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68)
68. 분신인형.
수천km.
낯선 거리를 이동했다.
지도를 보다 길을 모르면 묻고, 기차가 없으면 마차를 탔다.
마차도 없으면 무작정 길을 걸었다.
그렇게 가고 또 가고,
수일, 수십 일, 수많은 날을 지나 드디어 살루스 왕국에 도착했다.
하지만 진짜 여정은 지금부터!
붉은 모래를 찾아 꺼지지 않는 열기의 블레이즈 사막을 횡단했다.
타는 듯한 갈증과 내리쬐는 태양.
하루에도 몇 번씩 지쳐 쓰러지지만, 그분이 내게 준 생명은 쉬 꺼지지 않는다.
밤이 되면 다시 기운을 차리고, 다시 또 걷는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다.
그냥 가만히 누워 있으면 이 힘든 여정도 끝이 나겠지.
사막의 모래바람이 날아와 날 영원히 묻어버리겠지.
하지만 날 이끄는 운명의 실.
마스터가 날 기다린다.
그리고 다시 일어선다.
오아시스에서 사막의 도적을 만났다.
단검을 던져서 셋, 검으로 둘, 손도끼와 소도를 들고 치열한 혈투 끝에 나머지 다섯을 쓰러트렸다.
너무 힘들어 그 자리에서 쓰러져 사흘을 잤다.
그리고 다시 일어섰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거대 모래 폭풍을 만났다.
이번엔 정말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여기까지가 내 한계였다.
나도 더는 버틸 수 없었다.
그때 기적이 일어났다.
눈앞에 작은 바위산이 보였고, 그 바위틈에서 동굴을 찾았다.
그곳엔 먼저 온 사람들이 있었다.
사막의 유랑민들.
잔뜩 경계하던 내게 그들은 조심스럽게 물과 대추야자를 내밀었다.
그들은 내게 사막에서 모래 폭풍을 피하는 법을 알려줬고, 별을 보며 길을 걷는 방법도 알려줬다.
사막은 그들의 집이자, 터전이었고, 그들은 조상 대대로 이곳 블레이즈 사막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친절했고, 나는 마스터에게 받은 제국의 금화를 내밀었다.
금화의 힘은 위대했다.
그들은 내게 붉은 모래가 있는 곳을 알려주고, 함께 가주기까지 했다.
왜 마스터가 금화를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았다.
드디어 붉은 모래를 찾았다!!
거대한 분지 속, 타는 듯한 불꽃의 모래.
뜨거운 눈물이 쉴새 없이 흐르고, 뛸 듯이 기뻤다.
사막의 유랑민들은 붉은 모래를 찾아 기뻐하는 날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마스터의 주변에는 기간트에 타는 자들이 가득했다.
아니 전부였다.
그리고 엄청난 힘을 가진 거신인형까지, 이제 쓸모없는 것은 나밖에 없었다.
난 기간트에 타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사마귀처럼 날지도 못했고, 표범처럼 강하지도 않았다.
매일 수 없이 단검을 던지고, 도끼와 검을 휘둘러 보지만 한계가 명확했다.
나는 이제 마스터에게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마스터는 나를 믿었다.
그리고 내게 중요한 임무를 맡기셨다.
난 지금 그 임무를 수행 중이다.
배낭 가득 붉은 모래를 담고, 양어깨에 메고 다시 길을 떠난다.
짐의 무게만큼 돌아갈 때의 발걸음은 몇 배나 더 묵직했다.
하지만 마음은 훨씬 가볍다.
나도 마스터에게 쓸모 있는 몸이었다.
발이 푹푹 빠지는 뜨거운 사막을 건너 다시 제국의 북쪽으로 향했다.
걷고, 마차를 타고, 열차를 타고.
드디어 헬다임 역에 도착했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지금 내 등에는 붉은 모래가 가득했다.
나를 믿어준 마스터께서 기뻐하실 모습을 떠올리니, 발걸음이 절로 가벼워진다.
“이 새끼, 감히 우리를 배신하고 헬다임 역에 당당히 들어와?”
“어이가 없네!”
순간 무언가 잘못됨을 느꼈다.
정체 모를 자들에게 공격을 받았다.
“저 새끼 잡아!”
난 싸우고 또 싸웠다.
하지만 놈들은 너무 많았고, 난 너무 지쳐있었다.
결국, 놈들에게 붙잡혔다.
이제 다 왔는데······.
허무하고 또, 허무할 뿐이다.
나는 사라져도 이 붉은 모래라도 마스터께 전해 드려야 하는데 자꾸 의식이 흐려진다.
[짹(lv.1) 분신인형과 의식을 연결합니다.]‘내 첫 번째 분신인형이라니!’
기대감을 안고 짹과 연결했다.
순식간에 공유된 짹의 의식!
그런데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해졌다.
따로 설명을 들을 필요는 없었다.
의식의 연결과 동시에 나와 헤어진 후의 기억을 공유하고, 그 여정을 고스란히 느꼈다.
겨우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는데, 헬다임 역에서 사로잡힌 것이 허무했다.
