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54)
54. 방법이 있습니다.
늦은 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더니, 푹푹 찌는 더위도 거대한 나무 위에서 쪽잠을 자는 것도 이젠 꽤 익숙하다.
표범인형의 폭신한 털을 베고, 사마귀 꼭두각시는 불침번을 섰다.
그리고 표범인형 반대편엔 에테나가 곤히 자고 있었다.
자는 모습이 천사가 따로 없네.
“잠이 안 오세요?”
“어? 아니야.”
조금 움직였는데도 그녀는 바로 알아챈다.
엘프의 능력이 살짝 무섭다.
에테나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봤다.
어두웠지만 엘프는 실루엣조차 아름답다.
이건 설마?
“저기, 어제 그분이요.”
“어? 누구?”
“붉은 머리를 한 분이요. 저 같은 엘프를 처음 본 게 아니었어요.”
“알아. 나도 느꼈어. 그는 제국의 7황자고 아무래도 황실 어딘가에 엘프가 있는 거 같아.”
“혹시 그 엘프가 시노우엘님이 아닐까요?”
“글쎄. 그건 확인해 봐야지.”
시노우엘을 데리고 있는 것이 귀족이 아니라 황족이면 아주 많이 곤란한데······.
어디에 있는지 정보를 찾는다고 해도 황궁에서 엘프를 구해 나오는 것은 게임으로 치면 헬(x3) 난이도였다.
물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이건 좀 쉽게 갔으면 좋겠는데······.’
슬쩍 아래를 내려다보자, 파이컬 중령 부대가 보였다.
그들은 5군단 내에서도 능력이 뛰어난 기사들로 이번 수색 임무를 맡고, 화산 지대로 가고 있었다.
난 그들의 뒤를 따라갈 생각이었다.
안전하기도 하고, 솔직히 북쪽은 전혀 길을 모르니까.
“에테나, 어서 자! 내일도 기간트를 따라가려면 힘들 거야.”
“네! 주무세요.”
자라고 말을 했지만, 정작 잠이 오지 않는 것은 나였다.
‘갑자기 너무 일을 크게 벌인 건 아닐까?’
아직 영지가 있는 것도 아닌데, 타냐와 용병대 그리고 그 가족들까지 모두 내가 품에 안기로 했다.
문제는 생각보다 용병들 숫자가 많다는 것이다.
게다가 거느린 식구들까지 합하면 300명에 달했다.
일단 용병들과 가족들을 장벽 너머가 아니고 난민 기지로 보내기로 했다.
난 아직 영지가 없으니 임시로 그곳을 쓰도록 했다.
또 난민 기지에 타냐와 트라스의 기사들이 탈 만한 기간트가 몇 대 있었고, 마석 배터리도 남겨 놨기에 당장 기간트를 운용해 기지를 지키고 마석 광산을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기간트를 줘야 내 말을 믿겠지.
‘아니야! 잘한 거야.’
좀 급한 감이 있긴 했지만, 그들이 가장 절실할 때 도움을 줘야 나를 향한 충성심이 커질 것이 아닌가.
‘한 가지 아쉬운 건······.’
그 옛날 아란노드 기사단의 기사들은 뛰어난 마나 능력자들이었지만, 오랜 세월 범죄자들의 후손이나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전진 기지에 삶의 터전을 잡은 평범한 사람들과 결혼하고 어울려 살았다.
그랬기에 기사의 자질은 대를 이을수록 줄어들고, 그 결과 지금은 다섯 명만 기간트에 탈 수 있었고, 작업용 기간트에 탈 수 있는 사람도 고작 네 명이었다.
사실 그 정도만 해도 내겐 큰 도움이 된다.
그래도 그들의 마나량이 많아서 더 등급이 높은 기간트에 타고, 숫자가 더 있었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뭔가 효과적인 마나 수련법 같은 거 없을까?’
가문의 비기 같은 거 말이다.
