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69)
69. 시노우엘.
“와! 타일러 삼촌이다!”
진짜 천재 앨리슨이 달려와 와락 안겼다.
“앨리슨, 잘 있었어?”
“왜 이렇게 안 와? 나 보고 싶은데!”
“미안, 내가 바빠서 그렇지.”
“앨리슨이 좀 도와줄까?”
“뭐?”
별로 잘해준 것도 없는데, 날 삼촌이라 부르고 친근하게 대해줘서 고마웠다.
“어라? 키가 한 뼘이나 커졌네?”
“아닌데! 10센치 커졌는데!”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리고 보니 집에 돌아온 것이 거의 일 년만이었다.
그동안 대수림에 있었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제 안당고낙을 본격적으로 사육하면 대수림을 최대 3배 빨리 이동할 수 있으니, 더 자주 올 수 있겠지······.
“오! 타일러여! 왔는가!”
“타일러여! 오랜만이다.”
구슬땀을 흘리던 글러드 왕자와 대장장이 드워프들이 반가운 얼굴로 다가왔다.
“그래, 다들 잘 있었나?”
“우리야 편안한 곳에 있지 않은가! 대수림에 있는 그대가 힘들지.”
“걱정하지 마. 나도 그럭저럭 잘 지냈으니까. 그리고 라스칼하고 난민 기지의 드워프들도 잘 지내고 있어.”
일단 일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오자마자 일 이야기부터 꺼내면 너무 정이 없으니까.
“여! 타일러, 왔나?”
“응? 케네스 영감님, 오늘은 멀쩡하시네요?”
“크하하! 아무래도 내가 어두운 곳에 살아서 치매가 심해졌나 봐. 그리고 드워프들이 만들어준 깨끗하고 웅장한 저택에 살아서 그런지, 전엔 하루에 한두 번씩 깜빡깜빡했는데, 요즘은 나흘에 한 번꼴로 확 줄어들었어.”
“아! 그거 희소식이네요.”
“희소식은 따로 있지. 날 따라오게.”
공방 한쪽으로 이동했다.
그곳엔 이십여 대의 기간트가 멀쩡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어? 전부 수리했어요?”
“기간트 생산까진 아직이지만, 수리라면 이제 이골이 났네.”
전에 내가 놓고 간 부서진 기간트를 전부 말끔히 고쳐놨다.
“와! 완전히 새것 같은데요!”
“다 드워프들 솜씨야. 저들의 솜씨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네. 내가 알려준 마석 용접 방식보다 저들의 부산물 접합 방법이 훨씬 견고하고 빨라.”
“오! 다행이네요.”
“아무튼, 요즘은 내가 드워프들에게 배운다니까!”
집에 돌아오자마자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드워프들의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었다.
머지않아 기간트 생산도 가능할 것 같았다.
이번에 대영지의 기간트 생산 공장을 몰래 보고 온다면, 그 기간도 짧아지겠지.
“그리고 마석 배터리도 모두 충전해 놨으니, 다 챙겨가게.”
“잘하셨습니다.”
탕! 탕! 탕!
식사 때를 알리는 냄비 두들기는 소리.
“타일러여! 오랜만에 솜씨 좀 발휘했네.”
드워프 주방장이 율리히가 소리쳤다.
“오늘은 닭고기 스튜다!”
“오오!”
“밥이다! 가자!”
이 엄청난 환호성은 뭐지?
내가 돌아왔을 때보다 목소리가 더 크다.
순식간에 공방이 텅 비었다.
식탁에 앉자 음식이 접시 가득 나오고, 닭고기를 한입 베어 물자 입안이 황홀하다.
정말 맛있다니까.
“타일러, 이번에 내가 드워프 말을 조금 배웠는데, 들어보겠나?”
케네스가 괴이한 밝음으로 드워프 말을 했다.
솔직히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
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앨리슨이 작은 머리를 흔들었다.
“난 드워프 말도 잘하는데!”
“어? 너 드워프 말도 배웠어?”
그때 율리히 주방장이 웃으며 말했다.
“하도 졸라서 좀 가르쳐 줬는데, 이젠 이 녀석 앞에선 농담도 못 해, 다 알아듣는다고!”
“나 엘프어도 배우고 싶은데!”
맞은 편에 앉은 에테나가 피식 웃었다.
