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85)
85. 건국기념일 퍼레이드.
자동인형들을 풀어 날 지키게 하고, 난 사마귀 꼭두각시로 영혼 이동을 했다.
‘이것들은 뭐야?’
사마귀 꼭두각시의 시야로 본 옥상엔 아홉 명이나 되는 놈들이 가방을 열더니 석궁을 조립하고 있었다.
그리곤 옥상 색과 똑같은 위장막을 덮더니 한쪽 난간에 바짝 엎드렸다.
이 호텔은 주변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아! 건국기념일 퍼레이드가 이 앞을 지나지!’
어이가 없군.
석궁으로 무장한 암살자들이라니······.
저걸로 황제를 암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번 행사는 추밀원의 지원국이 준비하는 행사였기에 나도 그들이 이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황제와 황후가 탄 퍼레이드 단상은 좌우와 후면, 천장까지 투명 유리 보호막이 몇 겹이나 있었다.
한 마디로 방탄 차량과 같았다.
그런데 석궁과 볼트라니!
전면에서 대고 쏘는 것이라면 모를까, 석궁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이런 정보도 없이 황제를 암살하려는 놈들이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 죽고 싶은가?’
암살자들도 사람이었다.
세상에 죽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지금 이놈들은 자살 특공대였다.
아리칸 공국 놈들인가?
아니면 가디언 제국?
그것도 아니면 살루스 왕국일 수도 있었다.
지금 제국은 적이 너무 많았다.
‘암살 시기는 딱 적당하긴 하네.’
5개나 되는 황제 직속 기간트 군단이 모두 수도를 비웠고, 전선은 언제 전쟁이 벌어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태였다.
그래도 근위 기사단과 황궁 수비대가 있는데, 어림도 없다.
근위 기사단은 100명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모두 기간트 기사들이었다.
그리고 퍼레이드 행사장 주변엔 수도 경비대가 3천이나 배치되어 있었다.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이미 거리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었다.
건국기념일 행사는 동이 트는 순간 시작이었다.
‘저것들을 지금 싹 쓸어버려?’
괜히 사람들이 다칠 수도 있었다.
영혼 이동을 끊고, 내 방에서 전투를 준비했다.
조용히 옥상 계단으로 향했다.
문을 살짝 열자, 놈들의 위장막이 보였다.
무심히 지나쳤다면 난간 그림자 때문에 알아채지 못할 정도였다.
‘쳐라!’
팟! 파파팟!
내 마법인형들이 일제히 놈들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푹! 푸푸푹!
“크헉!”
“윽!”
놈들은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귀신이 됐다.
“모두 한곳에 눕혀!”
“네! 주군.”
아홉 명의 암살자를 나란히 눕히고 1층 로비로 내려갔다.
“난 정보국의 타일러 빈스 중령이오. 호텔 옥상에 암살자들의 시체가 있소.”
“네? 암살자요?”
“모두 내가 처리했으니, 경비대를 불러주시오.”
“아, 알았습니다.”
호텔 직원에게 이야기하고, 곧장 퍼레이드 준비가 한창인 추밀원으로 향했다.
“뭐? 암살자라고?”
“네! 그랜드 호텔 옥상에 아홉 명이나 되는 석궁 저격수가 있었습니다.”
안면이 있던 지원국 대령에게 이 사실을 말했다.
그가 상관에게 달려갔다.
이제 내 할 일은 끝이었다.
잠시 후.
반가운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충! 클린드 부국장님,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자네 요즘 너무 잘나가는 거 아닌가?”
“네?”
“자네 활약은 잘 들었네. 그리고 요즘 찰스 국장님과 여기저기 인사를 많이 다녔더군.”
“일방적으로 끌려다닌 겁니다.”
“찰스 국장님은 그럴 분이 아니신데, 그게 더 이상하네.”
“그런가요?”
클린드 부국장은 미소를 지었다.
“난 부하가 잘나간다고 시기하는 사람은 아니네. 게다가 자네는 대수림에서 양질의 정보를 보내오는 최고의 정보통이 아닌가.”