그래도 근위 기사단의 후손들이니, 기사의 자질은 어느 정도 가지고 있을 테니, 그들이 성장하도록 도움을 주고 싶었다.
‘아! 정보국에서 털어온 서류를 한번 찾아봐야겠다.’
거기엔 대영지를 가지고, 기간트를 생산하며, 한 지역에서 왕처럼 군림하는 네 명의 공작 가문에 대한 정보도 있었다.
그들이라면 뭔가 있을 것 같았다.
누가 내가 가진 정보를 찾아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앗! 알베르토 소위에게 들른다는 걸 까먹었다!’
커널 사령관이 알베르토 부관에게 정보대 지부 사무실을 내줬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깜빡했다.
뭐, 일이 끝나고 다시 들러야지.
그리고 샤를린 위네스도 카야킨 기지에 있었을 텐데······.
왜 자꾸 그녀만 떠올리면 아련한 느낌이 들까?
아마도 타일러의 옛 기억 때문일 것이다.
그녀가 타일러의 첫사랑이자 끝 사랑이었으니까.
젠장, 그래도 타일러가 나보다 낫다!
난 군대 제대하자마자, 게이트가 터졌고 괴수와 20년을 싸우다가 죽은 모태솔로니까.
‘그런데 대체 가디언 제국은 뭘 찾았을까?’
나에겐 마나를 보는 눈이 있으니, 거신 갑옷이라면 훨씬 찾기 유리했다.
그리고 나보다 더 멀리 마나를 볼 수 있는 거신인형 암 드로운도 있었으니 보물찾기라면 내가 더 유리했다.
하지만 그러기엔 병력 규모가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중요한 일이 많으니 생각이 많아 잠이 오지 않는다.
머리를 식힐 겸 상태창을 열었다.
[타일러 빈스(24)] [클래스 – 인형술사(A)] [레벨 – 51] [고유 스킬 – 운명의 실타래(lv.7), 기사회생(lv.4), 영혼 이동(lv.6), 병렬사고(lv.1), 토우인형 제작(lv.2), 인형 바꿔치기(lv.1)] [특수 스킬 – 도약(lv.3), 앞발 후려치기(lv.2)] [인형의 집]벌써 A등급이라니!
엄청나게 빠른 성장이었다.
이래서 소설 속 인생 2회차가 무서운 것이다.
하지만 이제부턴 경험치 마의 구간에 들어왔다.
1레벨을 올리기 위해선 엄청난 경험치가 필요했다.
전생에도 A등급에서 S등급이 되는 데 8년이나 걸렸으니까.
고유 스킬은 꽤 올랐는데, 특수 스킬이 너무 없네.
이거 폐관 수련 같은 거라도 해야 하나?
전생에 위기의 순간 날 구해준 것은 수많은 헌터 스킬이었다. 기간트에 타면 그래도 어느 정도 보호는 되지만 기간트에 타기 전에 기습이라도 당하면 한 방에 훅 갈 수도 있었다.
영혼 이동을 많이 할수록 마법인형이 가지고 있는 스킬을 배울 기회가 많아지지만, 최근엔 기간트 훈련을 주로 하고 있었기에 스킬이 너무 없었다.
그리고 영혼 이동으로 스킬을 배울 수 있는 것도 괴수 꼭두각시뿐이었다.
그렇다고 괴수 마법인형을 늘릴 수도 없고.
‘아니, 그냥 더 만들어볼까?’
또 다른 고민이 들자, 고개를 흔들었다.
이러다가 정말 밤을 새우겠다.
인형의 집을 열었다.
‘허! 스파르타야?’
암 드로운에게 새로운 꼭두각시들의 훈련을 맡겼다.
그런데 24시간 동안 아주 빡세게 굴린다.
내가 영혼 이동을 하거나 일일이 운명의 실을 움직여 동작이나 검술을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그래서 한 달 만에 모두 5레벨이 되었다!
