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84)
84. 재회.
“이 집 차향이 좋군요. 분위기도 좋고.”
“자네 뭘 좀 아는군. 나도 에르가드에 올 때마다 꼭 들리는 곳이네.”
넓은 테라스에 앉아 지나는 사람들을 보고, 차와 커피를 마신다.
바로 앞에 폭 넓은 수로도 있고, 주변에 고급 상가가 많아서 수도의 젊은 남녀가 데이트 장소로 많이 오는 곳이었다.
“이런 찻집은 얼마나 할까요?”
“하하! 영지를 가진 사람이 찻집도 사려고?”
“그냥 궁금해서요.”
3년 전만 해도 수도에 이런 찻집 몇 개 사서 편하게 살아보려고 했는데······.
어느새 영지도 사고, 딸린 식구가 2천 명에 달한다.
앞으로 더 생길 거고.
아! 이제 영지민도 딸린 식구겠구나!
“아까 섭섭했나?”
“네?”
“추밀원장님 집무실에서 말이네. 자네 얼굴에 섭섭함이 그대로 드러나더군.”
“제국 최고의 훈장을 준다는데 섭섭할 게 뭐가 있겠습니다. 다만 추밀원장님의 의도가 너무 노골적이라서요. 그리고 절 서부 전선으로 보낼까 걱정입니다.”
“그래? 난 오히려 자네가 좋아할 줄 알았는데?”
“제가요?”
찰스 국장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자네 꿈이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은 그런 영지를 가지는 것이 아니었나?”
“그건 맞습니다.”
“영지도 생겼겠다. 그럼 이건 기회가 아닌가.”
순간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저더러 진짜 영웅이 되란 말씀입니까?”
찰스 정보국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추밀원장님은 자네 능력을 모르지 않나. 그러니 이 영웅 놀이에 자네를 얼굴마담으로 세울 생각을 하신 거겠지.”
“윌리엄 사령관께서 제 능력을 말씀하셨다고 하던데요.”
“그거야 자네 기본적인 언어 능력이나 겉으로 드러난 능력을 말하는 거지. 숨겨진 능력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윌리엄 사령관님은 그렇게 생각 없으신 분이 아니시네.”
“그건 그렇지요, 하지만 정보 국장님도 추밀원장님께 보고하지 않으셨습니까?”
“나?”
찰스 정보국장이 피식 웃었다.
“내가 말했잖아. 고급 정보는 쉽게 발설해서는 안 되네. 자네 정보는 내 기준에선 꽤 고급 정보야.”
나도 국장을 향해 피식 웃어줬다.
그도 내 능력을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윌리엄 사령관 만큼은 아니겠지만.
“자네의 자금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영지를 사겠다고 생각했다면 금화는 꽤 있을 거야. 그리고 대수림에서 자네가 한일과 자네 능력을 대입해 보면, 기간트도 있을 거고. 하지만 그것 가지고는 자네가 생각하는 강한 영지를 만들 수 없네. 한 가지가 더 필요하지.”
“맞습니다. 인재가 필요하지요.”
순순히 인정했다.
“그렇지. 대수림에서야 자네 인지도가 나보다 높지만, 제국에선 그냥 정보국 중령 수준이네. 영지를 지키고 군사력을 키우기 위해선 금화와 기간트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기간트에 탈 인재가 많이 필요하네. 대수림 전체의 인재가 5라면 제국은 95지. 그러니 이참에 보란 듯이 진짜 영웅이 되면, 자네 인지도가 엄청나게 올라갈 거야. 그리고 인재들이 자네 영지로 구름처럼 모여들겠지.”
찰스 국장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명성을 높이는데 전장만큼 좋은 곳이 없으니까.
“하지만 전장에서 제가 활약할 기회나 있을까요? 다들 라인에 영지에 학연에 지연에 촘촘한 인맥으로 뭉쳐 있을 겁니다. 전 보다시피 아무것도 없으니, 공을 세울 기회조차 잡기 힘들 겁니다.”
“하긴 서부군에서 자네 인지도론 뭘 하려고 해도 쉽지 않겠군. 하지만 자네라면 그래도 해내지 않겠나?”
“그리고 전 아리칸 공국의 마르틴 대공처럼 이용당하긴 싫습니다.”
“응? 자네가 마르틴 공작 이야길 알아?”
“시안 황자님께 들었습니다.”
찰스 국장도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제국의 오점이자, 지금 황제 폐하의 오점이지. 그때 일이 잘 풀렸다면, 가디언 제국의 서부 일대는 우리가 차지했을 거네. 그리고 아리칸 공국과도 사이가 좋았을 거고.”
“글쎄요. 전 그 의견에 동의할 순 없습니다.”
“······?”
“제 생각엔 일이 잘 풀리고, 우리가 승리했어도 아리칸 공국은 독립하지 못했을 겁니다. 물론 기간트 제조 기술 역시 알려주지 않았을 거고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건 아리칸 공국의 힘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흠······.”
