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61)
61. 동아줄.
“오늘 자네의 활약을 보니, 그동안 올라온 보고서는 자네 능력의 십 분의 일도 제대로 담고 있지 않더군.”
“과찬이십니다.”
“내 앞에선 겸손 떨 필요 없네. 정보국은 좀 거만한 것이 오히려 자신감 넘쳐 보이고, 좋아.”
“아! 조언 감사합니다.”
갑자기 찰스 정보국장이 바지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응? 내가 어디에다가 뒀더라? 분명 챙겼는데?”
“상의 주머니를 보십시오.”
찰스 국장이 제복 안쪽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이게 뭔지 아나?”
“중령 계급장 아닙니까?”
찰스 국장은 피식 웃었다.
“눈치도 빠르군.”
방금 중령이라고 불렀잖아!
찰스 국장은 내게 상자를 건넸다.
“축하하네. 타일러 중령.”
“충! 감사합니다.”
국장이라고 계급장을 달아주지도 않는 건가?
소령 진급 후 거의 1년 만이었다.
남들은 최소 5년은 돼야 진급한다는데······.
사실 별 감흥은 없었다.
이젠 계급장보단 내 영지를 갖고 싶었으니까.
“그다지 기쁘지 않은 표정이네만?”
“아닙니다. 뛸 뜻이 기쁩니다.”
찰스 국장은 고개를 흔들었다.
“자네가 헬다임 지부로 보낸 가디언 제국의 병력 배치와 주변 상황 정보 말이네. 덕분에 우리 정보국의 체면을 살렸네. 윌리엄 사령관께서도 꽤 칭찬하셨고.”
“제 할 일을 한 겁니다.”
“사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자네가 보낸 정보가 그렇게 중요한 정보라고 생각진 못했네. 그래서 자네에게 중령 계급장이면 충분할 거로 생각했지······.”
“······?”
“하지만 오늘 자네 활약을 보니, 얼마 지내지 않아 내 자리까지 넘보겠더군.”
“에이!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전 이제 중령인데요.”
“아무튼, 이번에 북부군이 잡은 목표 말이야. 잘 완수하도록 최선을 다해 윌리엄 사령관님을 돕게. 그럼 이번 임무가 끝난 다음 자네 계급장은 별이 반짝일 테니까.”
“정보국은 중령에서 오랫동안 머물러야 한다고 들었는데요?”
“그거야 보통 사람들 이야기지. 자넨 이미 사령관님의 특별고문이 아닌가.”
“충! 열심히 하겠습니다.”
별을 준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찰스 국장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 왜 윌리엄 사령관께서 자네만 보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지 알겠어.”
“네?”
“어딘가 모르게 좀 부족한 것도 같고, 또 어떨 때 보면 치밀한 여우고, 막 챙겨주고 싶다가도 어딘가 밉상인 것도 같고, 또 능력은 뛰어나니, 안 챙겨줄 수도 없고. 그리고 오늘처럼 갑자기 큰 문제의 해결책을 떡하니 내주니, 시원하게 등을 긁어 주기도 하고. 도대체 자네 정체가 뭔가?”
뭐지?
회의하는 동안에 나만 감시한 건가?
그냥 슬쩍 넘기자.
“클린드 부국장께서는 제가 운이 좋아서 맘에 든다고 하셨습니다.”
“한 번이면 운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그 운이 계속 겹치면 그거 실력이야. 앞으로도 자네의 운이 쭉 좋았으면 좋겠군. 나도 자네 덕분에 끝까지 올라갈 수 있게.”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끝까지라면 다음 추밀원장 자리를 노리나?
“나중에 나도 저 괴조에 타볼 수 있을까?”
“네? 타보고 싶으십니까?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제가 있을 때 말씀하십시오.”
“알았네.”
찰스 국장은 안당고낙을 한번 쳐다보더니, 회의가 한창인 곳을 향해 걸었다.
그러다 무언가 생각난 듯 몸을 돌려 다가왔다.
“아! 자네 부친 말이네.”
“네?”
“왜, 정보국으로 자넬 찾아달라는 의뢰가 왔지?”
“글쎄요. 전 가문에서 이미 내놓은 몸이라 연락을 안 한 지 꽤 됩니다.”
“어허! 가문에서 내놓았다고, 그 핏줄이 어디 가는가. 아무튼, 우린 정보국은 보안을 중시하니, 알려줄 수 없다고 했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자네 약혼녀도 찾는다고 하던데.”
