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75)
75. 저건 쓸 수 있겠는데!
인형술사는 정말 파밍 하기 좋은 클래스였다.
파다다다닥!
사마귀 꼭두각시로 영혼 이동해 하수도 구멍을 통해 계속 위로 올라갔다.
말이 하수도지 거신이 썼던 만큼 그 구멍은 인간이 들어갈 수도 있을 정도로 넓었다.
그리고 하수도를 통과하자, 거대한 공간이 나왔다.
‘오! 여긴 어디지?’
날면서 주변을 살펴보기 힘들었기에 킹콩(lv.7) 마법인형을 불러내 머리 위에 올라탔다.
고개를 돌려보며 자세히 살펴보니 이곳은 거대한 돔형 건물이었다.
그리고 중앙에 십여 개의 거대 기둥이 세워져 있었다.
그 기둥은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손상이 전혀 없었다.
뭐 하는 곳이었을까?
난 사마귀 꼭두각시와 연결을 끊고 밧줄과 킹콩인형의 도움을 받아 직접 구멍을 타고 올라갔다.
장소가 심상치 않았기에 직접 살펴보고 싶었다.
거대 돔으로 들어왔다.
화산재와 용암에도 용케도 무너지지 않은 건 중앙에 거대한 열두 기둥이 돔을 받치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이 기둥에도 마석이 다량 함유되어 있네.
여긴 뭘 하던 건물이었을까?
팟! 파파팟!
기둥 안쪽으로 한발 내디뎠을 뿐인데, 갑자기 주변이 환해졌다.
기둥 전체가 빛을 뿜어내는 것이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때였다!
“헉!”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바로 옆에 있는 기둥에 푸른 로브를 입은 거신이 앉아 있었다.
그것도 멀쩡한 모습으로!
가까이 다가가 살폈다.
검은 머리의 거신은 슬픔과 비통에 잠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설마? 살아 있는 건 아니겠지?’
암 드로운을 거신 인형으로 만들었던 생각이 나서 손으로 거신의 손을 살짝 만져보았다.
팟! 파스스스스!
거신은 입고 있던 옷과 함께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땡그랑!
‘어?’
그런데 바닥에 뭔가 떨어졌다.
저건 거신이 끼고 있던 반지였다.
물론 내겐 팔찌나 마찬가지였지만.
마나를 보는 눈으로 살펴보자, 이 반지에서 엄청난 푸른빛이 뿜어지고 있었다.
“오! 그렇지!”
반지 같은 게 하나 나올 때도 됐지!
이곳에서 거신 갑옷을 발견하진 못했지만, 마법 반지를 찾은 것 같았다.
그리고 방금 그 거신은 아마도 마법사였을 것이다.
난 방금 먼지가 되어 사라진 거신 마법사를 향해 묵념했다.
한때 이 세상을 지키기 위해 괴수와 싸웠을 거신에 대한 존경이었다.
그는 아마 이곳에 갇혀 쓸쓸한 최후를 보냈을 것이다.
묵념을 끝내고 반지의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반지, 아니 팔찌를 왼손에 끼웠다.
“어?”
순식간에 일어난 변화!
몸속에 마나가 휘몰아친다.
원래 내가 느끼고 있는 마나가 갑자기 증폭된 느낌이다.
‘와우! 이거 마나 반지였어?’
그렇지 않아도 오리지널 마장기에 타면서 마법까지 쓰기에 마나가 부족해 마법을 몇 번밖에 쓸 수 없었다.
그런데 방금 내 마나가 배로 늘어난 것 같았다.
게다가 기분 탓인가?
마나가 더 잘 느껴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마나도 더 빨리 모이는 것 같고.
‘이거 에테나가 차고 다니면 마나를 느낄 수 있는 거 아닐까?’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이트급 오리지널 마장기의 마법을 써야 하니 내가 차기로 했다.
오늘도 크게 한 건 했다.
역시 파밍은 꾸준함과 기다림이었다.
고개를 돌려 혹시나 빠진 물건이 없나 마나를 보는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그런데!
중앙에서 여러 개의 빛이 반짝였다.
백색과 황금색, 초록색, 보라색, 하늘색까지.
가까이 가보니, 모두 주먹만 한 속성 마석이었다.