그리고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
어쩌면 이런 감정들이 짹을 분신인형으로 만든 원동력일 수도 있었다.
내게 소식을 전하기 위한 간절한 마음이 연결됐고, 내 분신인형으로 거듭난 것이다.
[병렬사고(lv.1) – 하루에 한 번 15분간 분신인형의 생각과 의식을 공유한다. 의식이 병렬연결 되면 실시간으로 스킬을 전송할 수 있습니다.] [현재 분신인형에 전송할 수 있는 스킬은 총 3개입니다.]그렇다!
난 분신인형의 생각을 읽는다.
그리고 의식을 공유한다.
또한, 내 스킬을 보낼 수도, 분신인형의 스킬을 가져올 수도 있다.
원래는 대부분 분신인형의 스킬을 내가 빌려오지만, 지금은 그 반대였다.
분노가 끓어오르지만, 지금은 짹을 구하는 것이 먼저였다.
‘짹, 너도 분하겠지만 침착해! 그래서 필요한 스킬이 뭐야?’
세 괴수 마법인형에게 추가로 익힌 스킬까지 난 총 6개의 스킬이 있었다.
짹 분신인형이 내게 의식을 전해왔다.
‘알았다. 네게 전달한다.’
퍽! 퍽!
짹 분신인형이 누군가 휘두른 몽둥이에 맞았다.
그 고통과 분함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짹은 지금 양손을 뒤로 한 채로 의자에 묶여 있었다.
꼼짝할 수 없었기에 고스란히 당하고만 있었다.
[도약(lv.5) 스킬을 전송했습니다.] [양손 내려찍기(lv.3) 스킬을 전송했습니다.] [앞발 후려치기(lv.4) 스킬을 전송했습니다.]그 순간 짹이 미소짓는 것이 느껴졌다.
“어라? 이 새끼 웃는데요?”
“뭐? 너무 맞아서 돌아버렸나?”
짹은 지금 꼼짝할 수도 없었기에 벗어나기 위한 스킬이 필요했다.
“도약!”
팟!
다리를 뻗고 스킬을 사용했다.
짹의 몸이 의자와 함께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뭐야?”
쾅! 콰직!
“으헉!”
짹은 덩치 큰 사내를 덮쳤고, 의자는 산산이 부서졌다.
덕분에 손이 풀렸다.
“양손 내려찍기!”
두 손을 모아 당황한 다른 놈의 대가리를 내려쳤다.
콰앙!
“커헉!”
놈이 힘없이 쓰러졌다.
짹은 서둘러 바닥에 떨어진 몽둥이를 들었다.
‘짹, 거기가 어디야?’
의식이 공유된다.
이곳은 이미 전에 한번 와 봤던 곳이었다.
시장 저택의 지하 창고.
‘곧장 하수도로 빠져나와!’
짹이 달리기 시작한다.
“뭐야?”
“이 새끼, 어떻게? 나왔어?”
앞발 후려치기!
퍼억! 퍼억!
몽둥이에 맞은 두 놈이 힘없이 쓰러진다.
그리고 뒤에서 또 다른 놈들이 추격한다.
‘계속 달려!’
한참을 달리자, 하수도 여러 개가 모여서 거칠게 흐르는 대형 수로가 보였다.
다다다닥! 팟!
짹이 도약 스킬로 10미터의 넓이의 수로를 단번에 뛰어넘었다.
그러자 뒤에서 쫓아온 놈들은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짹은 하수도를 필사적으로 달렸다.
그러다 갑자기 멈춰 몸을 돌렸다.
‘뭐? 붉은 모래를 찾아야 한다고? 됐어! 그건 내가 찾을 테니까, 당장 도망쳐! 네가 붉은 모래보다 소중하다고!’
내 의식을 몇 번이나 강하게 전달했다.
그제야 짹은 다시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제 15분이 다 됐다.
연결이 끊긴다!
‘글래디스 일등 하사관을 찾아 몸을 숨겨!’
마지막 의식을 전달하자, 연결이 끊겼다.
으드득!
주먹을 쥐었다.
“하아! 그래, 그놈들이 남아 있었지.”
헬다임의 시장인 쟝 볼타와 그의 아들 쟈크 볼타 남작.
그놈들은 삼황자의 측근으로 이전 장벽 사령관이 있을 때부터 많은 부산물과 마석을 빼돌린 자들이었다.
그리고 살루스 왕국과 공모해 신임 사령관을 암살하려 했다.
물론 증거는 나오지 않았기에 윌리엄 사령관은 살루스 야영지에만 경고하고 넘어갔다.
그때 다 쓸어버려야 했다.
하지만 장벽 사령관 역시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니 제국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함이다.
결국, 완벽한 자유를 얻기 위해선 제국마저 넘어서야 한다는 뜻이었다.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당장 문제는 현재 헬다임 장벽 사령부의 기간트와 병력 대부분이 대수림 너머 카야킨과 블랙힐 기지에 있다.