그리고 원래 룩급 기사였던 둘은 벌써 폰급 기간트에 타기 시작했다.
이렇게 효율이 높으니, 앞으로도 꼭두각시 훈련은 암 드로운에게 쭉 맡겨야겠다.
‘그러고 보면, 다국적군이네.’
자동인형인 더그와 엘다크는 아베르크 제국의 기사를 마법인형으로 만든 것이었고, 자할리와 알리만, 네자드, 라구즈는 살루스 왕국의 기사, 그리고 이번에 만든 네 꼭두각시는 아리칸 공국의 기사들이었다.
한 마디로 내 마법인형은 3개국 연합군이었다.
그런데 슬슬 기간트가 부족하네······.
그동안은 꼭두각시 하나당 기간트가 3대씩 돌아갈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전투로 기간트 4기가 부서졌다.
물론 이번에 얻은 아리칸 공국의 기간트가 상당했다.
그러나 대부분, 팔, 다리가 없고, 마석 배터리 삽입구나 해치가 부서져 큰 수리가 필요한 것들이었기에 시간이 꽤 필요했다.
그리고 수리하려면 케네스 영감과 드워프들이 있는 장벽을 넘어가야 했기에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그런 의미로.
‘이참에 가디언 제국의 마장기도 좀 챙길 수 있지 않을까?’
***
[보르자 전진 기지 북쪽]‘그래도 파이컬 중령이 머리는 있는 사람이네.’
5군단 수색팀이 곧바로 화산 지대로 갈 줄 알았다.
하지만 파이컬 중령의 선택은 블랙힐 기지를 크게 우회해 가디언 제국의 보르자 기지 후미로 가는 것이었다.
보르자 전진 기지는 현재 가디언 제국의 병력이 1/3이나 집결해 있는 곳으로 블랙힐 기지와 주변에 있는 우리 측 전진 기지의 움직임을 막고 있었다.
파이컬 중령이 이곳에 온 이유는 간단했다.
‘수송 부대를 미행하려는 거겠지.’
우리가 출발할 때는 가디언 제국이 대수림에 병력을 파견한 지 거의 3개월 된 시점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이곳까지 2개월 보름을 이동했으니, 도합 5개월 보름을 지금과 같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건 아직 화산 지대에서 그들이 원하는 무언가를 찾지 못했거나 챙길 게 너무 많을 수도 있다는 소리였고, 아직도 화산 지대를 수색하는 많은 사람과 마장기가 있다는 소리였다.
그럼 그들에게 식량이나 물자, 보급품 등을 전달할 수 있는 곳은 이곳 보르자 기지뿐이었다.
“타일러님! 마장기와 마차가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결국, 파이컬 중령의 생각이 적중했다.
나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화산 지대가 너무 넓었기에 그곳을 다 수색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렸을 테니까.
잠시 후.
십여 대의 마장기와 수십 대의 보급품을 실은 마차가 우리 근처를 지났다.
‘이거 보급품이 엄청난데!’
희소식이었다.
그건 가디언 제국이 원하는 것을 찾으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소리였으니까. 그리고 이 정도로 많은 투자하는 것을 보면, 그들이 찾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고, 가치가 있다는 방증이었다.
가디언 제국의 수송대를 파이컬 중령의 팀이 멀리 떨어져 미행했다.
난 파이컬 중령을 미행했고.
대수림의 거대한 나무가 조금씩 줄어들더니, 이제 수십 미터로 작아졌다. 물론 아직 인간의 기준으론 높은 거지만, 다른 곳보다는 1/3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곳곳에 화산암이 많고, 토양이 점점 검은색으로 변했다.
‘아직도 매케한 냄새가 나네.’
근래엔 화산이 터지지 않았다고 들었다.
그런데도 곳곳에서 코를 찌르는 유황 냄새가 났다.
가디언 제국의 수송팀은 작은 화산을 여러 개 돌아서 드디어 멈췄다.
이곳은 보르자 전진 기지에서 보름이나 떨어진 곳이었다.