‘대박! 이제 다른 속성 마법진도 기간트에 그릴 수 있겠어!’
문제는 다른 속성 마법진 샘플이 없다는 거지만.
나중에 다른 메제트의 탑도 올라가 봐야겠네.
그곳엔 대지 메제트의 탑처럼 마법진이 그려져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바닥에 이런 비싼 속성 마석이 떨어져 있는 거야?’
바닥을 자세히 살폈다.
그리고 눈이 번쩍 뜨였다.
‘어? 이거? 마법진?’
열두 개의 기둥 가운데 거대한 마법진이 있었다.
그리고 방금 속성 마석이 있던 곳은 마법진의 꼭짓점이었다.
꼭짓점이 여섯 개라.
‘각각의 속성 마석을 올려놓는 거 같은데······.’
무슨 마법진인진 모르겠다.
다시 이곳 공간을 살펴보자, 성스러운 회당 같기도 하고. 제단 같기도 하고 아무튼, 이곳은 신비스러운 기운을 풍기는 장소였다.
그런데!
‘아! 불 속성 마석이 없네.’
다섯 개의 속성 마석은 모두 자리에 있었는데, 불 속성만 없었다.
당장 이 마법진을 알아볼 방법이 없었다.
여섯 개의 속성 마석을 모두 모으면 모를까.
일단 대충 그려가 볼까?
자동인형 자할리를 꺼내 종이에 이 마법진을 최대한 비슷하게 그리게 했다.
화염의 탑이 가디언 제국에 있었나?
지금 부족한 것은 화염 속성 마석뿐이었다.
만약 가디언 제국에 있다면, 난 그곳의 남작이니 입국은 쉽지 않을까?
그러나 대지 메제트의 탑처럼 속성 마석을 만들기 위해선 재료가 필요했기에 화염 마석을 바로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여섯 개의 속성 마석을 쓸 정도면 왠지 엄청난 마법진일 것 같았기에 꼭 시도해 보고 싶었다.
어쨌든 가디언 제국엔 한 번 가봐야겠군.
자할리가 마법진을 옮겨 그리고, 난 다섯 개의 속성 마석을 챙겼다.
이것만 해도 엄청난 발견이었다.
이제 난 마법진 샘플만 있다면 다른 속성 마법진도 기간트에 새길 수 있었다!
그렇게 기분 좋은 파밍을 끝내고 다시 입구로 돌아갔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뚫려 있는 모든 하수도를 샅샅이 찾아봤겠지만, 그건 너무 오래 걸린다.
난 지금 바이마르 사냥팀의 뒤를 따라가야 한다.
***
며칠, 몇 주, 몇 달이나 흘렀을까?
대수림에선 시간의 흐름은 큰 의미가 없었다.
해가 뜨면 가고, 해가 지면 잔뜩 웅크린다.
가끔 폭포 같은 비가 쏟아지고, 가끔은 괴수와 싸우기도 하고.
그리고 매일 습기와 벌레, 더위를 견디고.
우린 계속해서 바이마르 사냥팀을 멀찌감치 따라가고 있었다.
마르실 역시 에테나처럼 반향정위 스킬이 있었기에 그 범위 밖에서 따라가는 것이다.
“에테나, 길을 알아보겠어?”
“네, 저희가 지나온 길입니다. 그리고 저들이 비공정을 찾는 건 아닌 거 같네요. 아무래도 차원 균열로 곧장 가는 것 같습니다.”
에테나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왜? 인간의 힘을 빌리는 게 싫어서 그래?”
“저들이 과연 세계수 씨앗을 찾아 줄까요? 그냥 비행석만 찾아올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그건 모르는 일이지. 라디프 공작이 정말 오래 살고 싶어서 세계수 씨앗을 구하라고 했을 수도 있지. 그런데 비행석은 어떻게 찾아?”
“광산이 있습니다.”
“광산? 그것도 땅에서 캐는 거야?”
“아니요. 그건 하늘에서 캡니다. 하늘에 떠다니는 부유석이나 부유섬이라는 거대한 바위나 땅이 몰려 있는 곳이 있습니다. 그 부유석이나 부유섬을 먼저 지상으로 끌어 내리거나 그 위에 올라가서 조심히 캐다 보면 안에서 청색의 반투명한 돌이 나옵니다.”
