤다.
그들의 의도가 만약 대수림의 사냥팀을 모두 귀환시키고, 우리 전진 기지의 활동을 멈추게 만드는 것이라면?
실제로 그렇게 됐고.
하지만 왜?
우리 사냥팀이 대수림을 다녀선 안 되는 건가?
‘아! 이 새끼들! 우리 구역에서 뭔가 찾았구나!’
그것도 아주 중요한 것을!
이제야 실마리가 풀렸다.
그리고 그 구역이 어딘지 확인하려면 가디언 제국의 병력 배치를 살펴보면 대충 알 것 같았다.
“고맙네! 콜벳 대위!”
“네? 뭐가요?”
“에테나! 가자.”
“네!”
가다 말고, 콜벳 대위에게 다시 돌아갔다.
“혹시 엘프가 찾아오면 자네가 문을 열어주게.”
“네? 네, 알겠습니다.”
난 곧장 커널 사령관을 찾았다.
***
“충!”
“오! 타일러 소령! 어서 오게. 진급 축하······.”
“사령관님! 당장 가디언 제국의 병력 배치를 알아야 합니다.”
“뭐?”
커널 대령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가디언 제국의 의도를 알아냈습니다.”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가디언의 의도를 알아내다니?”
“저들은 지금 우리의 시선을 돌려 우리 구역에서 뭔가를 하고 있습니다.”
커널 대령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지 말고 거기 앉게. 그리고 쉽게 설명해봐.”
난 내 생각을 말했다.
내 이야기를 들은 커널 대령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럼 놈들이 우리 구역에서 뭔가를 중요한 것을 찾았단 말인데······.”
“틀림없습니다. 우리가 저들의 병력 배치와 병력 움직임에 집중하는 동안 놈들은 뭔가를 빼돌리려 하고 있을 겁니다.”
“그럼 우리 구역과 놈들의 구역이 겹치는 곳이겠군.”
“저들의 병력 배치를 보면 대략 위치가 나오지 않겠습니까?”
커널 대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이건 자네가 직접 시안 5군단장께 말씀드리는 것이 낫겠네.”
“제가요?”
“물론이네. 그리고 황자이시긴 하나 지금은 군단장으로 이곳에 계시는 것이니 과한 예를 취하진 말게.”
“네.”
타일러 빈스, 출세했네.
제국의 황족도 만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