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71)
71. 저들이 노리는 것.
짹을 침투시키고, 입구를 나오다가 한 사람과 마주쳤다.
“어? 시노우엘님께서 이곳엔 어쩐 일이십니까?”
“방에 계속 있으려니 답답해서 구경 나왔습니다. 공작께서 어디든 가도 좋다고 하셨거든요.”
“아! 잘하셨습니다. 종종 밖으로 나오세요. 그래야 저도 만나고 그러죠.”
사내는 말하면서 시노우엘의 가슴과 몸을 쳐다봤다.
그런데 그 눈길이 너무 노골적이고 음흉했다.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밤공기가 매우 차갑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우리가 기간트 생산 공장에서 완전히 나올 때까지 사내의 끈적끈적한 시선은 시노우엘에게 머물러 있었다.
그는 시녀와 하인 복장을 한 에테나와 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감히!”
에테나가 참지 못하고 이를 악물었다.
“그만둬라!”
“하지만 저놈은 시노우엘님을······.”
“나도 안다.”
“저자는 누구지?”
내 물음에 시노우엘이 짧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에테나가 알아듣지 못하게 제국어로 대답했다.
“장남인 멜른 바이마르 백작입니다. 소유욕과 탐욕이 지나치게 강한 자로, 이곳 영지에 사는 누구보다 제 몸을 원하지요.”
“허! 저런 자들 틈에서 용케도 버텼군.”
“어쩔 수 없지요. 이런 짐을 아이들에게 맡길 순 없으니까요.”
난 이제야 하이엘프가 왜 엘프들에게 존경받는지 알 것 같았다.
***
우린 시노우엘이 머무는 저택으로 돌아왔다.
“잠시 이 아이와 대화 좀 나누겠습니다.”
“난 여기서 기다리지.”
난 응접실에서 기다렸고, 에테나는 시노우엘과 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잠시가 아니라 한참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무슨 이야기를 저렇게 길게 하는 걸까?
‘차원 균열이라······.’
대체 그건 왜 생긴 걸까?
라디프 공작은 괴수에게 멸망한 세상에 간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고는 있는 건가?
병력을 얼마나 보낼 생각인 거지?
황제나 다른 대영지에는 뭐라고 변명할 거지?
그냥 사냥팀이라고 하기엔 병력이 너무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여태까지 대수림에 진출하지 않은 그들이 새로 진출한다면 믿을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설마, 에테나가 길잡이로 갈까?’
엘프 중에서 누군가는 자신들이 들어온 차원 균열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야 한다.
왠지 인간과 의사소통이 가장 잘 되는 에테나가 갈 것 같았다.
그녀가 걱정됐다.
정이란 게 무섭네.
2년을 거의 붙어 다녔기에 꽤 정들었나 보다.
고개를 흔들었다.
‘내 마법인형이나 걱정하자.’
짹은 잘하고 있겠지?
여기까지 왔으니 바이마르 대영지의 기간트 생산 정보를 조금이라도 더 알아가고 싶었다.
그랬기에 짹을 기간트 공장에 남겨 뒀다.
바이마르 대영지는 짹을 납치하고 고문했던 삼황자 라인이었기에 죄책감은 없었다.
그리고 이 세상엔 CCTV 같은 것도 없으니, 누가 침입했는지도 모를 거고, 뭘 훔쳐 가도 범인이 누군지 모를 것이다.
현재 짹은 운명의 실타래 범위 밖에 있었다.
하지만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짹의 헌터 등급은 벌써 D등급.
인형의 집에서 매일 훈련하니, 성장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빨랐다.
[은밀한 발걸음(lv.5)] [공간 거리 재기(lv.4)] [맹수의 후각(lv.3)] [도약(lv.4)] [양손 내려찍기(lv.3)] [앞발 후려치기(lv.4)]그는 이미 내가 가진 6개 스킬을 모두 배웠을 뿐만 아니라, 겨우 한 달 보름 만에 스킬 레벨도 나와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은밀한 발걸음(lv.5)은 표범인형에게 배운 스킬로 먹이를 앞둔 표범이 발걸음을 죽이고 아주 은밀히 걷는 스킬이었고, 맹수의 후각(lv.3)은 표범 괴수가 먹이의 위치를 찾거나 경쟁자를 구별하며, 포식자의 움직임을 냄새로 감지하는 스킬이었다.
