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57)
57. 어째 일이 술술 잘 풀리네.
번쩍거리는 거대한 클레이모어.
보기만 해도 베일 것 같은 날카로운 소도.
창날이 반을 차지하는 언월도.
시커멓고 묵직한 철퇴.
기간트의 머리도 반으로 쪼개버릴 것 같은 거대한 할버드까지.
이곳은 롤랑 백작의 거대한 지하 훈련장이었고, 벽마다 거대한 무기가 걸려 있었다.
모두 하나같이 마석이 다량 함유돼있었고, 지금까지 잘 보존된 것이 거신 장인의 솜씨로 만든 무기가 분명했다.
하지만 정말 대박인 것은 거신의 명품 무기가 아니었다.
벽 한쪽에 있는 거대한 유리 진열장.
그곳에 내 키보다 큰 책이 한 권 있었다.
[마나 수련법 – 롤랑 귀네스 백작 지음.]롤랑 귀네스 백작은 위대한 이데아 제국의 열두 기사라 불릴 정도의 최고의 전사이자 마나 능력자였다.
그런 기사가 만든 마나 수련법이라면!!
‘이게 진짜 대박이지!’
제국의 근위 기사단인 아란노드 기사단의 후손인 타냐 블랙과 트라스의 개 용병대의 기사들을 얼마 전에 내 부하로 삼았다.
하지만 그들의 부족한 마나가 너무 아쉬웠었다.
타냐 블랙은 나이트급 기간트, 월터와 3명은 폰급 기간트, 나머지 4명은 작업용 기간트밖에 타지 못했으니까.
그래서 효과적인 마나 수련법이 없을까를 고민했다.
그리고 정보국에서 찾은 기간트 생산 공장을 가진 대영지의 가문 정보에서 한번 찾아보려 했다.
하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들의 마나 수련법이 아무리 좋아도 거신의 마나 수련법보다 좋을 리가 없으니까.
이건 정말 신이 도왔다고 할 만큼 일이 잘 풀린 것이다!
난 유리 진열장을 열려다가 멈췄다.
‘혹시 이거 열었다가 책이 부스러지는 거 아냐?’
얼마나 오래된 책인지 가늠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화산재가 덮이면서 진공 상태가 되어 지금까지 형태를 보존할 수 있었지만, 갑자기 공기가 통하거나 내가 만지면 완전히 바스러질 수도 있었다.
그러니 일단 아주 조심히 열어야 했다.
드르르르! 휘이잉!
천천히 유리 진열장을 열었다.
다행히 책은 그대로 있었다.
조심히 책 표지를 넘겼다.
“휴! 괜찮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마나를 보는 눈으로 살피자, 이 책이 아니라 이 유리 진열장에 마석이 함유되어 있었다.
아마도 진열장에 무슨 마법이 걸려 있었던 것 같았다.
그랬으니, 책이 이렇게 멀쩡하지.
난 천천히 책장을 넘겼다.
이건 마나 수련 교본 같은 것은 아니었다.
롤랑 귀네스 백작의 마나 수행 일기를 날짜별로 옮겨다 적은 것이었다.
첫 머리말을 읽었다.
‘롤랑도 쉬운 인생을 산 건 아니었네······.’
보통 이데아 제국의 기사는 4, 5살 때 마나를 느끼고, 12살에 기사의 종자로 발탁 받아 본격적인 기사의 길을 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롤랑은 마나를 19살에 처음 느꼈다고 했다.
남들은 이미 기사가 됐을 나이에 시작했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그가 적은 머리말에서 고스란히 고뇌가 느껴졌다.
하지만 자신은 남들과 다른 혹독한 마나 수련법으로 결국, 기사들을 따라잡고, 제국의 최고 기사라 칭하는 열두 기사가 되었다고 적혀 있었다.
몇 장을 넘기며 읽어봤다.
나도 모르게 살짝 치를 떨었다.
‘이거 인간이 할 수 있는 수련법인가?’
혹독한 신체 단련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이건 혹독한 신체 고문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뭐, 상관없겠지.
내가 수련할 것은 아니니까.
난 전에 암 드로운이 꼭두각시일 때, 영혼 이동을 통해 거신의 마나 호흡법을 자연스레 몸에 익혔다.
그랬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마나량은 자연스레 늘어났다.
물론 싱크로율도 최고였고.
‘타냐와 기사들이 고생 좀 하겠지.’
내 기사가 됐으니, 당연히 수준을 올려야지!