“약혼녀요?”
“무려 1년 반 전에 가문에서 도망쳤다고 들었네. 할데가르를 지나 헬다임으로 간 것까진 확인이 되는데, 그 뒤론 도무지 찾을 길이 없네.”
“저도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샤를린, 그녀는 카야킨 전진 기지에 있을 텐데······.
난 그녀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었지만, 찾아보진 않았다.
괜히 아픈 옛 기억을 끄집어낼 필요는 없으니까.
내 표정을 보던 찰스 국장이 또다시 머리를 흔들었다.
“자네 소문은 이미 남쪽 영지에도 퍼졌을 거야. 그냥 시간 날 때, 집에 편지나 한 장 쓰게.”
“먼저 가십시오. 전 잠시 머리 좀 식히고 오겠습니다.”
“멀리 가진 말게. 자넨 윌리엄 사령관님의 특별고문이 아닌가.”
“네······.”
***
오랜만에 간이침대에 허리를 쭉 펴고 누웠다.
‘역시 인간은 땅에 살아야 해.’
그동안 딱딱한 나무 위에서 잔다고, 등이 배겨 힘들었다.
‘이제 곧 결정이 나겠지.’
이미 판은 벌어졌다.
아베르크 제국과 가디언 제국이 치고받고 싸우든지, 아니면 협상을 잘 맺어 서로 사이좋게 발굴 작업을 하든지 하겠지.
그리고 내가 그동안 가디언 제국군을 잘 괴롭혀 줬으니, 어느 정도 도움도 줬고.
맞은편 침대에 앉아 있는 에테나가 물었다.
“회의에 돌아가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이미 내 정보는 다 풀었어. 난 자문하는 사람이지 결정하는 건 저 사람들이 알아서 할 거야.”
머리 아픈 회의는 그만이다.
전쟁을 벌인다면, 그 사이에서 최대한 챙기면 되고, 협상을 벌여 서로 발굴을 하겠다면, 내 계산대로 하수도 가까운 곳을 마나 탐색으로 검색해 귀족 저택만 골라 안전하게 파밍 하면서 오리지널 기간트 숫자를 늘리면 된다.
그리고 가끔 괴수 마법인형도 만들고.
인형의 집을 열었다.
기이잉! 쿵! 쿵!
대형과 진형 훈련을 하고 있던 기간트 넷이 나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주군을 뵈옵니다!] [주군을 뵈옵니다!]그리고 마지막으로 암 드로운이 내게 무릎을 꿇었다.
“주군을 뵈옵니다!”
‘암 드로운, 매번 그렇게 인사 안 해도 된다니까.’
“신하 된 자, 어찌 예를 소홀히 할 수 있겠습니까. 하루에 천 번, 만 번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암 드로운은 역시 기사단장이었다.
그가 저렇게까지 하니까 다른 자동인형들 역시 진짜 내 기사들처럼 깍듯했다.
그리고 암 드로운이 훈련한 꼭두각시들은 모두 자동인형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지금 내 인형의 집에 있는 자동인형은 거신인형을 빼고 모두 일곱.
룩급 기사 2명, 비숍급 기사 3명, 나이크급 1명, 폰급 1명으로 웬만한 대수림 사냥팀보다 전력이 높았다.
그리고 난민 기지에 자할리(룩급)와 더그(비숍급), 엘다크(비숍급) 자동인형까지 있었기에 기간트에 탈 수 있는 마나인형이 총 10개였다.
게다가 룩급 오리지널 기간트보다 강력한 거신인형까지 있으니, 기간트만 충분하다면 정말 마법인형 군단이라 부를 만했다.
‘참! 나도 이제 나이트급 오리지널 마장기에 완벽히 적응했고.’
그리고 이 주변에서 괴수를 사냥하면서 기사회생(lv.5) 스킬 레벨도 올렸고, 최근에 괴수 꼭두각시 마법인형 하나를 더 늘렸다.
쿵! 쿠쿵! 쿵!
지금 인형의 집에서 두 다리와 바닥까지 내려온 긴 팔로 뛰어다니는 괴수의 이름은 콩!
내가 지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놈은 킹콩처럼 생겼다.