특히 맹수의 후각은 유지 시간이 길었기에 패시브 스킬이나 마찬가지였다.
사실상 지금 짹이 가진 스킬은 모두 침입에 특화된 스킬이었기에 그가 걸릴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이젠 병렬사고 스킬을 쓸 수도 있었고.
‘이제 슬슬 돌아갈 준비를 할까.’
짹이, 뭘 챙겼을지 기대감이 컸다.
[병렬사고(lv.2)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짹(lv.3) 분신인형과 의식을 연결합니다.]난 이제 20분간 짹의 의식을 공유할 수 있었다.
‘짹, 뭔가 좀 나왔어?’
마법진의 이미지가 순식간에 공유됐다.
‘오! 마법진 설계도를 찾은 거야? 그건 무조건 챙겨.’
짹이 지금 들어가 있는 곳은 공장 안에 서류 보관실인 것 같았다.
입구는 경비가 삼엄했지만, 막상 내부는 조용했다.
아니면 기사들도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는 곳일지도······.
마나를 보는 눈으로 기간트를 분해해 한 땀 한 땀 마법진을 베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너무 어려운 작업이었다.
하라면 하겠지만, 기간트 자체에서도 마석이 소량 함유되어 있었기에 빛의 밝기로만 마법진을 구분해야 하는데, 하나라도 잘못 그리면 모든 게 허사가 된다. 문제가 된 마법진을 찾아내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거고.
하지만 이제 기간트에 사용된 마법진이 나와 있는 설계도를 얻었으니, 기간트 개발은 시간문제였다.
물론 이런 대규모 생산 라인은 만들지 못하겠지만, 내가 가진 거신 갑옷을 모두 오리지널 기간트로는 만들 수 있었다.
‘이제 그만하고 동쪽 끝으로 이동해!’
짹에게 의식을 전달했다.
공장 동쪽 끝과 이곳 저택의 거리는 대략 600미터, 아까 이동하면서 살폈다.
그러니까 짹이 내 운명의 실타래 범위에 들어오면 바로 인형에 집에 넣을 것이다.
그럼 완전 범죄였다.
그런데 짹이 뭔가 수상한 것을 발견했는지, 자리에서 멈춰 섰다.
‘응? 이건 뭐지?’
그리고 나도 그 거대한 물체를 봤다.
물체가 너무 컸기에 짹에게 조금 멀리에서 보라고 지시했다.
‘배라고?’
공장 한쪽에 비밀스럽게 거대한 배가 지어 지고 있었다.
아직 40% 정도로 완성되려면 한참 있어야 했다.
그런데 모양이 많이 이상했다.
배에 거대한 날개가 4개나 있지 않나, 한쪽 날개에는 거대한 프로펠러도 여러 개 달려 있었다.
뭐지?
이런 게 있다는 말은 처음 듣는데?
날개 옆쪽으로 내부가 보였다.
천장까지 높이가 대략 15미터.
이거 딱 기간트가 들어가기 좋은 높이네!
‘기간트를 수송하는 배를 만드는 건가?’
하지만 너무 크다!
이게 물에 뜰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프로펠러는 왜 달렸지?
이거 설마, 비행선?
소설이나 애니메이션에서 봤던 하늘을 나는 배가 떠올랐다.
고개를 흔들었다.
이 세계의 기술로는 이렇게 큰 배가 하늘을 날 순 없었다.
마석 배터리를 한 번에 1,000개쯤 태우면 가능할지도.
하지만 전혀 수지타산이 맞질 않는다.
비행 몇 번 하면 대영지도 순식간에 알거지가 될 거니까.
게다가 기간트를 싣고 나는 건 더욱 불가능했다.
