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86)
86. 비공정.
‘설마, 아니겠지?’
그 설마가 비공정은 아닐 거야······.
이렇게 반역을 한다고?
에이! 실패했을 때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아닐 거야.
그렇게 되뇌었다.
그런데도 불안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불안함은 언제나 현실이 됐다.
“성문이 닫히면 지금 밖에 있는 근위 기사단의 기간트도 황궁에 들어가지 못하는 겁니까?”
“하하! 내부에서 열어주면 당연히 들어갈 수 있소.”
“만약 내부에서 열어주지 않으면요?”
“그럴 리가 있겠소?”
그럴 리도 있으니까 물어보는 거잖아!
“뭐, 황궁의 모든 문은 기간트를 막기 위해 괴수 부산물로 특수 제작되어 있소. 특히 외성문은 너무 두꺼워 기간트가 전력을 다해 도끼나 해머로 부순다 해도 꼬박 하루는 걸릴 거요.”
그러니까 근위 기사단도 들어오지 못한다는 말이네.
내가 적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내가 황제를 죽이려 했다면?
단순한 방법으로는 절대 황제를 죽일 수 없다.
하지만 나처럼 비공정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지금 제국의 근위 기사단은 퍼레이드 행사로 황궁 밖에 있다.
게다가 다른 군단의 기간트가 모두 외부에 있었기에 건국기념일 행사가 초라해지지 않도록 최소한의 기간트만 남기고 모두 끌고 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 근위 기사단은 모두 외성 밖에 있고, 황제는 황궁 안으로 들어갔다.
만약 내부에서 성문을 여는 장치를 부순다면?
‘젠장, 그럼 너무 쉽잖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날이 흐리다.
구름 때문인지 비공정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바이마르 대영지에서 봤던 비공정의 크기는 어마어마했다.
그 거대한 비공정이 아무에게도 걸리지 않고 이곳까지 올 확률은 낮아 보였다.
‘괜히, 나 혼자 오바하는 건가?’
하지만 이미 누군가의 의도대로 흘러간 정황이 보인다.
암살자들이 외부에서 설쳤고, 근위 기사단은 외부에 있고, 황제는 황성 안으로 들어왔으니까.
티아스 대령을 쳐다봤다.
“대령님, 우리도 황제 폐하를 따라 황궁 안으로 들어가면 안 될까요?”
“뭐요?”
그가 날 이상한 눈으로 본다.
“테러가 곳곳에 났으니 이곳보단 황궁이 안전하지 않을까 해서요.”
“그렇긴 하지만······.”
“근위 기사단 소속이시라면서요? 이러다 암살자들이 이곳으로 올 수도 있습니다.”
겁에 질린 로베르트 소령이 티아스 대령의 팔을 잡고 매달렸다.
그의 간절한 표정이 통했을까.
“뭐, 외성 안쪽까진 괜찮겠군. 날 따라오시오.”
우린 티아스 대령을 따라 서둘러 성문으로 향했다.
황궁의 외성문은 4개.
그중에서 기간트가 출입할 수 있는 곳은 정문과 후문 단 2개 밖에 없었다.
황궁 정문 앞엔 나이트급 기간트 2대가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거대한 외성문이 천천히 내려가고 있었다.
드르르르르!
[정지!]“괜찮아! 내 지인들이다.”
[티아스 대장님이셨군요. 문이 닫힙니다. 어서 들어가십시오.]우린 황궁 정문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곧 성문이 닫혔다.
드르르! 쿠웅!
일단 난 황궁 안으로 들어왔다.
황제는 벌써 내성 안으로 피신한 것 같았다.
‘지금쯤 후문도 닫혔겠지?’
만약 내가 진짜 황제를 노렸다면 지금쯤 비공정을 타고 내려왔을 것이다.
곧 암살자들과 암살 기간트를 처리한 근위 기사단이 황궁으로 들어올 테니까.
다행히 아직까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타일러 중령님, 왜 자꾸 하늘을 보십니까?”
로베르트 소령이 물었다.
“비가 올 것 같아서.”
“비요?”
“이런 미친!”
“네? 왜 제게 욕을 하십니까?”
내 예상이 100% 맞진 않았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은 바이마르 대영지의 거대 비공정은 아니었다.
선체 길이 150미터 정도의 비공정 2대가 구름을 뚫고 빠르게 내려오고 있었다.
‘그래, 큰 비공정을 만들 수 있다면, 작은 것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가정했어야 했어!’
역시 외성 밖에 암살자들과 기간트는 단지 미끼였을 뿐이었다.