키 7미터에 B등급 괴수로 특이한 것은 날다람쥐처럼 팔과 옆구리 쪽에 넓고 긴 날개 가죽이 있어 거신목과 거신목 사이를 비행하듯 뛰어다닐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아! 이놈을 꼭두각시로 만들기 위해 석 달을 고생한 걸 생각하면······.’
정말 치가 떨릴 정도다.
킹콩 괴수를 꼭두각시로 만들기 위해 같은 괴수를 이십여 마리나 사냥했고, 석 달 내내 잠복과 사냥을 반복해 겨우 한 마리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내 기간트와 마장기가 일곱 대나 부서졌다.
그래서 지금 멀쩡한 기간트는 비숍급 2대와 나이트급 마장기 2대뿐이었다.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았다.
“끄어어어어!”
쿵쿵쿵쿵!
콩이 가슴을 치고 포효한다.
내가 영혼 이동 스킬을 사용하면서 가르친 동작인데, 이젠 꽤 자연스럽다.
콩(lv.4)은 한 번에 기간트를 2대나 들고 인형의 집에 들어갈 수 있었기에 일부러 마법인형으로 만든 것이고, B등급 괴수의 능력을 제대로 깨우친다면 비숍급 기간트와 맞먹는 힘을 낼 수 있었다.
이제 인형의 집에서 한 번에 6대의 기간트를 넣고, 뺄 수 있어 전력 운용에 큰 도움이 됐다.
그리고 콩의 스킬도 하나 배웠다.
[양손 내려찍기(lv.1) – 양손을 모으거나 양손으로 무기를 잡고 내려찍기를 할 때, 힘이 배가 된다.]킹콩 괴수가 나무 위에서 점프하면서 양손을 모아 내 기간트 머리통을 부수는 모습을 보고, 같은 동작을 흉내 내다가 배운 스킬이었다.
어디에 써먹을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타일러님, 누가 이쪽으로 옵니다.”
“젠장, 휴식 시간도 끝이군. 에테나 가자.”
***
[블랙힐 기지 북부군 사령관실]“충! 부르셨습니까.”
“내 특별고문이 회의에 끝까지 참석하지 않고, 어딜 다니는 건가?”
“이미 제가 아는 정보는 다 풀었습니다. 사실 회의는 딱 질색이거든요.”
윌리엄 사령관이 피식 웃었다.
“회의를 많이 해야 좋은 안건이 나오는 거네.”
“네네, 알겠습니다.”
윌리엄 사령관이 시가를 입에 물었다.
“그런 거 많이 피시면 일찍 죽습니다.”
“그래? 어쩐지 내 마누라가 다른 건 다 말려도 시가는 그냥 놔두더라니······.”
이거 농담인가?
지금 웃어야 하나?
앗! 타이밍을 놓쳤다.
엠버 대령이 사령관의 시가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어쩌겠나. 이 세상에서 내 머리를 아프지 않게 하는 것은 이 녀석밖에 없는데······.”
뻐끔뻐끔 연기가 피어오르고.
윌리엄 사령관의 주름진 이마가 펴졌다.
“어때? 자네도 이제 중령이 됐으니, 시가를 배워보지 않겠나?”
“괜찮습니다. 전 벽에 그거 칠할 때까지 살 겁니다.”
“젊은 사람이 재미없게.”
윌리엄 사령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좀 얄밉긴 하지만 자네 같은 사람에게 시집을 갔어야 했는데······.”
그게 다 가문에 힘이 없어서가 아니겠습니다.
난 속으로 대답했다.
윌리엄 사령관의 정보 파일도 찾아서 읽었다.
윌리엄 호세스 사령관의 외조카는 자기 때문에 7황자에게 시집을 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윌리엄 호세스가 동부 전선에서 활약하며 별을 달고 승승장구하자, 7황자 측에서 혼담을 넣은 것이다.
문제는 정실도 아니고, 둘째 부인.
자식이 없었던 윌리엄은 형편이 어려운 여동생 식구들을 자신의 집에서 함께 살게 했다.
그리고 외조카를 자기 딸처럼 여겼다.
“휴우우!”
윌리엄 사령관이 시가를 재떨이에 올리곤 날 쳐다봤다.
“자네가 함께 가줘야겠어.”
“네? 설마, 그건 아니겠지요?”
“자네가 생각하는 거 맞아.”
“하아!”
나도 모르게 한탄을 담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지금 내 앞에서 한숨을 쉰 건가?”
“아닙니다.”
어째 나를 엄청나게 띄워주더라니······.