그러니 바다를 항해하는 배가 맞을 것이다.
하지만 여긴 내륙인데, 배를 만들어 어떻게 옮기려고 하지?
‘혹시, 하이엘프 시노우엘이 말하지 않은 게 있나?’
하긴 그녀가 내게 정보를 다 말해줄 의무는 없지.
일단 대략적인 모습을 확인했고, 시간이 없었기에 짹을 이동시켰다.
짹이 내 운명의 실타래 범위에 가까스로 들어왔다.
‘좋았어! 들어가!’
짹을 인형의 집에 넣었다.
병렬사고 스킬도 딱 맞게 끝났다.
‘고생했어.’
[아닙니다! 이런 일은 제가 전문입니다. 또 시키실 일이 있으면 언제든 불러주십시오.]끼이익!
문이 열리고, 시노우엘과 에테나가 밖으로 나왔다.
“이야기는 끝났나?”
“그렇습니다.”
“이제 다시 보긴 힘들겠군.”
시노우엘이 뜻 모를 미소를 지었다.
“당신의 앞날에 세계수의 은총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나도 당신에게 기간트의 은총이 가득하길 빌지.”
난 에테나와 저택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다시 성벽을 넘었다.
***
북쪽으로 가는 길.
일부러 이곳에 올 때도 갈 때도 기차 같은 교통수단은 쓰지 않았다. 그래야 내가 이곳에 다녀간 것을 모를 테니까.
우린 숲에서 야영했다.
“에테나 궁금한 게 있는데.”
“말씀하세요.”
“혹시 무게를 가볍게 하는 정령 마법이 있나?”
“가볍게 하는 마법은 모르겠고, 바람의 정령들이 함께 들어준다면 같은 효과를 낼 순 있죠.”
“무게가 얼마나 가능하지? 기간트 같은 거 번쩍 들 수 있어?”
“네?”
에테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상급 정령도 그건 힘들 것 같네요.”
“그렇군. 정령으로는 불가능하단 말이지.”
“그런데 왜 그런 걸 물어보세요?”
“아니야.”
에테나가 날 빤히 쳐다봤다.
모닥불 너머 불꽃에 일렁이는 에테나의 얼굴은 참 아름답다.
“한 가지 묻지. 에테나는 나와 엘프 중에서 누구 편이야?”
“전 타일러님 편이기도 하고 엘프 편이기도 합니다.”
“무슨 대답이 그래?”
“그리고 한 가지 확신이 있습니다.”
“······?”
“타일러님 편을 들어야 우리 엘프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거 말입니다.”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날 라디프 대영주와 같은 수준으로 본다는 뜻이니까.
그리고 에테나는 맨 처음 만날 그날부터 날 믿고 있었다.
“좋아 그럼! 진짜 궁금한 걸 묻지. 바이마르 기간트 공장에 초대형 배가 있어, 기간트를 한 50대쯤 실을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해 보였는데, 내가 보기엔 도저히 물에도 뜰 수 없을 것 같아. 그런데 왜 그걸 만들고 있을까? 그걸 도저히 모르겠단 말이야. 엘프와 무슨 연관이 있을 것 같은데, 정령 마법을 이용하는 건 아닌 거 같고.”
내 말을 들은 에테나의 눈이 세배로 커졌다.
그녀는 뭔가 알고 있는 것 같다.
“제 생각에는 비공정을 만들고 있는 겁니다.”
“비공정?”
“하늘을 나는 배를 통칭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던 세계에서도 비공정은 흔한 게 아닙니다. 특히 비행석이 있어야 하는데, 얻기가 쉽지 않죠.”
“그러니까 하늘을 나는 배가 있단 말이군. 그런데 왜 이곳에는 타고 오지 않았지?”
“타고 왔습니다. 대수림을 비행하다 거대한 괴조를 만나 모두 추락해서 그렇죠.”
그건 대수림에 추락한 엘프 비공정이 있다는 말이었다.
새로운 정보를 알아냈다.
그리고 라디프 공작의 진짜 속내도 알 것 같았다.