오리지널 기간트를 준다고 하면 기사들은 환장하니까, 충분한 당근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서 빨리 그들을 훈련시키고 싶었다.
‘일단 책과 무기부터 챙기자!’
암 드로운과 토우인형, 표범인형을 이용해 롤랑의 무기를 모두 챙겨서 인형의 집으로 옮겼다. 그리고 마나 수련법은 유리 진열장까지 통째로 옮겨 버렸다.
이제 난 오리지널 기간트의 무기를 다수 보유하게 되었다.
그리고 롤랑의 마나 수련법도.
쿵! 쩌저적!
헉 갑자기 벽이 갈라졌다.
‘지, 지진?’
기이잉! 쿵! 쿵!
난 곧장 지상으로 향하는 문을 향해 달렸다.
잘못하면 생매장당한다.
쩌억! 우르르르! 콰앙!
‘어?’
다행히 더 이상의 흔들림은 없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 보자, 한쪽 벽이 무너진 것이 보였다.
그리고 뿌연 먼지 사이로 큰 공간도 보였다.
저기에 왜? 공간이 있지?
조심스럽게 다가가 무너진 벽 너머로 고개를 내밀었다.
“세상에! 하수도가 멀쩡하다니!”
바로 아래쪽은 거대한 지하 수로였다.
이데아 제국의 수도 밑엔 거대한 하수도가 있었다.
거신들의 도시답게 하수도의 위치가 지하 100미터 아래에 있었다.
그러니 가디언 제국이 아직 찾아내지 못한 것 같았다.
그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무너지지 않은 곳이 있다니 신기했다.
대체 이 하수도가 어디까지 이어질까?
한쪽은 무너져 막혀 있었고, 한쪽은 시야가 닿는 곳까지 뻥 뚫려 있었다.
확인해 보자.
난 오리지널 마장기에 타고, 한참을 하수도를 걸었다.
“아! 완전히 다 뚫린 건 아니네.”
2km쯤 이동했을 때, 앞이 막혀 있었다.
괜찮다.
이 정도 거리를 그냥 이동할 수 있었다면, 이건 아주 좋은 소식이자 고급 정보였다.
이 하수도는 수도 구석구석까지 이어져 있을 것이고, 분명 황성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러니 가디언 제국처럼 무식하게 대로를 뚫고 황성까지 가는 것보다, 이곳처럼 곳곳에 뻥 뚫린 곳이 많을 테니 하수도를 뚫고 황성으로 가는 것이 훨씬 빠르고 힘도 덜 들 것이다.
만약 아베르크 제국과 가디언 제국이 서로 싸우지 않고, 거신의 유산을 각자 찾기로 협상을 맺을 수 있다면, 내 정보를 이용해 우리 아베르크 제국이 이데아 제국의 황성을 먼저 찾을 가능성이 훨씬 컸다.
그 과정에서 난 롤랑의 갑옷과 무기들을 찾은 것처럼 마나를 뿜어내는 눈을 이용해 하수도를 다니면서 귀족 저택을 찾아내 지속해서 파밍 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오늘 같은 일이 일회성이 아니라, 가끔 벌어질 수 있다는 말!
특히 기사의 갑옷을 더 찾을 수만 있다면, 난 오리지널 기간트가 주력인 군단을 만들 수도 있었다. 물론 기술력을 지금보다 몇 배는 더 늘려야겠지만.
그리고 이건 나도 좋지만, 아베르크 제국에게도 당연히 좋은 일이었다.
아무래도 황성에 진귀한 물건도 많을 거고, 기사들도 많이 묻혀 있을 테니, 기사의 갑옷도 많이 챙길 것이다.
만약 가디언 제국이 먼저 황성을 찾고 내부를 턴다면, 군사력이 비슷한 두 제국의 힘이 가디언 제국으로 확 기울어질 것이다.
반대로 아베르크 제국이 먼저 황성을 찾아낸다면!
한 마디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꿩먹고알먹고.
그리고.
‘이거 잘만 하면 중령이 아니라 대령으로 진급하는 거 아냐?’
아! 정보국은 대령이 없다고 했지.
그럼 바로 별을 다는 건가?
아! 그것도 아니다. 정보국은 대령이 없는 대신 실무 책임자인 중령에서 아주 오랫동안 머물러야 한다고 들었다.
그랬기에 정보국에 소위 다음으로 가장 많은 장교 계급이 중령이기도 했다.
내 직속 상사인 헬다임 지부장인 프레디 준장은 무려 8년을 중령으로 보냈다고 들었다.
