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82)
82. 복수는 나의 것.
웨슬리 백작이 날 알아보고 힘겹게 손짓했다.
하지만 난 타냐를 쳐다보며 조용히 물었다.
“웨슬리 경의 상처는?”
“원래도 중상이었는데, 여기까지 오면서 너무 지체해 치료 시기를 놓쳤습니다. 근처에 있는 전진 기지로 가셨으면 사실 수도 있었을 겁니다······.”
타냐가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그 의미를 알기에 순간 가슴이 답답했다.
지금 그를 기다리는 것은 죽음이었다.
“알았네. 모두 나가 있게.”
“네.”
웨슬리 백작에게 다가갔다.
“웨슬리 백작님. 오랜만입니다.”
“타일러 경. 반갑소.”
“몸이 회복되려면 시간이 꽤 걸린답니다. 좋은 약을 준비하고 있으니, 마음을 단단히 먹으세요.”
“하아! 내 몸 상태는 내가 잘 알지. 오래 버틸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소. 그러니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좀 해야겠소.”
난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의자를 가져와 침대 옆에 앉았다.
“그 괴수를 봤소.”
“그 괴수요?”
“일전에 내게 말했던 그 하얀 괴수 말이오. 얼음 계곡에서 봤다던······.”
“드, 드라우켄 말입니까!”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
S등급 괴수가 바이마르 사냥팀을 공격한 것이 사실이었단 말인가!
그것도 수십 명의 거신을 죽이고, 암 드로운의 추격대까지 몰살한 괴수였다.
“휴우! 나와 부하들은 목숨을 걸고 그놈과 싸웠소! 대수림의 전투 방식은 다른 곳과 다르니, 우리 사냥팀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소.”
“그래서 드라우켄에게 당한 겁니까?”
웨슬리 백작이 살짝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오. 다행히 놈은 다친 상태였소. 그래서 우리 사냥팀 기간트 절반이 부서지고 기사들의 희생이 있었지만, 놈에게 상처를 입혔고 그놈은 북쪽으로 도망쳤소. 아마도 그 지역이 놈의 은신처였나 보오.”
“그럼 이 상처는?”
“그 비열한 바이마르 놈들이······. 크윽!”
웨슬리 백작이 이를 악물며 고통을 참았다.
“아무래도 좀 쉬시는 게 좋겠습니다.”
“타일러 경, 시간이 없소. 끝까지 들어주시오. 그 씹어먹을 놈들이 괴수가 도망치자, 우리에게 다가왔소. 부상자를 치료하고 전사자를 수습하는 척하더니 갑자기 우리를 기습했소. 우린 기간트에 탈 시간도 없이 당했고, 난 부하의 기간트에 겨우 올라타 싸웠소. 하지만 부하들은 이미 모두 죽었고, 나 혼자선 역부족이라 도망칠 수밖에 없었소······.”
웨슬리 백작은 눈물을 흘렸고, 고통에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그때 상황을 잠시 상상하자, 나도 인상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도망치는 그 심정이 얼마나 처참하고 괴로웠을까.
“크흐흑! 나 혼자 살아남기 위함은 아니었소. 그 빌어먹을 놈들에게 부하들의 복수를 하지 않고선 난 죽을 수 없었소. 그래서 대수림으로 한참을 도망쳤고, 블랙힐 기지로 향했소. 하지만 마석 배터리가 떨어져 기간트도 버려야 했고, 겨우 블랙힐 기지에 도착했는데······.”
“그곳에 바이마르 사냥팀이 있었군요.”
“크윽! 그렇소.”
그들도 장기간 대수림을 횡단한다고 무리했기에 블랙힐 기지에서 오랜 충전의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그럼 케니스 전진 기지로 가지 왜 이쪽으로 오셨습니까? 그곳이 훨씬 가까울 텐데요!”
웨슬리 백작이 힘들게 호흡하며 대답했다.
“하아! 놈들은 내가 도망친 것을 알고 있소. 치밀한 놈들이라 케니스 기지에도 분명 기간트와 사람을 보냈을 거요.”
“그럼 다른 가까운 기지도 있었을 텐데요.”
“이 대수림에서 믿을 만한 사람이 없었소. 그 상대가 바이마르 가문이라면 어느 전진 기지를 가더라도 환영받지 못할 것이오.”
“그래서 이쪽으로 오셨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하면, 케니스 기지로 가진 못한 것은 그들의 화살이 케니스 영지로 향할까 걱정돼서였소.”
“이해합니다.”
“미안하오. 나 때문에 경이 곤란해질 수도 있소.”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웨슬리 백작께서 이곳에 계신 것은 저들도 모를 겁니다. 여긴 이계 난민들의 전진 기지니까요.”
이곳은 난민들의 전진 기지.
제국엔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현재는 어떤 세력의 간섭도 첩자도 없는 곳이니까.