“저건 뭡니까?”
난 일부러 하늘을 가리키며 큰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티아스 대령과 다른 기사들도 하늘을 올려다봤다.
“헉! 저, 저게 뭐야?”
“배가 하늘을 날아?”
“대령님! 수상한 놈들입니다! 성문을 열고 근위 기사단을 안으로 들여야 합니다.”
“뭐요?”
티아스 대령이 눈을 깜빡였다.
“그대 말이 맞소! 성문을 열어라! 수상한 것들이 다가온다!”
“성문을 열어라!”
끼기기기기! 드르르!
닫혔던 성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 느렸다.
그에 반해 비공정이 하강하는 속도는 너무 빨랐다.
‘날씨까지 저들을 도와주는구나!’
만약 맑은 날이었다면, 내가 조금 더 빨리 비공정을 발견했을 것이다.
순간 고민됐다.
인형의 집을 열어 마법인형을 꺼내서 저들을 막아야 할까?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내 능력이 제국, 아니 전 대륙에 알려질 것이다.
그건 아니 될 일이었다.
이건 최후의 보류였다.
일단 내 능력을 최대한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최선을 다해 황제를 구할 생각이었다.
아베르크 제국에 내 터전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때 기간트 한 대가 비공정 아래 쇠사슬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 보였다.
“퀴, 퀸급 기간트다!”
오리지널 기간트 기사답게 티아스 대령은 바로 알아봤다.
‘퀸급 기간트라면, 마르틴 대공이 직접 왔다는 건가?’
하긴 라디프 바이마르 공작이 직접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지!
비공정이 있다는 것도, 비행석이 있다는 것도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할 테니, 아리칸 공국과 모종의 거래를 했을 수도 있다.
자신은 비공정만 제공하면 나머진 마르틴 공작이 알아서 할 테니, 혹시나 실패해도 증거가 남지 않는다.
그리고 삼황자가 없는 이곳 황성에 마르틴 대공의 분노가 휩쓴다면······.
“헉! 아리칸 공국 깃발이다!”
비공정 위쪽에 아리칸 공국의 깃발이 휘날리고 선체 측면에 커다랗게 깃발이 그려져 있었다.
“당장 근위 기사단을 불러라! 발데스 기사단장님을 모셔와!”
티아스 대령이 열린 성문 밑으로 기사에게 명령했다.
기간트 한 대가 광장으로 이미 적들을 제압한 근위 기사단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비공정은 지척에 도착했다.
“티아스 대령님, 혹시 근처에 기간트가 있습니까?”
“아! 근처 기사단 건물에 내 오리지널 기간트와 예비 기간트가 몇 대 남아 있소.”
“당장 가시죠. 아무래도 밖에 있는 근위 기사단은 시간을 맞추지 못할 겁니다.”
“알았소.”
타아스 대령이 다른 기간트 기사에게 명령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성문 개폐 장치를 사수하라!”
[네!]나이트급 기간트는 커다란 창을 넣곤, 기어서 성안으로 들어왔다.
우린 기사단 건물이 있는 북쪽을 향해 달렸다.
“젠장! 하늘을 나는 배라니!”
티아스 대령이 달리면서 이를 갈았다.
다른 네 명의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 역시 전선이나 대마경에서 활약해 이번에 황제에게 무공 훈장을 받기 위해 모인 베테랑 기사들이었다.
그러니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리칸 공국의 기술력이 상상을 초월하는군요. 대체 마석 배터리를 몇 개나 써야 하늘을 날 수 있을까요?”
로베르트 소령은 그저 비공정이 신기한 것 같았다.
위이이잉!
거친 엔진음이 들리며 비공정이 성문 위에 멈췄다.
그 순간 퀸급 기간트가 쇠사슬을 타고 내려왔다.
쿵! 쿵!
가슴에 선명한 십자 표식.
손에 들린 거대한 사신의 낫!
저건 마르틴 대공의 기간트 우가스였다.
[죽어!]나이트급 기간트가 창을 찌르며 달려들었다.
휘릭! 촤아악!
쿠웅!
나이트급 기간트가 무릎을 꿇었다.
창을 찌르는 순간 사신의 낫이 휘둘리며 옆으로 스쳐 지나갔다.
기간트는 몸이 반으로 갈라져 하체는 앞으로 상체는 뒤로 떨어졌다.
‘이건 아예 상대가 안 되잖아!’
13미터와 7미터의 체급 차이도 있었지만, 움직임이 너무나 차이 났다.
