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72)
72. 기러기 아빠.
에테나가 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인간이 엘프어를 배우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엘프가 제국어를 배우는 것은 가능했다.
그동안 왜 안 배웠냐고 물었더니, 마르실 족장이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간의 사상에 물들 수 있다나 뭐라나······.
헬다임에 도착할 때쯤 되자, 에테나와 난 제국어로 모든 대화가 가능해졌다.
게다가 에테나는 드워프어와 오크어도 가르쳐달라고 졸라댔다.
조금 맛보기로 가르쳐줬는데, 눈치가 빨라서인지 금방 깨우친다.
이젠 내 특별함이 없어지는 건가?
“시노우엘님이나 마르실 족장님이 틀렸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제 생각은 다르다는 겁니다. 저는 세계수도 좋고 정령이나 정령 마법을 부리는 것을 반대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인간에게 의지하는 건 반대입니다. 그리고 과거 정령의 힘에 기대기보단 엘프도 최선을 다해 기간트에 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얘가 원래 이렇게 말이 많았나?’
2년 전 윌리엄 호세스 장벽 사령관과 기차를 함께 탔을 때가 계속 떠올랐다.
그때 고막이 뚫어지는 줄 알았지······.
“엘프가 기간트에 타서 엘프 힘으로 세계수의 씨앗을 찾아와야 진정 스스로 일어서는 것이고, 엘프가 이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드워프와 오크도 우리와 함께 기간트에······.”
“그만!”
“네?”
에테나의 말을 끊었다.
“다 좋은데, 기간트는 어떻게 타려고?”
“그건 타일러님께서 알려주시겠죠.”
“내가?”
“전 타일러님을 믿습니다. 타일러님이라면 무슨 방법이 있을 겁니다. 그러니 방법을 제게 알려주시면 열심히 단련해보겠습니다.”
“에테나 하사관, 자네 어째 점점 나를 닮아가는 것 같은데?”
“기분 탓입니다.”
“뭐?”
살짝 머리가 아팠다.
윌리엄 사령관이 나와 대화하면 이런 기분이 들겠구나.
새삼 윌리엄 사령관을 만나면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우리가 비행석을 발견하면 기간트의 무게를 줄이는 데 사용하는 건 어떨까요? 그럼 대수림을 더 빨리 이동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동이야 더 빠르겠지. 하지만 위력은 약해질 거야. 기간트의 장점이 거대한 체격과 엄청난 무게에서 나오는 파워야. 기간트가 가벼워지면 괴수에게 그만큼 타격을 많이 줄 수 없을 거고, 그건 이미 기간트가 아니지.”
“아! 그럼 수송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좋겠네요.”
“그걸 알고 있기에 라디프 공작이 거대한 배를 만들고 있는 거야. 한 번에 기간트를 많이 태워서 보내려고. 만약 비공정이 하늘을 날기 시작하면, 타국도 그렇고 모두 머리가 깨질 거야. 비공정이 어디에 떨어질지 모르니까. 그건 완벽한 비대칭 전력이거든.”
에테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비공정을 잡으려면 비공정밖에 없겠네요.”
“그렇지. 그때가 되면 모르긴 몰라도, 가디언 제국이나 대륙의 다른 왕국들도 엘프 차원으로 러쉬를 가지 않을까 싶네. 마석 산업혁명에 이은 비행석 산업혁명이라고 할까?”
“그러니 우리도 하루빨리 대수림으로 가야 합니다. 가서 우리 일족이 타고 왔던 비공정부터 먼저 찾아서 비행석을 확보해야 합니다.”
난 활발해진 에테나를 보며 피식 웃어줬다.
“대체 시노우엘이 뭐라고 했길래, 갑자기 이렇게 적극적으로 변한 거야? 제국어도 배우고?”
에테나도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글쎄요. 전 변한 건 없는 거 같은데요?”
“그래? 그날 시노우엘과 둘이 있을 때, 바이마르 공작가의 기간트 팀을 도와 씨앗을 찾으라고 명령한 거 아냐?”
“아니요! 제겐 자기 생각을 따르라고 하셨습니다.”
“응?”
“그리고 제 생각은 무조건 타일러님이 시키는 대로 따라가는 겁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지?