“대수림에 특이 사항은 없습니까?”
“특이 사항이라고 할 건 없네. 가디언 제국은 여전히 발굴에 힘쓰고 있고, 아리칸 공국은 오히려 전진 기지의 병력을 대거 본국으로 이동시켰네. 곧 있을 전쟁에 대비하는 거지.”
“그렇군요.”
아리칸 공국은 아베르크 제국보다 병력이 많이 부족했으니, 대수림의 병력까지 긁어모아야 했을 것이다.
“건국기념일 행사는 하는 겁니까?”
클린드 부국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암살자가 있다고 해도 강행할 걸세. 그리고 자네 덕분에 암살자의 존재를 알게 됐으니, 지금쯤 주변 건물을 이 잡듯 뒤지고 있겠지.”
“그럼 전 이제 어디로 가면 됩니까?”
클린드 부국장이 피식 웃었다.
“미안하지만 자네도 퍼레이드에 참석하라는 명령이네.”
“제가요? 후문으로 오라고만 하던데요?”
“후문이 바로 퍼레이드 시작점이야. 자네뿐만 아니라 이번에 훈장을 받을 기사와 장교들도 퍼레이드에 참석하네.”
“쩝. 대수림에 있을 때가 편했습니다.”
“하하! 자네도 현장 체질이군.”
건국기념일 퍼레이드는 황궁 후문에서 시작해 도심지를 한 바퀴 돌고, 황궁 정문 앞에 있는 에르가드 대광장에서 황제의 연설과 훈장 진수식 등을 하고 마무리된다.
무려 4시간이나 걸리는 퍼레이드에 참가해야 한다니······.
“슬슬 출발하지. 경비가 삼엄할 테니, 내가 데려다주겠네.”
“그런데 부국장님께선 여기 왜 오셨습니까?”
“곧 추밀원 예산 심사일이네. 우리 부서도 최대한 금화를 받아와야 하지 않겠나.”
“부국장님도 머리 좀 아프시겠습니다.”
“뭐, 어쩌겠나? 그게 내 일인걸.”
난 클린드 부국장 덕분에 황궁 후문까지 편하게 이동했다.
***
“반갑소. 근위 기사단의 티아스 트리컬 대령이오. 이번에 1군단으로 옮기게 됐소.”
“정보국의 타일러 빈스 중령입니다.”
“그쪽이 이번에 황제 폐하께 엠페러 프라임 훈장을 받는다고 들었소.”
“네. 그렇게 됐습니다.”
“부럽소.”
티아스 대령은 정말 부러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이 사람에 대해선 조금 전에 클린드 부국장에게 들었다.
이번에 룩급 오리지널 기간트를 배정받은 실력자로 대대로 근위 기사단에 기사를 배출한 수도의 명문가 출신이었다.
물론 황립 아카데미를 졸업했고.
그리고 근위 기사단 10년 만에 룩급 오리지널 기간트에 탈 정도로 실력도 매우 뛰어난 인재였다.
티아스 대령은 이번에 나보다 한 단계 아래의 훈장을 받을 예정이었다.
아마도 내가 없었다면 이 사람이 엠페러 프라임 훈장을 받았을 것이다.
누구라도 좋으니 제국엔 영웅이 필요했으니까.
그리고 훈장을 받을 다섯 명의 기사와 장교도 함께 퍼레이드 마차에 올랐다.
뺨빠라뺨! 빰빰빠빰빠밤!
나팔이 울리고,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거대한 황궁 후문이 열렸다.
군악대가 먼저 나오고, 화려한 복장의 황실 의장대가 뒤를 이었다.
그리고 여러 부대에서 뽑힌 병사들이 줄지어 이동했다.
기이잉! 쿵! 쿵! 쿵!
드디어 근위 기사단의 기간트들이 줄지어 성문 밖으로 나왔다.
“거리는 괜찮을까요?”
순수하게 걱정돼서 물었다.
티아스 대령은 피식 웃었다.
“괜찮을 리가 있겠소? 저 무거운 것들이 지나는데. 행사가 끝나면 바닥은 전부 교체해야 할 거요.”