찰스 국장이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제국이 아리칸을 계속 부리면 이득인데, 독립시켜 주겠습니까? 그리고 기간트 제조 기술을 알려준다면 그건 호랑이 새끼를 키우는 것과 같습니다. 제가 볼 땐 기간트를 추가 지급하고, 조공을 깎아주는 선에서 마무리됐을 겁니다.”
“그럴 수도 있었겠군.”
“아니 그랬을 겁니다. 수십 년간 제국군이 뚫지 못한 전선을 마르틴 공작과 크루세이더 기사단이 단 며칠 만에 뚫었습니다. 그 능력이 두렵지 않았을까요? 어쩌면 황제께서는 처음부터 제국 지휘관들의 행태를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묵인했겠죠.”
“그건 너무 비약이 심하군.”
“그냥 제 생각일 뿐입니다.”
찰스 정보국장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자네 말대로 영웅이 되긴 쉽지 않겠군. 하지만 자네라면 가능하리라고 생각하네.”
“절 너무 과대평가하시는군요.”
“솔직히 말하면 최대한 과소평가를 하는 중이네. 아니면 자네가 괴물로 보일 테니까.”
찰스 정보국장은 생각보다 나에 대해 꽤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비밀을 지키는 것이 자신에게도 유리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겠지.
하지만 내 인형술사의 능력은 단언컨대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내가 제국의 영웅이 된다라······?’
그게 내게 이득일까? 아니면 손해일까?
고민 좀 해봐야겠다.
그리고 가뜩이나 황제에 대한 안 좋은 말만 들었는데, 보로스 추밀원장 역시 맘에 들진 않았다.
***
한 달이란 시간이 정말 순식간에 흘렀다.
찰스 정보국장을 따라다니며, 수도 에르가드 정보국 지부대도 방문하고, 추밀원과 다섯 개 하부 조직의 높은 사람들과 인사도 했다. 그리고 내각의 주요 실무자들도 만났다.
찰스 국장은 제국에서 정보도 중요하지만, 인맥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영주가 되면, 영주 회의도 참석해야 하고, 수도의 관리들과 엮일 일이 많아지기에 미리 안면을 익혀 놓으면 나중에 다 도움이 된다고 했다.
에르가드까지 왔는데, 앨리슨을 안 보고 갈 순 없지.
마지막 날은 앨리슨의 학교를 찾았다.
“타일러 삼촌!”
앨리슨이 손을 흔들려 달려온다.
“뛰지 마! 다쳐!”
다다닥! 와락!
“우와! 삼촌이 무슨 일이야? 여기까지 오고?”
“앨리슨 보고 싶어서 왔지.”
“치! 거짓말.”
“근데 너 좀 무겁다. 내려와라.”
“뭐가 무거워!”
“키도 좀 크고 살도 좀 붙었네.”
앨리슨이 내려오자, 나의 분신인형 짹이 다가왔다.
“짹, 넌 왜 이렇게 말랐냐? 밥 안 먹어?”
“휴! 오랜만에 뵙습니다. 마스터.”
짹의 한숨이 깊다.
그동안 가끔 병렬사고 스킬을 써서 앨리슨의 상태는 살폈지만, 정작 짹의 상태는 살피지 못했다.
푹 들어간 눈과 다크써클이 그동안의 고생을 말해주고 있었다.
“별일은 없지?”
“앨리슨이 또 사고를 쳤습니다.”
“뭐? 또?”
앨리슨이 짹을 노려봤다.
“삼촌, 배신자.”
“이번엔 뭔데 그래?”
“선생님을 망신 줘서 일주일간 정학 처분을 받았습니다.”
“뭐? 망신?”
앨리슨이 나섰다.
“선생님이 자기가 틀리게 가르쳐 주고, 자꾸 내가 틀렸다고 하잖아. 그래서 그 이유를 차분하고 교양있게 설명해줬더니, 울면서 나갔어. 정말이야.”
“하아!”
무슨 일인지 알 것 같았다.
천재를 교육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겠나.
왠지 선생님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억울한 표정을 한 앨리슨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줬다.
“알았으니까. 그만하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정말?”
“그래.”
“야호! 타일러 삼촌 최고!”
우린 최고급 식당에 가서 스테이크도 썰어 보고, 비싼 와인도 마셨다.
박물관도 가서 괴이하게 생긴 그림도 보고, 고급 마차를 타고 번화가에서 쇼핑도 했다.
앨리슨 핑계를 대고 나도 오랜만에 호사를 부려본다.
지금 누리지 않으면, 언제 가져볼지 모르는 일상이었다.
내일 건국기념식이 끝나면 전장에 갈 수도 있고, 아니면 다시 대수림으로 가겠지.
발레리온 영지에도 들려야 하는데······.
고개를 흔들었다.
오늘은 다른 생각하지 말고 그냥 놀자.
앨리슨이 묵고 있는 숙소는 학교 근처에 있는 가정집이었다.
