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80)
80. 칼자루.
괴조(lv.4) 꼭두각시.
좌우 날개를 펴면 60미터가 넘고, 몸체 길이는 15미터에 강인한 두 다리와 발톱은 웬만한 괴수의 머리통을 으스러트린다.
실제로 내 폰급 기간트의 경우 스치는 발톱 공격만으로 머리통이 날아갔으니까.
게다가 괴조들은 시력이 좋아서 수 km 상공에서도 지상의 움직임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이 괴조인형을 단 한 번 기사회생에 얻다니!
행운의 여신이 이번엔 나를 제대로 도와준 것 같았다.
그동안 많이 야박하긴 했지.
‘그런데 슬슬 나는 법도 연습해야 할 텐데······.’
괴조 꼭두각시의 날개까지 이미 300개나 되는 운명의 실을 연결했지만, 비행을 연습할 시간이 없었다.
지금, 이 비공정과 2개의 부유섬은 괴조인형와 킹콩인형, 표범인형, 그리고 안당고낙 3마리가 함께 끌고 있었으니까.
이곳은 무풍지대!
지금까진 바람이 강하진 않아도 계속 불어왔기에 비공정의 돛만으로 느리지만, 꾸준히 이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빽빽하고 울창한 이곳 대수림에 진입하고 난 후에는 바람의 거의 불지 않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제 남은 방법은 한 가지였다.
비공정을 직접 끌어서 이동하는 것.
다행히 비행석의 힘으로 공중에 떠 있었기에, 속도는 느리겠지만 기간트 몇 대만으로도 충분히 끌어서 이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간트는 마석 배터리를 소모한다.
아직 블랙힐 전진 기지까진 먼 길이었기에 중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그랬기에 주전력인 기간트 대신 괴수 마법인형을 총출동했다.
그리고 이참에 괴조 꼭두각시의 레벨도 올리고.
‘그래도 마지막에 괴조 마법인형을 얻어서 다행이야.’
괴조가 없었다면 이 정도 속도로 이동할 순 없었을 거다.
우린 지금 기간트가 걷는 수준의 속도를 유지하고 있었으니까.
괴조의 힘은 내 괴수 마법인형 중에서 단연 최고였고, 11미터의 암 드로운을 태우고도 움직일 수 있을 정도였다.
나중에 비행 훈련이 끝나면, 사람 몇 명 정도는 거뜬히 태우고 날 수도 있었다.
게다가 웬만한 괴수는 내 괴조인형을 보고는 기겁하며 덤벼들지 않았다. 내가 타고 온 겁 없는 안당고낙도 이 괴조인형은 두려워했다.
그래서 안당고낙은 괴조와 최대한 멀리 떨어트렸다.
“쿠오크! 아직 멀었나? 타일러여!”
“그래! 멀었다고! 벌써 10번도 더 말했다.”
“쿠오크! 빨리 가고 싶은데 너무 느리다!”
그 마음은 나도 안다.
비행석을 생각보다 많이 채취했기에 오크 전사들에게 30개의 기간트 갑옷을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다음부터 쿠훌린은 하루에도 10번 이상 장벽이 멀었는지 묻고 있었다.
이건 다 투자였다.
오크 해병대를 만드는 건 괴수 부산물도 들고, 드워프의 노동력도 들어가고, 힘들게 구해온 비행석도 들어가고, 연구까지 해야 했기에 큰 기회비용이 든다.
하지만 지금 준비해놓지 않으면, 정작 필요할 때 오크 해병대를 쓰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러니 일단 적은 숫자라도 만들어 운용해야 부대 경험도 늘어나고 장단점과 고칠 점들을 미리 파악할 수 있었다.
‘라디프 공작의 거대 비공정은 이미 완성됐겠지······.’
이제 그들의 사냥팀이 도착해 비행석만 비공정에 장착하면 하늘을 날아오를 것이다.
내가 궁금한 것은 라디프 공작의 다음 행보였다.
과연 거대 비공정을 가지고 뭘 하려고 할까?
곧바로 모습을 드러낼까? 아니면 계속 비밀로 숨기고, 진짜 필요할 때 모습을 드러낼까?
생각보다 정보부에서 라디프 공작과 바이마르 가문의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섣불리 예측할 수도 없었다.
‘멍청하게 제국을 적으로 돌리려는 짓은 하지 않겠지?’
비공정이 비대칭 전력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무적은 아니다.
겉으로 드러난 바이마르 대영지의 기간트 병력은 200에서 250기.
오리지널 기간트는 3대였다.
그들은 기간트 생산 공장이 있었으니, 기간트를 찍어내면 숫자를 빠르게 늘릴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기간트에 탈 기사들은 그렇게 쉽게 구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 지금 제국의 황실에 대항하는 짓은 미친 짓이다.
황제가 가진 5개의 기간트 군단 중에서 2개만 움직여도 충분히 토벌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영지를 잃으면 비공정이 있어도 아무 소용없었다.