난 시노우엘이 에테나와 둘이서 길게 이야기하길래 자신의 계획이 잘 돌아갈 수 있게 신신당부를 하거나 에테나를 잘 다독인 줄 알았다.
그런데 정반대로 말했다고?
혹시나 자신이 틀렸을 때는 대비하는 건가?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시노우엘 자신이 실패하더라도 에테나가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일지도.
“에테나, 엘프도 마나가 있지?”
“물론입니다. 정령 마나라고, 아주 어렸을 적부터 세계수 주변에 있다 보면 자연스레 얻어지는 보석 같은 선물이죠.”
“대수림에 가거든 그 마나를 포기할 수 있겠나?”
“그게 무슨 말씀이죠? 마나를 포기하다니?”
“내 생각인데, 엘프가 이 세계 마나를 느끼지 못하는 건, 이미 몸속에 다른 마나가 가득 차서가 아닐까? 그래서 몸속의 마나를 완전히 비우면, 혹여 이쪽 세계의 마나를 느낄 수 있을지도·····.”
“무슨 말씀인지 알겠네요. 일단 제 몸속의 정령 마나를 완전히 비우라는 거죠.”
“그래, 일단 해보고 안되면, 그때 또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네! 해보겠습니다.”
에테나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만 일어나시죠. 헬다임에 도착했습니다.”
“벌써?”
창밖을 보자, 익숙한 풍경이 들어왔다.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반대쪽 플랫폼에 많은 병사와 기간트가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제야 철수하군.’
가디언 제국과 협상의 주된 내용은 발굴팀과 발굴팀을 보호할 기간트를 제외하고 나머지 병력은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것이었다.
가디언 제국도 병력을 너무 많이 끌고 왔고, 우리 역시 그들과 병력을 맞추기 위해 너무 많은 병력을 이끌고 왔다.
그랬기에 우린 5군단을 제외하고 모두 철수하기로 했고, 가디언 제국도 마장기 100기 정도만 발굴지에 놓고 철수하기로 했다.
‘길어야 2년이야······.’
그 전에 어느 쪽이든 이데아 제국의 황궁을 발굴하면 평화는 깨질 수 있었다.
발굴지야 서로 철저히 지킬 테니까 잘 모르겠지만, 거신 갑옷을 발견하고 전진 기지나 장벽 너머로 옮기기 시작하면 티가 안 날 수 없을 테니까.
난 그 전에 최대한 빼먹으면 되고.
“집으로 바로 갈까요?”
“아니, 헬다임 지부로 가자.”
***
“대수림 정보대 지부장이 이렇게 오래 대수림을 벗어나도 되는 건가?”
프레디 지부장이 날 도끼눈으로 올려다봤다.
“그래서 저희 지부가 정보를 보내오지 않았나요?”
“물론 계속 보내오지.”
“그럼 된 거 아닙니까?”
“아니야! 자네가 있을 때와 정보 질이 달라.”
“하긴, 제가 좀 유능하긴 하죠.”
프레디 지부장이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담배를 찾았다.
“아! 잠시만요.”
내가 손을 내밀자, 에테나가 작은 상자를 넘겼다.
그리고 난 그 상자를 프레디 지부장 책상 위에 올려놨다.
“이게 뭔가?”
“싸구려 담배 좀 그만 피우십시오. 할데가르에서 최고급으로 샀습니다.”
“뭐?”
프레디 지부장이 상자를 열었다.
“오! 자네가 웬일인가? 이거 아주 비쌀 텐데?”
“한 10상자 더 샀으니까. 당분간 싸구려는 피지 마십시오.”
“그래?”
프레디 지부장이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뭔지 모르겠지만, 난 할 수 없네!”
“눈치가 빠르시군요.”
“아무튼, 난 못해.”
“이번엔 어려운 부탁은 아닙니다.”
“그래? 뭔데?”
“13살 소녀가 한 명 있는데요, 수도로 유학을 좀 보내고 싶습니다.”
프레디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유학? 수도로 말인가? 금화가 아주 많이 들 텐데? 아! 그 카야킨 전진 기지에서 데려왔다는 소녀 말인가?”