“그게 비행석이군.”
“고대 엘프의 전설에 따르면 일부 정령은 수명이 다하면 소멸하지 않고 어딘가에서 스며드는데, 한번 스며드는 곳에 또 다른 정령들이 스며들며 점점 그 크기가 커지고 하늘을 나는 힘이 생긴다고 들었습니다.”
뭔가 판타지 소설에 나올만한 내용이었다.
하긴 헌터도 차원 균열이 생기기 전까진 그저 소설 속의 흔한 소재였을 뿐이었다.
“부유섬들이 있는 장소가 차원 균열에서 멀어?”
“저희가 들어왔던 차원 균열에선 일주일 정도 걸립니다. 물론 비공정을 타고 왔으니, 걸어서 가려면 그 2, 3배는 잡아야겠죠.”
휘이잉!
그때 갑자기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쿠훌린이 코를 킁킁거렸다.
“쿠오크! 타일러여! 냄새가 난다!”
“뭔데?”
“쿠오크! 괴수다!”
“어디 쪽이야?”
쿠훌린이 위를 향해 손을 가리켰다.
“다들 안당고낙에서 내려! 나무 뒤로 숨어!”
잠시 후 대수림 나무 위를 스치듯 거대한 그림자들이 지나갔다.
날개 길이가 60미터쯤 되고 몸길이가 15미터나 되는 대형 비행 괴수였다.
“저놈들이에요! 우리 비공정을 부순 녀석들이!”
에테나가 몸을 떨었다.
A급 괴수다!
그것도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그녀의 일족은 싸워보지도 못하고 저 괴수들에게 당했기에 두려운 것이다.
비공정 10척에 나눠 타고 4천 명이 넘어왔지만, 겨우 500여 명밖에 살아남지 못했다고 들었다.
역시, 대수림에서 하늘을 나는 것은 자살 행위였다.
“저놈들이 어디로 가는 걸까요?”
“아마 바이마르 사냥팀이겠지. 그들의 행렬은 수 km 높이에서도 보일걸.”
길 안내자들까지 110대나 되는 기간트와 천 명 이상의 병사와 보급품까지, 아마 근처에 있는 괴수들도 그들의 이동을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겁이 없는 괴수들은 덤벼들겠지만, 웬만한 괴수들은 위험을 감지하고 피했을 것이다.
덕분에 우린 조용히 묻어가는 거고.
에테나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저들의 행렬엔 마르실과 엘프들도 있을 테니까.
‘그래도 이번엔 피해 좀 입겠어!’
A등급 괴수를 하나 상대하려면 기간트 6대의 사냥팀이 전력으로 싸워야 했다.
그런데 방금 여러 마리가 날아갔으니, 등급이 낮은 기간트와 병사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상처 입은 두 마리의 괴수가 하늘로 도망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괴수를 향해 십여 마리의 다른 괴수들이 날아와 공격했다.
결국, 도망쳤던 두 마리 역시 동료 괴수들의 먹이가 됐다.
상처 입으면 동족도 가차 없구나!
이곳은 저 괴조들의 영역이었다.
“자! 슬슬 우리도 이동하자.”
오크의 뛰어난 후각은 가끔 나를 놀라게 했다.
이번에도 에테나보다 먼저 괴수의 접근을 알아차렸으니까.
바이마르 사냥팀이 머물었던 장소에 도착했다.
곳곳에 치열한 전투의 흔적이 보였다.
작은 나무는 부러지고, 땅은 파였으며, 곳곳에 피가 튀었다.
괴수의 시체는 보이지 않았다.
바이마르 사냥팀이 괴수 부산물을 챙긴 건 아닐 것이다.
아마도 다른 괴수들이 몰려와 쓸어갔겠지.
그리고 병사들의 시체도 보이지 않았다.
무덤은 만들 필요가 없었다.
대수림, 이 자체가 거대한 무덤이었으니까.
가끔 부서진 기간트와 마차가 보였다.
암 드로운과 킹콩인형이 인형의 집에서 기간트를 꺼냈다.
그리고 내 자동인형들이 기간트에 올라탔다.
‘부서진 기간트만 챙겨!’
이곳엔 여섯 대의 기간트가 부서져 있었다.