“어차피 자네가 원하는 것이 가디언 제국과 협상 아닌가? 협상단의 호위 격으로 가는 것이니, 별일은 없을 거야.”
“네······.”
“그리고 협상이 잘돼야 자네가 여기서 빼먹을 것이 더 많지 않겠나?”
“네? 그게 무슨?”
갑자기 윌리엄 사령관이 엠버 대령을 향해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엠버 대령은 항상 옆에 두시던 분이 왜?
엠버 대령이 밖으로 나갔다.
왠지 싸늘하다.
비수가 날아와 가슴에 꽂힌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이전 카야킨 사령관이었던 프랭크 대령 말이네. 그 부하들 말로는 프랭크 대령이 빼돌린 괴수 부산물이 상당수 사라졌다고 하더군. 마석은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
“그리고 살루스 전진 기지의 포로들 말로는 자신들을 공격한 것이 오리지널 기간트 같다는군. 그리고 살루스 병사들이 드워프를 빼돌린 것이 기간트라고 증언했네. 자네 이 점에 대해 뭐 아는 게 없나?”
“······.”
왠지 다 알고 물어보는 것 같은데······.
“사실 나도 누구 짓인지는 모르네. 심증은 있으나 증거가 없으니 누굴 탓할 생각도 없고. 그리고 정체 모를 기간트가 우리를 공격한 것도 아니니까.”
“그러시군요.”
“솔직히 우리 제국에 피해를 준 것도 아니고, 어차피 다 각자 주머니로 들어갈 것이니, 얼마를 빼먹어도 상관없네. 지금처럼 증거만 없으면 누가 알겠나? 물론 나도 부하들도 알아서 챙기고 있네.”
윌리엄 사령관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점은 마찬가지야. 우리 제국에 피해만 없다면, 적의 것을 빼앗아 챙기거나 혹은 우리가 모르는 것을 챙긴다면 나는 계속 못 본 척할 것이네.”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앞으로 특별고문이 할 일이 많아질 거야. 이번에도 겉으론 협상단 호위 임무지만, 자네가 알아봐야 할 것이 따로 있네.”
“말씀하십시오.”
“협상은 매우 길게 이어질 거야. 같은 제국의 지휘관들끼리도 의견이 잘 안 맞는 법인데, 지금까지 창칼을 겨누고 있는 사이가 오죽하겠나. 그러니 자네는 협상단과 함께 그곳에 머물면서 가디언 제국의 지휘관들 성격이나 성품을 최대한 알아 오게. 협상이 잘 된다고 해도 언제 깨질지 모르는 평화네. 우린 전쟁에 미리 대비해야 하네. 그러니 내가 알아야만 하는 모든 정보를 캐오게.”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순간 윌리엄 사령관이 무섭게 느껴졌다.
황제가 이 사람을 대장으로 진급시키고, 북부군 사령관 자리에 앉힌 것은 그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사람은 북부군 사령관 자리에서 멈출 사람이 아니었다.
어쩌면 내가 동아줄 하나를 제대로 잡았을 수도······.
“저도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응?”
윌리엄 사령관이 피식 웃었다.
“내가 자넬 높이 평하는 이유가 이거네. 욕심이 없는 사람은 성취도에서 큰 차이가 나지. 그래 원하는 것이 뭔가?”
“헬다임 장벽과 가까운 영지를 하나 사고 싶은데요. 보다시피 제가 군에 묶인 몸이라······, 귀족 작위도 없고. 도움을 좀 받고 싶습니다.”
윌리엄 사령관의 눈동자가 똥그래졌다.
“허! 자넨 내 생각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었군.”
아니요! 사령관께서 더 무서운 분이십니다.
아직은요.
윌리엄 사령관은 다 타버린 시가를 한참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를 쳐다봤다.
“좋아! 다른 건 잘 모르겠고, 자네가 작위를 받을 수 있게 내가 힘써보지.”
“충!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조언하자면, 영지를 사더라도 처음엔 뒤에 내가 있는 것처럼 분위기를 만들고 가는 게 좋아. 이 세상엔 젊은 사람의 성공을 시샘하는 자들이 많으니까.”
“아!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정말 감사합니다.”
나와 윌리엄 사령관과 협상은 잘 끝났다.
이제 가디언 제국과 협상하러 가자!
협상이 끝나기 전에 뭘 더 챙길 수도 있고.
이미 사령관이 허락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