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7)
7. 영혼 이동.
눈을 뜨자 엄습한 고통.
내 꼭두각시는 고통을 전혀 못 느낀다.
하지만 인형의 몸으로 영혼 이동에 성공한 나는 일부 고통을 느낀다.
그런데 이렇게 강렬한 고통이 느껴질 정도의 싱크로율이면, 이 암살자 꼭두각시를 정말 자동인형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랬기에 고통스러우면서도 계속 웃음이 흘러나왔다.
“허! 이런 미친놈! 웃어?”
암살자 꼭두각시를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패던 놈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단장님, 어떻게 할까요? 더 팰까요?”
“됐다. 오늘은 그만해라! 저러다 정신을 놓으면 곤란하지.”
“네!”
다행히 모진 매질은 끝났다.
단장이 나가자 몽둥이를 든 놈이 나를 노려보며 입을 오물거렸다.
“카악! 퉤! 암살에 실패하고도 뻔뻔스럽게 살아와? 넌 우리 페르딘 암살단의 수치다!”
퍼억!
“크윽!”
놈은 몽둥이로 내 배를 때렸다.
순간 배속이 뒤집히는 듯한 격통이 느껴졌다.
“일단 오늘은 잘 자고. 내일 아침에 다시 시작하자.”
놈은 비릿한 웃음을 짓곤 밖으로 나갔다.
‘젠장, 더럽게 아프네!’
오랜만에 느낀 고통.
그래도 다시 웃음이 흘러나왔다.
변태라 그런 건 아니다.
방금 암살단의 정보를 얻었으니까!
페르딘 암살단이라고 했지.
새끼들 간도 크다.
대륙 2강이라 불리는 아베르크 제국의 장벽 사령관을 노리다니.
그런데 살루스 왕국의 야영지 안에 암살자들이 있다니, 왕국에서 직접 훈련시킨 놈들인가?
‘아! 이럴 때가 아니지.’
영혼 이동 유지 시간은 60분.
시간은 많지 않았다.
어서 증거를 찾아야 했다.
‘뭐야? 운명의 실이 10개나 끊어졌네······.’
짧은 시간에 얼마나 처맞았으면 운명의 실이 끊어졌을까.
운명의 실은 나 외에는 보이지도 않았고, 강제로 끊을 수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마법인형과 연결한 부위에 큰 타격을 받으면 실이 끊어진다. 그리고 운명의 실이 강제로 모두 끊어지면, 꼭두각시 마법인형은 시체로 돌아가고 다시 사용할 수 없었다.
좌우로 몸을 움직여 봤다.
대형 천막 기둥에 단단히 묶여 있어 꼼짝할 수 없었다.
하지만 탈출할 방법은 있다.
[인형의 집]인형의 집을 열었다.
‘수납해!’
순간 난 오두막 같은 인형의 집으로 들어갔다.
몸에 걸쳐진 밧줄은 함께 들어갔지만, 기둥은 들어가지 못했고, 자연스럽게 결박은 풀렸다.
문제는 다시 밖으로 나가려면 600초를 기다려야 한다.
‘오랜만에 들어오네.’
좁긴 하지만 내 마법인형 수납공간에 들어오자, 고통이 조금 줄어들었다.
이대로 하루만 가만히 놔두면 웬만한 상처는 자연스럽게 치유된다.
‘지금 누가 천막으로 들어오면 나가린데······.’
아침에 다시 시작하자고 했으니 괜찮겠지?
긴장한 채 600초가 지났다.
난 꼭두각시가 묶여 있었던 대형 천막으로 다시 나갔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고,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상처 때문에 움직일 때마다 고통이 밀려왔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힘겹게 주변 탐색을 시작했다.
‘울타리 안에 울타리가 또 있네.’
천막 입구 주변을 살피자, 대형 천막 주변으로 3미터 정도 높이의 추가 울타리가 처져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울타리 입구는 병사들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다.
이건 이곳에 뭔가 중요한 것을 보관한다는 뜻이었다.
고개를 돌렸다.
‘여기에 뭐가 있을까?’
천막 안엔 상자와 짐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그때 한쪽에 아직 뚜껑이 닫히지 않은 상자들이 보였다.
톱밥?
상자 안엔 톱밥이 가득했고, 하나를 치워 봤다.
그러자 드러난 초대형 알.
긴 쪽의 지름이 무려 50cm는 되어 보였다.
이건 괴수 알이 분명했다.
‘괴수 알이 왜 여기에?’
수십 개의 상자엔 모두 괴수 알이 들어있었다.
잠깐, 괴수 알을 장벽 안으로 가지고 나와도 되는 건가?
내가 알기론 불가능했고,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그런데 대체 왜?
‘설마, 이 알을 빼돌려 자국으로 가져가 부화하려는 건가?’
조금 전에 글래디스 하사가 한 말이 떠올랐다.
대수림과 인접하지 않은 왕국들은 마석이나 괴수 부산물을 구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대륙 곳곳에 대마경이라 불리는 특수한 지역에서도 괴수가 출몰하지만, 대수림의 괴수처럼 숫자가 많지도 않았고, 마석을 품고 있는 괴수도 매우 드물었다.