눈치로 앨리슨의 말을 알아들은 것이다.
오크어까진 사람들이 배울 수 있었지만, 엘프어는 쉽지 않았다. 인간이 정령 말을 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였으니까.
“이봐! 여기 빵 좀 더 줘!”
“난 닭고기 스튜, 다 먹었는데!”
수십 명이 앉아서 먹을 수 있는 떠들썩한 이 식탁이 좋다.
‘역시 집밥이 최고다!’
***
집을 나서기 전 50여 기나 되는 부서진 기간트와 마장기를 전부 꺼내 놓자, 케네스 영감과 드워프 대장장이들이 경악했다.
“이, 이게 대체!”
“모두 수리가 필요합니다.”
“수리야 한다지만, 이 많은 기간트를 다 어디에 쓰려고?”
“기간트와 마장기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 아닙니까.”
그때 드워프 왕자 글러드가 말했다.
“타일러여! 건축가 드워프들도 저택 공사가 끝났으니, 우리 일을 도울 거다. 그러니 그대가 돌아올 때쯤엔 모두 수리가 끝났을 거다. 우리에게 맡겨두라고!”
“그래, 필요한 재료가 있으면 언제든 말하고.”
드워프들이 활기가 넘쳤다.
자신들이 뭔가를 이루고 있다는 느낌에 활력을 느끼는 듯했다.
“그리고 거신 갑옷도 하나 놓고 갈 테니까. 어떻게 기간트로 만들 수 있을지 연구 좀 해줘.”
폰급 거신 갑옷을 하나 꺼내 세워 놓았다.
기간트를 만드는 것은 단순히 절단면을 붙이거나 구멍을 메우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괴수 부산물로 골격과 내부를 채우고 모든 연결부마다 거신 마법진을 새기는 작업이라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해야 할 일.
“휴! 최선을 다해보겠다.”
글러드 왕자도 이건 살짝 자신이 없어 보였다.
“내가 도울 거야! 타일러 삼촌은 걱정하지 마!”
앨리슨이 팔을 걷어붙이고, 글러드 왕자 옆에 섰다.
“앨리슨이 돕는다면, 해볼 만하지.”
“좋아! 우리도 한번 기간트를 만들어 보자고!”
드워프들도 앨리슨의 능력을 알고 있었기에 의욕에 불타고 있었다.
“그럼 다녀올게.”
앨리슨이 세상 섭섭한 얼굴을 했다.
아니 당장이라도 울 것 같았다.
“에테나 언니는 좋겠다. 타일러 삼촌이랑 맨날 다니고.”
에테나가 앨리슨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곧장 밖으로 나와 마차에 올라탔다.
마차는 출발하고 슬쩍 창문을 보자, 앨리슨이 어느새 저택 앞까지 따라와 날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이번에 다녀와서, 정말 학교를 알아봐야겠어.’
날 돕는 건 좋지만, 또래 친구들이 없으니 더 외로워하는 것 같았다.
앨리슨도 사람들과 섞이는 방법도 알아야 하고, 교육도 받아야 했다. 그래야 나중에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 법이니까.
머리가 좋으니 수업은 금방 따라갈 거고, 너무 특출난 능력 때문에 누군가 노릴 수도 있었기에 그게 걱정이었다.
호위로 누굴 보내지?
인형의 집을 열었다.
‘짹, 벌써 움직이는 거야?’
이틀 만에 짹이 인형의 집에서 몸을 쓰기 시작했다.
[마스터, 이제 괜찮습니다. 그리고 전수해 주신 스킬 감사합니다.]‘응? 그건 무슨 소리야? 전수라니?’
짹은 내게 자신의 변화에 대해 말해줬다.
‘뭐? 내가 전송해준 스킬을 모두 배웠다고?’
[그렇습니다. 마스터! 다만 배운 스킬 레벨은 1레벨입니다. 제가 더 열심히 연습하고 단련해 레벨을 올리겠습니다.]어?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병렬사고 스킬에 이런 기능이 있었나?
아니면 짹이 특별한 건가?
전생엔 마법인형의 숫자가 워낙 많기도 했고, 대부분 나보다 강했기에 내가 마법인형의 스킬이 필요했지, 내 스킬을 마법인형에게 전송할 필요가 없었다.
‘어? 그런데 스킬 레벨이 보여?’