그러니 중령 진급은 가능하겠지만, 장군은 아직 먼 이야기였다.
아무튼, 이건 엄청난 고급 정보였고, 써먹을 곳이 많았다.
‘그만 돌아가자.’
오늘은 너무 일이 잘 풀려 살짝 불안하다.
저택 밖으로 나와서 거대한 문을 닫고, 거신인형과 기간트를 이용해 입구에 다시 흙을 덮고 단단히 다졌다.
이번엔 전에 보였던 기둥 밑단까지 완전히 덮어버렸다.
이제 이곳의 정보는 당분간 나만 알고 있었다.
내 마법인형들과 기간트를 모두 넣고, 암 드로운과 둘이서 대로 옆길을 이용해 성문으로 이동했다.
사람의 욕심이란 것이 끝이 없는지, 성문으로 향하는 중에도 마나 탐지를 계속했지만, 아쉽게도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성문에 도착하자, 지금도 작업용 마장기들이 쉴새 없이 철로를 이용해 흙을 나르고 있었다.
‘참! 열심히들 산다.’
덕분에 마나 호흡법과 롤랑의 갑옷과 다수의 무기를 얻었으니, 고마운 마음도 살짝 있었다.
난 내 마장기와 거신인형을 인형의 집에 넣었고, 표범인형을 이용해 성벽 위에 올라갔다.
그리고 반대편으로 넘어가려 했을 때였다.
조금 떨어진 야영장에 비숍급 마장기 2대와 나이트급 마장기 2대, 폰급 마장기 1대가 해치를 연 상태로 세워져 있었다.
이건 마치······.
‘나더러 가져가라는 말인가?’
솔직히 난 기간트나 마장기나 둘 다 상관없었다.
작동방식이 다른 것도 아니고, 유일하게 걸리는 것이 마석 배터리의 크기와 모양이 다른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내 인형의 집엔 마장기용 배터리도 잔뜩 있었다.
케네스 영감이 내 오리지널 마장기에 쓸 수 있도록 충전해 준 것이다.
‘마장기 기사들은?’
몇 명은 모닥불 앞에 앉아서 고기를 굽고 술을 마시고 있었고, 두 명은 체스를 두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 야영지 주변은 병사들이 순찰하고 있었다.
다 차려진 밥상을 외면하는 건 도리가 아니고.
‘그래 챙기자!’
어차피 이곳에서 더 얻을 정보도 없었다.
준비를 끝내고, 난 성벽 위에서 작전을 지휘한다.
이번 작전의 생명은 신속함과 은밀함이다.
‘가라! 치타!’
크아앙!
다다닥!
체스를 두던 기사 한 명이 고개를 돌렸다.
“뭐, 뭐야?”
퍼억!
콰직!
“으악!”
표범인형이 앞발로 기사 한 명의 머리를 후려쳤고, 곧바로 앞에 앉은 다른 기사의 목을 물어버렸다.
술을 마시던 기사들이 마장기로 달리기 시작하지만 이미 늦었다.
인간이 표범인형보다 빠를 순 없으니까!
표범인형이 기사들을 앞질러 앞발을 휘둘렀다.
촤악! 촤악!
무기도 들지 않은 기사들은 표범 괴수의 상대가 아니었다.
순식간에 둘이 더 쓰러졌고, 마지막 남은 기사는 자신의 마장기가 아니라 반대편으로 달렸다.
순찰하던 병사들은 괴수를 보자, 이미 혼비백산해 사방으로 물러섰고.
“지금이다!”
거신인형과 거대 토우인형을 마장기 뒤쪽에 배치했다.
하지만 인형의 집에 넣기 위해선 10분을 기다려야 했다.
일단 기사가 마장기에 타는 것을 막았으니, 이미 작전은 90% 정도 성공한 셈이었다.
잠시 후.
흙을 나르던 작업용 마장기들이 우르르 몰려오기 시작했다.
‘치타! 가만히 있지 말고, 움직이며 저들을 유인해!’
작업용 마장기도 마장기!
한두 대라면 어떻게 해보겠지만, 순식간에 수십 대의 작업용 마장기가 달려들었기에 표범인형도 피해야 했다.
경비가 전보단 강화됐기에 통로 입구 쪽에도 마장기가 있었기에 저들이 오기 전에 마장기를 챙겨야 했다.
그럼 가디언 제국은 누구 소행인지도 모를 거다!
기이잉! 쿵쿵쿵!