“아깝군요.”
그렇다고 건국기념일 행사에 기간트를 빼놓을 순 없었다.
황제의 건재함과 제국의 위상을 국민에게 보이는 행사였기에 가장 강력한 기간트가 당연히 참석해야 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올해는 제국의 군단이 모두 외부에 있었기에 보통 8시간이 걸리는 퍼레이드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오오! 다라곤이다!”
“다라곤이 나온다!”
근위 기간트 맨 뒤로 13미터의 황금빛 오리지널 기간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게 제국 유일한 킹급 기간트로군요.”
어깨와 가슴, 각 관절의 보호 장갑까지 모두 황금빛으로 번쩍였다.
겉보기엔 키와 장갑이 모두 퀸급 기간트와 똑같았다.
왜 구분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처음 본 킹급 기간트는 그냥 보고만 있어도 압도되는 것 같았다.
마나를 보는 눈으로 내부를 살펴보고 싶었지만, 보는 사람이 많아 포기했다.
“나도 언젠가 저 다라곤에 탈 거요.”
티아스 대령의 눈빛이 타오르고 있었다.
“지금은 누가 타고 있습니까?”
“당연히 발데스 기사단장님이시오.”
아직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나도 많이 들어봤다.
제국 최고의 기사이자, 제국 제일검!
열두 살 때 이미 오리지널 폰급 기간트에 탔고, 성인이 돼서는 룩급 오리지널 기간트에 탔다.
그는 단 한 번도 양산형 기간트에 탄 적이 없다고 했다.
한 마디로 엘리트 중의 엘리트.
발데스 기사단장의 마나량이 엄청날 것이다.
룩급 오리지널 기간트에 타는 웨슬리만 해도 나보다 몇 배나 많은 마나량을 보유하고 있으니까.
발데스 기사단장의 킹급 기간트가 지나자, 그 뒤로 4개의 폰급 기간트가 커다란 단상처럼 생긴 판을 들고 나타났다.
그리고 그 위에는 황제와 황후가 앉아 있었다.
“케인 오르도 폐하 만세!”
“황제 폐하 만세!”
“와아아아!”
케인 오르도 황제는 자리에서 일어서 자신을 환호하는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정말 정정하잖아!’
나이가 67세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겉보기엔 50대 초반이라고 해도 믿을 거 같았다.
황제가 저렇게 건강하니, 후계자들은 똥줄이 타겠구나.
자신들이 집권할 시기가 줄어드니까.
황제의 단상이 지나고, 황태자와 황태자비가 타고 있는 단상이 나왔다.
그리고 뒤를 이어 대신들과 높으신 분들의 마차가 줄지어 지나갔다.
그들의 마차도 퍼레이드 용으로 의자가 마차 지붕에 달려 있었다.
“자! 이제 우리 차례군.”
4마리의 마차가 움직이고, 우리가 타고 있는 마차가 움직였다.
의자는 따로 없었고, 곳곳에 봉이 박혀 있어 그곳에 기대거나 손으로 잡고 있었다.
‘동물원의 원숭이가 따로 없군.’
난 중앙에 잘 안 보이는 자리에 섰다.
하지만 티아스 대령과 기사들은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환호에 답하고 있었다.
“휴!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군요.”
“응?”
내 옆에 선 것은 유일하게 기사가 아닌 소령 계급장을 단 장교였다.
“기술국의 로베르트 소령입니다. 타일러 중령님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아! 이번에 더 오래가는 마석 배터리를 개발했다는 분이시군요.”
“말씀 편하게 하십시오. 같은 추밀원 소속이 아닙니까. 그리고 더 오래가는 마석 배터리가 아니고, 그동안 너무 과도하게 배터리가 소모된 것을 조금 줄인 겁니다.”
그게 그거지 않나?
아무튼, 그는 추밀원 하부 기관인 기술국의 인재라고 알고 있었다.
기술국은 추밀원에서 가장 많은 금화와 인력을 지원을 받는 곳으로 기간트 관련한 모든 기술을 다룬다.