그랬기에 이 먼 아베르크 제국 끝까지 와서 대수림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마석과 부산물을 구해도 막대한 세금이 붙었기에 큰 이익을 거두진 못했다.
마석은 검사하는 장비가 있었고, 괴수 부산물은 워낙 부피가 컸기에 사실상 몰래 들어오기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정도 크기의 알이라면, 입구에 누군가 눈감아 준다면 얼마든지 몰래 들어올 수도 있었다.
‘괴수를 부화해서 사육하려는 게 분명해!’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어이가 없었다.
괴수를 직접 키우고, 사냥한다면 세금을 낼 필요도 없었고, 운송비도 거의 들지 않았다.
하지만 사육 환경을 만들어야 했고, 엄청난 먹이를 공급해야 했다. 그리고 만약 괴수가 탈출하기라도 한다면, 그 일대는 다른 대마경들처럼 새로운 재앙이 될 것이다.
‘미친것들!’
대체 왜 이런 위험한 짓을 하는 걸까?
괴수에 멸망한 인류와 지구가 떠오르자, 치가 떨렸다.
생각보다 엄청난 사건에 휘말린 것 같았다.
이제 이 알 하나만 가져가면 증거론 충분해 보였다.
묵직한 알을 힘겹게 들고 인형의 집으로 들어갔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인형의 집에 가지고 들어갈 수 없습니다.]“아!”
아쉽지만 들어가지 못했다.
인형의 집엔 내 마법인형이 들고 있는 물건이나 무기, 입고 있는 옷은 가지고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살아 있는 생명체는 불가능했고, 알도 생명체였다.
‘이 큰 걸 들고 밖으로 나갔다간 금방 붙잡힐 것이고.’
몸도 성치 않은 상태에서 괴수 알을 몰래 옮길 방법이 없었다.
크득! 크드득!
‘응?’
고민하고 있는데 천막 안쪽에서 괴이한 소리가 들렸다.
알을 내려놓고,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이동했다.
‘미친! 살아 있는 새끼들도 옮기는 거야!’
천막 구석에 수십 개의 작은 철창이 있었고, 그 안엔 몸길이가 30, 40cm 정도 되는 사마귀 새끼 괴수가 있었다.
“끼이아!”
“끼릭!”
쿵! 쾅!
새끼 사마귀들이 나를 보자마자 흥분해 철창 밖으로 앞발을 내밀며 공격했다.
새끼긴 하지만 사나운 괴수.
놈들은 나를 잡아먹고 싶은 것 같았다.
‘이놈도 하나만 가져가면 증거가 될 텐데······.’
아쉽게도 이 새끼들 역시 살아 있었기에 내 인형의 집에 넣어서 가지고 나올 수 없었다.
죽은 걸 가져가 봐야 결정적인 증거가 되지 않을 거고.
아!
불현듯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괴수도 생명체니까 마법인형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괴수로 마법인형을 만들어 본 적은 없었지만, 왠지 불가능하진 않을 것 같았다.
***
[운명의 실타래(lv.1)가 연결됐습니다.]이번엔 다른 새끼들보다 유독 작아 보이는 사마귀 괴수와 운명의 실을 연결했다.
퍽! 퍽!
“끼악!”
‘좀 죽어라!’
몽둥이 한쪽을 철창 사이에 넣고 창처럼 사정없이 찔렀다.
새끼라고 해도 껍질이 단단했기에 잘 죽진 않았다.
하지만 이십여 대나 계속해서 때리자, 겨우 쓰러졌다.
운명의 실이 검은색으로 변했다.
지금이다!
[인형에게 기사회생(lv.1) 스킬을 사용했습니다.]몸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제발! 이번엔 성공해라!’
25%의 확률.
하지만 계속된 실패로 벌써 십여 마리가 죽었다.
아마도 형태가 같은 인간형 마법인형보다 괴수형 마법인형의 스킬 성공 확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 같았다.
또 실패냐?
심장을 졸이며 지켜봤다.
그 순간 운명의 실이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오! 성공이다.’
[허수아비(lv.1) 마법인형을 만들었습니다.]시간이 없었기에 곧바로 사마귀 허수아비를 인형의 집에 넣었다.
이제 증거 수집은 끝났다.
[영혼 이동 남은 시간 – 00:07:32]7분 정도 남았다.
‘조금 더 뒤져볼까?’
큼지막한 상자 하나를 힘겹게 열었다.
‘어라? 이건!’
희미한 녹색 빛을 뿜어내는 바위.
마석이었다.
불순물이 많이 섞여 있었지만, 성인 몸통만 한 크기였기에 가격이 제법 나갈 것 같았다.
다른 상자에도 커다란 마석이 들어있었다.
하나라도 챙겼으면 좋겠지만, 인형의 집엔 마법인형이 들 수 있는 물건만 가지고 들어갈 수 있었기에 포기해야 했다.
이걸 옮기기 위해선 작업용 기간트가 필요했다.
아쉬움을 삼킬 때였다.