입구 쪽에 있던 마장기가 멀리서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표범인형으로 최대한 시선을 끌었다.
‘좋아! 시간 됐다! 암 드로운 마장기 챙겨!’
[네! 주군!]거신인형이 양 옆구리에 비숍급 마장기를 끼워 들었다.
내가 토우인형을 조종해 나이트급 마장기 하나를 거신인형의 어깨에 올렸다.
지금 암 드로운은 3대의 마장기를 몸에 걸친 것이다.
마지막으로 토우인형으로 2대의 마장기를 들었다.
‘인형의 집으로!’
쓰윽!
거신인형과 토우인형이 다섯 대의 마장기를 들고 사라졌다.
작전은 대성공.
이제 남은 건 탈출뿐이었다.
미리 매달아 놓은 밧줄을 타고 성벽 아래로 내려갔다.
너무 높았기에 떨어지면 그냥 사망이었기에 최대한 천천히 내려갔다.
사마귀 밧줄 잘라!
사마귀가 자른 밧줄을 한곳으로 치워 증거를 없애고, 기중기를 향해 달렸다.
사마귀 꼭두각시도 인형의 집에 넣었고.
마지막으로.
‘치타도 인형의 집으로!’
슈욱!
표범인형도 챙겼다.
그렇게 난 싱크홀을 탈출했다.
‘하아! 참 보람찬 하루였어.’
시간을 따지면, 거의 이틀에 가까운 하루였다.
그래도 마지막에 멀쩡한 마장기를 5대나 추가로 챙겼으니 대박이었다.
지금 내 인형의 집에 있는 기간트 대부분은 부서지거나 해치가 망가졌기에 상당한 수리가 필요했다.
당장 마나인형이 탈 수 있는 기간트는 있었지만, 한 대라도 더 부서지면 꼭두각시 한 명이 놀아야 했다.
하지만 가뭄의 단비처럼 마장기 다섯 대를 챙겼으니, 당분간 마법인형이 놀 일은 없었다.
‘근데 얘는 어디 갔지?’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에 왔는데, 에테나가 보이지 않았다.
순간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납치? 감금? 아니면 괴수의 습격을 받았나?
그때 수풀이 부스럭거렸다.
“무사하셨네요.”
“휴! 왜 빨리 나오지 않았어?”
“여기서 가까운 곳에 기간트와 마장기가 대치 중입니다.”
“뭐?”
“그곳을 지켜보고 있다가 타일러님이 나오시는 걸 보고, 달려오느라고 늦었네요.”
기간트라니? 파이컬 중령팀은 모두 카야킨 기지로 갔을 텐데?
“에테나! 서둘러 가보자.”
***
작은 공터에서 10대의 기간트, 11대의 마장기가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여긴 우리 아베르크 제국의 관할 구역이다!] [대수림에 관할 구역이 어디 있느냐?] [우리 블랙힐 전진 기지가 근처에 있으니, 우리 구역이다!] [우리 보르자 기지도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웃기지 마라! 블랙힐 전진 기지가 더 가까우니까 우리 구역이다!] [그렇게 따지면 우리 보르자 기지가 2배 더 크니까 관할 구역을 2배 더 크게 잡아야지!]키보드 워리어처럼 두 제국군이 무기를 겨누며 주둥이로만 떠들고 있었다.
하지만 둘 다 물러서지 않는 것이 언제 전투가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난 기간트의 검은색 보호 장갑을 보자마자 정체를 알았다.
그들은 록체스터 가문의 기사들이었다.
‘하여간 귀족 놈들은 정치인들과 똑같다!’
더럽게 말을 안 들어 처먹어.
시안 군단장이 블랙힐 기지를 지키라고 했으니, 그냥 지키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솔버리 백작도 내 보고를 함께 들었으니, 화산 지대에서 가디언 제국이 뭔가 찾고 있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니 뭔가 챙길 수 있는 것이 있을까 해서 수색팀을 보낸 것이다.
문제는.
‘이대로 전투가 벌어지면 협상은 완전 나가린데······.’
두 제국이 전쟁을 벌이는 것보다, 서로 황성을 찾기 위해 힘을 쏟아야 중간에서 내가 챙길 게 많아진다.
‘젠장! 이젠 싸움을 말려야 한다니!’
하아! 하루가 다 끝난 게 아니었어.
이렇게 고군분투하는 것을 누가 알아줄까?
그때 에테나가 날 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네가 알아주는구나!
이제 내가 나설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