“네. 금화는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좋은 학교를 좀 알아봐 주십시오.”
“흠. 학교라······. 금화가 많이 드는 학교는 대부분 좋은 학교지. 하지만 황립 사관학교 진학을 목표로 한다면, 아주 적당한 곳이 하나 있지. 내 딸도 거기 다니는데, 올해 졸업하지.”
“네? 지부장님, 노총각 아니셨습니까?”
“아니, 아주 일찍 사고 쳐서 결혼했지네. 아내는 수도에서 딸 뒷바라지를 하고 있고.”
“아! 그렇군요. 거기 학교로 해주십시오.”
“귀족 자제들이 많이 다니는 학교인데 괜찮겠나? 호위 기사를 대동하고 다니는 아이들도 많고.”
“네. 괜찮습니다.”
“알았네. 호위 기사로 우리 정보국에서 사람을 보내줄까?”
“아닙니다. 마침 적당한 사람이 있습니다.”
짹이라면 아주 적당한 호위 기사지.
누구든 우리 앨리슨을 괴롭히면 흔적도 없이 처리할 수도 있고.
“내가 알아보고, 자네 집으로 연락을 주지.”
“감사합니다.”
프레디 지부장이 웃으며 말했다.
“타일러 중령, 이제 대수림으로 가야지?”
“며칠 쉬고 갈 겁니다. 그보다 별다른 움직임은 없습니까?”
“별다른 움직임이라니?”
“장벽 관문을 넘어 대규모 사냥팀이 나가는 그런 일 말입니다.”
“어?”
프레디 지부장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한 달 전에 바이마르 공작 가문과 남부 영지의 연합 사냥팀이 대수림으로 들어갔네.”
“연합 사냥팀이요?”
“그래, 바이마르 가문의 기간트 50기와 제국 남부 10여 개의 영지에서 모인 기간트 50기가 관문을 넘었네. 그리고 오리지널 기간트가 3대나 포함되어 있네.”
벌써 대수림으로 향했구나!
100기라니 생각보다 많은 기간트 숫자에 살짝 놀랐다.
그리고 오리지널 기간트까지 있다니.
그런데 한 가지는 의외였다.
라디프 공작이 다른 영지의 기간트까지 끌어들일 줄 몰랐다.
100기라면 자기 영지의 기간트만으로 충분했으니까.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함인가?
아니면 남부의 영주들이 이미 라디프 공작에게 완전히 넘어간 건가? 그리고 타일러의 출신도 제국 남부의 테레니스 영지였다.
“자네, 무슨 생각을 하나?”
“아닙니다. 다음 관문이 언제 열립니까?”
“사흘 후네.”
“그럼 사흘 후에 대수림으로 가겠습니다.”
“잘 생각했네. 뭐 더 필요한 거 없고?”
“네!”
나와 에테나는 프레디 지부장에게 경례했다.
“아! 타일러 중령.”
“네?”
“자네 영지를 알아보러 다닌다면서?”
“네에?”
아니 무슨 내 정보를 모르는 사람이 없네!
“놀랄 필요는 없네. 어디에 떠벌리진 않을 테니, 얼마 전 찰스 국장께서 할데가르로 가시기 전에 우리 지부에 들르셨네.”
“네?”
“그리고 은퇴하고 뭘 할 거냐고 묻더군.”
“은퇴요?”
“별도 달아 봤으니, 그만 내려와야지.”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아직 창창하신 분께서?”
“사실 내 아내 건강이 좋지 않네. 나 때문에 마음고생이 많았던 거지. 다행히 내 딸이 내년에 황립 사관학교에 입학하네. 거긴 전원 기숙사에 학비가 전액 무료라 우리도 부담을 덜었네. 그래서 내년에 은퇴해서 아내와 공기 좋은 곳에서 조용히 살겠다고 하니까. 찰스 국장께서 내게 자네 영지 이야기를 하지 뭔가?”
“아!”
“허! 그런데 진짜였군. 영지를 산다는 게.”
피식 웃었다.
이제 보니 찰스 국장이 내게 똑똑하고 능력 있는 영지 관리자를 소개해 준 거군!
오늘따라 프레디 준장의 어깨가 많이 내려가 있었다.