“에테나, 우리가 앞서가자!”
“네, 타일러님!”
***
난 에테나와 길을 돌아 가디언 수송팀이 멈춘 곳으로 이동했다.
파이컬 중령팀은 기간트라 접근이 쉽지 않을 것이다.
‘땅속이야?’
비스듬한 방향으로 거대한 땅굴이 보였다.
기간트도 한 번에 3대씩 들어갈 정도로 입구도 컸고, 입구를 중심으로 높은 울타리도 보였다.
그리고 울타리 안엔 수십 대의 마장기와 수십 개의 텐트가 있었다.
입구가 이 정도면 저 동굴 안에는 더 많은 마장기가 병사가 있다는 소리였다.
‘대체 땅속에서 뭘 찾은 거지?’
혹은 뭘 찾는 걸까?
궁금증이 밀려왔다.
그리고 그건 파이컬 중령 팀도 마찬가지일 것 같았다.
그들은 내가 숨어 있는 반대편 바위 뒤에서 나와 같은 곳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다고 저 많은 기간트를 뚫고 들어갈 수도 없고.
아! 기간트가 아니라 마장기지.
자꾸 헷갈린다.
그리고 동굴을 뚫고 들어간다고 해도, 저들도 아직 찾고 있는 것 같은데 뭔가 챙겨서 나올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일단 저 안에 뭐가 있는지 수색이 먼저였다.
‘그렇다고 혼자 들어가긴 부담스러운데······.’
도망치는 거야 암 드로운도 있고, 내 마법인형도 있으니 문제 될 건 없었다.
하지만 저긴 은밀히 들어갔다가 은밀히 나와야 했다.
만약 발각될 경우 저들의 경비는 강화되고 다시 물건을 훔치거나 빼내오는 것은 몇 배는 더 힘들어진다.
***
“대장, 저기 뭐가 있는 건 분명합니다.”
바오트 대위가 말했다.
파이컬 중령이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블랙힐 기지에서 병력을 더 이끌고 와! 싹 쓸어버리죠?”
“그렇게 되면 보르자 기지에 가디언 제국군도 몰려올 거야. 숫자상으로 우리가 불리해.”
로제 소령의 말이었다.
“그럼 아예 군단장님께 연락해 카야킨에서 병력을 더 이끌고 오죠. 그리고 주변 전진 기지의 병력도 더 데려오고요.”
가만히 있던 파이컬 중령이 말했다.
“전면전이 문제가 아니야. 저 안에 그만한 가치가 있는 걸 알아야 군단장님과 다른 영지군을 설득할 것이 아니냐.”
“그러게 뭐가 있을까요? 혹시 거신 갑옷이 아닐까요?”
키튼 소령이 물었다.
하지만 파이컬 중령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걸 5개월 반이나 찾고 있다고? 그건 아닐 거다. 400기의 마장기 외에도 몰래 이 정도 규모의 병력을 운용할 정도면 더 중요한 걸 찾고 있다고 봐야지”
“하지만 지금 거신 갑옷 말고 더 중요한 게 뭐가 있습니까?”
“그건 우리가 알아봐야지.”
파이컬 중령의 말에 기간트 기사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설마, 들어가 보시려고요?”
로제 소령이 물었다.
“그래, 최대한 은밀히 들어갔다가 빠르게 나와야 해. 들켰다간 저 동굴이 우리 무덤이 될 거야.”
“기간트 전투라면 자신 있는데, 몸을 쓰는 건······.”
“대장, 저 삼엄한 곳을 어떻게 들어간다는 말입니까? 들켰다간 목숨이 10개라도 부족할 겁니다.”
바오트 대위뿐만 아니었다.
다른 기사들 역시 표정이 안 좋긴 마찬가지였다.
“몰래 들어갈 방법이 있습니다!”
“응?”
“어?”
“타, 타일러 소령?”
기사들은 귀신을 본 것처럼 기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