“의자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제 말이 그 말입니다. 무려 4시간을 이렇게 서서 이동해야 한다니······.”
로베르트 소령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도 나처럼 이 건국기념일 퍼레이드 행사가 달갑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아까부터 왜 자꾸 건물 위를 보십니까?”
“오늘 새벽에 내가 호텔 옥상에서 암살자들을 처리했네.”
“네? 암살자요?”
로베르트 소령이 기겁한 표정을 지었다.
“이, 이거 지금 위험한 거 아닙니까?”
“이미 경비대가 모든 건물을 수색했을 것이네.”
“그런데 왜 살펴보십니까?”
“혹시나 빠트린 곳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옛말에 지키는 사람 열이 도둑 하나를 못 당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로베르트가 마른 침을 삼켰다.
잔뜩 긴장한 것이 괜히 말해 준 것 같았다.
다행히 퍼레이드는 별일 없이 끝났다.
기간트와 황제의 단상은 무사히 에르가드 대광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우리 마차도 광장으로 들어섰다.
콰앙! 콰콰쾅!
화아아아아!
멀지 않은 곳에 큰 폭발과 거대한 불꽃이 치솟았다.
“무슨 일이냐?”
[근위 기사들은 황제 폐하를 지켜라!]발데스 기사단장의 명령에 일렬로 서 있던 기간트들이 방어 대형을 갖추기 시작했다.
퍼엉! 화르르르!
퍼퍼펑! 화아아아!
곳곳에서 연이어 화염이 치솟았다.
광장 근처는 아니지만, 연이은 폭발에 놀란 사람들이 사방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황제를 죽여라!”
“케인 오르도를 죽여라!”
갑자기 광장에 숨어 있던 자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황궁 수비대원들이 황제와 대신들의 앞을 겹겹이 막아섰다.
그리고 그 앞에는 기간트가 있었다.
“으악!”
“크악!”
모닥불을 향해 달려드는 불나방이 이럴까.
기간트가 움직일 필요도 없었다.
황궁 수비대원들이 검과 창으로 암살자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콰앙!
“기간트다!”
그때였다.
갑자기 광장 분수대 밑에서 비숍급 기간트 하나가 위로 올라왔다.
[황제를 죽여라!]기이잉! 쿵쿵쿵!
비숍급 기간트가 황제를 향해 달렸고, 뚫린 구멍으로 다섯 대의 기간트가 연이어 나와 달렸다.
[황제 폐하! 아무래도 피신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기사단장의 말에 황제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미 건국기념일 행사는 엉망이 된 상태였다.
“어떤 놈들인지 알아야겠다. 범인을 반드시 사로잡아라!”
[네! 폐하!]황제를 태운 단상은 황궁 정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근위 기사단의 기간트들이 달려오는 기간트를 막았다.
쾅! 콰콰쾅!
“어리석은 놈들! 쓸데없이 기간트만 낭비하는구나.”
티아스 대령이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옆에서 물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제국의 기간트인 것을 보면, 아리칸 공국 짓이겠군요.”
“그럴 거요. 덕분에 우리 사기만 올라가겠군. 암살에 실패하고 놈들이 제국의 수도를 공격했다는 사실만으로 제국의 병사들은 분투할 테니까!”
그런데 너무 쉽지 않나?
마르틴 대공이 벌인 짓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이렇게 뻔히 보이는 암살 시도가 통할 거라고 보는 건가?
뭔가 찜찜했다.
“황궁의 하수도는 어떻습니까? 저기 광장 분수대처럼 지하로 기간트가 이동할 수 있을까요?”
“하수도? 황궁의 하수도는 너무 좁아서 기간트는 들어갈 수 없소.”
“그럼 황궁은 안전하겠군요.”
“물론이요. 일단 적 기간트가 나타났으니, 황궁의 모든 문은 닫힐 것이오. 그리고 황궁 안에 황제 폐하의 거처인 황성의 문도 닫힐 것이고. 그럼 기간트는 절대 안으로 들어갈 수 없소. 하늘을 날아서 들어가면 모를까.”
“하늘이요?”
순간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