모두 나이트급과 폰급 기간트였다.
역시 등급이 낮은 기체의 파손이 심했다.
그래도 생각보다 피해가 적은 것은 두 룩급 오리지널 기간트 덕분일 것이다.
웨슬리 슈나이더 백작의 “비브르”와 바이마르 공작가의 기사인 레녹스 백작의 “아메카”가 있었기에 A등급 괴수를 쉽게 물리쳤을 것이다.
그리고 저들은 부서진 기간트를 챙겨 가지 않았다.
그랬기에 내가 챙겨서 인형의 집에 넣었다.
전투의 흔적을 뒤로하고, 잠시 묵념했다.
이곳에서 죽은 기간트 기사들과 병사들이 편히 잠들길 빌었다.
***
에테나의 말로는 그들이 들어온 차원 균열이 점점 가까워 지고 있다고 했다.
정말 길고 지독한 길이었다.
숲과 친근한 엘프들의 생존율이 낮았던 것은 아마도 대수림이 크게 한몫했을 것이다.
그리고 다행히 S등급 이상의 괴수를 만나지 않았기에 바이마르 사냥팀도 큰 피해를 보진 않았다.
“여기에요!”
에테나가 앞으로 달려갔다.
그곳엔 반으로 갈라져 부서진 배 한 척이 있었다.
“이게 우리가 타고 온 비공정이에요.”
진짜 비공정이 있었어!
그런데 이 작은 배에 400명이나 탔다고?
선체 길이가 100미터밖에 안 되는 중형 범선이었다.
얼마나 엘프가 급하게 탈출했는지 알 것 같았다.
에테나가 갈라진 배 안으로 들어갔다가 나왔다.
“비행석은 선체가 부서지며 날아간 것 같습니다.”
“비행석 크기가 작은가 봐?”
“보통은 1미터 정도 되는 금속 상자에 넣어서 비공정이 완성되면 선체 여러 곳에 부착합니다. 혹시나 하나가 부서지거나 날아가도 바로 추락하지 않도록 하는 거죠.”
“그럼 비공정 이동은 어떻게 하는 거야?”
“배와 같다고 보면 됩니다. 비행석은 그저 비공정을 위로 띄우는 역할만 하고, 돛을 이용해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겁니다.”
“아! 그래서 괴수들의 추격을 뿌리치지 못했군.”
바람이 강하면 모를까, 바람이 약한 곳에선 느림보 거북이가 될 수도 있었다.
라디프 공작은 그런 것까지 계산했기에 배에 프로펠러를 만들었을 것이다.
나도 나중에 비공정을 만들게 되면 프로펠러는 필수로 달아야겠다.
이동하다가 거꾸로 처박혀 뼈대만 남은 비공정을 발견했다.
이제 보니, 마르실과 에테나가 탄 비공정이 차원 균열에서 가장 멀리 이동한 것이었다.
역시나 시체는 하나도 없었다.
대수림의 괴수들이 가만히 뒀을 리가 없었다.
“여기선 비행석을 두 개나 빼간 거 같아요.”
선체 중앙 용골과 선미 쪽에서 방금 뺀 것 같은 1미터 크기의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것 보세요. 우리가 먼저 와야 했는데······.”
에테나는 아까운가 보다.
내가 엘프 차원으로 넘어갈 생각이란 걸 아직 말하지 않아서 저런 반응을 보이나 보다.
반나절을 더 전진했을 때였다.
“타일러님, 비공정이 또 있어요!”
에테나의 레이더에 뭔가 발견된 것 같았다.
우린 거신목 나뭇가지 끝에 걸려 있는 비공정을 발견했다.
그런데 높이가 무려 400미터는 되는 듯했다.
“저건 그냥 두고 갔네요!”
몸무게가 가장 가벼운 자동인형을 비공정으로 올려보냈다.
바이마르 사냥팀이 저기까지 올라가서 배를 끌어 내리거나 비행석을 꺼내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저들은 비공정 안에 비행석보다 엘프 차원의 비행석 광산을 노리고 있었기에 그냥 두고 간 것 같았다.
[주군! 배 중앙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이는 것을 제외하곤 멀쩡해 보입니다.]자동인형이 보고했다.
‘그래? 그럼 저건 쓸 수 있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