[푸른 글씨가 허공에 보입니다.]‘그래, 무슨 말인지 알아보겠어?’
[네, 제국어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이틀간 누워서 이것저것 눌러봤더니 무슨 의미인지도 알 것 같습니다.]정말 분신인형이 맞네!
난 마법인형의 전체적인 업그레이드 상태를 보지만, 내 분신인형은 나처럼 스스로 상태창을 본다.
그리고 자신의 현재 레벨과 스킬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지금 레벨이 몇이야? 클래스는? 그리고 헌터 등급은?’
[레벨은 17, 클래스는 암살자라고 적혀 있습니다. 헌터 등급은 E등급입니다. 마스터.]제대로 각성했네.
짹이 헌터가 된 거 같아 왠지 동질감이 느껴졌다.
‘그런데 정말 내 스킬을 배웠다고?’
이건 처음 듣는 것이었다.
한 번 테스트해봐야겠다.
[병렬사고(lv.1)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짹(lv.1) 분신인형과 의식이 연결됐습니다.]곧바로 우리 둘은 의식을 공유했다.
그리고 가디언 제국의 보르자 전진 기지를 사마귀 꼭두각시로 수색하다 배운 스킬을 열었다.
[공간 거리 재기(lv.3) – 사마귀 괴수의 거리 재기 능력을 스킬로 만든 것으로 주변 배경과 움직이는 물체를 실시간으로 비교하며 3차원적 입체 공간 거리와 간격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스킬 사용 시 – 동체 시력과 순간 인지능력이 1.5배 빨라진다.(하루 사용 시간 – 15분)]
이 스킬은 일반 전투 상황에서 효과적이었고, 기간트에 타서도 기간트 반응속도가 빨라졌다.
[공간 거리 재기(lv.3) 스킬을 전송합니다.]‘방금 보낸 스킬을 계속 사용해봐!’
짹이 인형의 집에서 공간 거리 재기 스킬을 사용한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다른 스킬들을 써봐!’
짹은 이틀 전에 내가 전송해준 도약이나 앞발 후려치기, 양손 내려치기 등의 스킬을 거침없이 사용했다.
정말 짹의 말처럼 스킬을 전송하지도 않았는데, 내가 가진 스킬을 구사했다.
물론, 아직 레벨은 1이라 위력은 약했지만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일단 스킬을 배웠다는 것이 중요했다.
계속 스킬을 쓰다 보면 레벨은 올라가고 스킬 능력도 알아서 올라가니까.
15분 후.
병렬사고 스킬 유지 시간이 지났다.
‘어때? 공간 거리 재기 스킬을 쓸 수 있어?’
[네, 가능합니다. 마스터, 기술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허! 분신인형에게 스킬 전수가 가능하다니!
새로운 능력을 깨우친 짹은 전보다 더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
‘짹! 앞으로도 네가 할 일이 많을 거야. 그러니까 다른 생각하지 말고, 꾸준히 실력을 쌓아!’
[마스터, 정말 감사합니다.]기간트에 타지 못해 느꼈던 무력감이나 자신이 필요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던 짹은 이제 안녕이었다.
그는 이제 성장하는 헌터니까.
***
[바이마르 대영지]바이마르 가문은 호엘 삼황자 최측근이자 처가였다.
특이하게 영지의 이름이 가문의 이름이었다.
그만큼 오래 대영지로 군림했고, 또 가문의 힘이 강했다.
처음 빌헬름 뢰트겐이 기간트를 개발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기간트를 생산했고, 생산량도 현재 제국에서 3번째로 많았다.
아무래도 헬다임 장벽에서 거리가 가장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다른 대영지보다 가격이 조금 저렴했고, 제국 남부의 트와이트 대마경에서 괴수 부산물을 자체적으로 수급하고 있었기에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그리고 남서쪽 국경 너머 살루스 왕국과 바다 건너 식민지에도 기간트를 수출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젠 살루스 왕국에 기간트 수출이 금지됐으니, 생산량을 줄여야 했고, 그만큼 금화를 벌 수 없었으니 약이 바짝 올라 있을 것이다.
‘시노우엘은 어디에 있을까?’
그냥 평범한 저택에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바이마르 공작 가문의 저택은 500년 이상 된 거대한 성이었다.