빨라야 20년 후에 생기는 세계수의 열매?
그런 건 처음부터 협상 조건이 아니었다.
비공정의 비행석만 있다면, 지금 만들고 있는 저 거대한 배를 물에 띄울 수도 있다.
그럼, 진짜 항공모함이네······.
어쩌면 하늘을 날게 할 수도 있고!
“추락한 비공정이 몇 대나 되지?”
“우리 일족이 타고 온 비공정은 10대고, 다른 차원 균열을 통해 들어온 엘프 일족들의 비공정도 있을 겁니다.”
“뭐? 차원 균열이 하나가 아니야?”
“네, 이 세계와 연결된 균열은 여러 개가 존재합니다.”
이건 처음 들었다.
“하지만 추락한 우리 비공정의 비행석을 다 모아도 그렇게 큰 배는 하늘을 날 수 없습니다.”
“그럼 물에 띄우는 건?”
“그건······, 가능할 수도 있겠네요.”
“만약 엘프 세계로 넘어가 비행석을 더 확보한다면? 그 거대한 배도 하늘을 날 수도 있을까?”
“그럼 가능하겠죠.”
그때 에테나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얼굴이 빨개졌다.
“설마, 저들이 노리는 것이?”
“그래 비행석이야. 세계수의 씨앗은 그냥 부수적인 거고.”
에테나는 좀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시노우엘은 자신이 라디프 공작을 이용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였다.
라디프 공작은 그녀와 엘프를 이용해 훨씬 더 큰 것을 노리고 있었다.
‘역시 누군가를 이용하려면, 먼저 자신도 이용당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해.’
그리고 대수림에서 비공정을 날리는 것은 무모한 짓이었다.
하늘을 나는 괴수들의 표적이 될 테니까.
하지만 장벽 너머 이쪽이라면?
특히 하늘을 날지 못해도 바다 쪽에서 엄청난 전력이 될 것이다. 지금 이곳의 조선 수준으로 만든 가장 큰 배도 한 번에 기간트 5대를 옮기는 것이 한계였다.
그런데 단 한 번에 그 10배의 기간트를 옮길 수 있다면!
라디프 공작이 뭘 노리는 걸까?
식민지 지배? 해양 패권?
아니면 정말 비공정을 하늘로 띄워 그 힘을 바탕으로 제국까지 노리나? 어쩌면 대륙 전체를?
그를 직접 만나보진 못했으나, 벌써 배를 짓고 있는 것만 봐도 엄청난 야심이 느껴졌다.
머리가 복잡해졌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저 초대형 배가 물에만 떠도 그의 힘이 아주 강력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엘프 차원 너머로 가지 않고, 대수림에 추락한 이들 엘프 비공정들의 비행석만 찾아도 가능한 일이었다.
‘이거 내가 할 일이 또 생겼네!’
지금 제국의 전진 기지가 있는 블랙힐 기지보다 더 북 쪽은 미지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엘프도 살아서 수백이 넘어왔으니,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내가 그 비행석을 먼저 찾아 챙긴다면······.
‘대비행 시대를 먼저 열 수도 있겠어.’
시대의 변화가 느껴진다.
라디프 공작은 이미 그 변화를 느끼고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한발 늦었지만, 대수림은 내 안방 같은 곳이고, 난 수십 대의 기간트와 내 마법인형들이 있었다.
‘이거 좀 쉬엄쉬엄하려고 했지만, 앞으로 할 일이 더 많아지겠어······.’
일단 당장 기간트를 늘리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보단 위험한 곳에 가려면 내가 타는 나이트급 오리지널 마장기와 암 드로운의 거신 갑옷의 성능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었다.
‘헬다임에 가자마자, 메제트의 탑을 올라가야겠어.’
분신인형 짹이 붉은 모래를 찾아왔으니, 메제트의 탑에서 대지 속성 마석을 만들 수 있었고, 거신이 탑에 남겨 놓은 대지 마법진을 거긴 갑옷이나 기간트에 새겨 넣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