촤악! 촤악!
탱! 탱!
성문을 끌어 올리던 거대한 8개의 쇠사슬이 차례로 잘렸고, 마석 크레인 장치도 박살 났다.
드르르륵! 쿵!
성문이 힘을 이기지 못하고 닫혔다.
그때 거대한 우가스가 우리 쪽을 쳐다봤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암 드로운이 이길 수 있을까?’
내 거신인형은 11미터로 우가스보다 2미터나 작았지만, 그는 기간트가 아니라 거신이었다.
그러니 이기긴 힘들더라도 질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암 드로운을 꺼낼 순 없었다.
“서둘러라! 놈이 내성으로 간다!”
비공정이 내성으로 날아가기 시작했고, 우가스는 그 뒤를 따라 달리다가 점프해 쇠사슬을 잡았다.
그들은 빠르게 내성문으로 향했다.
우린 최선을 다해 달렸지만, 근위 기사단 기간트 격납고에 도착한 것은 10분이나 지난 후였다.
“당장 기간트 탑승을 준비하라!”
안에 있던 정비 장교와 엔지니어들은 영문 모를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서둘러라! 적이 황궁을 공격했다!”
“네?”
티아스 대령의 호통에 작업자들은 기겁했다.
그리고 빠르게 격납고에 있는 기간트들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제길!”
티아스 대령이 주먹을 쥐었다.
“비올란테, 출격 준비 끝!”
티아스 대령의 룩급 오리지널 기간트가 마석 배터리를 장착하고 출격 준비를 끝냈다.
[개자식들! 내가 간다!]기이잉! 쿵! 쿵! 쿵!
격납고를 나서자마자, 비올란테가 검을 뽑았다.
그리고 룩급 기간트 2대가 뒤를 따랐고, 비숍급 기간트 2대가 마지막으로 출격했다.
“중령님과 소령님도 기간트가 필요하십니까?”
장교가 물었다.
아직 기간트가 더 남아 있었다.
“난 됐고, 저들에게 기간트를 주시오.”
난 후드 깊게 쓴 자동인형 넷을 꺼냈다.
“저들은 누굽니까?”
“모두 정보국의 비밀 기간트 기사들이오. 룩급 2대와 비숍급 2대를 준비해주시오.”
“아! 알겠습니다.”
웨슬리와 자할리, 더그와 엘다크가 기간트에 탔다.
‘자! 가자!’
기간트 넷이 움직였고, 난 뒤를 따랐다.
“타일러 중령님! 어딜 가십니까?”
로베르토 소령이 갑자기 날 붙잡았다.
“소령은 일단 정문으로 다시 가보게. 그리고 기간트가 성벽을 넘어올 방법을 연구하게.”
“하지만 제가 어떻게?”
“무슨 방법이든 알아내게. 제국의 운명이 자네에게 달렸네.”
“네?”
난 로베르토 소령을 뒤로하고 내 마법인형들이 탄 기간트와 내성문을 향해 달렸다.
***
[젠장! 문을 부숴라!]쾅! 쾅! 쾅!
오리지널 기간트 비올란테가 검으로 내려치고, 룩급 기간트가 도끼로 내성문을 내리쳤다.
내성문은 외성문보다 절반 크기였지만, 역시나 괴수 부산물로 만들어져 있었기에 쉽게 부서지지 않았다.
기이잉! 쿵! 쿵!
우리가 다가가자, 비올란테와 기간트 기사들이 무기를 겨눴다.
“접니다!”
[뒤에 기간트는 뭐요?]“모두 정보국 비밀 기간트 기사들입니다. 저를 돕기 위해 합류했습니다.”
[오! 환영하오.]아군 기간트 숫자가 아홉으로 늘었기에 조금은 기뻐하는 것 같았다.
내성 앞쪽엔 입구를 지키던 비숍급 기간트 1대와 나이트급 기간트 3대가 형편없이 부서져 있었다.
범인은 단 한 대의 짓이었다.
마르틴 공작.
게다가 내성문을 닫고, 장치를 부쉈기에 우린 내성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큰일이오! 문이 닫히기 직전에 놈들의 배 앞으로 10대의 기간트가 있는 걸 봤소.]“그럼 하늘을 나는 배가 2척이었으니, 최소 20대의 기간트가 내성으로 들어갔군요.”
[게다가 배에서 내린 병력도 상당하오. 빨리 문을 열지 않으면 황제 폐하께서 위험하오.]마르틴 공작이 정말 치밀하게 준비한 것 같았다.