근간이 무너지면 끝이니까.
‘그렇다고 황제에게 비공정을 바칠 인물도 아니고.’
아마도 호엘 삼황자를 밀고 있으니, 자신의 힘을 이용해 그를 황제로 만들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뒤에서 황제를 조종하겠지.
하지만 비행석을 확보하기도 전에 비공정을 만들었다는 것은 어딘가 급하게 쓰일 곳이 있다는 말인데······.
이건 정말 최고급 정보였고, 내가 입을 열면, 라디프 공작은 매우 곤란한 상황에 빠질 것이다.
하지만 이건 나만 알고 있을 생각이었다.
아직 라디프 공작이 무슨 짓을 벌인 것도 아니었고, 이 정보의 출처를 추궁하면, 내가 가진 패도 열어야 했다.
어차피 나중엔 알려지겠지만, 아직은 나도 비공정이나 비행석의 정보를 라디프 공작이 독점하는 것이 이득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모르긴 몰라도 대륙 전체에서 엘프 차원으로 러쉬가 벌어질 것이다.
게다가 지금 엘프 차원은 비행 괴수도 사라졌고, 엠벌럭이란 괴수가 있긴 했지만, 막지 못할 숫자는 아니었다.
마석 배터리만 충분하다면, 해볼 만한 원정이었다.
‘그럼 슬슬 마석을 판매할 시점인가?’
내가 출발할 때도 마석과 마석 배터리 가격이 들썩이고 있었다.
그건 제국의 기간트들이 대수림에 집결했다가 돌아오면서 많은 마석 배터리를 소모했고, 마석 채취량이 줄어들고 있었기에 점점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이었다.
가장 좋은 건 일단 카야킨 전진 기지를 통해 마석을 파는 것이다.
거의 모든 영지가 기간트가 있고, 일상생활에서 마석 배터리를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에 직접 팔아도 되겠지만, 그럼 출처가 남는다.
하지만 카야킨 전진 기지는 그저 대수림의 각 전진 기지에서 마석을 구매해 장벽 사령부로 넘기는 것이었기에 최종 출처를 알 수 없었다.
‘일단 조금씩만 팔아보고, 양을 늘리자.’
“타일러님! 타일러님!”
갑자기 에테나가 나를 부르며 선실 문을 열고 갑판으로 나왔다.
그리곤 나를 보더니 울먹이기 시작했다.
“왜 그래?”
에테나가 나를 향해 빠르게 달려왔다.
다다닥! 와락!
“어?”
에테나가 나를 안더니 훌쩍이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난 에테나의 등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진정시켰다.
“나쁜 꿈이라도 꿨어?”
“마, 마나가! 마나가 느껴져요.”
“뭐?”
그녀의 뺨에서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건 기쁨과 감격의 눈물이었다.
“아! 드디어 해냈네.”
이건 희소식이었다.
그렇게 기간트에 타고 싶어 하더니, 소원이 이루어 졌다.
물론 마나를 느끼고 기간트에 타려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겠지만.
그리고 에테나가 이 세계의 마나를 느꼈다는 것은 다른 엘프들도 이곳 세상의 마나를 배울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이제 엘프도 기간트에 탈 수 있어요!”
에테나는 감격에 겨워 보였다.
난 말 없이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에테나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지만, 내 생각엔 엘프들은 배우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정령 마나를 포기하는 것이니까.
에테나가 세계수 씨앗을 구했기에 수명이 인간보다 긴 엘프는 20년 정도는 충분히 기다릴 것이다.
그럼 세계수를 통해 이곳 세계도 정령 차원이 열릴 것이고, 정령과 정령 마나도 퍼질 것이다.
그럼 자신들이 익숙하게 다루던 정령의 힘을 쓰겠지, 굳이 새로운 마나를 배우고 익혀 기간트를 타려 하진 않을 것 같았다.
100% 마나를 느낀다는 보장도 없었고.
“이제부터 시작이야. 느끼는 것만으론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러니 부지런히 마나를 움직이고 사용해야 해!”
그래도 난 에테나에게 응원의 말을 전했다.
에테나가 두 눈을 부릅떴다.
“네! 열심히 할 거예요!”
‘이거 훈련기를 꺼내야 하나?’
아직은 마나가 더 쌓이게 지켜보자.
오늘 무더운 대수림에서 좋은 소식 하나가 생겼다.
“그런데 궁금한 게 하나 있어요.”
“뭐지?”
“왜 활을 쏘는 기간트는 없죠?”
“응? 글쎄, 나도 그건 모르겠네.”
그러고 보니 왜 활을 쏘는 기간트가 없지?
거신 롤랑 백작의 무기고에서도 웬만한 무기 종류는 다 있었는데 활과 화살은 보지 못했다.
활을 만들 수 없어서 그런가?