내부는 타일러가 한번 들어가 봤지만, 건물도 많고, 정원도 여러 개라 길을 잃기에 십상이었다.
그리고 기간트 생산 공장은 성 뒤편의 산을 통째로 뚫어 만들었기에 성보다 더 진입이 어려웠다.
그때 에테나가 엘프의 귀를 쫑긋 세웠다.
그리고 입을 살짝 벌렸다.
우리가 침입할 내부 구조를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그래, 좀 알겠어?”
“네! 그리고 시노우엘님이 어디 있는지 찾았습니다.”
“뭐? 찾았다고?”
“하이엘프는 일반 엘프보다 모든 능력이 월등합니다. 그리고 정령의 소리도 훨씬 잘 들으시고요. 제 신호를 받자마자, 위치를 알려주셨습니다.”
“오! 일이 술술 잘 풀리네.”
그런데 너무 일이 잘 풀리자, 조금 걱정됐다.
꼭 이러다가 한번 더럽게 꼬이던데······.
“일단 밤에 다시 오자.”
보름달이 환하다.
누가 감히 남부 제일의 바이마르 공작가를 침입하겠나?
하지만 나와 에테나는 높은 성벽을 쉽게 넘었다.
내 마법인형들이 돕기에 이 정도는 껌이었다.
그리고 정원을 가로질러 외곽의 3층 건물에 멈췄다.
‘여기라고?’
내 입 모양을 본 에테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손으로 2층을 가리켰다.
지하 감옥 같은데 갇혀 있을 줄 알았는데, 너무 멀쩡한 건물에 있었다. 아니 주변에 다른 건물보다 유난히 아름답고 웅장해 보였다.
‘정말 라디프 공작의 노리개라도 된 건가?’
찰스 국장의 정보에 의하면 라디프 공작이 황궁에서 큰 연회가 있을 때면, 엘프를 항상 데리고 다닌다고 했다.
그리고 엘프 역시 웃는 얼굴로 사람들과 마주했다고 했다.
라디프 공작은 부인과 사별했고 자식은 넷이나 있었다.
아름다운 엘프를 지극 정성으로 대했을 수도 있었다.
혹시 우릴 따라가지 않는다면 어쩌지?
그녀는 힘든 대수림 생활을 오래 했다. 그러니 인간들의 호화로운 생활에 물들 수도 있지 않은가.
살짝 걱정됐다.
“경비병이 이동했습니다. 들어가죠.”
에테나와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2층으로 올라와 중앙에 있는 응접실로 이동했다.
끼이익!
그런데 우리가 도착하기도 전에 문이 열렸다.
시녀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젠장, 들켰나?’
“안으로 드십시오.”
시녀가 우릴 향해 고개를 숙였다.
‘뭐지? 이 반응은?’
“타일러님, 가시죠.”
에테나가 내 팔을 끌더니, 응접실로 들어갔다.
그곳엔 푸른 눈의 길고 우아한 엘프가 서 있었다.
왜 몸에서 광채가 나는 거지?
나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그냥 아름답다고 표현하기엔 너무 부족했다.
그래! 여신!
여신이 한 명 서 있었다.
“시노우엘님!”
에테나가 달려가 시노우엘에게 안겼다.
시노우엘은 에테나의 머릿결을 쓰다듬었다.
시노우엘이 시녀를 보더니, 손을 살짝 내밀며 말했다.
“낸시, 그만 가서 일을 보세요.”
“네! 전 가서 일을 보겠습니다.”
인형처럼 대답한 시녀가 문을 닫았다.
뭐지?
“당신 제국어를 할 줄 아는군.”
시노우엘이 날 쳐다봤다.
순간 깊고 푸른 눈에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이상한 기분이 드네.
“그러는 당신은 누군데 엘프어를 할 줄 아는 거죠?”
난 시선을 피하고, 피식 웃어줬다.
여유로운 척을 하곤 있지만, 가슴이 떨려 죽겠다.
“이분은 타일러님이십니다. 우리 엘프들을 돕고 있어요.”
에테나가 나에 관한 설명을 열심히 했다.
시노우엘은 이야기를 듣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아이들이 당신에게 신세를 졌군요.”
“고맙다는 인사는 사양하지. 이제 당신도 내 신세를 질 테니까.”
“전 여기 갇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언제든 떠날 수 있습니다.”
“응? 무슨 개소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