지금 헬다임 사령부에 남은 병력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모두 장벽 관문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헬다임 시는 시장과 경비대의 소굴이나 마찬가지였다.
내 마법인형은 내 운명의 실타래 범위에 있을 때, 완벽해진다.
이 실타래 범위를 벗어나면 꼭두각시는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운명의 실이 끊어져 완전히 사라진다.
자동인형은 운명의 실타래를 벗어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보통 인간처럼 먹고, 마셔야 하며, 잠을 자기도 해야 한다.
또 지치기도 하고, 머리와 사지가 잘리는 등 크게 다치면 자동인형 역시 운명의 실타래가 끊어지고 결국 사라진다.
내 자동인형 암 드로운도 난민 기지를 지키고 있을 때, 엄청난 식사량을 감당하지 못해 주변의 괴수를 잡아먹기도 했다.
그러니 하루라도 빨리 짹을 찾아서 내 인형의 집에 넣어야 한다.
아니면 운명의 실이 모두 끊어져 소멸할 수도 있었다.
“타일러님! 지금 출발할까요?”
“응? 에테나, 언제부터 깨어 있었어?”
“한 10분 전부터요? 그보다 급한 일이 있으신 것 같은데, 어서 출발하죠.”
“그래, 네 말대로 급한 일이 생겼어. 하지만 걱정은 하지 마! 어차피 가는 길목이니까 시간은 오래 잡아먹지 않을 거야.”
“넵! 어서 가죠!”
우린 헬다임 장벽으로 달렸다.
‘짹, 조금만 버텨라!’
내가 간다!
***
[헬다임 장벽 관문]관문을 통과하자마자 에테나를 집으로 먼저 보내고, 글래디스부터 찾았다.
“글래디스!”
“타일러 소령, 아니 중령님! 또 진급하셨군요. 블랙힐 기지는 좀 어떻습니까?”
“짹, 짹은 어디 있지?”
글래디스가 야영지를 가리켰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 야영지에 있습니다. 그런데 대체 무슨 일입니까? 얼굴과 몸이 엉망이 된 채로 절 찾아왔었습니다.”
“고맙네.”
난 야영지를 향해 달렸다.
짹과 첫날 의식을 공유한 후로 병렬사고(lv.1) 스킬로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만큼 위급한 상황이었다.
분신인형 짹이 운명의 실타래 범위로 들어오자마자, 인형의 집에 넣었다.
난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히 소멸하지 않았다.
그때 힘겨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스터, 죄송합니다. 붉은 모래를 찾았는데······.]‘아니야! 잘했어. 이제 좀 쉬어. 붉은 모래는 내가 찾아올 테니까.’
난 헬다임 시내로 방향을 틀었다.
“어? 정보원을 보러 가신다면서요?”
글래디스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곧장 시장 저택으로 향했다.
놈들이 마석과 부산물을 몰래 빼먹는 건 상관없었다.
하지만 감히 내 마법인형을 건드렸단 말이지.
그건 날 건든 것이나 다름없었다.
[헬다임 시장 저택]끼이잉! 쿵! 쿵!
비숍급 기간트 2대가 시장 저택 앞에 섰다.
‘그냥 다 밀어버려!’
내 자동인형들이 탄 기간트가 움직였다.
“뭐, 뭐야?”
“기간트다!”
기이잉! 쾅! 콰앙!
비숍급 기간트 2대가 정문을 박살 내고, 담장을 허물었다.
그리고 저택을 향해 움직였다.
“머, 멈춰라!”
저택에서 하인들과 경비들이 우르르 나와 앞을 막아보지만, 기간트를 막을 수는 없는 법.
“으악!”
“피해라!”
쾅! 쩌억!
거대한 도끼로 3층 저택을 부수기 시작했다.
쿠앙! 우르르! 쿵! 쿵!
도끼질 몇 번에 건물 절반이 무너져 내렸다.
잠시 후 경비대 병사들이 몰려왔지만, 기간트를 막을 방법이 없었기에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그리고 소란한 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대체 누가 시장 저택을 부수는 거야?”
“난들 아나! 정말 시원하게 부수는데!”
저들은 누구한테 당했는지도 모를 거다.
이 기간트들은 살루스 왕국의 것이니까.
기간트들이 건물을 부술 때, 나도 자동인형들과 하수도를 이용해 놈들의 지하 창고로 들어갔다.
다행히 금방 붉은 모래를 담은 배낭을 찾았다.
그리고 안에 붉은 모래도 들어 있었다.
‘세상에 족히 20kg은 되겠어!’
무겁다는 것은 의식 공유로 알고 있었지만, 직접 들자 가슴이 아려왔다.
이 무거운 것을 메고 사막과 제국을 횡단했다니!
두 기간트가 저택과 담벼락까지 완전히 부쉈지만, 기간트가 있는 장벽 수비대에선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리고 난 기간트와 유유히 도시에서 사라졌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단지 시작일뿐이었다.
지금은 시간이 없었기에 경고만 해준 거고, 알거지가 되고 헬다임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두고두고 괴롭혀줄 생각이었다.
난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