프레디의 먼 친척 집으로 딸과 부인도 작년까지 이곳에서 지냈다고 들었다.
동네도 깨끗하고, 음식 솜씨도 좋다고 해서 앨리슨과 짹도 이곳에서 묵고 있었다.
“어서 들어가!”
“타일러 삼촌, 내일도 올 거야?”
“내일은 일이 있어.”
“치! 나 내일 노는 날인데!”
“대신 방학 때 발레리온 영지로 오면 계속 놀아줄게.”
“알았어! 조심히 가!”
앨리슨은 아쉬워했지만, 이별은 익숙했기에 아이처럼 매달리진 않았다.
난 앨리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할아버지도 없고, 혼자서 얼마나 외로울까.
하지만 씩씩한 모습에 조금은 안심했다.
사실 내일 건국기념일 행사에 데려갈까 하다가 퍼레이드 행사에 사람이 너무 몰린다고 하길래 이야기하지 않았다.
훈장 받는 모습을 보면 좋아하겠지만, 괜히 고생이나 하지.
“짹! 고생 좀 해.”
“마스터, 걱정하지 마십시오. 최선을 다해 앨리슨을 지키겠습니다.”
“아니, 네 몸도 좀 챙겨.”
난 짹과 앨리슨과 짧은 인사를 하고, 호텔로 향했다.
‘내일이면 여기도 안녕이구나!’
한 달이나 이곳에 머물러 있을 줄은 나도 몰랐다.
늦은 밤 창문 너머로 도시의 야경을 보았다.
에테나도 지금쯤이면 바이마르 영지를 떠나 헬다임으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
침대에 누워 인형의 집을 열었다.
‘주군을 뵈옵니다!’
[주군을 뵈옵니다!]한참 기간트 대형 훈련 중인 자동인형들이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웨슬리, 어때? 그 오리지널 기간트는?’
[아무래도 동작에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그래? 내가 보기엔 자연스러워 보이는데?’
[무기를 쥘 때 오른손 새끼손가락 쪽에 힘이 너무 들어갑니다. 그 때문에 베기 동작이 조금씩 느려집니다.]‘아! 그건 좀 심각하군. 나중에 드워프들에게 꼭 점검해보라고 해야겠어. 웨슬리, 고생했네.’
[아닙니다. 주군!]웨슬리(lv.7) 자동인형의 성장 속도는 가히 폭발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난민 기지에서 내 마법인형이 되고, 이곳 수도에서까지 겨우 3개월이 흘렀을 뿐이었다.
그런데 벌써 비숍급 오리지널 기간트에 타서 테스트할 실력까지 갖추었다.
룩급 기간트에 타는 다른 자동인형들은 나이트급 오리지널 기간트만 타도 동작이 부드럽지 않았다.
싱크로율이 낮아서 그런 것이었기에 웨슬리의 능력이 압도적인 것이다. 덕분에 암 드로운이 할 수 없었던, 오리지널 기간트 테스트도 할 수 있었고.
‘나도 슬슬 비숍급 오리지널 기간트에 타야 하는데······.’
지금도 탈 수는 있지만, 아직 마나가 부족했기에 지금 타고 있는 오리지널 마장기처럼 마법을 자주 쓸 순 없었다.
거신의 마나 팔찌를 계속 찼다면, 지금쯤 비숍급에 탔겠지만 에테나에게 빌려줬기에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도 에테나가 벌써 폰급 기간트에 탈 수 있었기에 내 전력은 향상된 셈이었다.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었다.
파다다닥!
사마귀 꼭두각시가 신호를 보내왔다.
눈을 떠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직 이른 새벽이었다.
‘뭐야? 이 시간에?’
침대에서 일어나 검을 뽑아 들었다.
난 일부러 가장 높은 층에 복도 끝 방을 잡았다.
그러니 지금 누가 내 방으로 다가온다는 뜻이었다.
‘설마, 날 암살하려고?’
암살이라······.
하지만 그럴 사람이 없는데?
설마 백작부인?
타일러 아버지의 정실부인이라면 그러고도 남았다.
괴수 마법인형을 꺼내려다가 웨슬리와 자할리를 꺼냈다.
사실 세계수 열매를 먹고 신체적인 변화를 겪으면서 내 전투력과 신체 능력은 상당히 올라갔다.
마치 2차 각성을 한 것처럼 감각은 기민해지고, 동체 시력과 반사신경도 증가했고, 근력 또한 배로 늘었기에 과거의 내가 아니었다.
게다가 레어급 조끼와 검도 있었기에 나 혼자서도 소대 병력 정도는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다.
‘뭐야? 이 새끼들, 왜 안 들어오지?’
철컹!
앞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응? 누가 늦게 방을 잡았나?’
피식 웃음이 났다.
암살이라니!
대수림에 너무 오래 살아서 그런가?
신경이 너무 예민해졌다.
‘잠깐, 이 앞은 옥상으로 올라가는 문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