“그들이 케니스 전진 기지에는 백작님과 기사들이 괴수에게 당했다고 전달했을 겁니다. 그렇다고 오리지널 기간트와 주력 기간트 15기가 사라진 케니스 기지에서 확인할 순 없을 테니까요.”
“하아! 그렇소. 케니스가 대영지긴 해도 땅만 넓지 기간트 전력은 중급 영지 수준이오. 그래서 무리해서 오리지널 기간트까지 사서 날 영입한 것인데, 이제 비브르도 빼앗겼으니······.”
웨슬리 백작의 한숨이 깊었다.
게다가 자신과 함께하던 실력 좋은 기사들이 모두 죽었으니, 사실 복수는 요원한 것이었다.
아니 자신 역시 부하들에게 가고 있었다.
“그들이 우릴 공격한 이유가 있소. 그걸 말해야······, 크윽!”
웨슬리 백작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무슨 말을 하시려는지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
“하늘을 나는 돌 때문이 아닙니까.”
“그, 그걸 어떻게?”
웨슬리 백작은 경악했다.
“말씀하지 마시고 제 말이 맞으면 그냥 고개만 끄덕이십시오.”
웨슬리 백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난 바이마르 사냥팀을 쫓아갔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엘프 차원을 넘고, 부유섬에서 비행석을 캐낸 것도 모두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웨슬리 백작은 계속 고개만 끄덕였다.
“저들은 비행석의 비밀이 새나갈까 우려해서 공격했을 겁니다. 사실상 바이마르 사냥팀에 외부인은 웨슬리 백작님과 부하들밖에 없었으니까요.”
“내가 너무 어리석었소.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깊숙이 따라갔소. 실제로 그들은 대수림에서 전투 경험이 없었기에 우리에게 많이 의존하는 상태였고, 다른 차원을 탐험한다는 말에 호기심이 든 것도 사실이오.”
웨슬리 백작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때, 부하들의 말을 듣고 돌아갔어야 했는데······.”
웨슬리 백작은 굵은 눈물을 흘렸다.
이제 와 후회하면 무엇 하는가.
처음부터 바이마르 사냥팀은 웨슬리 백작과 부하들을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이제 제가 어찌하길 바라십니까? 이 문제를 정보국과 추밀원에 알려서 공론화시킬까요? 아니면 케니스 영주에게 복수를 부탁할까요?”
웨슬리 백작은 가쁜 숨을 쉬면서 한참을 고민했다.
그리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냥······. 그냥, 나와 부하들을 기억해 주시오.”
“······?”
“이 대수림을 질주하며 괴수를 사냥하던, 최고의 사냥팀이 이 시대를 살았다는 것을 그대가 기억해 주시오.”
“정말 그거면 되겠습니까?”
웨슬리 백작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울컥거리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억울하지 않을까?
나 같으면 복수를 해달라거나 최소한 세상에 저들의 악행을 퍼트려 달라고 했겠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자기 영주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것이다.
이제 자신이 죽으면 증인도 사라지고, 케니스 영지에서 복수하겠다고 설쳤다간 오히려 역으로 당했을 것이다.
그자들은 그럴 힘이 있었으니까.
주군을 생각하는 기사의 충정이 느껴졌다.
그리고 힘없는 영지의 서러움도 느껴졌다.
“이런, 부하 녀석들이 날 데리러 왔군.”
“네?”
웨슬리 백작은 웃으며 손을 들었다.
“다니엘, 에밀리, 피터, 칸, 가드너······.”
난 웨슬리 백작의 손을 잡았다.
그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모두가 백작님과 대수림 최고의 사냥팀을 기억할 겁니다.”
“고맙소. 타일러 경. 나중에······, 아주 나중에 봅시다.”
웨슬리 백작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그 순간 운명의 실이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참고 있던 눈물이 쏟아졌다.
[기사회생(lv.5) 스킬을 사용합니다.]‘만약 나와 운명의 실이 이어진다면, 당신의 복수는 나의 것이 될 것이고, 끊어진다면 나는 당신과 부하들을 죽기 전까지 기억할 겁니다.’
그 순간 운명의 실이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허수아비(lv.1) 마법인형을 만들었습니다.]“하아!”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해졌다.
내게 말은 그렇게 해 놓고 복수를 원하시오?
난 곧바로 운명의 실타래를 웨슬리 허수아비에게 연결했다.
운명의 실이 일제히 초록색으로 물들었다.
[꼭두각시(lv.1) 마법인형이 만들어졌습니다.]‘지금은 나도 힘이 없지만, 언제가 기회가 온다면 당신의 복수를 해주겠습니다. 웨슬리 슈나이더 백작.’
[꼭두각시(lv.1) 마법인형이 자아를 각성했습니다.] [자동인형(lv.1)이 만들어졌습니다.]어떻게? 단번에!
내 말을 알아들었을까?