그리고 보니 늘 청승맞게 사무실에서 자고, 싸구려 담배만 피우는 이유가 기러기 아빠라서 그랬구나!
“사모님, 건강이 좋지 않다니, 어쩔 수 없겠군요. 이왕 공기 좋은 곳에 요양 가시려면 발레리온 영지가 어떻습니까?”
“발레리온?”
“아주 아름다운 곳이라고 들었습니다. 주변에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 있고, 가을이면 넓은 들녘에 황금빛 밀이 파도처럼 출렁인다고 들었습니다. 게다가 여기서 멀지도 않고, 열차 역도 있어 이동하기도 쉽습니다.”
“발레리온 영지라······, 한번 생각해 보지.”
일단 여기까지만 하자.
어차피 어딜 가든 찰스 정보국장의 눈을 피할 순 없을 거니까.
찰스 국장하고 거래할 만한 정보야 차고 넘쳤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그래, 담배 고맙네.”
우린 집으로 향했다.
***
“와! 타일러 삼촌이다!”
“오! 타일러여! 왔는가!”
앨리슨이 달려오고, 다음엔 드워프가 다가온다.
그다음엔 케네스 영감이······.
“여! 타일러, 왔나? 나와 드워프들이 기간트와 마장기를 전부 고쳐놨네!”
무슨 데자뷰인가?
전과 레퍼토리가 똑같았다.
원래는 일 이야기는 나중에 꺼내는데, 오늘은 시간이 없었다.
“기간트 부품과 조립 시에 각 부위에 새겨야 할 마법진 설계도입니다.”
“어? 이걸 어떻게 구한 건가?”
두꺼운 마법진 설계도를 케네스 영감에게 내밀었다.
“마법진마다 제국어로 설명이 따로 적혀 있으니, 먼저 읽어 보시고 드워프들에게 가르쳐주십시오.”
“뭐, 함께 배우면 되겠군.”
그때 앨리슨이 말했다.
“내가 드워프 말 할 수 있는데! 내가 가르쳐주면 빠른데!”
“앨리슨은 따로 할 일이 있어.”
“어? 내가요?”
앨리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단 오늘 밤은 타일러 삼촌하고 어디 좀 가자.”
“히히! 신난다!”
놀러 가는 거면 좋겠는데, 미안하다.
오늘은 진짜 천재의 솜씨가 필요했다.
우린 다시 메제트의 탑으로 향했다.
[메제트의 탑(대지)]“우와! 여긴 다 커!”
앨리슨이 그 옛날 거신이 썼던 책장, 책상, 의자를 보며 연신 입을 벌렸다.
“앨리슨, 여긴 다른 사람들에게 절대 알려주면 안 된다.”
“네! 우와!”
55기의 기간트와 15기의 마장기가 현재 내 인형의 집에 있었다. 그리고 거신인형과 사마귀인형, 표범인형, 킹콩인형까지 지금 내 전력은 최상이었고, 어쩌면 전생의 S급 헌터일 때보다 더 강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난민 기지에 있는 자동인형까지 모두 데리고 갈 생각이었다.
그래도 불안한 것은 지금 내가 가는 곳은 미지의 영역.
이 세계의 인간이 아직 경험하지 못한 깊고 깊은 대수림이었다.
어떤 괴수가 있을지, 또 얼마나 많은 괴수가 있을지 모르는 곳이었다.
그리고 암 드로운과 혈투를 벌였던 S등급 괴수 드라우켄과 같은 무시무시한 괴수도 존재했다.
어쩌면 그 이상의 거수도 만날 수 있었고.
그랬기에 암 드로운이 착용할 갑옷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짹! 붉은 모래를 첫 번째 방 원형 제단에 올려!”
“네! 마스터!”
“나도! 나도 갈래.”
짹이 움직이자, 앨리슨이 신기한 표정으로 따라갔다.
이 붉은 모래를 찾기 위해 짹이 얼마나 힘든 여정을 견뎠는가.
그걸 알기에 마지막 재료는 짹이 올리도록 했다.
[블레이즈 사막의 붉은 모래]드르르륵! 쿵!
드디어 제단이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좋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