안쪽에 50cm 정도 되는 금속상자가 하나 보였다.
단단한 자물쇠로 잠기기까지 했다.
뭔가 귀한 것이 들어있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
‘그래 이걸 가져가자!’
내용물을 모르니 랜덤박스 느낌도 나고.
들어보니 무게도 매우 묵직했다.
금덩이라도 들었나?
시간이 없었기에 상자를 챙겨서 인형의 집으로 들어갔다.
***
[헬다임 요새 사령부]“무슨 일인가?”
“타일러 소위가 찾아왔습니다.”
“허! 이 새벽에 날 찾아왔단 말이지.”
문 안쪽에서 윌리엄 사령관과 엠버 중령의 목소리가 들렸다.
글래디스 하사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충! 타일러 빈스 소위······.”
“이리 오게.”
윌리엄 사령관이 내게 손짓했다.
“그래, 이 시간에 온 걸 보면 매우 중요한 일이겠군.”
“그렇습니다.”
윌리엄 사령관이 엠버 중령을 쳐다봤다.
그러자 엠버 중령은 내 뒤에 있는 글래디스를 쳐다봤다.
지금 글래디스 표정은 안 봐도 알 것 같았다.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겠지.
“암살을 사주한 놈들을 찾았습니다.”
“뭐라?”
왠지 심드렁한 사령관의 표정.
윌리엄 사령관이 입을 열었다.
“내게 거짓을 고할 생각이면 그러지 말게.”
“······.”
“휴! 솔직히 말하지. 자네의 일거수일투족은 매일 보고를 받고 있었네. 지난 며칠간 자넨 아무것도 한 일 없이 호텔과 레스토랑, 카페를 오갔다고 들었네. 그런데 어떻게 범인을 찾았다는 건가?”
“그야 제가 직접 움직일 필요가 없으니까요.”
“······응? 무슨 말이지?”
“아주 유능한 정보원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제 정보원이 따로 수사를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정보원? 하지만 자넨 그날 이곳을 나간 후부터 누구와도 접촉이 없다고 들었네만.”
난 글래디스 하사를 한번 슬쩍 쳐다보고 말을 이었다.
“그걸 글래디스 하사가 알았다면, 이미 유능한 정보원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게 그렇게 되나?”
“그리고 글래디스 하사관이 매일 밤 자정에 10분씩 호텔을 나가서 보고하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하하! 그랬군.”
윌리엄 사령관이 크게 웃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당장 놈들을 잡아야 한다는 겁니다. 늦으면 제 정보원이 찾은 증거가 전부 사라질 테니까요.”
“그래 암살을 사주한 범인이 누군가?”
“살루스 왕국입니다.”
윌리엄 사령관의 표정이 굳어졌다.
“자네, 지금 그 말 책임질 수 있나?”
“물론입니다. 증거도 가지고 왔습니다.”
“증거가 있어?”
난 내 사마귀 꼭두각시를 가방에서 꺼냈다.
“헉! 괴수가 왜 여기에?”
사령관은 놀라 움찔하고, 엠버 중령은 검까지 뽑아 들었다.
난 살루스 야영지에서 이곳으로 오는 동안 마차에서 운명의 실을 추가로 연결해 사마귀 허수아비를 꼭두각시 마법인형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가방을 하나 빌려 그곳에 넣었다.
난 목을 잡은 사마귀 꼭두각시의 앞발을 운명의 실을 이용해 살짝 흔들었다.
아직 훈련되어 있지 않아 이게 최선이었다.
“다 죽어가는 놈이지만 보다시피 이 새끼 괴수는 아직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걸 제 정보원이 죽음을 무릅쓰고 살루스 야영지에 잠입해 빼돌린 겁니다.”
난 새끼 괴수를 다시 가방에 넣고는 부산물 시장에서부터 시작해, 시장 저택, 그리고 살루스 야영지까지 있었던 일을 차례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제 정보원은 변신의 귀재입니다. 제가 암살자 시체 하나를 빼돌린 것은 놈의 얼굴과 체형을 완벽히 파악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제 정보원은 암살자로 변장하고 일부러 사로잡힌 겁니다. 그리고 제게 몰래 소식을 보내왔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은 꼭두각시가 아니라 내 정보원이 알아 왔다는 거짓말을 했다.
사실을 말할 순 없었다.
마법인형은 앞으로 이 세계에서 살아갈 내 밑천이었으니까.
“허허! 그러니까 쟝 볼타 시장과 살루스 왕국이 결탁해, 날 죽이려고 암살자를 보냈다는 말이군!”
윌리엄 사령관은 눈을 똥그랗게 떴고, 웬만한 일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는 엠버 중령 역시 입을 살짝 벌렸다.
“하하하! 정말 범인을 알아 오다니 대단하군! 역시, 내가 사람을 제대로 봤어!”
윌리엄 사령관은 크게 웃으며 엄지손가락까지 치켜세웠다.
아무래도 난 헬다임 장벽 사령관에게 제대로 찍힌 것 같다.
최고의 수사관으로!
“어서 놈들을 잡으러 가시죠. 아침이면 증거가 사라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