고작 1레벨의 꼭두각시가 자동인형이 됐다.
웨슬리 자동인형은 번쩍 눈을 떴고, 날 빤히 쳐다봤다.
꼭 그가 살아돌아온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이제 내 마법인형일 뿐이었다.
“네 이름은 앞으로 웨슬리 슈나이더다.”
자동인형이 자신의 이름이 마음에 드는지 눈을 깜빡였다.
난 웨슬리 자동인형을 인형의 집에 넣었다.
‘암 드로운, 부 기사단장이니까. 최선을 다해 가르치게.’
‘네! 주군. 맡겨 주십시오.’
이것 또한 인형술사의 운명이지.
***
[헬다임 장벽 관문]“오늘은 절대 그냥 못 가십니다.”
글래디스가 날 보며 굵은 팔뚝에 잔뜩 힘을 줬다.
“자네 설마 매번 관문이 열릴 때마다 날 기다리고 있는 건가?”
“어떻게 아셨습니까.”
“허! 자네도 지극 정성이군.”
“군인이 명령을 거역할 순 없잖습니까.”
“함께 갈 테니, 부탁 하나만 들어주게.”
“부탁이요?”
“저 드워프들을 데려가고 싶은데? 모두 내 정보원들이네.”
내 뒤에 50명의 드워프를 보자, 글래디스가 한숨을 푹 쉬었다.
우린 글래디스의 도움과 북부군 사령관의 이름을 대고 관문을 쉽게 통과했다.
에테나는 드워프들과 먼저 집으로 갔고, 난 윌리엄 사령관을 만나기 위해 북부군 사령부로 향했다.
[북부군 사령관실]“충! 타일러 빈슨 중령! 윌리엄 사령관님의 부르심을 받고 왔습니다.”
윌리엄 호세스 사령관은 경례도 받지 않고, 날 노려봤다.
“자넨 정보국 소속인데 북부군 사령관에게 경례는 왜 하는 건가?”
“······.”
삐지셨네.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뭐? 좋은 소식?”
“시안 7황자께서 확실히 성장하신 것 같습니다.”
“그래?”
“네! 이곳에 오는 길에 블랙힐 기지를 방문하고 왔습니다. 오랜만에 대화를 나눴는데, 생각이 깊어지신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먼 대수림에서도 현 제국의 정세를 꿰뚫고 계셨습니다. 그것이 성장한 증거가 아니겠습니까?”
윌리엄 사령관이 고개를 흔들었다.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나도 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하는군.”
윌리엄 사령관이 내게 손짓했다.
“그만 손 내리고. 이리와 앉게.”
“감사합니다.”
난 가까이 다가가 의자에 앉았다.
왠지 가시방석이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네. 뭐부터 듣겠나?”
“나쁜 소식부터 듣겠습니다.”
“아니, 좋은 소식부터 알려주겠네.”
역시 단단히 삐지셨어.
윌리엄 사령관이 뒤를 슬쩍 보자, 엠버 중령이 서류를 건넸다.
“받게.”
“이게 뭡니까?”
“그냥 열어 보면 될 걸 뭐하러 물어보나.”
난 서류철을 열었다.
[발레리온 영지 소유권]“어? 이건!”
“그곳 영주가 아주 문제가 많더군. 도박으로 많은 빚을 졌더군. 그래서 헐값에 샀네. 맨 밑에 자네 서명만 들어가면 거래는 끝이지.”
순간 미간을 좁혔다.
이걸 받으면, 7황자에게 라인으로 들어가는 셈이었다.
“받을 수 없습니다.”
“뭐라?”
“윌리엄 사령관님 마음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 누군가의 라인에 들어가기에는······.”
“누가 우리 라인으로 들어오라고 했는가?”
“하지만 제가 이걸 받으면······.”
“그건 내가 한 일이 아니네.”
“…?”
“자네 똑똑한 대리인이 한 일이니까. 나와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네. 그러니 라인 같은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말게.”
난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 대리인이라면?”
“프레디 준장 말이네. 자네가 영지 관리인으로 섭외했다면서.”
“아! 그건 그랬지만······.”
“구매 자금은 카야킨 전진 기지에서 난민 전진 기지에 결재해줄 금화를 미리 당겨서 줬으니까. 그리 알고.”
“네······.”
순간 정신이 멍했다.
정말 발레리온 영지가 내 것이란 말인가?
이렇게 간단히?
“이게 간단히 된 일이 아니야. 자네가 없는 사이에 프레디 그 친구가 백방으로 알아보고 다녔네. 그리고 찰스 정보국장도 도움을 줬고. 물론 나도 조금은 손을 보탰네.”
“그런데 제가 어떻게 영주가 될 수 있죠? 전 귀족도 아닌데요?”
“증명서 맨 하단에 서명란을 보게.”
[타일러 빈스 명예 백작]“명예 백작이요? 이게 뭡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