아니면 기간트의 힘을 견디는 활시위가 없어서?
이건 나중에 제대로 알아봐야겠다.
***
바람이 분다!
“끼아아아아!”
괴조(lv.7)의 울음소리.
대수림 위를 낮고 빠르게 날아가는 비공정과 부유섬들.
우린 지금 바람을 탄다.
괴조 마법인형이 하늘을 날며 우리를 끌어주고 있었고, 비공정은 강한 순풍까지 타고, 부유섬들도 거대한 대수림의 나뭇잎으로 곳곳에 돛을 만들었기에 속도가 매우 빨랐다.
우리가 이렇게 하늘로 편하게 갈 수 있는 것은 헬다임 장벽으로 가까이 다가갈수록 강한 비행 괴수는 보이지 않았고, 약한 놈들은 감히 괴조에게 덤비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와! 이런 속도라면 금방 블랙힐 기지까지 가겠는데요?”
“미안하지만 적어도 보름은 걸어가야 해.”
“네? 왜요?”
“우리 비공정을 다른 사냥팀이 볼 수도 있잖아. 부유섬도 미리 정리해야 하고.”
“아! 비행석을 비밀로 하실 생각이시군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라디프 공작도 비밀로 할 생각일 거야. 그러니 이렇게 조용히 다녀갔겠지.”
내가 비공정이 있는 것도, 비행석이 있는 것도, 엘프 차원에 간 것도, 그리고 바이마르 사냥팀을 몰래 따라간 것도 모두 비밀에 부쳐야 했다.
만약 라디프 공작이 하나라도 안다면 무슨 수작을 부릴지 모르는 일이었다.
지금은 내 세력이 빈약하니, 바짝 몸을 사릴 때였다.
“와아아!”
“영주님이다!”
“응?”
힘멜족 엘프 아이들이 선미 갑판 아래로 우르르 몰려왔다.
그리곤 날 향해 고개를 숙였다.
“영주님, 안녕하세요!”
“그, 그래.”
아이들에게 살짝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이번엔 선수로 우르르 몰려갔다.
그곳에 있는 쿠훌린에게 인사하러 가는 것이었다.
인사성이 밝은 아이들이네.
난 에테나를 쳐다봤다.
“영주님이라니, 어떻게 된 거야?”
“제가 하라고 시킨 건 아닙니다. 그저 아이들에게 제국어를 가르치다가 영주란 단어에 대해서 알려줬을 뿐입니다.”
“그래? 기특한 녀석들이네······.”
아이들은 다행히 일찍 적응하는 것 같았다.
엘프는 이제 새로운 세상에 살아야 하기에 에테나에게 제국어를 가르치라고 했다.
그랬더니 몇 달 만에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빠르게 배우고 있었다. 물론 노인들이나 젊은 엘프들도 배우고 있지만, 학습 속도가 현저하게 차이가 났다.
평생 사용한 엘프어 대신 구조도 다르고 생전 처음 듣는 언어를 배우는 일이라 쉽지 않겠지.
‘그래도 열심히 따라와 주니 다행이네.’
이들도 내가 자신들을 위해 엠벌럭 무리로부터 구해주고, 대수림의 괴조와 필사적으로 싸우는 모습을 봤으니, 내 진심에 대해선 의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곳에 와서 충성심이 더 강해졌다.
어서 영지를 만들어 이들이 평화롭게 살아갈 터전을 마련해 주고 싶었다.
“에테나, 그 세계수 씨앗은 어떻게 할 거야?”
“네?”
에테나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걸 제게 물으시죠?”
“아! 그건 시노우엘이 결정할 문제인가?”
“아니요. 타일러님께서 결정하셔야죠.”
“뭐? 내가? 하지만 그걸 구해온 것은 에테나잖아.”
에테나가 피식 웃었다.
“전에도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전 타일러님을 따르기로 했다고. 그리고 씨앗은 제가 아니라 타일러님이 구하신 거죠. 저 혼자선 세이린 일족의 섬에도 가지 못했을 겁니다. 그러니 타일러님의 결정에 맡길 겁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에테나가 내게 씨앗을 내밀었다.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방금 에테나의 말은 시노우엘보다 나를 더 믿는다는 뜻이기도 했으니까.
일단 씨앗은 내가 안전하게 보관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것은 제 뜻이 아니라 시노우엘님 뜻이에요. 분명 제게 스스로 의지대로 행동하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 이렇게 좋잖아요! 엘프들도 구하고, 씨앗도 구하고.”
“그렇게 생각한다니, 고민 좀 해봐야겠군.”
세계수를 키우기 위해선 하이엘프가 필요하다고 들었다.
이번에 에테나가 하이엘프가 됐다면, 문제가 바로 해결됐겠지만, 이젠 시노우엘이 필요했다.
‘그래도 세계수 씨앗이 내게 있으니, 칼자루는 내가 쥔 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